시간을 확인하면 어느새 시각은 10시 56분.
아르바이트 끝나는 시간까지 겨우 4분 남은 시점입니다.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편의점 정리를 마저 하고 있으면
길게 편의점 근처를 기웃거리는 그림자가 보입니다.
(두리번두리번) '설마 슬랜더맨 같은 게 진짜 있겠어?'
(온갖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손은 어느새 카운터 밑에 있는 경찰 호출 버튼에 위치시킨다) '설마 강도 같은 거면 어쩌지? 돈을 줘야 하나? 주면 살려주려나?'
바들바들 떨며 당신이 유리로 된 편의점 창문을 바라보고 있으면
릭사엘:(네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밖에서 슬며시 손을 흔들며 웃는다)
'급하게 나가느라 편의점 어딘지 제대로 안 알려줬는데 어떻게 안 거야?'
방긋 웃던 릭사엘이 당신에게 시선을 떼지 못한 채로
릭사엘:(편의점 내부를 둘러보다가 슥 카운터로 다가가며) 교대까지 시간 남았어?
여기서 일하는 건 어떻게 알았어?
릭사엘:음? 너 어디서 일하는지 아는 학생 있냐고 물어보니까 답해주던데.
유스텐:그걸 아는 애가 있다고? '일부러 학교에서 좀 먼 곳으로 고른 건데??'
릭사엘:잘 모르긴 하더라. 찾느라 애먹었어. (웃음)
유스텐:그럼 설마... 지나가는 애들 하나씩 붙잡고 아는 애가 나올 때까지 물어봤다는 말이야?
릭사엘:학생들 자주 가는 카페에서 공부하다가 한 명한테 슬쩍 물어보니까 다들 옆사람한테 물어물어 대답해주던데.
유스텐:무슨 그런... '여기도 슬슬 관둬야 하나?'
릭사엘:음? (갑자기 낯빛이 안 좋아진 네 안색을 들여다보며)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어?
유스텐:하아... 아니야. '얘한테 무슨 잘못이 있겠어.'
릭사엘:...말해봐. 내가 뭔가 잘못한 거지?
유스텐:네가 잘못한 건 없어. 내가 너무 안일했던 거지.
릭사엘:(설마...) ...알바하는 곳이 알려지는 게 싫었던 거구나. 미안, 그런 줄 몰랐어.
...왜 다른 학생들에게 알바하는 곳이 알려지기 싫은 건지, 물어봐도 돼?
유스텐:대놓고 말하지 않아도 다들 내가 가난한 걸 아는데 굳이 이렇게 일하는 걸 보이고 싶지 않아서 그랬어. 별로 마주치고 싶지도 않고.
릭사엘:그래도 아르바이트 정도는 다들 하잖아. 난 네가 기죽을 일 없다고 생각해.
유스텐:... 그냥 굳이 아는 사람 마주치기 싫은 게 커서 그래.
릭사엘:...그래도 설마하니 일부러 널 찾으러 여기까지 오는 학생은 없을 거야. 기존에도 없었던 거잖아. 릭사엘:그러니까 내 말은, 굳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라는 말이야. 나중에 혹시나 여길 찾아오는 학생들이 늘어나면 그때 생각해도 안 늦어.
유스텐:'그런 것보단... 아까 있었던 일 때문에 이런 곳에서 못 볼 줄 알았는데.'
릭사엘:(슬쩍 시간을 확인하고는 네 손을 부드럽게 겹쳐 쥐며) 교대할 사람은 멀었대?
유스텐:(어깨를 움찔거리며 황급히 네 손을 뿌리친다) 괘, 괜찮습니다.
아르바이트생이 집에 조심히 들어가라는 말과 함께
유스텐:그, 그래... '얘는 왜 이렇게 아무렇지 않아 보이지? 지금은 같이 가기 불편한데...'
그래도 어쨌든 릭사엘과 함께 편의점 문을 열고 나오면
유스텐:'집 가는 길이랑 완전 반대 방향인 여기까지 와줬는데 약속을 취소할 수도 없고... 으으...'
'가만... 좋아하는 건 쟨데 왜 내가 혼자 이렇게 신경써야 하는 거지??'
(다시금 방과후에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숨이 닿을 정도로 가까웠던 거리. 동공에 거울처럼 가득 담긴 자신의 바보 같았던 모습. ...살면서 타인의 입술을 그리 가까이서 본 적이 있었던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 크게 고개를 크게 도리질친다.) '아니, 아니. 뭐냐고 이거???'
(옆에 있는 너를 흘긋거리며) '다 저 얼굴 때문이야. 객관적으로 예,쁘게 생기긴 했잖아. 사심이 없어도 저런 얼굴이 코앞에 있으면 나 말고 다른 사람도 똑같이 하는 게 정상 아니냐고!'
릭사엘:(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른 채 네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은근슬쩍 다시 손을 잡는다) 우리 뭐 먹을래, 유스?
유스텐:'그래, 역시 저 얼굴이 문제인 거야.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고! 쟤는 자기 얼굴이 저렇게 생긴 거 알고는 있나? 어쨌든! 얼굴 때문에 내가 잠시 당황했을 뿐이야. ' (라고 정신승리하다 손에 따뜻한 체온이 닿자 흠칫한다) ... 이제는 되게 자연스럽게 손 잡네, 너.
릭사엘:... 잡고 싶어서. 안 돼? 안 싫어한다고 했잖아.
유스텐:싫은 건... 아니긴 하지. '이런 건 친구끼리도 하는 건데 내가 너무 과민반응 하는 건가?' (가방끈을 꼭 쥐며 바닥에 있는 작은 돌을 툭툭 찬다) 릭사엘 넌... 친구 많지?
릭사엘:...그건 걔네가 나를 좋아하니까 친구로 지내는 거고.
릭사엘:음... 싫어하진 않지만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도 않아.
유스텐:(그게 뭐냐는 표정으로 눈을 반쯤 구긴 채 눈썹을 찌푸리며 올려다본다) 그거 친구 맞아?
릭사엘:다들 내 외모랑 성적, 성취에나 관심 있지 나한테 관심 없잖아. 그런 애들한테 마음을 여는 게 쉽지는 않지.
유스텐:'나도 아까 네 외모 생각하고 있었는데.' (괜히 찔려서 속으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눈을 굴린다) 그, 그렇구나.
그래도 그런 것도 너라고 생각하는데.
릭사엘:(피식 웃으며) 내가 아닌 건 아니지만, 군중 속에서도 외로움을 겪는 게 이상하진 않단 소리야.
유스텐:의외야. 난 네가 외로움 같은 건 전혀 안 느낄 줄 알았어.
릭사엘:...사람은 타인을 볼 때 겉모습만 보니까. 나도 어쩔 수 없이 그런 사람이기는 하지만서도.
(분위기가 무안해진 듯해 살짝 웃으며 화제를 돌린다) 이러다가 우리 저녁 못 먹는 거 아냐? 뭐 먹을지부터 정하자. 뭐 먹고 싶어, 유스?
유스텐:(항상 찬란할 것 같은 사람인 네가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에 의외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동질감이 들어, 의식하고 있던 것을 잠시 잊어버린다) 내가 사기로 했으니까 이번엔 네가 골라봐. 그동안 계속 나한테 메뉴 맞춰줬잖아.
릭사엘:난 식사량이 많은 편이 아니라 뭘 먹든 괜찮아. 네가 잘 먹는 게 보고 싶어서 먹자고 한 거야.
유스텐:나도 가리는 음식 딱히 없어서 괜찮은데. (어깨에 맨 가방끈을 손으로 감싸쥐며 툭-) 네가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 궁금해서 그래. '집에 가서 먹자는 말을 돌려서 한 건가?'
릭사엘:...외식할 때는 이탈리안 푸드를 주로 먹긴 해.
유스텐:어... '이 시간까지 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으려나...?'
유스텐:잠...시만. (네게 잡힌 손을 슬쩍 빼내 등을 돌려 휴대폰으로 주변에 밤늦게까지 운영하는 레스토랑이 있는지 검색한다)
[Ashbury Row] - 아메리칸 비스트로
[The Blackwell Kitchen] - 업스케일 캐주얼
[St. Rowan’s] - 영국식 가스트로펍
[North Pier Diner] - 심야 다이너
유스텐:'말투 보니까 영국인 같은데... 세 번째 식당을 가야 좋아하려나? 펍이라서 지금 시간에 가면 애들은 가라고 하려나?'
릭사엘:(슬쩍 네 쪽으로 고개를 기울여 함께 네 화면을 들여다보며) 오... 그래도 여러군데 있네.
그래서, 뭐 먹고 싶어?
유스텐:'내가 사는 건데 먹고 싶은 것도 내가 고르면 이상한 거 아닌가?' ... 혹시 입맛이 없어?
유스텐:(누가 봐도 삐진 얼굴로) 나한테 얻어먹기 미안해?
릭사엘:(잠시 당황하며) 아니야. 그런 거 아니라, 진짜 다 괜찮아서.
... 그런 생각하게 만들 줄 몰랐어. (어디라도 빨리 골라야겠다는 생각에 잠시 고민하다가 세 번째 레스토랑을 고른다) 여기 갈까? 나 영국식 음식 좋아해.
릭사엘:응, 어릴 때 영국에서 살아서 그쪽 음식이 익숙해.
유스텐:좋아하는 거 잘만 있으면서. 그럼 거기로 가자.
릭사엘:응. (잠시 고민하다가 손을 다시 뻗어 네 손과 단단히 깍지를 낀다) 유스텐:(깍지 낀 손을 빤히 바라보다가) 릭사엘.
(순수하게 궁금하다는 듯) 우리는 무슨 사이야?
유스텐:난 친구끼린 애칭도 부르고 손도 잡는 줄 알았는데, 넌 친구들이랑은 전혀 안 그런다길래.
(깍지낀 손가락을 조금 움직여 네 손등을 만지작거린다)
릭사엘:...응. (주변을 살짝 둘러보다가 깍지낀 손을 들어 네 손등에 살짝 입 맞추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가자고 끌어당긴다) ... 가자. (귀가 뜨거워...)
유스텐:'친구... 친구...' (사심이 가득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정식으로 친구가 생겼다는 것에 조금 설렌다. 미소지으며) 나 친구한테 밥 사주는 건 처음 해봐.
릭사엘:(친구...라는 말에 조금 기분이 가라앉지만 구태여 티내지 않으며 가볍게 웃는다) 영광이네. 유스텐 애쉬미어에게 처음으로 식사 대접 받는 사람이 나라니.
유스텐:(으쓱)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라고.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시켜.
릭사엘:응. (너와 맞잡은 손을 가볍게 흔들며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당신은 릭사엘과 손을 잡은 채로 가로등이 켜진 거리를 걷습니다.
[St. Rowan’s] 라고 적힌 간판에서 부드러운 빛이 흘러나오고
이런 곳은 처음인데, 어쩐지 조금 설레기도 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깥과는 사뭇 다른 공기가 느껴집니다.
식당 내부는 생각보다 낮고, 생각보다 따뜻합니다.
릭사엘:크기| 기준치: | 75/37/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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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은 밝지 않은 대신 테이블 위에만 조심스럽게 내려앉아
바닥을 밟을 때마다 운동화가 내는 소리가 묵직하게 울립니다.
유스텐:'이거 어째... 장소를 잘못 고른 것 같은데.'
릭사엘:(주변을 둘러보다가 네 손을 톡톡 잡아끌며) 저쪽 자리에 앉으면 될 것 같아.
유스텐:(민-망) 여, 여기 말고 다른 데로 갈까? 커플들만 오는 곳 같은데.
유스텐:(멋쩍게 웃으며) 그, 그...런가? 하긴 여기서 누가 키스 안 하냐고 혼낼 것도 아니고... 식당인데.
릭사엘:(네 입에서 나온 '키스'라는 단어에 살짝 생각한다. 낮에 있었던 일을 조금은 신경쓰고 있는 건가?)
그럼. 가서 앉자.
유스텐:으응! (이런 곳이 낯설어 네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도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벽난로와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자리를 고릅니다.
당신이 의자에 앉으면 적당히 푹신한 쿠션이 몸을 받쳐줍니다.
테이블 위에는 이미 물잔 두 개와 냅킨이 정돈되어 있네요.
부드럽고 온화한 분위기 사이로 허브 향이 은은하게 납니다.
버터와 로스트된 고기, 타임과 세이지가 섞인 냄새입니다.
릭사엘:(메뉴판을 펼치며) 뭐 먹을까? 이곳 베스트는 양고기 파이와 레몬 딜버터에 담가 구운 연어래.
유스텐:어어? 잠시만... (후다닥 메뉴판을 따라 펼쳐 어떤 메뉴가 있는지 확인한다) ...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크게 뜬 채 입을 떡 벌린다) '미친!!! 0 하나 실수로 더 적은 거 아니야?'
'나 혼자서 물만 마시면 안 되겠지...?'
릭사엘:(눈이 휘둥그레진 네 얼굴을 조금 걱정스럽게 내려다보며) ...왜 그래?
유스텐:'사겠다고 큰 소리 떵떵 쳐놓고 다른 곳 가자고 하기도 좀 그렇고... 끙...'
'친구에게 처음으로 하는 식사 대접인데다 그동안 해준 것도 많으니까...' (메뉴판을 탁 내려놓으며 아무렇지 않은 척) 음식이 전부 맛있어보이네. 너 먼저 시켜!
릭사엘:음... (가격 때문인가. 조금 걱정되는데... 그래도 이제 와서 안 먹겠다고 하면 자존심 상하겠지) 그럼 난 스카치 에그랑 스패니치 파이.
유스텐:그럼 난... '여기서 제일 저렴한 메뉴가...' 웜 브레드 앤 허브 버터에 치, 치킨 리크 파이로!
마실 건 안 필요해?
유스텐:괜찮아. 코코아는 집에서도 마실 수 있는걸.
웨이터를 불러 가격도 덜덜 떨리는 주문을 마치고 나면
큰 산을 하나 넘은 것처럼 가슴이 축 늘어집니다.
무슨 메뉴 하나 가격이 하루치 식비보다 비싼지...
유스텐:(등받이에 상체를 흘러내리며) 후...
릭사엘:(테이블 위에 손을 올려 손바닥이 위로 가도록 놓으며) 괜찮아?
먹고 부족하면 또 시켜도 돼...!
오늘 일은 어땠어. 많이 힘들었어?
너는 어디서 기다리고 있었어?
릭사엘:학교 인근에 있는 카페. 거기 커피 원두가 맛있거든. 가볍게 학생회 안건 문서 정리하고 공부하고 있었어.
유스텐:그랬구나. 음... '혹시 내가 대답도 안 하고 가 버려서 기분 상했을까 싶었는데, 표정 보니까 전혀 신경 안 쓰는 것 같기도 하고...'
유스텐:아니?! 없지. '다시 그 주제가 나오면 또 대답해야 할지도 몰라. 그냥 모른 척 하자.'
릭사엘:그래? 보통 사람들은 내 얼굴 보면 말이라도 하나 더 붙이고 싶어하던데. 넌 참 특이해.
릭사엘:주제가 다양해서 콕 집어 말하기는 힘든데. 보통은 자기연민하는 얘기나, 본인 도와달라는 얘기.
릭사엘:모르겠어. 본인이 얼마나 힘든지 얘기하면서 내 환심을 사고 싶은 건지. 아니면 정말로 도와달라는 건지.
유스텐:그치만 넌... 그저 학교 안에서의 학생회장일 뿐이잖아.
다른 애들이랑 같은 학생이고.
릭사엘:그렇지. 다른 애들이랑 크게 다를 게 없는데도, 나한테 자주 그러네...
미안, 너랑 이런 곳에 와서 할 얘기는 아닌데.
유스텐:상상도 못 했어. 그런 얘기보단 다른 대화를 많이 할 줄 알았는데.
너도 참 피곤하겠다. 다들 무작정 기대하니까...
릭사엘:(살짝 웃으며) 이해해주는 거야? 유스는 상냥하네.
잠시 대화를 하며 릭사엘도 참 고생이 많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
반숙으로 익힌 계란을 반으로 잘라 튀긴 스카치 에그,
황금빛 페이스트리를 뽐내며 테이블에 놓입니다.
릭사엘:배 많이 고프겠다, 우리 유스. 슬슬 식사하자.
유스텐:(침을 꿀꺽 삼키며) '맛있겠다...'
'? 잠깐만.' ... ...뭐?
우리 유스???
릭사엘:... (무의식중에 뱉어버린 호칭이었던지라 뒤늦게 멈칫하며) 그렇게 부르는 건 싫어?
유스텐:싫은 건 아니지만, 그건 너무... '많이 가까운 사이 같지 않나?'
릭사엘:(볼을 발갛게 물들인 채 입술을 조금 달싹이다가) ...싫으면 다음부터 안 부를게. 어서 먹자, 배 고플 거 아냐.
유스텐:아니, 싫지는... 음, 그래. 먹자.
어느 정도 먹다가 따뜻하게 김이 올라오는 치킨 파이에 포크를 누르면
여타 다른 파이와는 포크가 들어가는 느낌부터 다릅니다.
밀도 있게 꽉 찬 페이스트리 안에 든 닭고기는
부드럽게 잘게 찢겨 있고 리크는 산뜻하게 향을 풍깁니다
고소한 크림 속에서 닭고기의 감칠맛과 리크의 향긋함.
뒤를 잇는 세이지의 향기가 여운을 남기며 올라옵니다.
유스텐:(전자렌지에 대충 돌려 떼워먹던 음식들과는 다른, 부드러운 식감에 "우리 유스" 사건도 까맣게 잊고 눈을 감은 채 음미한다) '너무 맛있어...'
릭사엘:(만족스럽게 음식을 먹다가 너무도 행복해보이는 네 표정에 픽 웃음을 흘린다) 그렇게 맛있어?
유스텐:(식기에서 윤이 날 정도로 입안에서 남김없이 핥고는) 맛있어...
아, 너는 어때...? 입맛에 맞아?
데리고 와줘서 고마워, 유스.
유스텐:(첫 식사 대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것 같아 속으로 안도한다) 그래? 다행이야.
음...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 (혹시 다른 애들처럼 말을 걸어보려는 것처럼 보일까 싶어 덧붙인다) 사심없는 질문...!
릭사엘:(사심 없다는 뜻을 강조하는 네 목소리에 조금 더 짙게 웃으며) 얼마든지.
유스텐:억양도 그렇고 다른 애들이 지나가면서 하는 말 들었는데... 릭사엘 넌, 영국인인 거지?
유스텐:조금? (다급하게 두 손을 휘저으며) 이, 이상하다는 건 아니고...!
(검지로 턱을 긁적이며) 집도 잘 사는 것 같은데 왜 굳이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는지 궁금해서.
릭사엘:아, 어릴 때 영국에서 살다가 5년 전쯤 미국으로 이주했어. 영국에서 우리 가문이 불명예스런 오해를 받아서. 생전의 내 부모님은 미국을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하셨던지라 새출발하자는 뜻으로 이곳으로 오셨지.
(두 손을 모은 채 꼼지락거리며) 혹시 실례되는 질문이었다면 미안해.
릭사엘:아니야. 실례기는. (잠시 홍차 한 모금을 마시고 찻잔을 내려놓으며) 실례되는 질문이라고 생각하면 답하지도 않았을 거야. 걱정 마.
유스텐:'그럼 부모님은... , ... 물어보지 말자.' ... 너는 괜찮아?
릭사엘:조금. 안 그립다면 거짓말이겠지. 그래도 이곳을 뜨고 싶지는 않았어.
릭사엘:글쎄.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네. 영국으로 돌아가면 규율에 얽매여 살아야 하는 게 싫었던 건지, 부모님과 지냈던 지금 집을 떠나기 아쉬웠던 건지. 그래도 지금은 안 돌아가서 다행이었다 싶어.
릭사엘:내 마음 이해해주는 사람이 생겨서. (너를 향해 검지를 툭 뻗고 슬며시 웃는다)
유스텐:(입을 살짝 벌린 채 잠시 말없이 널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린다) ... 돌아갔으면 더 좋고, 더 나은 사람을 마주쳤을지도 모르잖아.
유스텐:(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 취향 특이해. 제대로 된 대답도 못해주는 사람이 뭐가 좋다는 건지...
릭사엘:어쩌겠어. 사랑에 빠지는 것도 내 의지가 아닌데. 유스텐:'어쩔 수 없다 해도 내게 빠질 만한 이유를 모르겠는걸.' 만약 의지로 가능했다면, ... 아니다.
실없는 소리를 했어.
(마른 입술을 한번 빨아당겼다가) 질문 하나만 하려 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지? 영국 얘기 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릭사엘:그러게. 어쩌면 지금 이게 데이트인 것도 몰라주는 내 앞의 사람 때문 아닐까.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눈을 감고 웃는다)
유스텐:(구부정했던 자세를 바로하고) 어, 어?
(전혀 몰랐던 사람처럼 눈을 빠르게 깜빡인다) 이거 데이트였어?
릭사엘:그러면 아니라고 생각했어? 야속하네, 내 사랑은.
(대답하려다 "내 사랑" 이라는 말에 앞의 말을 까맣게 잊어버린다.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오른 채로) 너, 너...!
(뒤늦게 이곳이 둘만 있는 공간이 아닌, 식당임을 인지하고 소곤거린다) 너 오늘 왜 그래?
릭사엘:(네 반응의 이유를 모르고 고개를 갸웃하며) 음?
유스텐:아침에도 그렇고, 학교 끝나고도, 그리고 지금도...!
ㅇ, 왜 하루종일...!
릭사엘:(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이 가만 웃으며) 내가 하루 종일 뭐?
릭사엘:(아 사랑스러워... 부러 더 모른 척하며) 응. 모르겠는데.
유스텐:(이를 깍 깨물며 노려보다가 홧김에 내뱉는다) 자꾸 신경쓰이게 만들잖아...!
유스텐:그럼 신경 안 쓰이게 생겼어?! 계속 거리를 좁히질 않나, 손도 계속 만지작거리고...!
내가 모를 줄 알아? 네가 사심 채우고 있는 거...!
이번엔 갑자기 왜 이름 말고 내 사ㄹ... , 이라고 말을...!
자꾸 욕심날 수밖에 없게, 싫다고 안 하잖아.
말 나온 김에 좀 묻자. 너, ... 너는 네가!
(눈을 질끈 감으며) 네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는 있는 거야?
릭사엘:... ...?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지) 알아.
릭사엘:... 난 네가 욕심나고, 넌 싫다고 안 하니까.
유스텐:그건...! ... (당장 반박하려 입을 벌려보지만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는다. 사랑 고백에는 확실한 대답을 못해도 행동 자체에 "싫다" 라는 감정은 전혀 들지 않았기에.)
릭사엘:(멀리 네가 앉은 자리까지 손을 뻗어 네 손을 끌어당긴 뒤, 제 뺨 위에 올려두며 가볍게 뺨을 비빈다) ... 내가 계속 이러면 싫어할 거야? 유스텐:(뻣뻣하게 굳으며 대답을 회피한다) ...여기 식당이야. 우리 둘만 있지 않아.
릭사엘:... (여전히 회피만 하려 하는 네 말에 천천히 손을 테이블로 내려주며 눈을 깜빡인다. 가슴이 옅게 시큰거린다) ... 유스. 내 마음은, 가망이 없어?
유스텐:... '이걸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 거지?'
릭사엘:...아니야. 못 들은 걸로 해. 미안. 내가 괜한 소리 했어. (울컥 올라오려는 눈물을 애써 누르며 시선을 피한다)
유스텐:(누가 봐도 상처받은 듯한 네 표정을 보고 심장이 무겁게 가라앉는다. 대답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확신이 들지 않아 입술만 움찔거린다.) '어줍잖게 위한답시고 그렇지 않다고 말하기엔 너무 미안한걸.'
(고개를 푹 숙이며) 미안해, 난...
'아, 나는 왜 이모양이지. 릭사엘이 어떤 마음일지 알면서 자기 마음도 제대로 결론을 못 내네...' (미안함과 답답함이 뒤섞여 어쩔 줄 몰라 결국 눈두덩이가 물 먹은 솜처럼 습기로 가득찬다)
릭사엘:(그런 너를 애써 모른 척하며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런 분위기에서 네게 식사를 얻어먹기도 제 마음이 얹힐 것 같아. 네가 풀 죽은 사이 슬며시 계산을 마치고 다가오며) ...다 먹었으면 가자. 내가 계산했어.
유스텐:(좋았던 분위기를 자신이 다 망쳐버린 것 같다는 생각에 눈물이 멈출 기미를 안 보인다. 그 모습을 필사적으로 들키지 않으려 고개를 푹 숙인 채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잘한 것도 없으면서 왜 울어, 유스텐...'
릭사엘:(어깨를 작게 들썩이며 우는 게 분명한 네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이 마음 아파 시선을 피했다가, 목이 허전해보이는 네 상태를 보고 제 머플러를 네 목에 조심스럽게 둘러준다) 밖에 추워. 내가 편의점 인근에 차 세워두고 왔으니까 거기까지만 걸어가자. 집에 가야지. (잠시 주춤거리다가 네 고개를 들어올리고 손가락을 미끄러뜨려 네 눈가에 묻은 물기를 자상하게 닦아준다) 뚝. 괜찮아. 네 잘못 없어. 유스텐:(목도리까지 둘러주는 네 다정함에, 도리어 눈물이 더욱 차오른다. 눈에 힘을 주면서까지 참았던 것이 무색하게 아래로 뚝 뚝 눈물방울이 떨어진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웅얼거리며) ...안, 해.
(어깨를 부르르 떨며) 미아, 흐... 미안해...
릭사엘:(저보다도 더 서럽게 우는 네 모습을 보자 마음이 아파와서, 상체를 조금 숙여 네 몸을 부드럽게 끌어안고 등을 쓸어준다) ...미안하기는. 내가 더 미안하지. (제 생각보다 더 여린 네게 부담을 줬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는다) 집에 가면 담요 두르고 따뜻한 코코아 마시자. 내가 맛있게 해줄게. (토닥토닥)
유스텐:미안해... 내가 바보 멍청이라서 정말 미안해...
(네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연신 사과를 해대다 온통 엉망이 된 얼굴을 살짝 들어올리며) 내가 미워...?
릭사엘:(눈물 범벅이 된 채로 미안하다는 말만 연신 뱉다가 겨우 내뱉은 말이 밉냐는 말이라니. 이렇게 애틋해서 널 어쩌면 좋을까. 작게 한숨을 내쉬며) 하나도 안 미워. 소중해.
유스텐:(불안한 사람처럼 고개를 묻은 채) 미안해... 미워하지 말아줘...
릭사엘:(네게 확신을 주려는 듯 품에 꼭 안아주며) 안 미워. 내가 널 미워할 일은 없어. 정말이야. 정말 좋아해.
유스텐:(네 품에서 끅끅거리며 울다가 어느 정도 어깨의 들썩임이 잦아든다. 더이상 눈물은 안 나오고 뒤늦게 수치심이 밀려온다.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와............사람들 다 있는 곳에서 질질 짜버렸다...'
릭사엘:(네가 조금 진정한 듯 보이자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네가 무안하지 않도록 네 목에 둘러준 머플러를 얼굴 반쯤까지 끌어올린 뒤 너를 일으킨다) 괜찮아. 아무도 네 얼굴 못 보게 내가 뒤에서 갈게. 가자.
유스텐:'이미 사람들 다 쳐다봤을 것 같은데.' 으응...
릭사엘의 품에 반쯤 안겨 레스토랑을 주춤주춤 빠져나오면
눈물이 쏙 들어갈 정도로 찬 바람이 당신의 얼굴을 쌩하니 스쳐지나갑니다.
릭사엘은 그런 당신을 보다가 머플러를 조금 더 끌어올려 귀를 덮어주고
당신이 뭐라고 웅얼거리든 말든 독단으로 손을 잡고 걸어나갑니다.
불 켜진 가로등 너머로 당신들의 그림자가 길게 이어집니다.
조금 걷다 보면 릭사엘의 것으로 보이는 아우디 차량이 보입니다.
당신들이 다가가자 차량은 작게 잠금 풀리는 소리가 나고
릭사엘:(운전석에 탑승하며 네 몸 상태를 재차 확인한다) 괜찮아?
릭사엘:(슬쩍 네 목에 둘러준 머플러를 끌어내리며 네 눈가가 짓물렀는지 아닌지 확인하며) ...왜 이렇게 많이 울었어. 사람 걱정되게.
유스텐:(바싹 마른 입술에 혀를 빼꼼 내밀어 침을 바르고는) ... 걱정하게 해서 미안.
릭사엘:(상체를 기울여 네게 안전벨트를 매어주며) 아니야. 내 잘못도 있는데. 다음부터 그런 얘기 안 할게.
...그리고 나 너 안 미워. 알지?
릭사엘:왜냐니. 안 미우니까지. (네 정수리를 톡톡 쓰다듬어준다)
유스텐:(네 눈을 마주칠 자신이 없어 내리깐다) 그치만... 내가 대답도 안 하고 질질 끌어서 널 힘들게 하는 건 사실이잖아.
릭사엘:네가 대놓고 난 연애 대상으로 전혀 안 보인다고 해도 안 미워할 텐데, 괜한 걱정은. (별다른 반응 없이 제 안전벨트를 매고 차에 시동을 건다)
유스텐:... 난 너한테 어울리는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생각하기에도, 남이 보기에도.
릭사엘:그걸 규정하는 건 '우리'지, 남들이 판단할 바 아니라고 생각해. (운전대에 손을 올리며 부드럽게 액셀을 밟는다) 릭사엘:나? 난 네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해.
유스텐:왜? 내가 널 채워줄 수 있는 부분은 딱히 없는 것 같은데...
릭사엘:채워지고 싶은 마음도 없다곤 못하겠지만... 그것보다는 내가 널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으니까.
릭사엘:나한테 이런 감정 들게 만드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 이것만은 네가 알면 좋겠어.
유스텐:(옅게 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려 계속해서 변하는 창밖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본다) ... 솔직히 너 되게 이상한 ㄴ, ... 이상한 사람이라 생각했어.
릭사엘:과거형이네.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는데?
유스텐:여전히 이상하고, 이해할 수 없고... 왜 주변에서 다들 네 얘기만 하는지 알 것 같다는 생각.
릭사엘:(살짝 아리송해하며)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
유스텐:... 알고 있지? 내가 너 엄청 마음에 안 들어하고 경계했던 거.
릭사엘:(잠시 뜸을 들이며) ...어느 정도는.
유스텐:네가 나한테 동정심이나 연민을 느낀다고 생각했어. 부족해본 적 없는 사람들 특유의.
그리고 네가 날 좋아한다고 했을 때, 나 무시하는 애들이랑 네가 내기라도 한 줄 알았다?
솔직히 말이 안 되잖아? 누가 믿겠어. 교내에서 제일 주목받는 학생회장이 늘 혼자 다니는 나 같은 찐따를 좋아한다는 걸.
네가 자꾸 은근슬쩍 거리를 좁히면서 날 당황하게 했을 때는 순간 그런 생각도 들었어. 혹시 네가 ... 음...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날 쉽게 생각하는 건가 하고...
(피식) 근데 네 눈 보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아닌 건 바로 알겠더라.
(장난스럽게 웃으며 널 향해) 너, 네가 어떤 눈으로 보고 있는지는 알아?
릭사엘:(심장이 쿵쾅거리는 기분이 들어서 자꾸만 네 쪽으로 향하려는 시선을 더욱 붙잡아 정면을 주시하며) ... 나야, 잘 모르지.
유스텐:네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면서 그건 모르는 게 웃기네.
릭사엘:... 그야 널 볼 때랑 거울 볼 때랑 다르니까. 궁금하니까 빨리 말해줘.
유스텐:(다시 정면을 바라보며 입술을 달싹이다가) ... 가망이 없지는 않다는 소리야.
릭사엘:... (생각지도 못한 소리에 입술이 절로 벌어지고 운전대를 쥔 손이 잠시 미끄러졌다가 제자리로 돌아온다) 너, 너, 너는 그런 말을 무슨 나 운전할 때 해... (심장 쿵쾅거리는 소리가 귓가까지 둥둥 울려서 정신이 혼미해진다)
유스텐:아. (뒷통수를 긁적이며) 하면 안 되는 거였나?
(입술을 쉼없이 움찔거리며 숨조차 옅게 헐떡이다가 겨우 진정하며) ... 그... ...
음... (무언가 말을 하고 싶지만 자꾸만 입술이 안쪽으로 말려들어간다) ... 네가 그런 말 하면 심장이 쿵쾅거린단 말이야.
유스텐:네가 많이 궁금해하는 것 같아서 난 최대한 빨리 대답해주는 게 좋겠다 싶어서 그랬지...
릭사엘:(차 핸들을 쥔 손가락이 손바닥 안으로 자꾸만 말려들어가려는 걸 간신히 버티며, 새빨갛게 익어버린 얼굴로) ... 그런 의미가 아니라... 너무 기뻐서... 정신 못차리겠다고...
유스텐:어? 정신을 못 차리겠다고? (그러다 사고나는 거 아니야? 반사적으로 네 쪽을 보며) 그, 그러면 안 되지 않나? 그럼 취, 취소해?
취소하고 이따가 말해?
릭사엘:무, 무슨 소리야...! 그걸 왜 취소해... (빨리... 빨리 집에 가야겠어. 미치겠다 진짜...)
유스텐:네가 정신을 못 차리겠다며... 사고라도 나면 어떡해.
그럼 정말 미안해서 죽고 싶을 것 같단 말이야.
릭사엘:내가... 하아... 내가 빨리 갈게. 거의 다 왔어. (눈을 한차례 질끈 감았다 뜨며 골목으로 들어간다)
유스텐:(안절부절) 빠, 빨리 가다가 사고나면 어떡해? 천천히 가는 게...
안절부절 애를 태우며 차 앞유리로 스쳐지나가는 골목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점차 차는 속력이 느려지더니 어느덧 익숙한 주택 앞에서 멈춰섭니다.
운전대를 쥔 손에서 힘을 푸는 릭사엘의 표정이 여전히 발갛게 달아올라 있습니다.
릭사엘은 차량 시동이 꺼진 후에도 한참을 가만히 앉은 채 정면을 바라보다가
입술을 물었다 떼며 당신을 천천히 돌아봅니다.
릭사엘:(무슨 말부터 꺼내야 좋을지 알지 못하고 입술을 그저 달싹이다가) ...가망 없진 않다고 한 말, 진심이야?
유스텐:'운전 되게 잘하네...' (슬쩍) 그, 그렇지?
"좋다"라고는 말 못했어도 "싫다"라는 말도 안 했잖아. 난 진짜로 싫은 건 아니라서 그랬던 건데...
(민망할 정도로 쏟아지는 시선에 등을 살짝 만 채로 두 손을 모아서 꼼지락거린다) 네 마음이 얼마나 되는지 네가 아니니까 확신할 수는 없지만... 얼마나 진심인지 아니까 대충 떠밀리듯 대답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횡설수설) 나, 난...! 이런 건 마음의 크기도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내가 널 많이 힘들게 한 것 같아서 미안해... 나는 네가, '뭐라고 표현을 해야 좋을지...'
무지 비싼 포장지까지 둘러서 주는 마음을... 포장도 안 하고 대충 던져서 돌려주기는 싫어...
릭사엘:(끊임없이 쏟아지는 네 말을 한 단어 한 단어 곱씹다, 심장이 뛰는 소리에 낯을 다시금 새빨갛게 물들이며) ...그러면, 어떻게 해야 "좋다"로 넘어갈 수 있는지... 네가 직접 알려줘.
(어깨를 둥글게 만 네 상체를 향해 상체를 마주 숙이며 네 뺨에 제 뺨을 맞대고는 작게 속삭이듯) ...그렇게 해주면 안 돼?
릭사엘:(네 귓가에 입술을 붙이고 떨리는 숨결을 가느다랗게 내보내며) ...릭스라고 불러주기로 했잖아. 유스.
유스텐:(뺨이 발갛게 달아오른 줄도 모르고 작게 입술을 움찔거린다) 릭사ㅇ, ... 릭, 릭스...
릭사엘:(네가 제 애칭을 불러주는 목소리에, 아득한 시야가 비로소 걷힌 것처럼 눈꺼풀이 잘게 떨린다. 네 몸을 가득 끌어안고 싶은 충동이 걷잡을 수 없이 차올라 숨이 조금 탁해진다. 네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순간이 올 거라고 생각지 못했는데도 입술이 먼저 열리고 속삭임을 뱉어낸다) ... 네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어쩔 줄을 모르겠어. 유스.
입 맞추고 싶어.
...날 밀어낼 거야?
유스텐:어? (갑작스런 물음에 동공이 이리저리 흔들린다.) '내가 혹시 "네가 좋아." 라고 대답했나?'
릭사엘:(네 뺨에 대고 있던 얼굴을 떨어뜨리며 네 턱을 부드럽게 짚고,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3까지 셀게. 밀어낼 거면 그전에 밀어내.
3.
2.
유스텐:'사, 삼 초를 준다고? 이렇게 갑자기???' (심장이 고장난 것처럼 쨍하게 아려온다. 3초라는 시간은 치사할 정도로 짧은 거 아닌가. 하지만 지금 순간만큼은 굉장히 긴 것 같은 착각이 들어서,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네 눈을 똑바로 마주본다. ... 그동안 제대로 마주치기도 힘들었는데 어째서 지금은 계속 들여다보게 되는 걸까. 내가 이걸 싫어할까? 지금 내 표정은... 어떻지?)
...제로.
타임오버를 알리는 목소리가 울리는 짧은 순간이
릭사엘이 움직이고 있는지도 분간이 되지 않습니다.
당신의 턱을 그러쥔 손이 부드럽게 그 끝을 당기고
다가온 손이 당신의 옆구리를 부드럽게 끌어당기고
감긴 그의 눈꺼풀은 설렘을 담아낸듯 잘게 떨립니다.
차오르는 두근거림 속에서 눈이 뒤늦게 질끈 감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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