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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인 런던
영국 여행을 가기로 한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서두르느라 정신은 없었지만 어찌저찌 크리스마스 선물을 완성했네요.
유스텐:손놀림| 기준치: | 60/30/12 |
| 굴림: | 39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음... 자세히 보면 군데군데 올이 튀고 엉성하지만
대충 보면 그래도 적당히 두르고 다닐만한 목도리네요.
유스텐:손놀림| 기준치: | 60/30/12 |
| 굴림: | 98 |
| 판정결과: | 실패 |
슥슥, 포장지 스치는 소리와 함께 손을 움직이자
곧 당신이 몰래 준비해뒀던 크리스마스 포장지 속으로
목도리가 예쁘게 접히고 말려 쏙 들어가야... 하는데?
이를 어쩌죠, 신전 사람들 모르게 구해온 거라 하나뿐인데...
그래도 일단 리본을 묶어주면 예쁘겠지...라는 생각에 리본을 묶으면
쓰레기를 예쁘게 붉은 리본으로 장식한 것 같습니다.
유스텐:어... 어쩌지? 지금이라도 풀고 다시 해야 하나?
풀고 다시 하자...
유스텐:손놀림| 기준치: | 60/30/12 |
| 굴림: | 83 |
| 판정결과: | 실패 |
다시 포장했더니 아주 쭈글쭈글하다는 점이지만요...
크리스마스 특유의 체크무늬는 제대로 보이지도 않고
그, 그래도! 내용물은 제대로 들어있으니까!
음... 그래도 색은 크리스마스 색이니 괜찮겠죠?
리본이 달려 있으니 쓰레기로 오인하지 않을 겁니다.
유스텐:운| 기준치: | 50/25/10 |
| 굴림: | 45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예전에 당신이 다이어리를 작성할 때 릭사엘이 챙겨줬던 그것이네요.
유스텐:(토끼 스티커와 하트 스티커를 조잡하게 덕지덕지 붙여둔다)
그렇게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이고 들어올리면...
처음보다는 낫긴 한데 여전히 조잡한 느낌은 어쩔 수가 없네요.
그래도 내용물은 멀쩡하니, 릭사엘이 좋아하겠죠!
유스텐:쓰레기처럼은 안 보이게 했으니 괜찮겠지?
근데 이걸 릭스 몰래 어떻게 가져간다...
일단 지금은 누가 봐도 선물(?)이 들은 것처럼 생겼으니까 상자에 넣어서 이중 포장을 해야겠다.
당신은 근처의 남은 상자를 찾아 선물을 쏙 집어넣습니다.
다행히 크기가 얼추 맞아서 부피가 크지 않네요.
당신은 선물이 잘 보이지 않게 캐리어 안에 넣고는,
유스텐:(구석진 곳에 상자를 잠시 보관하고 종종걸음으로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왔어요?
당신이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조금은 피곤해보이는 릭사엘이
그리고는 당신이 층계를 내려오자 부드럽게 웃으며 손을 뻗네요.
릭사엘:아, 일을 하고 와서 그렇지. 괜찮아. (너를 살며시 끌어당겨 안는다)
유스텐:(걱정스런 투로) 평소보다 더 힘들어 보여요. 여행 갈 수 있겠어요?
릭사엘:가야지, 그럼. 서둘러서 왔는데. (다정하게 네 정수리에 뺨을 비비고 웃는다)
당신이 그렇게 걱정스럽게 릭사엘의 품에 안겨 위를 올려다보면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섬뜩한 비린내가 옅게 납니다.
...아무래도, 의식을 집전하고 돌아온 모양이네요.
제 입으로 의식을 하러 간다고 말한 적이 없었죠.
유스텐:(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올려다본다) ...
릭사엘:...? 왜 그래, 여보? 속이 안 좋아?
유스텐:'의식은 분명... 누군가는 주기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겠지. 내게 더이상 의식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내가 관둔 이후로 쭉 - 릭스가 의식을 진행했을 거고.'
(고개를 푹 숙이며) '행복에 젖어서 그동안 의식에 대해 전혀 생각을 안 하고 있었어... 바보 유스텐. 릭스가 의식을 진행하는 모습도 전부 봤으면서 멍청하게 아무것도 모르고 혼자 태평하게 지내다니.'
릭사엘:(한참이나 말 없는 네 표정을 살피며) 괜찮아? 표정이 안 좋은데.
유스텐:(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고민한다) '지금이라도 의식을 하지 않으면 안되냐는 건 말도 안되겠지. 여기 사람들은 릭스가 제공해주는 의식주만 기대하는 게 아니니까... 그렇다고 릭스를 대신해서 내가 의식을 할 수 있을까?'
릭사엘:(네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네 심각한 표정에 되레 걱정하기 시작한다) 나 없는 동안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괜찮으니 얘기해봐.
유스텐:'릭스도 일부러 숨기는데 그저 모든 걸 모르는 척 묻어두는 게 옳은 것일까?' ... ... 왜,
그동안 의식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어요?
릭사엘:(잠시 아무 말도 않고 입술을 다물고 있다가) ... 오늘은 티가 나? 급하게 다녀와서 그런가.
유스텐:(슬픈 듯 속눈썹을 반쯤 내리깔며) 말 돌리지 말고.
릭사엘:... 알면, 이렇게 걱정할까 싶어 그랬지. (네 부드러운 뺨에 손바닥을 대고, 살며시 주무르며) 괜찮아, 그대 없을 때도 늘 하던 일이니.
유스텐:...기억을 잃기 전엔, 내가 일주일만 의식을 하면 그 후엔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었죠. 그게 나와 당신이 나눠야 할 역할을 전부 도맡겠다는 건줄 몰랐어요.
릭사엘:(잠시 주춤거리다가) ...도맡기는. 이게 원래 내 할일인데. 그대가 진행했던 의식은 신부로 거듭나기 위한 통과 의례이고. 이후에 내가 진행하는 의식에 그대 책임은 없어.
기억을 잃기 전의 당신이 전부 설명했다고 해도, 누가 봐도 둘이서 번갈아 의식을 해야 할 일을 당신 혼자 하고 있는 건데...
릭사엘:...아니. 원래 내 일이지, 그대 일이 아니야.
(네 이마에 작게 입술을 찍으며) 그러니 걱정은 그만. 오늘 여행가는 날이잖아. 준비하고 바로 나가야지.
유스텐:그치만 당신이 이렇게 고생하는데 내가 어떻게...
(고개를 푹 떨구며) ... 미안해요. 대신 의식을 하겠다고 말하면 되는데 걱정되느니 안 하면 안되냐느니 같은 생각밖에 못해서.
릭사엘:무슨 소리야. 나도 그대가 날 대신하는 걸 원치 않는데. (괜스레 생각이 많아진 너를 보니 그저 안타까우면서도, 다음부터는 더 철저하게 티를 내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네 입술에 짧게 입술을 맞췄다 뗀다)
뽀뽀 받고 싶어서 서둘러 왔더니, 뽀뽀가 날아가게 생겼네.
유스텐:(삐죽) 지금 마음 편히 뽀뽀하게 생겼어요?
나빠요. 일부러 나한테 숨기기나 하고.
릭사엘:(뻔뻔) 그래도 뽀뽀는 해줘야지. 내 삶의 활력소인데.
유스텐:(고개를 휙 돌리며) 싫어요. 괘씸죄로 나가기 전까지 안 해줄 거예요.
릭사엘:뭘 괘씸죄까지. (네 뺨을 붙잡고 두어번 입맞췄다 떼며) 그대가 안 해주면 내가 하지.
릭사엘:흠- (네 쏙 들어간 입술을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고민하다가, 네 입술 양옆을 엄지로 꾹 눌러 입술을 쏙 빼내고는 마저 뽀뽀한다)
유스텐:으으으응... (고개를 요리조리 돌리며 뽀뽀를 피하려다가) 왜 순순히 벌을 안 받는 거예요?
릭사엘:나 벌 받을 짓 안 했어. (고개를 휙 돌려버린 너를 내려다보다가, 장난스럽게 귓불을 쪽 빤다)
유스텐:힉! (이를 드러내며 눈을 잔뜩 구긴 채 노려본다) 릭스!!
릭사엘:(그제야 저를 똑바로 바라보는 네 입술을 살며시 머금고, 아랫입술과 윗입술을 번갈아 쪽 빨았다가 떨어진다) 응. 불렀어, 내 사랑?
유스텐:'씨이... 화내려고 했는데 왜 입꼬리가 올라가는 거냐고!' ...
(툴툴) 욕심쟁이... 뻔뻔함의 극치...
릭사엘:그래서 미워? 아닐 텐데. (귀여워... 쪽쪽)
유스텐:(슬금슬금 주책맞게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꾹꾹 내리려 애쓴다) 몰라요... 미워하려고 노력할 거예요.
릭사엘:그렇다는 건 안 밉다는 거네. (쪽쪽) 사랑해, 유스.
릭사엘:(사랑스럽긴... 너를 부드럽게 안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엉덩이를 토닥여준다) 이제 옷만 갈아입고 나가볼까?
릭사엘:(어쩐지 품에서 꼼지락거리는 것 같은 너를 다정하게 안고, 드레스룸으로 건너간다)
당신은 드레스룸에서 함께 릭사엘과 외출 준비를 합니다.
따뜻한 스웨터에 외투, 목도리, 장갑까지 릭사엘의 손길을 따라
꽁꽁 싸매어지다보면 실내라서 그런지 살짝 더운 감이 몰려옵니다.
유스텐:언제까지 입히려고 그래요? 이러다 걷는 것도 뒤뚱거리게 생겼어요.
릭사엘:(순간 네가 뒤뚱거리며 걷는 것을 상상하고는, 피식피식 웃는다. 너무 귀여울 것 같은데... 아, 보고 싶은데 참아야겠지) 따뜻하게 입어야 장거리 여행을 다녀오지.
유스텐:그치만 너무 뚠뚠하게 입으면 걸을 수도 없을 거라고요... 릭사엘:알았어, 그럼 이 정도만. (네 옷을 살펴보다가 머리 위에 귀여운 털모자까지 꾹 씌운다)
유스텐:누가 보면 에베레스트 가는 사람으로 착각하는 거 아니에요?
릭사엘:(외투 자락을 집어 네 배를 꽁꽁 감싸다가, 슬쩍 들어올려주며) 설마. 등산복도 아닌데.
걱정은 말고, 슬슬 내 옷도 골라주겠어? 뭘 입을지 고민이네.
유스텐:(순간적으로 무게가 가벼워지자 만족스럽게 몸이 늘어진다) 흐으으... '가벼워서 좋다...'
(퍼뜩) 입을 옷 골라달라고요? 어...
(양털로 된 옷을 들어올리며) 이거...?
릭사엘:(양털이 뽀글뽀글한 외투를 보며) ...? 이거, 그대 옷이야.
당신한테도 귀여운 옷 좀 입혀보고 싶었는데.
아니! 가만...
왜 귀엽다 싶은 옷은 죄다 내 옷인 거예요?
릭사엘:그건 사제들에게 따지지. 예레미야와 샤를롯이 주로 골라왔다. (귀여운 옷으로 사오라고 지시한 사람은 본인이면서 쏙 빠져나간다) 유스텐:으으! 나중에 한소리 해야겠어요. 남편에게도 귀여운 옷을 입히게 준비해달라고!
릭사엘:...내 키에 맞는 귀여운 옷은 없을 것 같다만. 성역에 당신 전용 의상실이 있잖아요!
(의기양양하게 어깨를 으쓱인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 몇 개를 의상실에 보여줄 거예요.
릭사엘:음... (괜찮으려나, 교주의 위엄이 떨어지진 않을지. 그래도 네가 이렇게 신나하니...)
그래, 과하지만 않으면.
유스텐:과한 기준이 뭔데요? 내 옷장에 있는 거랑 비슷한 것도 안돼요?
릭사엘:그대가 고른 이 양털 옷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아.
(양털 옷을 팔랑이며) 당신이랑 커플룩 입어보고 싶어요!
유스텐:(흰색 셔츠에 남색 넥타이, 스트라이프 패턴이 있는 베스트와 검은색의 모직 코트를 건네준다) 이거랑, 이거, 또 이거- 이렇게!
릭사엘:오, 제법 쉽게 고르네. 마음에 들어. (네가 건네준 옷들을 건네받고 입고 있던 옷을 벗는다)
유스텐:'그야 인간일 적의 당신이 입었던 옷을 떠올리며 고른 거니까...' 그냥! 이게 제일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릭사엘:그래? 내 사랑은 패션 감각도 좋네. (작게 웃으며 탈의를 마치고, 셔츠부터 꿰어 입는다)
릭사엘:귀엽긴... (마저 속옷과 바지도 입고는, 모직 코트까지 깔끔하게 걸친 뒤 가볍게 머리를 쓸어올린다) 어때. 잘 어울려?
유스텐:와... '이거다, 이거! 박물관 가는 날 입었던 그 느낌 그대로야!' (두 손을 감싸쥐어 가슴에 댄 채 감탄한다) 너무 잘 어울려요! 완전 영국 신사 같아요!
음... 머리 스타일이 조금 아쉬운데-
'난 남의 머리 손질하는 건 모르는데 이걸 어쩐다...'
릭사엘:그래? 어떤 스타일이 좋을 것 같은지 추천해줘. 내가 만져볼게.
전부 다 스타일리스트 분들이 해주시는 건줄 알았어요...
당신은 항상 같은 머리만 하고 사니깐...
'인간일 적에는 전부 혼자 했다지만 그걸 아직까지 기억할 거란 생각도 안해봤고... 오래전부터 마사지부터 목욕까지 전부 다 시중받았던 사람인걸!'
릭사엘:교주가 된 이후로 내가 직접 만진 적은 손에 꼽지만, 어떻게 하는지는 아니 할 수 있지.
유스텐:그렇구나. 맨 처음 만났을 때보다 머리 길이도 짧아졌으니 앞머리만 조금 올려볼래요?
릭사엘:(결혼식 사진처럼 하면 되려나. 드레스룸 거울 앞으로 향해 가볍게 왁스를 손에 바르고 머리를 포마드 식으로 가볍게 넘긴 뒤 고정한다) 이 정도면 돼?
이대로 밖에 나가면 어느 누구도 교단의 교주님이나 유부남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릭사엘:이런, 유부남이라고도 생각을 안 하면 큰일인데. (가볍게 손을 닦아내고 네게 다가가 쪽 입맞춘다)
유스텐:왜요? 좋은 거 아니에요? 유부남인 거 티나는 것보단.
릭사엘:난 그대 것인 게 항상 티나고 싶어서. (작게 웃고는 수납장으로 다가가 양말과 구두까지 꿰어 신고는, 네게 손을 내민다) 짐은 사제들이 다 옮겼을 테니 우리도 슬슬 갈까.
릭사엘:(사랑스러워... 손깍지를 꼭 끼며) 응.
그때도 딱 이 삼림을 거쳐, 탁 트인 비행장으로 왔었죠.
그때는 한여름이었고, 지금은 한겨울이어서 그런지
릭사엘은 당신의 복부를 부드럽게 감싸고 귓가에 입을 맞춥니다.
당신들이 탄 검은 리무진은 별도의 전용기 터미널로 향하고
조용한 청명함 속에서 차량이 활주로 끝에 멈춰서면
당신들을 안내하며 전용기 계단 앞에 세웁니다.
계단 아래에서 승무원이 정중히 고개를 숙입니다.
릭사엘은 그런 이들을 뒤로 하고 당신의 허리에 손을 얹은 뒤
하얀 금속 계단 위로, 한겨울 낮의 투명한 햇살이 번집니다.
고급 원목과 라이트 베이지 톤으로 맞추어진 인테리어에서
푹신한 리클라이너 소파와 연한 조명이 당신들을 맞습니다.
릭사엘:(리클라이너 소파를 적당히 조절하고는 너부터 천천히 앉히며) 의자 각도 괜찮아?
유스텐:괜찮아요. 비행기 안에 다른 승객은 없으니까 기분이 이상해요. 아직 두 번째 비행이라 그런가?
릭사엘:(작게 웃으며 네 외투를 불편하지 않게 벗겨주고, 안전벨트를 채워주며) 익숙해져, 여보. 그대가 여행을 좋아하니 이 전용기도 앞으로 계속 탈 것 아니야.
유스텐:그치만 내가 좋아한다고 해서 당신이 항상 시간이 나는 건 아니잖아요.
아니면 나 혼자 가도 돼요?
릭사엘:...장난꾸러기. (네 뺨을 살짝 잡아당기고는, 상체를 숙여 쪽 뽀뽀한다)
유스텐:남편 없이 혼자 어떻게 무슨 재미로 가요? 당신도 내키지 않으면서.
릭사엘:그건 그렇지. 그대 없는 동안 나 혼자 어떻게 시간을 보내. 보고 싶어서 혼날걸.
유스텐:그 말은 마치 나 혼자 어디든 가버리면 공간이라도 갈라서 따라오겠다는 뜻으로 들리는걸요?
유스텐:교주님이 이렇게 분리불안이면 어떡해요?
릭사엘:어떡하기는. 그대를 내 곁에만 붙들어둘 심산이지.
유스텐:나 없이 100년 넘는 세월은 어떻게 버틴 거람-
유스텐:하하! 농담도! 전부 잊어버리고 있었으면서!
릭사엘:어쩌면 무의식 중에 기억은 했던지도 모르지. 신께서 점지해주신 신부만 맞겠다는 맹세를 지키는 건, 이 교단에서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거든.
유스텐:그래요? 난 당신이 굉장히 신실한 사람이라 의문을 가질 필요도 없이 순순히 따라야 한다고 믿었다 생각했는데.
릭사엘:교단의 신께서는 고통뿐만 아니라 쾌락을 통한 신앙심 또한 중요시 여기시건만, 내가 그럴 리가.
릭사엘:난 그다지 신실하지도 않을 뿐더러, 신실하다 한들 정조를 사수할 이유가 없었다는 얘기지.
유스텐:(눈을 크게 뜨며) 초기 교주 시절이면 이해가 가지만... 지금까지도 신실하지 않을 줄은 몰랐어요. 내가 여길 처음 왔을 때는 의심을 품을 필요도 없고 전부 신의 뜻이라고만 설명했으니까요. 정조...는 ... 어려워요? 아쉬워요?
릭사엘:(황당하게 들리는 말에 그저 웃으며) 그럴 리가 있나. 그대 만나려고 기다린 게 분명하다는데도.
유스텐:그럼 만약 내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어땠을 것 같아요? 결혼이라든가- 정조라든가-
릭사엘:너무 당연한 걸 묻는데. 결혼 안 했겠지. 정조는 내가 기본적으로 성에 탐닉하는 편이 아니니 딱히 의도하지 않아도 지켰을 테고.
유스텐:그래도 세리온 같은 유능한 사람이 나타났다면 주변에서 또 결혼이나 합방을 원했을지도 모르잖아요.
유스텐:뭐야, 나 말고 다른 신부가 나타난다면요?!
차라리 교주직을 내려놓고 말지. (쪽쪽)
릭사엘:흠... 어차피 그대를 보면 금방 다시 사랑에 빠질 텐데. 다른 이가 눈에나 차겠어?
유스텐:그건... '확실히, 나보다 더 뛰어나고 미인인 사람들은 많이 만나본 것 같은데 그런 쪽의 감정은 전혀 못 느꼈다 했지.' 그렇죠...
릭사엘:(네 정수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귓가에 입술을 붙이고 속삭인다) 내 몸도 마음도 다 그대 것인데, 걱정이나 하고. 오늘도 내 사랑은 걱정꾸러기네.
유스텐:그, 그거야...! 지금은 당신이 내 거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긴 했지만... 여전히 왜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나였는지, 왜 더 좋은 조건의 사람들은 그렇고 그런 감정이 어떻게 하나도 없었을 수가 있는지 신기한걸요...
릭사엘:(귓바퀴에 살짝 숨을 불어넣으며) 신기하기는. 난 순리처럼 당연하기만 한데. 그대를 사랑하는 게.
유스텐:(움찔-) ... 당신은 순리나 운명 같은 건 별로 안 믿을 줄 알았는데.
유스텐:낭만주의자에 로맨티스트 교주님이라니. 남들이 보면 놀라겠어요.
릭사엘:뻔뻔함은 남편의 소양이지. (헛소리를 하며 네 귓불을 쪽 빨았다 뗀다)
유스텐:여긴 성역 밖인데 남편이 가만 있질 못하네요.
(쪽) 사랑하더니 많이 변했어요, 당신.
유스텐:당연히 좋은 쪽이죠. 원래도 매력적이라 남들이 탐낼까 걱정했는데 사랑스럽고 귀여워지기까지 했으니 하루도 걱정을 안 할 날이 없어졌어요.
릭사엘:(사랑스럽고 귀엽다는 게 대체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다만...) 난 그대 앞에서만 그러잖아. 남들 앞에서는 여전하지.
유스텐:알아요. 내 앞에선 헤실헤실 웃다가 예레미야가 나타나니까 갑자기 얼굴이 딱딱해졌잖아요.
아- 가끔은 나 없을 때의 당신 모습을 몰래 구경하고 싶어요.
릭사엘:...아마 나에 대한 그대 첫인상과 다르지는 않을 듯한데.
유스텐:처음이야 뭐... 그땐 당신을 잘 몰랐으니까 무서웠지만, 지금은 아니잖아요. 저도 가끔은 남들이 보는 위엄 넘치는 교주님이 궁금하달까요? 매일 내 앞에서는 눈에서 꿀을 뚝뚝 떨구다가 밖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남편이라니! 재밌잖아요.
릭사엘:흠... 가능할지 모르겠어. 그대만 보면 표정이 풀려서.
유스텐:(쪽) 그럼 불시에 몰래 보러 가야겠다.
릭사엘:(피식) 그래. 그대 얼굴 한 번 더 볼 수만 있으면 그 정도야.
기체의 엔진이 서서히 동력을 올리며 낮게 울리기 시작합니다.
창밖에는 이전과 같이 붉은 유도로 불빛들이 보이고
기체가 천천히, 그러나 흔들림 없이 활주로를 따라 나아가기 시작합니다.
주변 풍경이 창밖을 스쳐가는 속도가 점차 올라가고
몸이 리클라이너 소파 등받이로 조금씩 밀리는 감각과 함께
비행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공중으로 부상하기 시작합니다.
대서양을 건너온 전용기가 구름층을 뚫고 내려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의 저녁은 이미 조금 어둑해져 있습니다.
저 멀리 상록수가 펼쳐진 초록빛 숲과 정돈된 활주로가
그 빛 속에서 눈송이들은 은가루처럼 반짝입니다.
기체는 마지막 각도를 잡으며 랜딩 준비를 합니다.
점차 엔진이 낮게 울리고, 동체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사이
혹여 문제라도 생길까 릭사엘의 손을 꾹 잡으면
가벼운 충격 뒤로 타이어가 아스팔트를 스치는 소리가 들리고
전용기는 활주로를 벗어나 곧바로 분리된 유도로로 들어섭니다.
유리로 된 낮은 FBO 건물이 차분하게 서 있고,
엔진이 완전히 멎자 기내는 갑자기 고요해집니다.
7시간의 긴 비행 끝에 드디어 도착했네요...
이제는 완전히 다른 대륙 위에 놓여 있습니다.
릭사엘:(주변의 안전을 살펴보다가 네 안전 벨트를 조심스럽게 풀어주며) 도착했네. 몸은 괜찮아?
유스텐:(아직 졸린 눈을 꿈뻑거리며) 으, 응? 벌써 도착했어요? 아이들이 잘못되면 어쩌나 조금 걱정했는데 임신 안 했을 때랑 딱히 별 차이가 없어서 놀랐어요.
릭사엘:의원도 괜찮다고 했으니까.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네 몸을 부드럽게 일으킨다) 지체 없이 내릴까. 시간이 벌써 저녁인지라, 사전 예약한 레스토랑 셰프 코스에 늦겠어.
유스텐:우응... (정신이 아직 다 돌아오지 않아 웅얼거린다) 이대로 순간이동하고 싶어요...
릭사엘:그래, 그럼 일단 수속만 밟고. 그 이후엔 그냥 이동하지. (잠기운에 취한 네 팔을 들어다 외투와 방한용품을 다시 꼼꼼히 둘러주고는, 네 몸을 부드럽게 안고 들어올린다. 그리곤 네 몸을 제 품에 툭 기대며 등을 토닥여주며) 조금 더 자고 있어. 유스텐:괜찮아요? 밖에 우리만 있는 게 아닐텐데... 계속 들고 있기에 당신도 무거울 거고.
릭사엘:안 무거워. 깃털 같아. (걱정이 많아 더 사랑스럽기만 한 네 코끝에 쪽 뽀뽀하고는 천천히 밖으로 나간다)
'Merry Christmas'라고 영국식 억양으로 인사를 합니다.
릭사엘이 잠시 당신을 품에 안은 채 서 있으면
릭사엘:(그 모습을 바라보며 이미 대기되어 있는 차량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며) 배가 고프진 않아, 내 사랑?
유스텐:(도리도리) 아직은요. 앉아만 있었어서 그런가?
고향에 온 기분은 어때요?
릭사엘:글쎄... 아직은 모르겠어. 너무 많은 게 변해 있어서.
낮이 짧고 날씨가 흐린 건 그대로긴 하네. (작게 웃는다)
유스텐:당신이 엄청 설레는 반응을 보일 줄 알았는데. 미국이랑 다르게 여긴 발음부터 다르잖아요.
릭사엘:그런가... 난 영국에서 행복하게 지낸 기억이 없는 터라, 그 점은 조금 아쉽네. 그대와 함께 오니 기분이 묘하긴 해.
유스텐:(손을 꼭 잡고 웃으며 널 올려다본다) 그럼 이번 기회에 좋은 기억을 만들면 되죠! 종종 올까요?
릭사엘:(사랑스럽기는...) 그럴까. 그대와 함께 보내면 어디든 좋은 기억이 생기니.
유스텐:좋아요! 다음에 올 땐 넷이겠네요. 아이들도 있으니까요.
릭사엘:이것 참, 다음에 올 때는 정말 북적거리겠네.
(조심스럽게 차량 문을 열고 너부터 안전하게 탑승시키고는 옆에 탑승하며) 크리스마스 이브는 짧고, 저들은 알아서 우리 행방을 처리해줄 테니 이만 이동할까. 원래는 차량으로 이동하고 식사부터 시킬 생각이었다만, 공간 이동을 할 거라면 크리스마스 이브는 짧으니 식전에 런던 시내를 둘러보는 게 낫겠어.
릭사엘:괜찮아, 교통 수단을 이용한 이동보다 피로도가 쌓이긴 하지만 내일부터 휴식할 테니 걱정 없어.
유스텐:원래도 바빠서 잠도 많이 안 자는 사람이...
'피로가 풀리게 하는 법이 뭐가 있지?'
릭사엘:(작게 웃으며) 이 시간이면 사우스뱅크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한창일 텐데, 템즈 강 둘러보며 데이트나 할까. 어때, 그대가 좋다고만 한다면 바로 가고.
유스텐:(피식) 이걸 어떻게 "좋다"는 말 외에 다른 말을 할 수 있겠어요? 당연히 좋죠.
릭사엘:나도 좋아. 가자. (조용히 존재감을 지우는 주술을 걸고는, 차량 내부의 공간을 단번에 갈라 너를 데리고 이동한다)
자세를 조금 펴고 갈라진 공간을 들어서 바로 넘어갑니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보이는 것은 천천히 부유하듯 떠다니는 눈송이와
도시의 불빛을 길게 늘여 반사하는 템즈 강의 잔물결,
강변을 따라 이어진 나무로 만든 마켓 부스들이
강의 물결은 흔들릴 때마다 빛을 함께 부서뜨리고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트리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짙은 초록빛을 뽐내는 전나무에 붉은 리본과 금빛 오너먼트가 매달려 있고
멀리에서 런던 아이가 조명에 물든 채 천천히 돌아가고
그 원형 실루엣이 완전한 런던의 풍경처럼 또렷하게 서 있습니다.
사람들은 두툼한 코트를 입고 팔짱을 끼고 걷습니다.
숨을 가볍게 내쉬면 입김이 하얗게 부풀어오릅니다.
유스텐:우와... 이런 말 진짜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정말 크리스마스 같아요.
릭사엘:당연하지, 크리스마스잖아. (혹여 네 배가 무거울까봐 뒤에서 허리를 숙여 들어준다) 어디부터 갈까?
유스텐:으앗! 리, 릭스... 여긴 밖인데 이런 자세는...
릭사엘:괜찮아, 존재감 지우는 주술을 미리 걸어뒀으니. 공간 이동을 할 때 그 모습을 누가 보기라도 하면 안 되잖아.
유스텐:그건 그렇지만... '미, 민망해...!'
릭사엘:(볼록 올라온 네 배가 너무도 사랑스러워서 보물단지처럼 문지른다) 어디부터 가고 싶어. 얘기를 아직 안 해줬잖아.
도시는 어둡지만 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황홀합니다.
건물 외벽마다 은색과 금색 조명이 층층이 감겨 있고
창문 안쪽마다 작은 트리와 촛불이 흔들립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특유의 들뜬 숨결로 가득합니다.
부츠가 젖은 돌바닥을 밟으며 사각사각 소리를 냅니다.
그렇게 조금 걷다 보면 광장 중앙에 세워진 거대한 트리가
붉은 리본과 금색 방울, 은색 종들이 은은히 걸린 채로
트리가 가장 잘 보이는 쪽으로 당신을 이끕니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 하는 손길이 다정합니다.
당신은 잠시 말을 잊은 채 고개를 들어 트리를 올려다봅니다.
주변에서는 어린 아이들이 웃음 소리를 내며 뛰어다니고
캐럴이 또렷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 연인들이 카메라 버튼을 누르는 소리,
사람들이 코트에 앉은 눈송이를 털어내는 소리들이 섞여 들립니다.
릭사엘:(뒤에서 부드럽게 너를 안으며) 분위기 좋네.
트리가 엄청 커요.
릭스는 트리 좋아해요?
릭사엘:(이단의 종교인데다가 좋은 기억이 없지만, 네 즐거움을 깨고 싶지 않아서) 예쁘다고 생각해.
(네 앙증맞은 뒤통수에 쪽쪽 입술을 눌렀다 뗀다)
유스텐:(가만히 트리를 빤히 바라보며 눈을 반짝인다) ... 나는 신을 믿진 않지만, 크리스마스가 참 좋아요. 이런 트리를 볼 수 있으니까요.
난롯불 앞에 앉아있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따뜻한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하나? 사람들 많은 건 여전히 별로 안 좋아하지만요.
릭사엘:그랬어? 사랑스럽기는. (혹여 네가 추위를 탈 세라 제 외투 품을 열어 너를 꼭 감싸고, 네 정수리 위에 뺨을 비빈다)
영국에 있는 동안 지낼 곳에 작은 크리스마스용 전나무를 준비해두라고 일렀어. 들어가기 전에 트리 오너먼트를 좀 사서, 직접 꾸밀까 했는데 그대 생각은 어때.
유스텐:'호텔에 전나무를? 그게 가능한가...? 릭스라면 항상 뭐든 말이 되도록 했으니 이번에도 그런 거겠지.' (밝게 웃으며) 너무 좋아요!
아, 근데 당신은 괜찮아요? 크리스마스는, 그러니까... 교리랑은 맞지 않는 행사잖아요. 나 때문에 괜히 무리할 필요는...
릭사엘:그대가 즐거워 하잖아. 나는 그대가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고. (고개를 숙여 네 부드러운 입술을 살며시 베어물었다 떨어진다)
유스텐:헉...! (화끈-) 리, 릭스! 아무리 주술을 걸었다지만 남들 다 지나가는데...!
릭사엘:괜찮아, 아무도 모를 테니. (조금 차가워진 네 말랑한 뺨을 부드럽게 손바닥으로 감싸고는 입술을 빈틈없이 맞물린다. 추위로 발긋해진 코끝이 닿고 숨결을 섞는 내내 속눈썹이 두근거림을 반영하든 살포시 떨린다)
유스텐:읏... (눈을 질끈 감으며 어지럽게 생각에 잠긴다) '이, 이거 맞나?? 아무도 모르는 거 맞아?! 이 사람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교주의 위엄이나 체통 같은 거 중시하는 사람 아니었나?? 설마 교단 내가 아니라고, 어차피 다 모르는 사람이라고 이러는 거야?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키스를 한다고??'
릭사엘:(그런 네 생각은 전혀 모르고 눈을 가늘게 떠 조명빛에 달큰하게 물든 네 얼굴을 바라보다가, 작게 웃음 소리를 흘리며 네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부드럽게 베어물고 뒷통수를 살며시 받친다. 혀끝을 조금 세워 네 앙증맞은 입술 사이를 갈라내자 천천히 숨이 달떠오르고 뺨이 발갛게 물든다)
유스텐:'혀까지 넣는다고?? 이 사람 어디까지 막나가는 거야? 이러다 나중에 옷까지 벗기는 거 아니야??' 흡, ...응... (고개가 절로 넘어가려는 걸 타이밍 좋게 네 손이 받쳐진다. 완고하게 너를 밀어내지도 못한 손이 민망함을 견디지 못해 바짝 오그라든다)
릭사엘:(너무 예뻐, 사랑스러워... 네 입술 사이를 헤쳐낸 혀로 둥글게 네 입천장을 간지럽히고 네 혀끝을 톡톡 두드리며 타액을 섞다가 살짝 더운 숨을 내쉬며 입술을 떨어뜨린다. 부끄러운 것인지 흥분한 것인지 알 수 없도록 붉게 물든데다, 자세는 엉거주춤한 너를 보자 저절로 미소가 입가에 피어오른다) 왜 그렇게 뻣뻣해졌어, 여보.
유스텐:(뺨을 붉힌 채 반쯤 얼빠진 얼굴로 숨을 고르다가) 하아...전부 당신 때문이잖아요.
릭사엘:(손을 뻗어 네 아랫입술을 엄지로 슬며시 아래로 눌러당기며) 난 그저 늘 하던대로 내 사랑과 입을 맞춘 것뿐인데.
유스텐:이러다가 옷까지 벗기는 거 아닌가 몰라요, 정말-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릭사엘:걱정 말래도. 아무도 안 본다니까. 물론 여기서 그대를 벗길 생각은 없지만.
유스텐:주술 효과가 대체 얼마나 되는 거예요? 인상이 흐릿한 정도일 거라 생각했어요.
릭사엘:무슨 짓을 해도 이목이 쏠리지 않을 정도는 되지. 우리가 먼저 남들에게 말을 걸 경우에도 인상이 흐릿하게 보이고.
유스텐:그정도의 효과라고요?! 그렇다는 건... 여기서 섹스를 해도 아무도 모른다는 거예요? (진짜로 할 생각은 없다)
릭사엘:내가 확인했던 바에 따르면 섹스를 해도 모르긴 할 거다. 문제는 사람들이 인지를 너무도 못하는 나머지 섹스하는 동안 몸이 툭툭 부딪힐 수도 있지.
유스텐:자, 잠깐만...! ㅎ, 확인을 했다고요?!
(네 어깨를 붙들며) 어떻게 확인을 한 건데요?!
내 얼굴이라면 점 위치 곳곳까지 알 신도들이 내가 대놓고 돌아다녀도 모르던데. 얼굴을 들이밀어도 못 알아보고. 그러니 어림잡아 짐작하건대 정말로 못 알아볼 거야.
유스텐:하아- 난 또, 확인했다는 말이랑 섹스를 같이 얘기해서 실제로 섹스에 대한 실험이라도 했나 했잖아요. 식겁했네...
릭사엘:...내가 그런 짓을 왜 해.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유스텐:당신이 직접 했을 거란 생각은 안했지만 누가 들어도 오해하기 좋았다고 생각해요...
릭사엘:참... (무어라 말을 하지 못하고 작게 한숨을 쉰다)
릭사엘:바보 같아서. (작게 웃으며 네 머리카락을 슥슥 쓸어준다)
유스텐:난 아주 잠깐이지만 되게 심각했다고요... (툴툴)
릭사엘:심각하기는. (네 손에 부드럽게 깍지를 끼고는 장갑 낀 손등에 부드럽게 입맞추며) 슬슬 마켓 구경을 가는 건 어때. 간식거리를 먹어도 좋고, 수공예품을 사도 좋고, 오너먼트를 사도 좋겠어.
조금 출출하니 간식부터 먹고 천천히 생각해볼까요?
릭사엘:좋지. (오랜만에 나왔으니 호칭을 조금 바꿔볼까) 가자, 자기야.
유스텐:(뻣뻣-) ㅈ, 자기라니... 오랜만에 듣네요.
릭사엘:오랜만에 들으니 어떤데? (깍지낀 손가락을 조금 움직여 네 손등을 살며시 간질인다)
유스텐:(고개를 휙 돌리며) 몰라요... 묻지 마요.
릭사엘:(귀여워... 네 돌아가버린 뺨을 슬그머니 찾아가 입술을 대었다 떼며) 우리 자기, 반응이 왜 그래.
릭사엘:어느 정도는 알지. 좋아서 그러는 거. 그래도 귀여우니 물어봤어.
유스텐:(잠깐 볼을 부풀리다가 너를 꼭 안고 품에 뺨을 비빈다) 좋아요. 여전히 설레고...
릭사엘:(네 등과 머리카락을 상냥하게 쓰다듬어주다가, 네 귀여움에 못 이겨 꼭 끌어안고는 정수리에 뽀뽀한다) 예뻐 죽겠어.
유스텐:(꿍얼...) 교주님이 아니라 완전 선수야...
릭사엘:사랑해, 유스. (네 정수리에 뺨을 비비며 수줍게 웃는다)
유스텐:보통 결혼한 사이는 서로가 너무 익숙해져서 설렘은 많이 줄어든다는데... (안은 채로 올려다보며) 역시 얼굴 때문인 걸까요?
유스텐:아, 아니이... 그런 뜻은 아니고...
그, 그렇게 말하면 내가 엄청 쓰레기 같잖아요.
릭사엘:내 얼굴을 너무 좋아하기에, 조금 심통이 나서.
유스텐:언제는 내 취향에 맞아서 다행이라는 것처럼 말했으면서...!
지금 본인 얼굴도 질투하는 거예요?!
릭사엘:...그건 아니다만 얼굴이 별로였으면 안 설렐 것처럼 들려서?
'얼굴이 엄청 못난 경우의 릭스라고? 어... 그건 전혀 생각해본 적 없는데. 내가 여전히 좋아할까? 무, 물론... 난 원래부터 엄청나게 얼굴을 따지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 아, 모르겠다. 이대로 솔직하게 말했다가는 백퍼센트 삐질 거야. 삐질 거라고!'
그, 그냥! 종합적으로 좋은 거죠!
다, 당신이 먼저 꼬셔놓고...! 왜!
릭사엘:...그대는 얼굴에서 다 티가 난대도.
내가 언제 꼬셨다고.
유스텐:막, 막 다정하게 대하고... 목소리도... 행동도... 전부 다...!
몸도 만져보라고 유혹도 했었잖아요...!
그럼 앞으로 얼굴 보지 마요?!
내가 얼굴만 보고 좋아했을 거라 생각하는 거예요?
릭사엘:...그런 건 아니지만 내 얼굴을 제일 좋아하는 건 맞는 것처럼 보이기에.
유스텐:그건 그냥... 좋아진 거에 가깝죠. 얼굴을 제일 중요하게 봤으면 여기 처음 왔을 때부터 거부하지도 않았을 거고...
전에도 말했잖아요. 내가 마음을 주지 않으려 했어도 마음이 갔던 이유는 당신이 내게 따뜻하게 대해줬기 때문이라고...
릭사엘:그건... 음... 기억하고 있지. (조금 기분이 풀려서 주춤주춤 너를 도로 끌어안는다)
유스텐:(미간을 찌푸리며) 얼굴에 대한 고민은 내가 제일 오래 했거든요? 원래도 내 이상형은 얼굴에 대한 건 딱히 없었단 말이에요. 정말 외적인 부분만 우선으로 보고 좋아했다면 왜 계속 마음이 가는 건지 고민하지도 않았을 거라고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들과 내가 사실은 같은 사람인 건 아닌지 내 나름대로 혼란스러웠을 건 몰라주고...
... (무슨 말을 더 할까 입술을 달싹이다가) 가요. 여기서 계속 이러고 있을 수도 없으니까.
릭사엘:(네가 그렇게 혼란스러워하는 기색은 느끼지 못했던 터라 당황스럽기 짝이 없지만 네가 자리를 피하고 싶어하는 듯 하니 일단은 이동하기로 한다) ...그래. (손을 도로 잡을까 싶어 팔을 내미려다가 네가 도리어 더 화를 낼까봐 엉거주춤 떨군다)
유스텐:(앞장서서 가는 내내 간식 노점은 눈에 안 들어오고 내내 뚱한 표정을 풀지 못한다) '바보. 바보 릭스... 항상 다 아는 것처럼 굴면서 진짜 중요한 건 몰라주고... 언제는 내가 피하려고 해도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서!'
릭사엘:(네가 혼자서 휘적휘적 걸어나가다가 혹여 누구랑 부딪히지나 않을까 싶어 안절부절하며 뒤따른다) 여보, 천천히 가. 그러다 부딪히겠어.
릭사엘:(왜 이리 고집을 부리는지. 잽싸게 다가가 네 손을 부드럽게 쥐고 당긴다) 조심해, 내 사랑. 걱정되잖아... 내가 잘못했어.
유스텐:(입술이 댓발 튀어나온 걸 감추지 못하고 눈을 반쯤 구긴다) 바---------보.
앞으로 당신 앞에선 눈 감고 있을 거예요.
릭사엘:...잘못했다. 그만 화 풀어. 응? (네 몸을 품에 부드럽게 끌어당겨 꼭 안으며 등을 토닥이며 작게 숨을 내뱉는다)
유스텐:... '릭스한테 무슨 죄가 있겠어. 처음 만났을 때의 일도 전부 잊어버렸는걸. 릭스라고 나를 전부 다 알 수 있는 것도 현실적으로 무리고...'
(작게 숨을 내쉬며) 당신은 잘못한 거 없어요. 그냥... 내가 믿음을 그만큼 주지 못했던 거겠죠.
릭사엘:... (불현듯 심장이 쿵 떨어지고 눈가가 습해진다) 아니야, 그대가 뭘 잘못했다고. 다 내 잘못이지.
유스텐:(네 뺨에 손을 얹으며 애써 웃는다) 왜 울고 그래요... 내가 말을 가볍게 해서 당신이 상처받은 건데.
릭사엘:(뺨에 올라온 네 손등에 제 손을 얹고 뺨을 살짝 비비며, 눈물을 훔쳐낸다) ...나도 모르겠어. 내가 왜 우는지.
릭사엘:...아니. 그대는 무결한데, 내가 한심해서. (부서질 것처럼 가느다랗게 웃으며 속눈썹을 느릿하게 깜빡거린다)
유스텐:(눈가를 쓸어주며) 왜 그런 생각을 하고 그래요. 난 당신이 한심하다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걸요?
릭사엘:(눈을 깜빡이며) ...방금까지 나보고 바보라고 조잘거렸으면서.
(슬쩍) 바라볼수록 보고 싶다는 뭐... 그런...
릭사엘:(어안이 벙벙할 정도의 황당한 소리에 머금던 눈물이 쏙 들어가더니, 아주 천천히 미묘하게 일그러진 웃음이 튀어나온다) 하하... 그게 뭐야...
유스텐:(삐질...) 별로예요? 너무 뻔한 거짓말이었나...
그, 그래도 틀린 말은 아니니까 거짓말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릭사엘:귀엽게 굴기나 하고... (방금까지도 우울했던 기운이 네 헛소리 하나로 순식간에 날아가는 게 신기하다고 느끼며, 너를 천천히 품에 그러안고 정수리에 쪽쪽 입술을 내린다)
...유스.
유스텐:'심각했다가 갑자기 말하려니까 왜 이렇게 민망하지?' 나, ... 나도... 하, 늘만큼 땅만큼... 사,
(입술을 꿈지럭거리더니 고개를 푹 숙인 채 찌끄만 목소리로) 사, ...사랑...
'아니, 이런 건 진심을 보이려면 역시 눈을 마주치는 게...' (뻣뻣하게 목을 굳힌 채 고개를 들어올린다. ) 사,랑...해요...
하늘만큼! (부끄러움을 못 견뎌 결국 고개를 다시 숙인다) ... 따, 땅만...큼...
릭사엘:(그런 너를 보며 짙게 웃음이 피어오르더니 막을 새도 없이 키득거리는 웃음 소리가 입가로 흘러나온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너를 어쩌면 좋지) 오늘은 부끄러운 유스가 됐네, 내 사랑?
유스텐:ㅇ, 왜 웃어요... 나는 진심을 전달하려고 한 건데.
릭사엘:너무 예뻐서... 귀여워, 사랑스러워. (솟구치는 벅차오름을 견디지 못하고 너를 품에 덥썩 안아들더니 엉덩이를 받치고 네 뺨에 입을 맞춘다)
난 적어도 오늘 하루 동안은 우리 사이가 되게 서먹할 거라 생각했는데...
릭사엘:그랬나? 기억이 안 나는데. (시치미 뚝)
릭사엘:내 사랑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내가 제 정신이 아니게 되는 일은 매일 있던 상황이라서 말이지. (쪽)
유스텐:아기 쥐들의 가장이 제정신이 아니면 어떡해요? 웃기는 사람이야.
릭사엘:(뻔뻔) 나이로 따지면 아기 쥐가 아니라 성년 쥐들이니, 알아서 독립해서 먹고 살겠지.
유스텐:매정해. 주인님에게 버려진 쥐들이라니... 릭사엘:어쩔 수 없지. 내 아내랑 내 새끼들이 한몸에 있는데, 다 큰 쥐들을 돌볼 새가 어딨어. (네 엉덩이를 단단히 받치고 네 상체를 제 품에 툭 기대게 한 뒤, 네 배를 슬쩍슬쩍 매만진다)
유스텐:(장난스럽게) 그럼 내가 버려진 쥐들을 주워다 키워야겠다.
릭사엘:그럼 그대 뱃속에 있는 내 아기토끼들은 어쩌고.
릭사엘:쥐들은 키우지 말고 하인으로 부리지. 키우기까지.
유스텐:하하, 그것 참... 신데렐라에서 나오는 쥐들이 떠오르는 말이네요.
어쨌든 나는 제정신이 아니니 그대가 제정신 아닌 날 거둬.
쥐들은 거두지 말고.
유스텐:왜 쥐들은 빼고 그래요? 듣는 쥐들 서럽게.
릭사엘:지금은 쥐가 없으니 괜찮지. 버려진 줄도 모를걸.
유스텐:쥐들은 제정신 아닌 남편을 엄-청 좋아하는 것 같은데.
릭사엘:뭐... 내게서 인간미를 보았다는 것처럼 쑥덕거리는 걸 듣기는 했지.
유스텐:(미소지으며) 다들 어떻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릭사엘:(픽 웃으며) ...다들 어떻게든 안 버려지려고 붙어있던데.
유스텐:그럼 곁에 잘 두고 있어요. 버려지면 슬프잖아요.
릭사엘:그럴 거야. 비록 난 그대를 보느라 제정신은 아니겠지만. (쪽)
유스텐:당신을 잘 모르던 때는... 성역의 사람들이 당신에게 너무 과한 의존을 하고, 당신이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수 없이 갇혀 산다는 느낌을 받았었어요.
지금 내 생각은 조금 달라요. ... 아마도 그분들은 당신의 교주적 면모만 보고 따르지는 않을 거예요. 위엄과 군주로서의 모습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건 알지만... 내가 당신에게서 인간적이고 선한 모습을 발견했듯이 다른 사람들도 분명히 그걸 알아봤을 거예요.
릭사엘:음... (왜 대화가 이쪽으로 튀었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내가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대 앞 한정인지라, 그것까진 잘 모르겠어. 내가 제공하는 의식주를 그저 받아먹는 이들도 많은데.
유스텐:몰라도 괜찮아요. 어쨌든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당신이 기억을 잃고, 감정을 잃었어도 과거로 가서 봤던 본질적인 모습은 남아있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릭사엘:(입술을 작게 움찔거리다가 떼며) ...내가 원해서 한 일이 아니라 한들 사람을 수없이 희생시킨 일이 사라지진 않아, 여보. 과거의 내 모습은... 너무 먼 옛날이고. 그대 앞이 아닌 자리에서는 도저히 말이 유하게 나오지도 않아.
유스텐:중요한 건 그 일에 대해 외면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게 인간적이라는 거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해서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잖아요.
(입술을 다물었다 떼며) 음- 데이트하러 왔는데 주제가 갑자기 너무 무거워졌다, 그쵸? 어쩌다 이렇게 됐지? 당신이 우울해보여서 나름대로 내 생각을 정리해서 위로하고 싶었는데 잘 안 됐던 것 같아요. 미안...
릭사엘:(네가 왜 갑자기 이런 화제를 꺼냈는지에 대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네 마음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라 가늘게 웃는다. 내가... 걱정되고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이란 걸, 내가 어떻게 모를까) ...미안하기는. 나는 늘... 그대에게 고마운 마음뿐이래도. (품에 안긴 네 엉덩이를 토닥이며) 괜찮아, 이제부터 쇼핑하면 되지. 먹고 싶은 걸 골라보는 게 어때. 난 그대가 뭐든 잘 먹는 모습을 보는 게 좋은지라.
유스텐:크레페 어때요? 과일이 주로 들어간 거라 다른 디저트만큼 많이 달지 않아서 당신 입맛에도 맞을 거예요.
릭사엘:(내 생각을 해주고, 귀엽다니까...) 좋아, 먹어보고 싶어.
유스텐:내가 맛있게 만들어달라고 부탁할게요! 어서 가요! (네 손을 꼭 잡고 크레페 가게로 간다)
릭사엘:(사랑스럽기는... 네 손에 깍지를 꼭 낀 채로 쪼르르 따라간다)
나무로 지어진 작은 푸드 스톨 앞에서 멈춰 섭니다.
유스텐:'맛있는 냄새...' 크레페는 먹어봤죠? 뭐 먹을래요?
릭사엘:음, (잠시 고민하다가 메뉴판 중앙을 툭 가리키며) 난 사과랑 시나몬.
유스텐:그럼 난 - 딸기맛은 아는 맛이니까... 레몬? 도전해보고 싶어요.
뭐 더 추가하고 싶은 건 없어요?
릭사엘:난 과하게 단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오리지널 그대로 먹을까 해.
(이번에도 레몬을 고르네. 귀여워라...) 휘핑 크림도 넣는 게 어때. 레몬 특유의 신맛을 중화해줄 거야.
유스텐:그럴까요? 너무 실까봐 걱정하고 있었는데! 고마워요.
마실 거는요? 따뜻한 커피?
유스텐:'음료 종류가 많진 않네.' 난- 핫초코로 마시려고요.
그럼 주문할게요?
릭사엘:응. (뒤에서 너를 부드럽게 끌어안고 네 부풀어오른 배를 애지중지 만지작거린다)
유스텐:'주술을 걸어도 주문은 할 수 있는 거겠지?' (가게 주인을 향해) 여기- 주문할게요.
(무의식 중에 메뉴판을 손으로 하나하나 가리키며) 사과 시나몬 크레페 하나랑, 레몬 슈가 크레페, 따뜻한 커피 한 잔 그리고 핫초코 한 잔 주시겠어요?
(잠시 망설이다가) ...마 ! ...맛있게 만들어주세요.
마치 갑자기 나타난 손님에 화들짝 놀란 것 같은 표정이네요.
이것저것 다양하게 속을 채우고 시나몬 파우더와 크림까지 돌돌 만 뒤
릭사엘이 계산을 대신 마치고 크레페와 음료를 받아들자
릭사엘:(계산을 마치고는, 혹여 네 손이 데일까봐 음료를 대신 들어주며) 맛있게 생겼네. 크레페 한 입씩 먹어봐.
유스텐:(냠냠...) ...! 생각보다 엄청 맛있는데요?!
(크레페를 내밀며) 먹어볼래요?
릭사엘:응. (작게 웃으며 고개를 숙여 네 손에 들린 크레페 끝을 한 입 먹고 우물우물 씹다가 삼키고는) 맛있어. 이런 경험도 색다르네.
유스텐:그쵸?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엄청 맛있어서 다행이에요.
나도 당신 거 먹어봐도 돼요?
릭사엘:(귀여워... 네 입에 크레페를 쏙 넣어준다)
유스텐:(잠깐 말없이 먹다가 꿀꺽 삼킨다) 이것도 맛있어요!
릭사엘:사랑스럽긴... 많이 먹어. 잘 먹는 게 예뻐, 그대는.
유스텐:나도 남편이 잘 먹는 모습 보고 싶은데...
릭사엘:당연히 나도 잘 먹어야지. (네 손에 들린 크레페를 한 입 더 훔쳐 먹는다)
(키득키득) 크레페 도둑이다!
릭사엘:이런, 들켜버렸네. 보상금을 대신 낼 테니 선처 부탁드립니다. (네 입가에 제 크레페를 쏙 내민다)
유스텐:흠흠! 자비로운 제가 특별히 선처해드리죠. (와앙- 하고 크게 크레페를 베어문다)
릭사엘:귀엽기는... (네가 가득 크레페를 우물거리는 모습을 자상하게 들여다보며, 입가에 묻은 설탕시럽을 닦아준다) 먹으면서 조금 둘러볼까. 트리 꾸밀 장식을 사야지.
(꿀꺽-) 영국 좋은데요? 아직 온지 반나절도 안됐는데 재밌어요.
릭사엘:그래? 영국은 재미없는 나라로 유명하지 않나 싶은데. 그대가 즐겁다니 나도 즐겁지만.
마켓 다 둘러본 뒤엔 런던 아이도 가볍게 탈까. 어때.
릭사엘:런던 명소인 대관람차. 야경을 보기 좋지.
(템즈 강 인근의 커다란 대관람차를 가리키며) 저거 말이야.
유스텐:아-! 저게 런던 아이구나. 우와... 실제로 탈 수 있는 거였다니.
릭사엘:다리를 넘어 강 건너편으로 가면 빅 벤도 있어. 그곳도 야경이 예쁘기로 유명하지.
유스텐:재미없는 나라 맞아요? 엄청 낭만적인 것들이 차고 넘치는 것 같은데.
릭사엘:오래된 도시인지라, 볼 거리는 많지. 놀 거리는 딱히 없지만.
유스텐:난 보는 걸 좋아하니 제게 딱 맞춤인 나라네요.
(활짝 웃으며) 그게 아니더라도 사랑하는 남편이 나고 자란 곳이라는데 싫어할 이유가 어딨겠어요?
릭사엘:말하는 건 또 왜 이리 예쁜지... (고개를 숙여 네 입술을 쪽 베어물었다 떼며) 레몬 맛이 많이 나네, 내 사랑.
유스텐:(혀를 빼꼼 내밀었다 다시 수줍게 집어넣고는) 그야 레몬 크레페를 먹었으니까요. 당신은 시나몬 향이 나요.
릭사엘:(사랑스럽기 그지없게 빼꼼 나왔다 들어가는 네 분홍빛 혀를 쫓아 시선을 옮기다가 피식 웃는다) ... 자꾸 그렇게 혀를 보여주면 또 먹고 싶어지잖아.
실내로 들어가면 먹여달라고 해야 하나.
유스텐:주술 걸어놨으니 굳이 실내까지 안 가도 되지 않아요? 아까 당신이 그랬잖아요. (쪽) 섹스를 해도 모를 거라고.
릭사엘:내 사랑이 신경을 쓰는 듯하여 그랬지. (쪽) 이젠 덜 부끄러워졌어?
유스텐:시간 지나니까 당당해졌어요. ...그래도 여기서 섹스는 안 할 거예요!
릭사엘:나도 여기선 안 해. 그대 예쁜 모습은 나만 봐야 하니까. (쪽쪽)
유스텐:볼 거리가 많은 나라라면서 왜 나만 보는 거예요? 고향이잖아요. 두근두근하란 말이에요. (민망해서 아무말이나 내뱉는다)
릭사엘:크리스마스 조명보다 내 사랑이 더 눈부신데, 내가 달리 뭘 보겠어.
유스텐:(아무렇지 않게 툭툭 내뱉는 달달한 말들에 귀끝까지 온통 얼굴이 새빨개진다.) 누가 영국 사람 아니랄까봐 정말...
릭사엘:어쩌겠어, 출신은 못 숨기는 거지. (쪽)
유스텐:그런 멘트는 대체 어디서 배워갖고 오는 거예요? 예레미야나 샤를롯 씨가 알려주신 거예요?
릭사엘:그저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건데. 이상한가?
유스텐:전혀요. 이상한 게 아니라... 으음...
기분 좋은데 부끄러워서...
그런 부끄러운 멘트를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건지 신기해요.
릭사엘:내 사랑에게 애정표현을 하는데 부끄러울 이유야 없지. (쪽) 내가 그대 것인 건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니까.
유스텐:이러니까 설레지 않을 틈이 없는 거라고요... 역시 "얼굴 때문인가" 라는 말은 틀린 추측이었어...
(눈을 질끈 감으며 너를 폭 안은 채 낑낑거리며 기어들어간다) 나는 진짜 외적인 건 전혀 중요하지 않은 사람인데... 게이도 아니고... 왜...왜 취향을 개조시켜서는... 갈수록 목소리도 좋고 귀엽고 다정하고... 으으...
릭사엘:(작게 키득거리며 그런 너를 부드럽게 꼭 끌어안고 정수리에 입맞추며 능청스럽게) 하긴, 내 매력이 고작 얼굴에 국한되지는 않지. 무려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신부의 것인데.
유스텐:그러니까요... 아니, 당신 눈에만 제일 귀여운 거거든요? 어, 어쨌든... 종합적으로 너무 매력적이니까 자꾸...자꾸 애처럼 굴게 되잖아요. 초조하고... 다른 사람이랑 가까운 것도 싫고...
이건 내 탓이 아니라 당신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나를 이렇게 만든 거니까 당신 탓이라고 생각해요!
릭사엘:(작게 웃으며) 알았어, 내 사랑. 내 탓이야. (네 등허리를 토닥이며 네 차가워진 뺨에 제 뺨을 비빈다)
릭사엘:나도 그대에게 똑같이 느끼니, 쌤쌤이지.
유스텐:어쩌지... 서로만 보도록 고립시키는 건 어른스러운 관계라고 보기 어려운 것 같은데.
그치만 또 욕심을 안 부리는 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생각할수록 복잡해져서 네 품에 이마를 비비적거린다) 어려워요..
릭사엘:(픽 웃으며) 난 좋기만 한데. 다른 누구를 데려온다 한들 절대 대체되지 않을 사이인 걸 증명받는 기분이라.
유스텐:그래요? 우으... 남들은 어떻게 사는지 모르니까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지만... 당신이 좋아한다니까 그냥 이대로 살래요.
난 역시 당신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릭사엘:나도 그대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쪽) ...내 세상을 그대라고 불러야 할 판인걸.
유스텐:내가 세상이라면... 엄청 조그만 섬일텐데요?
릭사엘:흠- 내 사랑이 아주 작고 귀엽긴 하지. (장난스럽게 네 입술을 베어물었다 떨어진다)
유스텐:그런 뜻이 아니거든요? 엄청 평범하디 평범하단 뜻이라고요...
릭사엘:평범한 곳이라니, 낙원이 아니고? (사랑스러워... 네 이마에 쪽 뽀뽀하며 짙게 웃는다)
유스텐:이렇게 조그만 낙원이 어딨어요? 넓은 저택을 놓기도 어려울 거예요.
릭사엘:어차피 그대 옆에 붙어서만 지낼 예정이니, 저택은 넓지 않아도 상관 없지.
유스텐:(어디까지 괜찮다고 하는 건지 괜한 오기가 생겨서) 저택! 아니 집이랄 건물도 못 놓는 섬이면요?! 겨우 몸 누울 자리만 있는!
릭사엘:(오기 부리는 모습도 제 새끼처럼 귀여워 죽겠다는 듯이 웃으며) 섬 맞아? 그렇게 작은데?
(어이없어하면서도 일단 생각은 해본다) 흠, 그래도 그대와 누울 자리만 있으면 괜찮겠지. 나나 그대 몸은 생리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행위조차 안 해도 큰일이 벌어지진 않으니.
유스텐:왜 이렇게 다 괜찮다고 하는 거예요... 바보 같아.
릭사엘:바보라니. 그야 괜찮을 것 같으니까지. (너와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만 있어도 행복한데, 그런 게 대수일까)
간식은 다 먹었으니 물건 사러가는 건 어때. 트리 장식 사야지. 그대의 즐거움을 위해 전나무도 이미 대기시켜뒀는데.
유스텐:맞다! 우리 할 일이 많죠. (팔짱을 끼며) 가요 가요!
나의 즐거움 말고 우리의 즐거움! 이에요.
릭사엘:(슬며시 웃으며) 좋아. 많이 살 준비 됐어?
유스텐:응! 별 오너먼트랑 컬러 전구는 꼭 담고 싶어요.
릭사엘:그거야 당연히 골라야지. 둘러보러 가자. (다 먹은 컵과 크레페 포장지를 근처의 쓰레기통에 넣고 너와 손깍지를 낀다)
장식 가판대가 모여 있는 구역으로 걸어갑니다.
전구빛이 따뜻하게 엮여 있는 목조 부스들 사이로
반짝이는 오너먼트들이 층층이 매달려 있습니다.
당신이 릭사엘과 함께 가장 환히 빛나는 가판대에 멈춰서자
붉은 체크 천이 깔린 가판대 위에 빼곡히 올라온
은빛 별, 금박 둘러진 달 모양 장식, 작은 사슴과 눈사람,
하얀 날개를 단 천사 장식, 붉은 리본이 달린 종 장식,
은색 스프레이가 뿌려진 솔방울, 작은 마을 풍경이 담긴 스노우볼,
그리고 한쪽에는 컬러 전구들이 둥글게 감겨 있습니다.
전구빛에 녹자 달큰한 설탕가루처럼 녹아 사라집니다.
유스텐:우와... 여깄는 것들은 플라스틱이 아니네요? 예쁘다...
릭사엘:아무래도 전통식으로 만든 것 같아. 어떤 걸로 사갈까. 트리는 다양하게 걸수록 예쁘니, 이것저것 골라보자.
유스텐:으으.... 예쁜 게 너무 많아서 고민이에요. 전부 못 걸텐데... 보이는 것마다 다 예뻐서 어쩌지
릭사엘:그럼 제일 예쁜 순대로 하나씩 고르자. 일단 난 이거. (금박 둘러진 달 모양 장식을 하나 고른다)
유스텐:나도 그거 예쁘다 생각했는데! (고개를 끄덕이며) 역시 달 모양은 무조건 담아야죠. 그럼 난... '천사는 릭스가 싫어할 것 같고...' 이 스노우볼 걸고 싶어요!
릭사엘:(슬쩍 바구니를 끌어와 별 서너 개를 담고는) 그냥 종류별로 다 사는 건 어때. 고르다가 끝이 없겠어.
유스텐:그치만 다 사버리면 못 거는 게 생기잖아요...
릭사엘:아무리 작다고 해도 그대 생각보다는 트리가 클 텐데.
유스텐:(시무룩한 표정으로 솔방울 오너먼트를 하나 집어올린다) 요 친구들도 다 걸리고 싶어서 기대하고 있을텐데... 안 걸리면 슬프잖아요.
릭사엘:그대 키와 비슷하게 준비하라고 했어. 그 정도면 다 걸 수 있잖아.
유스텐:그런가? (슬쩍) 그럼- 사양 않고... 전부 다 고를래요!
릭사엘:좋아. (오너먼트를 쓱 보다가 종류별로 그냥 슥슥슥 담는다)
유스텐:'가만... 존재감을 지웠으니 도둑질처럼 보이는 거 아냐?'
릭사엘:(가판대 주인에게 바구니를 내밀며) 이거 다 계산.
릭사엘이 바구니를 통째로 내밀자 안에 담긴 유리 오너먼트들이
당신들이 왔다는 사실도 눈치채지 못한 채 하품을 하던 주인은
별안간 나타나 계산해달라는 손님에 눈을 동그랗게 뜹니다.
“Quite a collection, sir.”
릭사엘이 내민 바구니 안에는 황동색 별 토퍼, 유리 스노우볼 세트, 벨벳 리본,
솔방울 장식, 천사 장식, 달 장식, 사슴 장식과 눈사람까지
가판대 주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장갑 낀 손으로
계산이 이어지는 동안 가게 주인은 차례대로 계산기를 두드리더니
가판대 주인이 장식들을 하나씩 신문지에 곱게 싸서
“Have a wonderful Christmas, sir.”
릭사엘은 가게 주인에게서 쇼핑백과 카드를 돌려받고는
릭사엘:(종이 봉투를 한손에 겹쳐 들고는, 다른 손으로 네 손을 잡으며) 이 장식들을 트리에 다 걸면 제법 화려하겠는걸.
유스텐:그러게요. ㄱ, 그런데 내가 같이 들어주지 않아도 돼요? 아까 들어보니까 꽤 무게가 있던데.
릭사엘:괜찮아, 가벼워. (너와 맞잡은 손을 가볍게 흔들며) 이젠 어디로 갈까. 살 거 더 있어?
유스텐:음- (눈 크게 뜨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스노우볼을 파는 곳을 응시한다.) ... '사자고 하면 너무 어린이처럼 보려나...?'
릭사엘:(네 시선이 닿는 곳을 확인하고는) 저쪽으로 가볼까. 스노우볼이 예쁘네.
유스텐:(흠칫) '내 속마음을 또 읽은 건가? 이번엔 얼굴도 안 마주쳤는데.'
(저도 모르게 "도"라는 표현을 쓰며) 릭스도 스노우볼 같은 걸 좋아해요?
(맞잡은 손을 작게 흔들거리며 걷기 시작한다) 그대도 스노우볼 좋아하지? 몇 개 사갈까.
유스텐:너무 많은 것보단 하나만 집에 놓고 싶어요.
...? 내가 스노우볼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유스텐:(눈을 가늘게 뜨며) 당신. 24시간 내내 내 얼굴만 보는 거 아니에요?
유스텐:여기 영국인데?! 우리 여행 온 건데?!
오너먼트랑 스노우볼도 엄청 예쁜데?!
릭사엘:오너먼트와 스노우볼에게는 미안하다만, 제일 예쁜 게 항상 내 곁에 있어서.
릭사엘:왜 부끄러워. 난 사실만 이야기하는데.
유스텐:그, 그치만... 반대로 생각해봐요! 나도 저런 비슷한 말 했을 때 당신이 부끄러워서 숨고 그랬잖아요.
릭사엘:그랬었나? 기억이 안 난다만. (시치미 뚝)
유스텐:또 뻔뻔하게 거짓말을...! (완전 약오르단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 나, 나도! 세상에서 제일 귀한 남편이 있으니까 다른 건 안 사도 돼요!
'똑같이 말해주면 부끄러워하겠지??'
릭사엘:(부스스 웃으며 맞잡은 네 손을 들어다 손등에 쪽 입 맞춘다) 그것 참 영광인데, 내 사랑.
그럼 스노우볼은 안 사는 건가?
유스텐:스노우볼... 사야죠... '안 먹히잖아...'
릭사엘:(귀엽긴. 가판대에 완전히 다다라 너를 앞에 세우며) 좋아. 이제 골라보지.
마켓 안쪽은 한층 더 포근한 빛으로 가득합니다.
장작 모양 LED가 은은하게 타오르며 붉은 불빛을 따스하게 내쬐고
가판대 앞 테이블 위에는 스노우볼이 크기별로 빼곡히 진열되어 있습니다.
작은 손바닥만한 것부터 두 손으로 들어야 할 정도의 대형까지 다양하네요.
심지어 작은 성당과 아이들이 썰매 타는 장면을 담은 풍경까지
은빛 가루가 공중을 떠돌다 폭포처럼 흩어집니다.
유스텐:와아- 예쁘다... 언젠가 결혼하면, 집에 이런 장식품을 꼭 놓고 싶었어요.
릭사엘:그랬어? 마침 신혼공간 침실과 거실 선반이 조금 비어 있으니, 골라서 사갈까. 나중에 우리 아이들도 보면 좋아할 만한 것으로.
유스텐:좋아요! 미니어처 런던 풍경도 좋지만, 아이들용은 회전목마가 좋겠죠?
릭사엘:흠, (스노우볼을 둘러보며) 그렇다면 둘 다 사는 건 어때. 하나는 아이들 방에 놓고, 하나는 우리 거실에.
유스텐:그래도 돼요? 당신은요? 마음에 드는 거 있어요? '나만 좋아해서는 안되니까...'
릭사엘:나도 그대가 고른 스노우볼이 좋아. 귀엽고. 기왕 영국에 왔으니 기념이 되면 더 좋지.
유스텐:그렇죠? (미니어처 런던 스노우볼을 빤히 보며 감상에 젖는다) ...
릭사엘:(아직 어린 아이 같은 얼굴을 한 너를 바라보며 뒤에서 부드럽게 끌어안는다) 앞으로는 여행 가는 곳마다 기념품을 하나씩 살까. 이번 스노우볼을 시작으로 해서 하나씩 모으자. 나중에 추억거리가 될 거야.
유스텐:가득차서 더이상 놓을 데도 없어지면 어떡해요...?
릭사엘:그럼 기념품만 모아두는 방을 하나 더 만들지, 뭐. (네 정수리에 쪽 뽀뽀한다)
유스텐:그러면 되는구나. 그럼 기념품 살래요!
릭사엘:응. (가판대 주인을 바라보며) 여기 계산.
사람이 없다가 나타난 걸 본 것처럼 화들짝 놀라더니
이윽고 옆의 선반에서 스노우볼이 들어있을 법한
완충재를 두 겹 감싼 뒤 쇼핑백 안에 나란히 담아줍니다.
쇼핑백을 건네받으면 안에서 종이와 유리가 닿는
릭사엘:(네 손에 들린 쇼핑백을 자연스럽게 대신 들며) 이제 어디로 갈까. 런던 아이?
나도 마켓 구경은 더 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이젠 저녁 식사 예약 시간이 가까워서.
유스텐:아! (후다닥 스마트폰을 보고는)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지났다니. 당신이랑 있으면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요.
그럼 런던 아이 타러 가요!
릭사엘:(슬며시 웃으며) 그래, 타고 밥 먹으러 가자.
유스텐:(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크리스마스라 그런가? 어딜 봐도 반짝거려요. 아! 사진 찍어야겠다. (주섬주섬거리더니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 여기저기 찰칵거린다)
릭사엘:응? (주섬주섬 무언가를 뒤지는 너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이윽고 여기저기 사진을 찍기 시작하는 너를 보고 웃으며) 그러고보니 여기 와서 사진을 한 장도 안 찍었네.
오늘 사진사는 그대에게 맡길까. (손에 들린 쇼핑백을 슬쩍 들며) 난 짐이 많아서.
유스텐:맡겨만 주세요, 벨손드 씨! (으쓱) 제가 무려! 오하이ㅇ... '좀 구리니깐.. 멋있는 이름으로 바꾸자.' 오! 오르테니아의 발렌 크레스트 왕립대 라는 곳에서 포토닉 네러티브 아키텍쳐학을 배우러 유학을 다녀왔거든요. 보시고서 감탄을 멈추실 수 없을 거예요!
릭사엘:(오하이오라고 말하려던 게 뻔한데도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방향을 튼 네가 귀여워 키득키득 웃는다) 그런가요. 오늘 여행을 담은 사진들이 벌써부터 기대되는군요.
유스텐:오늘은 아주 기념적인 날이니 오늘 찍은 사진들은 전부 무료로 드리겠습니다! 엣헴-
릭사엘:정말이지 관대한 제안이군요. 그럼 제 쪽에서도 감사한 마음으로 수고를 요청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팔짱을 껴달라는 것처럼 팔뚝을 슥 내민다)
유스텐:(장난스럽게 헛기침을 하고는) 크흠- 손을 보니 이미 사랑스러운 배우자가 있으신 모양인데...
유스텐:배우자분께서 속상해하시지 않을까요? 저 같은 사진사에게 이리 친절하고 살갑게 대하시니.
릭사엘:그럴까요? 제 배우자라면, 제가 사진사님을 멀리하는 것을 더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릭사엘:글쎄요, 그런 일이 벌어지려나. (네 손을 끌어다 손가락에 입맞추며) 이미 첫눈에 반해서 말이죠.
유스텐:(반사적으로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막으려 입술을 말아넣는다) '왜 이렇게 선수인 거야?' ... ...
(침을 꿀꺽 삼키고는) ...저의 고용주께서는 사람을 설레게 하는 재주가 있으시네요.
릭사엘:그런가요. 전 그저 사실을 이야기할 뿐입니다만. (네 손을 조금 더 잡아당겨 손바닥에 쪽쪽 입을 맞춘다) 유스텐:(눈을 꾹 감으며) ㅇ, 왜... 왜 저를 꼬시는 거예요? 배우자분께 가서 이러셔야지!
릭사엘:(이 상황이 그저 어이없고 웃기기만 하다) 모르셨던 모양입니다만, 제 배우자가 사진사님이셔서요. 기억 안 나시나요? 사진사님 뱃속에 저희 애들이 있는데.
유스텐:(삐질...) 그, 음... 이건... 배, 뱃살! 뱃살입니다!
릭사엘:이상하군요, 태동도 있지 않았나요? 그조차 기억이 안 나시는 건지. (손을 뻗어 네 배 위를 문질문질한다)
서! 성희롱이에요!
(삐질삐질...) ... 배우자로 돌아올까요?
릭사엘:(키득키득 웃으며 네 배를 곱게 문질러준다) 응. 돌아와야 데이트를 마저 하지.
유스텐:(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으응...
릭사엘:(다시 팔짱 껴달라는 의미로 팔뚝을 든다) 이리 와, 내 사랑.
유스텐:(쪼르르 곁에 다가가 팔짱을 끼고 찰싹 붙는다) ...당신 진짜 어떻게 하면 사람을 설레게 할 수 있을지 너무 잘 아는 것 같아요.
릭사엘:생각나고 느끼는 대로 이야기하는 거래도. (상체를 살짝 기울여 네 정수리에 부드럽게 뽀뽀한다)
유스텐:에이, 그건 아닐걸요?! 열에 열은 다 설렌다에 나의... 음... '뭘 걸지?'
소원 하나 들어줄게요!
릭사엘:흠. 열에 하나가 안 설레면 내가 이기는 건가?
좋아, 내기하자.
그런데, 이 가설을 검증하려면 내가 남들에게도 그대에게 하듯 해야 하는데. 검증할 수는 있을지 모르겠네.
유스텐:(으쓱) 나 말고는 다른 사람에게 웃는 것도 못하겠죠?
릭사엘:아무래도 그렇지. 그대를 봐야 웃음이 나와. (쪽)
릭사엘:그럼 내가 진 건가 보네. 그대 소원은 무엇인데?
유스텐:운이 좋은걸요? (쪽) 마침 내 소원은 남편이 나에게만 웃어주는 거니까요.
릭사엘:그거 소원이 맞아? 원래 하던 거잖아. (귀여워...)
유스텐:그건 그래요. 다른 소원이라면 - 내가 없을 때의 평소의 당신 모습을 쭉 구경하고 싶은 것 말고는 없어요. 흠- 근데 당신은 나를 기가 막히게 잘 찾으니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네요.
릭사엘:흠, 그대가 있는 걸 모르는 척은 해줄 수 있지. 일할 때는 정신이 없는 편이니 어렵지 않을지도.
(사실 자신은 없지만 일단 내지르고 본다)
유스텐:그럼 다음 내기는 그걸로 할까요? 성역에 돌아가고 나서 당신이 일하는 동안 나를 모른 척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릭사엘:좋아. (네 쪽으로 조금 더 가까이 붙으며 다리 위로 발을 내딛는다)
유스텐:'볼 거리가 많다더니 진짜 많네.' (또 카메라로 여기저기 찍는다)
눈은 여전히 가늘게 내리며 코트 위에 내려앉았다 녹아내립니다.
다리 위로 올라서니 템즈 강의 야경이 한눈에 펼쳐지네요.
건물들과 반짝이는 가로등, 장식으로 달린 스트링 라이트를 따라
황금빛, 은빛, 약간의 푸른빛으로 일렁거립니다.
강 위를 미끄러지듯 지나가는 유람선 한 척이 보이고
그 안에서는 선실 안의 웃음 소리가 바람을 타고 희미하게 닿네요.
사진을 가볍게 몇 장 찍고 다리를 계속 건너다 보면
멀리 우뚝 서 있는 시계탑과 국회의사당 건물이 보이고
마치 공중에 떠 있는 유리병들이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네요.
겨울의 강변 위인 탓인지 바람이 세차게 불어올 때면
릭사엘은 코트 자락을 벌려 당신을 따뜻하게 감싸고
도시를 통째로 담아내 흔들리는 거울과 같은 강물에
활기를 머금은 사람들이 주변을 메우고 있네요.
릭사엘:(런던 아이 아래 탑승줄을 가리키며) 저기 가서 설까.
유스텐:줄이 생각보다 엄청 긴 것 같은데... 식당 예약한 시간에 맞출 수 있을까요?
유스텐:무슨 방법이요?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뭘 해도 어렵지 않나...?'
릭사엘:간단해. 패스트 트랙권을 가진 사람과 표를 교환하면 되지.
릭사엘:(패스트트랙 전용 입구를 바라보며) 저쪽으로 들어가는 사람 붙잡아서 바꿔올게.
잠시 기다리고 있어.
저 멀리 가서 막 들어가는 사람을 붙잡습니다.
거리가 멀어지자 릭사엘의 모습이 조금 흐릿해지네요.
하늘에서는 하얀 눈이 내리고 먹구름은 점차 걷히며
탑승 줄에 서 수없이 대화 나누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사람들로
릭사엘:(네 손을 잡으며) 바꿨어. 타러 가자.
유스텐:이런 날에 바꿔주는 사람이 있었어요??
릭사엘:운이 좋았지. (네 손끝을 끌어당겨 쪽 뽀뽀하고는) 입장은 저쪽이야. 가자.
유스텐:(어리둥절...) '줄을 한참 서야 하는 티켓이랑 바꿔주는 사람을 어떻게 찾은 거지? 미인계라도 쓴 건가?' 으응...
런던 아이 아래 광장은 유리 캡슐이 내려오고 올라가는 리듬에 맞춰
눈은 여전히 내리지만 바닥은 미끄럽지 않게 관리되어 있고
안내 요원들은 코트를 여며 입은 채 줄을 정리하고 있네요.
당신이 릭사엘이 패스트 트랙 입장 입구로 다가가면
릭사엘은 보란 듯이 직원에게 패스트 트랙 표를 내밉니다.
직원은 그것을 확인하고는 아무런 이상 없다는 듯
대체 어떻게 패스트 트랙 예약을 한 사람을 구슬린 건지...
앞에는 연인 한쌍, 뒤에는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
앞 줄의 인원이 모두 탑승하고 다음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릭사엘:(귀여운 네 얼굴을 들여다보며) 올라가서 야경 찍을 거야?
유스텐:(끄덕) 전경을 볼 수 있는 기회니까요. 그런데 앞에 사람들 보니까 내부가 커서 단체로 들어가나봐요. '릭스랑 단 둘이서는 못 있겠네...'
릭사엘:(사랑스럽기는...) 단 둘이서만 보고 싶었어?
유스텐:으, 응? 아니, 꼭 그런 건 아니고...
릭사엘:귀엽기는... (사랑스러워서 심장이 작게 두근거린다) 다음에 올 일이 있으면 그때는 전세 낼까.
유스텐:ㅈ, 전세를요?! 이거 관광명소 아니에요? 전세를 내는 게 가능할까요...
유스텐:여기 주인? 주인이 있나... 그 분이 편의를 봐줄까요? 다들 단체로 타는데...
릭사엘:신도들 태우고 중간에 쫓아내자. (이러면 안 됨)
유스텐:(황당하고 어이없는 발언에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리다가 크게 웃는다) 아하하! 당신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알고 있어요?
릭사엘:알지. 그래도 그대가 원한다면 별도 달도 다 따다 주고 싶은 게 내 심정인데, 그들이야 알아서 잘 바닥에 착지하지 않겠어. (되는 대로 말하는 중)
유스텐:(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깔깔 웃다가 눈가를 훔치고는) 사제분들은 대체 무슨 죄예요... 당신도 진짜 웃겨요.
유스텐:사제분 중에서도 런던 아이를 타고 싶으신 분이 있으면 어떡해요? 그걸 보는 다른 사람들은요?
유스텐:'못 살아...' (네 양 뺨을 잡으며) 됐어요! 무슨 주술 쓴다는 걸 아무렇지 않은 일처럼 말해요? 전부 다 대가가 있는 거 알거든요? 그 많은 사람들한테 쓰는 거면 당신한테 큰 무리가 갈 거 아니에요.
릭사엘:(네 손바닥에 붙잡힌 양뺨을 비비며) 그건 또 싫어?
유스텐:'귀여워...' 당연히 싫죠. 사랑하는 사람이 힘들어지는 걸 누가 좋아하겠어요?
릭사엘:(주책맞게 살짝 헤실거리며) 역시 내 여보가 최고네.
유스텐:'사랑스러워. 아, 밖에서는 자제하는 편이 좋겠다고 해놓고 내가 못 참겠네.' (자신에게만 보여주는 사랑스러운 미소에 심장이 두근거리다 못해 녹아내린다. 결국 참지 못하고 네 뺨을 붙잡은 채 제게로 당겨 연신 쪽쪽 입맞춘다)
릭사엘:(간지럽게 몰려드는 네 입술 세례에 살짝 놀란 듯 눈을 뜨다가 이내 눈썹까지 찡그리고 소리내어 웃어버린다) 아하하...! 간지러워, 여보.
유스텐:(곰인형 안듯이 꼭 껴안으며) 왜 이렇게 사랑스러운 거예요? 난 정말로 밖에선 남들 시선 신경쓰려고 했는데.
릭사엘:(여전히 피식피식 웃으며) 콩깍지가 대단한걸, 내 사랑. 벗겨질 걱정 없겠어.
유스텐:남편이 벗겨질 틈도 없게 귀여운데 어떡해요, 그러면. 정말 위험한 사람이야.
유스텐:너무 사랑해서 문제죠. 이러니까 자꾸 애처럼 질투하게 되잖아요. 방금 당신 얼굴이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알기나 해요?
릭사엘:모르지. 그대 눈엔 콩깍지도 꼈잖아. (쪽)
유스텐:이것 참... 눈에 카메라를 달을 수도 없고.
문이 열리고 캡슐 앞의 직원이 사람들을 향해 손짓하는 것이 보입니다.
아차, 그러고보니 존재감이 옅으니 직접 말을 걸지 않으면 모르겠네요.
중앙에 벤치가 있고, 사람들은 다들 창가 쪽으로 몰리네요.
곧 유리문이 캡슐과 재차 결합되는 소리가 나고
주변을 계속 둘러보고 있으면 머리 아래로 광장이 점점 내려가고
템즈 강을 낀 런던 시내의 모습이 넓게 펼쳐집니다.
곳곳마다 눈을 얹은 지붕들과 은은한 가로등 불빛,
마른 가지마다 전구를 매단 나무들, 반짝이는 건물 창가까지
거대한 크리스마스 장식처럼 반짝이는 도시를 보니
릭사엘:(귀여워...) 야경 어때. 마음에 들어?
유스텐:(멍하니 입을 벌려 감탄한다) 너무요...! 건물이 전부 다 작아요!
릭사엘:(네 허리를 부드럽게 끌어안고 쓰다듬으며)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 그대가 이리 좋아하니.
빛들은 더 작아지지만 오히려 더 선명해집니다.
템즈강을 따라 조금 왼편, 황금빛으로 또렷하게 서 있는 탑이 보입니다.
고딕 양식의 멋스러운 첨탑들이 황금빛에 물들어 있습니다.
릭사엘:(너와 함께 빅벤을 바라보며) 영국의 심장이지. 곧 타종음이 들리겠네.
둔중하고 깊은 울림이 공기를 타고 강가를 물들입니다.
눈은 여전히 내리고 템즈 강은 검은 비단처럼 흐르는 이 시간에
황금빛 시계는 이브의 시간을 또 한 칸 넘겼네요.
유스텐:어떻게 타이밍이 이렇게 딱 맞아 떨어지지? 너무 영화 같아요.
릭사엘:그러게, 크리스마스의 마법인가. (실없는 소리를 하며 너를 꼭 끌어안고 귓가에 입맞춘다)
유스텐:완전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아요. 아마 우리가 영화에 나온다면 화면에 엔딩 크레딧이 같이 나오고 있었겠죠?
릭사엘:벌써 엔딩이라니. 너무 빠르잖아. (작게 웃으며 네 배를 편안하게 들어올려주고, 고개를 숙여 네 뺨에 쪽 입맞춘다)
유스텐:그럼 당신은 어떤 상황이어야 엔딩일 거라 생각해요?
릭사엘:(내가 원하는 엔딩...이라) 음...
난... 우리가 엔딩이 없으면 좋겠어.
유스텐:엔딩 크레딧을 띄워주지 않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이야기라니. 당신이 그런 생각을 할 줄은 몰랐는걸요?
릭사엘:...나도 내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줄 몰랐지. 그대를 만나기 전까진.
유스텐:(완전히 몸을 네게로 돌리고 두 손을 잡아준다) 당신은 평생 죽지 못하는 걸 그닥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그 점을 꽤 마음에 들어하고 있나 보네요.
릭사엘:지금은. 영생은 이런저런 고달픈 점이 있지만 인간의 일생은 짧아서, 그대를 영원히 바라보고 싶은 욕심을 채우기엔 순간일 테니까.
(맞잡은 손에 퍼지는 온기에 가늘게 웃음이 샌다. 밖에서 번쩍이는 크리스마스 조명도, 웅성이는 사람들도 그 무엇 하나 눈에 들어오지 않고 너 하나만 눈에 가득 차올라서. 심장이 묘하게 조여들면서도 달큰한 감정이 차올라 목이 살짝 메인다)
유스텐:(부드럽게 미소지으며) 다음 생에 만나는 걸 기다릴 여유도 없어요?
릭사엘:(끄덕) 난 성질이 급해서 말이지. 일하면서도 그대가 보고 싶으면 앞뒤 안 가리고 집에 오잖아.
유스텐:하하! 그렇죠. 반나절도 못 버티고 말이죠. 과거로 가서 자리를 2주 비웠을 땐 정말 지옥이었겠어요, 당신.
릭사엘:말했잖아. 정말 고역이었다고. (쪽쪽)
유스텐:흠? 생각해보면 그때 이후로 심각한 분리불안이 된 것 같아요.
유스텐:(쓰담쓰담) 당신 지금 속으로 "빨리 좋다고 해줘." 라고 생각했죠.
릭사엘:(잠깐 말이 없어졌다가 피식피식 웃으며) 이제 내 표정도 잘만 읽네.
유스텐:그러게요. 평소에 너무 자세히 봐서 그런가?
당신 처음 봤을 땐 되게 무서운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까 완전 덩치만 큰 강아지예요.
유스텐:음... '내 앞에서만 강아지고 다른 사람 앞에선 강아지가 아니면...'
그럼... 늑대인간?
유스텐:늑대인간은 보름달이 뜨면 변신?한다니까, 내가 당신의 보름달인 거죠.
릭사엘:...듣고 보니 일리가 있네. 난 그대만 보니까.
유스텐:아, 늑대인간은 어감이 너무 무섭다. 멍멍이인간으로 하죠?
릭사엘:(참으려고 하는데도 웃음이 자꾸 새서 곤란하다) 싫어. 너무 하찮아 보이잖아.
유스텐:그치만 늑대인간은 영화에서 보면 충동을 못 참고 해치는 캐릭터로 나오잖아요.
(눈을 요리조리 굴리다가 슬쩍) ...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긴 하겠네요. 항상 충동적으로 굴어서 나를 혹사시키니깐.
릭사엘:(네 배를 검지로 약하게 콕 찌르며) 이쪽 얘기하는 거 맞아?
릭사엘:(손가락을 조금 더 밑으로 내려 아랫배 부근을 약하게 찌르며) 이보다 아래?
릭사엘:...여기서 자꾸 그러면 내가 못 참을 걸 알면서. 나보고 충동을 못 참는다고 해놓고선 말의 앞뒤가 안 맞잖아.
유스텐:이상하네요. 유혹하는 게 아니라 난 그저 사실을 말하고 있었을 뿐인데?
릭사엘:그럼 내가 그대의 유혹에 너무 약한가 보지. (네 아랫배를 찬찬히 쓸어낸다. 사랑스러워 미치겠군...)
유스텐:당신이 뭐든 유혹으로 받아들이는 건 아니고요? (네 남은 손을 가져다 장난스럽게 손끝을 살짝 깨문다) 진짜 유혹은 이런 거죠. 다음에 또 올 때, 정말로 전세를 낸다 해도 여기서 섹스하면 큰일나요. 알죠?
(네 손끝에 쪽-소리를 내고는) 우리 늑대인간 씨가 힘 조절을 잘 못하셔서 캡슐이 뚝- 하고 바닥에 떨어져버리면 곤란하니까요.
릭사엘:(잠시 여기서 너와 섹스했다가 캡슐째로 떨어지는 상상을 반사적으로 해버리고는) ...물론 이곳에서는 안 하지. 집에서면 모를까.
유스텐:착한 멍멍이인간이네요. 역시 난 늑대인간이란 호칭보단 멍멍이인간이 좋아요. 멍멍이인간 릭사엘 벨손드! 완전 친근하지 않아요?
여보 앞에서만 멍멍이인 걸로 해.
릭사엘:(아쉽다는 네 말에 작게 움찔하더니) ...여보 앞에서만 멍멍이 인간인 걸로 하자.
유스텐:'진짜 귀엽다니까...' (씩 웃으며) 그럴래요?
유스텐:전에 말했던 새 강아지는 입양하지 않아도 되겠어요.
(네 머리를 쓰다듬으며) 여기 아주 든든한 강아지가 있으니까요.
릭사엘:(픽 웃으며) ...정말이지, 내가 그대를 어떻게 이기겠어. (네가 쓰다듬기 편하게 고개를 숙여준다)
유스텐:'이런 사람을 어떻게 안 사랑할 수 있겠어?' 아까 분리불안이 된 게 좋냐고 물었죠?
무지무지 좋아요.
릭사엘:그럴 줄 알았어. (너를 꼭 껴안고 정수리에 뺨을 슥슥 비빈다)
유스텐:하하, 우리 런던 아이까지 타러 와서는 또 서로만 보고 있네요.
릭사엘:어쩌겠어. 그대가 옆에 딱 붙어 있는데, 야경이 중요한가.
기념 사진이라도 찍을까요?
유스텐:런던에 왔다는 게 티가 나야 하니까 저기 시계탑이 잘 나오게 찍어보죠.
릭사엘은 한 손으로 당신의 허리를 자연스럽게 감싸 안고,
릭사엘:(이런 식으로 사진을 찍는 건 처음이라 머뭇거리며) 이렇게 하면 되나?
유스텐:(셀프 카메라 모드로 조정하고 각도를 잘 조절하고는) 응. 이대로 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어봐요.
릭사엘:자연스럽게라... (잠시 고민하다가 반사적으로 너를 힐끔 보고는 수줍게 웃는다)
유스텐:찍을게요? 하나, 둘 - (카메라 화면에 나오는 너를 보며 미소짓는다)
릭사엘:...응. (여전히 너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로 웃다가, 정면을 바라본다)
눈이 가볍게 휘어지고 입꼬리가 둥글게 말리고,
배경으로는 빛나는 시계탑과 흔들리는 야경을 간직한 채로.
레스토랑에서 만족스러운 크리스마스 이브의 만찬을 즐긴 뒤
당신들은 어느 새 시간에 맞추어 대기된 차량에 탑승합니다.
흠, 아무래도 이젠 정말로 호텔로 가야겠네요.
인파가 붐비던 상점들도 차갑게 셔터가 내려진 채
주택가에서 비춰지는 따스한 황금빛만 은근히 반사하고 있으니까요.
이제 실내로 돌아가서 릭사엘이 준비해뒀다는 전나무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고 포근한 침대에서 잠을 자면
탑승한 지 시간이 꽤 지나도 차량은 출발할 생각을 안 합니다.
릭사엘:(쇼핑백을 주섬주섬 손에 들며) 이제 가볼까.
별다른 말도 없던 릭사엘이 쇼핑백을 손에 고쳐 들더니
유스텐:(눈을 휘둥그레 뜨며) 차로 안 가요?
유스텐:그치만 이러면 또 당신한테 무리가 가지 않아요?
그게... 끝?
유스텐:그, 그렇죠... '오기 전에 의식도 했으면서 진짜 괜찮은 거 맞나...'
가요...
릭사엘:(어쩐지 걱정이 많아 보이는 네 손을 토닥이며 안심시키고는, 손깍지를 끼고 공간을 건너간다)
찬 바람이 불던 런던보다 온도는 아주 조금 높고,
신발 밑으로 사각, 얇게 깔린 눈 밟히는 소리가 들립니다.
습한 강바람은 온데간데 없고, 탁 트인 겨울 평야의 공기가 스며듭니다.
그리고 당신이 선 시선 끝의 평야 지대 한가운데,
아이보리색 외벽을 가진 저택이 고요히 서 있습니다.
초록빛이었을 나뭇잎을 모두 떨궈내고 빈 가지에
눈을 살포시 이불처럼 덮고 있는 키 작은 사과 나무들과
어딘가 익숙하게만 보이는 정원 한 켠의 정자가 보입니다.
어쩐지 익숙하면서도 아련해서 코끝이 살짝 아려옵니다.
릭사엘:(쇼핑백을 고쳐 쥐고는, 손깍지를 조금 더 부드럽게 잡으며) 들어가자.
유스텐:말 몇 마디만 했을 뿐인데 어떻게, 여기가 어떻게 아직까지... (믿을 수 없어서 말을 계속 더듬다가) 혹시 같은 건물이예요?
릭사엘:다 낡아서 헐었기에 새로 보수 공사를 시켰지만, 같은 위치는 맞아. 부동산 매매 기록을 살펴서 위치를 찾았어. 내부 인테리어 설계도는 이전에 찾아낸 궤짝 맨 밑에 깔려 있던데, 아무래도 그대와 살 곳이라 과거의 내가 직접 인테리어를 설계했던 모양이라서.
하도 외진 곳의 저택이어서 그런지, 근처가 개발지로 선정되지도 않았더라고.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손을 뻗어 네 허리를 부드럽게 감싸고는 조금 끌어당기며) 들어가자. 사람을 시켜 실내를 데워두라 했으니 따뜻할 거야.
유스텐:(딱 한 번만 와 본 곳임에도 그리웠던 마음이 흘러넘쳐서 눈두덩이가 무거워진다. 그것을 애써 꾹꾹 눌러대며 고개를 끄덕인다) 응...
하늘은 먹구름이 이미 걷혔는지 밝은 은하들이 총총거리고
대지를 건너온 바람은 앞머리를 가볍게 쓸어 넘깁니다.
릭사엘이 정원 쪽에 난 저택의 문고리를 돌리면
말린 라벤더 꽃으로 엮은 향낭이 걸려 있습니다.
이전에 이곳에 왔을 때에도 맡았던 향기입니다.
정면에는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보이고 오른편에는 거실이 보입니다.
실내는 벽난로마다 불씨가 피어올라 따뜻하게 데워져 있고
거실로 보이는 공간에는 오래된 도자기 몇 점이 든 진열장과
정갈한 책장, 레코드 몇 점이 놓여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아이보리색 벽에 따뜻한 우드톤 가구,
곳곳에 포인트로 놓인, 옅은 올리브그린 쿠션과 커튼...
바닥 곳곳마다 깔린 러그에선 신경을 쓴 기색이 역력히 납니다.
딱딱한 신발을 부드러운 실내화로 살아신겨 줍니다.
릭사엘:(네 발에 곱게 슬리퍼를 신겨주고는, 몸을 일으켜 현관의 스위치를 켠다) 공사하면서 수도와 전기를 비롯한 설비는 최신식으로 갖추게 했어. 과거의 저택과 동일하게 구현하는 것도 좋지만, 실질적으로 그대에게 불편함이 될까 해서. 선물을 돌려막기하는 격이다만, 그대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명의도 그대 앞으로 했지. 마음에 들어?
유스텐:(눈물이 가득차다 못해 시야가 잔뜩 일렁이는 상태에서 훌쩍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너무....흑, 너무 고마워요...
릭사엘:(제 신발도 실내화로 갈아신고는, 너를 부드럽게 품에 안아들고 토닥이며 거실 소파로 향한다) ...또 울보가 됐네. 우는 것도 예쁘다만 웃어주길 바랐는데.
유스텐:(손등으로 눈물을 연신 훔치며) 기뻐요. 정말... 나도, 흣...울고 싶지 않은, 데....
릭사엘:(너를 안은 채로 그대로 소파에 앉아 등을 쓸어내리며) 옳지, 착하지. 뚝.
이러다 산타에게 선물을 못 받겠어, 내 사랑.
릭사엘:아, 그렇지 참. (작게 피식 웃는다)
릭사엘:(네 젖은 눈가에 입술을 찍어누르고, 가볍게 둥기둥기 몸을 흔들어주며) 바보여도 좋지. 그대가 웃어만 준다면 내가 뭔들 못 될까.
유스텐:너무너무 고마워요, 릭스... 내 생에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에요.
릭사엘:이런, 그 말을 들으니 내년 크리스마스 선물은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는데. 큰일 났군. 난 아이디어가 많지 않은데.
(장난스럽게 얘기하고는 네 앞머리를 옆으로 넘겨준 뒤 이마에 쪽 뽀뽀한다)
(네 눈가의 젖은 물기를 닦아내며) 사랑해, 유스. 그대가 이곳까지 함께 와줘서 기뻐.
유스텐:난 그저 당신을 따라간 것밖엔 안 했는데...
릭사엘:(입술을 살짝 베어물었다 떼며) 따라와서 결혼해줬잖아. 내 생에 제일 큰 기쁨이 되어줬고.
유스텐:...난 이만큼 좋은 선물은 해줄 자신이 없는데도요? 크리스마스에 이만한 선물을 받을 거라고도 예상 못 했어요.
릭사엘:그런가? 난 이미 세상에서 제일 귀한 걸 받았는데도. (쪽)
유스텐:이래서는 끝이 안 나겠어요. ...(너를 꼭 안으며 조곤조곤 속삭인다) 사랑해요, 릭스.
릭사엘:(사랑스러워... 네 등을 조금 더 끌어안고는 귓가에 마주 입술을 댄 채로) 나도 사랑해, 여보.
유스텐:그나저나- 정말 어떻게 한 거예요? 내 머릿속을 완전히 들여다본 건가 했어요. 과거로 가서 본 모습이랑 완전 똑같아서.
릭사엘:내 계획적이고 기록을 좋아하는 성향이 빛을 발했지. 인테리어 설계도에 가구며 커튼 색이며 내부 사이즈까지 다 적혀 있던데.
유스텐:그, 그렇게나 자세히 적혀 있었단 말예요? 이것 참 다행이라 해야 하나...
릭사엘:그대와 함께 살겠다는 목표 하나로 하나부터 열까지 다 뜯어고치고 손 댔던 모양이야. 어지간히도 푹 빠져서는. 이게 다 내 앞의 죄 많은 신부 때문이겠지. (네 눈물 젖은 뺨을 슥슥 닦아준다) 유스텐:전부 내 탓이란 거예요? 웃겨, 정말...
이번엔 딱히 과거의 당신을 질투하지 않네요?
릭사엘:질투할 거리가 없지. 이 신혼집은 이제 우리 거니까. (뻔뻔)
유스텐:아하하! 지금 과거의 당신 공로를 전부 빼앗은 건 아니고요?
릭사엘:어쩌겠어. 이젠 정말 우리 둘만의 공간인데. 현실의 어쩔 수 없는 흐름에 굴복하라고 해야지.
(피식거리며 웃다가 네 입술에 짧게 뽀뽀하고는) 이제 다시 웃어주네, 내 사랑. 예뻐.
유스텐:당신 말하는 게 어찌나 뻔뻔한지 봐요. 누가 와도 안 웃을 수가 없을걸요?
릭사엘:(여전히 뻔뻔) 뻔뻔하다니. 기억은 없다지만 내가 한 일인데. 그럼 내 공로지.
유스텐:전부 동일인물이니 틀린 말은 아니죠. 귀여워라...
릭사엘:그렇긴 하다만... (갸웃...) 이런 게 귀여워?
릭사엘:그대의 콩깍지는 알 수가 없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싫지는 않은 듯 피식거리며 웃다가 너를 꼭 안아들고 일어선다) 씻고 트리 꾸밀까. 짐은 사제들이 아직 옮기고 있겠지만, 기본적인 생활복이나 가운이나 잠옷은 넉넉히 구비해두라 했어.
유스텐:좋아요! 그리고! 콩깍지는 당신도 만만치 않거든요?!
릭사엘:그런가. 난 그대가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것이 진실이라 생각하는데.
따지자면 벌써 세 번째 콩깍지다만, 이 정도면 콩깍지가 아니라 진실이지.
릭사엘:그렇게 말해도 안 싫어하는 거 다 알아. (쪽)
유스텐:너무 좋아서 문제죠. 남편한테 들러붙어있던 콩깍지가 저에게도 옮겨왔나봐요.
릭사엘:그거 참 좋은걸. (너를 꼭 끌어안고 계단을 향해 오르며) 맞다, 그러고보니 중요하게 상의할 일이 있어.
그대 방도 그대로 만들기는 했다만, 그 방에서 잘 건 아니지?
릭사엘:크리스마스에 여행까지 와서 각방 선언이라니, 설마. 릭사엘:(미련 뚝뚝 남은 것 같은 목소리마저도 귀엽게만 들린다) 그럼 그 방에서 같이 자?
우리 방에서 자요
릭사엘의 품에 안정감 있게 안겨 계단을 오르면
계단 주변으로 탁 트인 공간 덕에 1층의 풍경이 한눈에 내리보입니다.
복도에는 따뜻한 크림색 벽에 창문이 이곳저곳 나 있고
창문 틀 아래에는 곱게 말린 라벤더 다발과 장미꽃 다발이 엮여 있습니다.
정말이지 어떻게 이렇게 똑같이 재현했는지 신기할 지경이네요.
2층으로 올라와 보면 이전에는 들어가지 않았던 방들이
이곳만큼은 깨끗한 타일이 깔린 욕조와 세면대,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수도꼭지와 샤워기가 달려 있습니다.
욕조는 크기가 넓어 둘이 들어가도 될 정도네요.
릭사엘:(너를 조심스럽게 바닥에 딛게 하고는 꽁꽁 싸맨 외투부터 벗겨준다) 같이 씻을 거지?
유스텐:(두 팔을 벌려 벗기기 편하게 한다) 당연하죠.
릭사엘:귀엽기는. (익숙하게 외투를 슥슥 벗겨주고는 제 외투도 벗어낸 뒤, 욕조를 한차례 닦고 온수부터 틀어 목욕물을 채운다)
유스텐:당신이랑 같이 하는 목욕 중에서 여기가 제일 아담한 욕조가 되겠네요.
릭사엘:그러게. 이렇게 작은 욕조는 처음이야. (혹여 네가 기다리는 동안 춥기라도 할까 싶어, 욕조에 물이 채워지는 동안 다시 상체를 들고 제 옷부터 슥슥 벗어낸다. 베스트와 넥타이만 벗은 상태로 셔츠는 팔뚝까지 접어 올리고는 계속 물 온도를 확인하더니, 이윽고 상체를 완전히 들며) 음. 이 정도면 온도 맞겠네. 들어가도 되겠어. (네게 다가와 다시금 상의를 조심스레 벗겨준다)
유스텐:말끔하게 차려입은 남편이 벗겨주니까 기분이 묘하네요. 마치... 일 마치고 다급하게 배우자를 보러 온 사람 같아요.
릭사엘:(슬쩍 입꼬리를 당기며) 가끔은 색다른 분위기도 좋지.
유스텐:그럼 반대는 어떻게 생각해요? 말끔하게 차려입은 내가 귀여운 당신을 벗겨주는 거죠.
릭사엘:흠... (제 앞에 있는 네가 단정하게 정장을 입은 모습을 상상해본다. 이거... 생각보다 너무 귀엽겠는데. 심장이 작게 두근거린다) 그것도 나쁘지 않지.
유스텐:누가 보면 나를 집사로 착각할지도 모르겠어요. 난 귀족 같은 관상은 아니니까...
릭사엘:그런가? 나는 그대가 귀여운 도련님처럼 보일 것 같은데.
유스텐:내가 도련님이요? 하하, 여기 제일 도련님 같은 사람이 있는데도요?
릭사엘:그럼 내가 집사처럼 입지 뭐. 갑자기 보고 싶어졌어. 그대가 격식있게 입은 모습.
결혼식 사진도 봤지만, 내 눈으로 직접 본 게 아니라 아쉬웠던지라.
유스텐:(눈을 반쯤 접어 웃으며 네 뺨을 부드럽게 쓸어내린다) ... 나와 함께했던 모든 순간을 전부 다시 기억하고 싶은 거죠?
릭사엘:...당연하지. 그대 모습은 눈에 새기고 또 새겨도 부족하기만 한걸. (네 상의를 벗겨내고 옆의 선반에 올린 뒤, 목덜미와 어깨에 키스하며 천천히 네 바지도 풀어내린다)
유스텐:... 기억을 전부 다시 되찾고 싶어요?
릭사엘:글쎄, 그것까진 잘. 기억은 하고 싶지만 지금이 만족스럽기도 해. (네 바지와 속옷, 양말까지 벗겨내고는 너를 품에 안아 욕조에 내려놓고, 혹여 추워하지 않도록 따뜻한 물을 어깨로 끼얹어준다) 물 온도 어때.
유스텐:'신과 거래라도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미련을 가지지 않는 거에 다행이라 여겨야 하는 걸까?' 딱 좋아요. 당신은요?
릭사엘:(살짝 젖은 손으로 네 앞머리를 자상하게 넘겨주며) 물 온도? 적당한 것 같아. 잠시만. (네 이마에 짧게 입 맞추곤 제 옷도 마저 슥슥 벗기 시작한다)
유스텐:(속눈썹을 내리깐 채 무릎을 끌어안고 깊이 생각한다) '릭스는 나보다 아는 게 많으니까 기억을 되돌릴 방법이 있는지 알고 있을 거야. 굳이 하지 않는 건... 대가나 어떤 이유가 있을 거고.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릭스가 잊어버린 추억들을 다시 하나씩 해보는 수밖엔 없나?'
릭사엘:(옷을 모두 벗은 뒤, 거울을 슬쩍 들여다보고는 네가 앉아 있는 욕조 안으로 천천히 들어온다. 어쩐지 생각에 푹 잠겨 보이는 네 얼굴이 의아하게 느껴진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젖은 손으로 네 말랑한 볼을 쓰다듬다가 고개를 숙여 쪽 뽀뽀한다)
유스텐:(입술을 달싹이다가) ... 우리, 결혼식 다시 할래요?
릭사엘:(한참이나 고민하던 끝에 나온 말이 예상치도 못하게 귀여워 슬며시 웃으며) 그럴까. 좋지.
유스텐:결혼식도 하고... 신혼여행으로 갔던 LA도 다시 가요. 분명 전보다 더 재미있을 거예요.
릭사엘:내가 기억을 잃고 나서 한 약속을, 슬슬 지키자는 거야? 좋아. 언제가 좋겠어? 난 기억나는 게 없는지라 계획은 그대가 짜주면 좋겠는데.
유스텐:아이를 낳고 나서... 다음 해 봄인 5월 쯤에 결혼식을 할까요? 공식적으로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이기도 하고, 합방도 치뤘던 시기지만 결혼식으로 덮으면 좋지 않을까 해서요.
릭사엘:(슬며시 웃으며) 좋은 생각이네. 아이들도 결혼식장에 데리고 갈까. 이왕 다시 하는 결혼식인데 가족이 다 있으면 좋잖아.
유스텐:(부스스 웃으며) 좋아요. 정말 북적북적하겠어요.
릭사엘:(사랑스럽기는...) 신혼여행은 결혼식 끝난 이후에 가고?
유스텐:(끄덕) 아, 아이들이 있으니 신혼여행도 아이들 데리고 가야겠죠...?
릭사엘:아이들을 데려가면 신혼 여행이 아니라 가족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작게 웃으며 탕의 열기로 조금 발긋해진 네 뺨에 입술을 찍는다)
유스텐:그러게요... 그렇다고 아이들을 어디 맡겨둘 수도 없고...
릭사엘:같이 데려가고, 육아는 따로 케어를 맡길까. 부모가 너무 오래 안 보이면 아이들이 걱정할 테지만, 반나절 정도씩은 맡겨도 될 거야.
유스텐:그래도 될까요? 으음- '믿고 맡길만한 사람이 있으려나?'
릭사엘:새해가 밝으면 새로 사제들을 고를 테니, 육아를 전담할 사람도 그중에서 뽑지. 그들 중 쓸만한 이가 없으면 그대 옆을 살피던 엘람이나 예레미야에게 육아 업무를 맡겨도 되고. 큰일은 안 생길 거야.
유스텐:별일 없었으면 좋겠는데... 너무 이른 걱정이겠죠?
엘람 씨랑 예레미야 씨가 돌봐주시면 마음이 놓일 것 같아요. '사실 예레미야 씨보단 엘람 씨가 더 신뢰가 가지만.'
릭사엘:그래, 그럼 그 둘을 일단 우선상에 두지. 나나 그대를 보좌하는 업무는 새로 사제 임명을 받은 이들에게 맡겨도 무탈할 테니.
(슬쩍 내려간 네 입꼬리를 손가락으로 꾹 당겨 올리며) 그렇게 심각하지 않아도 돼. 나의 종들은 유능하니.
유스텐:그분들의 능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에요. 그저... 그들은 평범한 인간이니 당신과 비슷한 존재가 빈틈을 노릴까봐 두려워요. '결혼식 때도 교단 사람들이 가득한 곳에서 납치당했으니...'
결혼식 때의 납치 사건도 그렇고, 알렉스를 처음 초대했을 때도 수상하리만큼 이쪽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는 속도가 너무 빨라요.
릭사엘:...알아낸 바에 의하면 그 뱀은 천리안이라는 주술을 주로 사용하더군. 그러니 정보력이 빠를 수밖에 없겠지. 성역까진 직접 침범하지 못하는 듯하지만, 그대와 내가 이곳에 온 사실 정도는 이미 알지도 몰라.
유스텐:으으... 음침하게 생겨서는 하는 짓도 음침해요! 온 몸을 꽁꽁 싸맬 수도 없고...
릭사엘:(네 배 위를 천천히 물기 어린 손으로 쓸어내며) 이제는 그대 또한 불멸이고, 그대의 안위를 두고 내게 협박을 하거나 궁지로 몰 수 없으니 다른 꾀를 생각하고 있겠지. 뱀의 교단은 지금 거의 절멸하다시피 할 정도로 신도가 사라졌지만, 그 교단의 행보를 되짚어보면 교단 내의 건물을 보수하거나 새로운 교인을 포섭하는 일에 관심이 없어 보이더군. 여전히 우리가 목표일지 몰라.
게다가... 해를 가하려 한다면 우리 아이들을 인질로 잡으려 하겠지.
유스텐:... 나라도 그 새ㄲ, 아니 실키스라면 아이들을 노릴 계획을 짤 것 같아요.
왜 그렇게까지 교단을 건드리고 싶어서 안달이 난 걸까요?
릭사엘:내가 후계 없이 이 교단에서 물러나 신도들이 와해된다면, 신도들은 어쩔 수 없이 그의 교단에 복속되려 할 것을 알기 때문이겠지. 우리 교단의 사람들은 바깥 세상에서 갈 곳이 없어 밀려난 이들이 많으니 적어도 3할에서 절반은 그의 아래로 들어갈 수밖에 없을 거야. 교단의 세력권을 키우기 좋은 먹잇감인 거지.
유스텐:그래도... 다른 좋은 교단 많을텐데 굳이 뱀 교단을 차선책으로 둘 이유가 있어요?
릭사엘:일반적인 교단에서는 일감이나 생활 부지를 제공하지 않고, 오히려 착취하는 계급 구조를 취하니까. 내 생각이다만, 내가 교주직을 내려온다면 그 뱀은 재력을 과시하고 복지를 약속하고 내 신도들을 끌어들이려 할 거야. 조사해 보니 불법으로 벌여들인 재산이 제법 많아. 충분히 실행 가능성이 있어.
유스텐:대체 뭘 믿고 그리 싸가지 ㅇ, 아니 예의없이 당당한가 했더니... 돈이 꽤 많아서 그런 거였군요.
릭사엘:(거침없이 말하려다가도 말고 순한 표현으로 바꾸는 네가 귀여워 작게 웃으며) 그렇지.
욕하고 싶으면 욕해도 될 텐데. 그대는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마저 사랑스러워.
유스텐:당신 앞에서는 예쁜 말만 쓰고 싶단 말이에요...
릭사엘:그대도 참... (예뻐 죽겠어... 진지한 대화를 하면서도 내내 사랑스럽기만 해서, 네 턱끝을 들어올리고 짙게 입을 맞춘다)
유스텐:(실키스를 떠올리니 재수가 없어서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다가 네 다정한 입맞춤에 미간 사이가 점점 풀린다.)
릭사엘:(너무 예뻐, 사랑스러워... 톡 튀어나온 배가 제 복부에 맞닿는 것조차 귀여워서 네 뒤통수를 감싸고 다정하게 입술을 베어문다. 따뜻하게 몸을 감싸안는 물결과 슬며시 닿는 네 부드러운 피부, 얕게 떨리는 가느다란 숨결까지 모든 게 달콤하게 느껴져서 뺨이 발긋하게 물들기 시작한다)
유스텐:(입을 맞추고 숨결이 뒤얽힐수록 복잡한 생각들은 사라지고 가슴을 간지럽힌다. 실키스 따위... 알 게 뭐야? 그가 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두 번이나 교단을 삼키려는 계획에 실패했으니 어차피 성역 내에서 그에 대한 이미지가 어떨지는 뻔하지 않은가.) '미리 대비책을 세워놓는 게 좋겠어. ...정말 아이들까지 건들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 릭사엘:(심장이 더없이 쿵쾅거리는 감각에 취해 네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애교부리듯 번갈아 빨고 혀끝을 간질이다가, 숨이 조금 탁해지는 감각에 입술을 떼어낸다. 아이들이 태동을 보인 뒤로 한동안 너를 탐하지 않아서인지, 밀착된 채로 키스만 나눴을 뿐인데도 머리 끝까지 열이 올라 눈앞이 아찔하게 흔들린다) 후... 왜 이렇게 예뻐서는 나를 시험에 들게 해.
유스텐:(속으로 실키스로 어떻게 회를 뜨면 좋을지 칼을 갈다가 네 말에 현실로 돌아온다. 언제까지 그런 무시무시한 생각을 했냐는 듯 부드럽게 풀린 눈으로 널 바라보며) 당신이 자발적으로 날 너무 예쁘게 보고 있는 거 아닐까요?
릭사엘:내 신부가 예쁜 건 하늘도 아는 진실일 텐데. (네 턱끝에 쪽 입을 맞추며) 그러니 신께서도 그대를 택했겠지.
유스텐:하하, 그거 괜찮은 거예요? 경쟁자가 늘어난 느낌은 안 들어요?
릭사엘:그런가. 그래도 그대를 내 배필로 정해주신 걸 보면, 그대를 욕심내지는 않으시는 듯하니 넘어가야지. (쪽쪽 입술 언저리에 입술을 찍다가, 부드럽게 눈을 깜빡이며 네 목선과 쇄골로 내려가 살갗을 슬쩍 핥는다)
유스텐:하아... 이런. 아까 저녁 식사를 하고 왔는데도 벌써 출출해진 모양이네요.
릭사엘:(질척하게 어깨를 핥고 빨아들이다가, 살짝 헐떡거리는 숨을 내쉬며 너를 올려다본 채로) ...그대는 언제 먹어도 배가 고프지.
유스텐:(살짝 물에 젖은 네 앞머리를 옆으로 쓸어넘겨주며) 오늘도 배고픈 릭스가 이긴 모양이네요. 가엾은 착한 릭스-
릭사엘:(애교부리듯이 네 살결을 쪽 빨다가 놓기를 반복하다가, 네 가슴팍을 따라 혀를 미끄러뜨리며) ...먹을 수 있게 허락해줄 거야?
유스텐:(작게 웃음 소릴 흘리며) 당신 눈빛이 간식을 기다리는 강아지 같네요.
(쪽) 사랑스러운 남편이 이리 바라보는데 당연히 허락해야죠.
릭사엘:(네 말에 작게 침음을 삼키며) ...그러면, 다 핥아도 되나?
(장난스런 투로) 꿀이라도 챙겨올 걸 그랬나봐요.
릭사엘:꿀이 필요할까. 그대에게서 나오는 체액은 모조리 달콤한데. (고개를 슬며시 조금 옆으로 옮겨 네 앙증맞은 젖꼭지를 쪽 빨아낸다)
유스텐:(살짝 떨며) 흐... 거기서는 체액이 안 나올텐데.
릭사엘:안 나오기는. 내가 맛보기에는 충분히 달콤한데. (네 양 젖꼭지를 번갈아 빨며, 네 귀여운 성기를 부드럽게 쓸어올린다)
유스텐:농담도- 으응... (간질거리는 자극에 흠칫 어깨를 들썩이며 입을 다문다)
릭사엘:(쪽쪽 소리가 나도록 네 돌기를 핥고 빨다가, 물끄러미 너를 올려다보며) ...의원이 이야기하기를, 이젠 안정기라고 하던데. 맞아?
유스텐:(옅게 숨을 고르고는) ...그랬었죠.
릭사엘:그럼 오늘은... (네 성기를 훑어올리던 손을 뒤로 뻗어 다물린 입구를 간질이며) 이쪽으로 예뻐해주고 싶은데. 괜찮아?
유스텐:(욕망으로 이글거리는 눈빛이 제 표정을 훑는 동시에 몸을 어루만지자 긴장감과 함께 달아오른다. 침을 꿀꺽 삼키고는) ... 어떻게 예뻐해주고 싶은지 알려줄래요?
릭사엘:글쎄... 나야 가능한 방식이라면 뭐든 하고 싶지만, 참을 수 있는지에 따라 다르겠지. (오밀조밀하게 주름진 입구를 손끝으로 톡톡 간질이다가, 슬며시 손가락 끄트머리를 꾹 넣었다 빼기를 반복한다)
유스텐:(가느다란 숨이 한 번, 턱 걸리다가 후- 내뱉는다. 뺨에 불그스름하게 달아오른 채 애교부리듯 네 이마에 입술을 지그시 눌렀다 떼고는) 그럼 무슨 생각을 했는지만이라도 알려줘요. 듣고 싶어요, 응?
(더운 숨을 내쉬며 네 귓가로 다가가 입술을 대고는 낮게 속삭이듯) ...그대 안에 내 걸 밀어넣고 이리저리 헤집고 나오는 생각.
유스텐:당신 생각을 듣고서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
(쪽) 마침 나도 당신과 같은 생각을 했는데. 역시 부부끼리 통하는 게 있나 봐요.
릭사엘:...그런 말을 하면 내가 참지 못할 걸 알면서. 내 사랑은 짓궂기도 하지. (어느덧 흥분으로 살짝 열린 입구를 매만지다가, 중지를 조심스럽게 길게 찔러넣는다. 한참이나 드나들지 못했는데도 뭉그렇게 벌어지는 내벽의 감촉에 입술 사이로 숨이 길게 토해지고, 눈이 느릿하게 깜빡인다)
유스텐:사랑하는 남편하게 거짓말을 할 수도 없잖아요, 아, ...흣.... (엉덩이부터 등줄기까지 전류가 흐르는 듯한 감각에 반사적으로 허벅지를 모으려든다.)
릭사엘:너무 사랑스러워, 여보. (네 귓불을 차근히 빨아삼키며, 촉촉하게 벌어진 네 안으로 손가락을 움직여 극점을 찾아 느릿하게 문지른다)
유스텐:릭, 스-... (씻다가 하는 건 이번이 세 번째인가? 평소라면 이대로 저를 안아들어 침실로 향했을 그가 여기서 이런다는 건, 그럴 여유조차 없다는 거겠지. 자신이 어디로 도망가는 것도 아닌데 이리 급하게 구는 모습조차도 사랑스러워서 너를 꼭 끌어안은 채 네가 극점을 누를 때마다 몸을 흠칫거린다)
릭사엘:후우... 떨고 있네. 오랜만이라 긴장되어서 그래? 아니면 좋아서? (점차 도톰하게 올라오는 내벽 안쪽을 꾹꾹 압박하며 좌우로 비비기를 반복하다가, 빈 손으로 네 성기를 쥐고 가볍게 흔든다. 따뜻하게 욕조를 채운 물이 팔뚝의 흔들림에 따라 가볍게 튀어오른다. 심장이 쿵쾅거려서인지 수증기가 욕실을 가득 채운 탓인지, 호흡이 조금 버겁다)
유스텐:(탕의 열기인지 아니면 제 몸을 짜릿하게 데우는 손길 때문인지 목덜미에 옅게 습기가 맴돈다. ) 둘, 다요. 후으... 언제는, 미니 유스텐들이 당신을 변태로 볼까봐 걱정했으면서, 이제는 당당해지기로 했나 보네요.
릭사엘:내 사랑이 말하는 걸 보아하니 나만 변태이진 않은 것 같아서, 하아... 조금 안심이 되었달까. (어느덧 뭉근하게 벌어지는 속살 사이로 미끈한 액체가 흐르는 것이 느껴지자, 살며시 약지를 밀어넣고 네 안을 둥글게 헤집는다. 목구멍에서 체온 그대로의 열기를 머금은 숨이 달뜨듯 실내를 채우고 메아리치는 소리에, 흥분이 크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과하게 부풀어오르는 기분이다. 부드러운 입구가 움찔거리며 손가락 마디마디를 베어무는 감촉마저도 사랑스럽게 느껴져 빳빳이 발기한 하반신이 잘게 떨린다)
유스텐:(내벽이 짓눌리는 것과 함께 귓가에 들리는 잔뜩 흥분한 목소리에 정신이 쏙 빠져버릴 것 같아 아무 말이나 내뱉는다) 하아... 아이들이, 우리가 이랬다는 건... 기억하지 말아야 할텐데... 우리야 욕실에서 이러는 게 처음이 아니라지만, ...읏, 아이들은 모르니까요. 침실까지 가는 것도, 못 기다리는 어른들이라고, 생각하면...
릭사엘:(또 다시 걱정꾸러기가 된 네 모습에 더할나위 없는 애정이 샘솟는다. 어쩜 이리 귀여울 일인지. 고개를 숙여 네 봉긋 나온 배 위에 키스하고, 손가락으로 네 부드러운 안쪽을 찌걱거리며) 하아... 조용한 걸 보니 둘 다 자는 모양인데, 설마. 게다가 여러 번도 아니고 한 번이잖아. (제 손가락을 조여 물면서도 왕복마다 점차로 흐무러지는 네 안쪽을 부드럽게 후비다가, 조심스럽게 너를 일으키고 뒤돌게 한 뒤 등허리를 부드럽게 눌러 욕조 모서리를 짚게 한다. 물기가 어려 촉촉해진 피부 아래 드러난 어깨와 날개뼈, 척추, 게다가 도톰하게 내밀어진 엉덩이까지 고스란히 보이자 애닳듯 속이 끓어댄다. 가슴팍이 조금 성급하게 네 등에 붙고 손이 네 묵직한 배를 대신 들어올린다) 후... 불편하진 않아?
유스텐:'한 번이든 여러 번이든 안 한 게 되는 것도 아닌데... 웃긴 사람이야, 정말.' (4개월 동안 참았으니 이 정도면 꽤 오래 참은 건가. 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이런 사람을 두고 전에 "배 나와서 이제 흥분하지 않는 거냐."며 따져물었던 자신이 우습게 느껴진다. 순순히 네가 이끄는 대로 뒤를 돈 채) 아직은...? 괜찮아요. 여기서 하고 싶어요?
릭사엘:후우... 어디든. 급해. (네 배를 들어올린 채로 찬찬히 쓸며, 성급하기 짝이 없는 동작으로 네 볼기짝 사이에 흉흉하게 선 기둥을 비빈다. 주름진 입구를 스치는 별것 아닌 마찰로도 귀두가 불그죽죽하게 부풀어오르고 선액이 질금거리며 샌다. 빨리 쑤셔박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오랜만인데다 임신 상태인 너를 무리시킬까봐 스스로를 다스리는 내내 입술과 혀가 끊임없이 네 목덜미와 날개뼈를 할짝인다)
유스텐:(당장이라도 안으로 들어오고 싶어 죽겠다는 것처럼 네가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걸 너는 알까. 마주보지 않아도 얼마나 안달났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그동안 섹스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삽입 없이 비비기만 했던 터라 볼기짝에 뭉툭한 성기가 닿자 저도 등허리를 곧게 세운 채 엉덩이에 바짝 힘이 들어간다. ) 씻고 트리 꾸미자던 남편은 어디 간 건지...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됐더라?' (전혀 기억이 안 난다. 모르겠다. 어차피 안정기라 했으니 죽진 않겠지.)
릭사엘:하아... 누군 이리 될 줄 알았나. (네 어깨를 날 서지 않게 치아로 잘근거리다가, 한계까지 뜨거워진 접합부를 느끼고는 네 입구를 찾아 귀두를 들이민다. 여기다 싶을 때쯤 더운 탄식이 뺨 위를 기어오른다. 너무 오랜만이어서일까, 너와 처음 관계하기 직전인 것처럼 심장이 크게 날뛰고 맥박치는 혈관마다 불에 타는 듯 뜨겁다) ...들어가고 싶다. 들어가게 해줘.
유스텐:하하... 항상 계획하고 섹스한 적은 없죠, 우리가. 늘 이런 식이었지. (입구에 닿기만 했는데도 온몸이 네 것을 반기려 드는 감각에 신경이 전부 그쪽으로 쏠린다. 긴장감과 기대감이 뒤섞여 마른 침을 꿀꺽 삼키고는) ...넣어주세요.
릭사엘:(네 입구의 살갗이 선단에 달라붙어 움찔거리는 촉감에 눈앞이 희게 번진다. 기어이 저를 허락해주는 네 목소리가 어쩜 이리 달콤한지. 눈이 느릿하게 깜빡이고, 딱딱한 끝이 자연스럽게 네 입구를 비비며 자리를 잡는다) ...버거우면 얘기해. (기둥 끝으로 입구를 얕게 넣었다 빼며 찌걱거리길 반복하다가, 네 뒷목에 끈적한 숨을 흩뿌리며 네 안을 직선으로 천천히 꿰뚫어 들어간다. 촉촉하고 따뜻한 내벽이 제 것에 닿으며 부드럽게 벌어지고 기둥 곳곳을 감싸안는 촉감에 허리부터 손가락 끝까지 저릿해진다. 눈시울이 뜨겁다. 뺨에 닿는 살갗에서마저 애틋함이 번지는 탓일까, 맞닿은 밀부에서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옅은 맥박이 튀어대서 흉통이 꽉 조여든다)
유스텐:(언제까지 애를 태우려는 건지 말을 꺼내려던 찰나, 또다시 제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내벽을 가르고 네 중심이 들어오자 헛숨을 들이킨다.) 흡..., (아직 반도 안 들어왔는데도 숨이 제대로 쉬어지질 않아 입을 벌린 채, 엉덩이를 곧게 세워 네 것을 받아들이는 데에만 집중한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타액이 고이고 욕조 가장자리를 붙잡은 손끝에 힘이 바짝 들어간다. 간만에 받아들이는 탓인지 입구가 주름없이 팽팽하게 당겨지며 느껴지는 특유의 아릿함이 하반신을 뒤덮는다. 하지만 그런 감각마저도 반갑게 느껴지는 걸 보면, 자신도 네게 무어라 할 처지가 아니라는 생각이 스친다.) '아, 벌써부터 너무... 좋아... 조금만 더...'
릭사엘:(네가 살짝 몸을 뒤틀며 더 깊이 받아들이려는 그 작은 움직임에, 가슴 한가운데가 뜨겁게 저릿해진다. 아직 다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네 안이 이렇게도 저를 이토록 부르고 조이는 게, 미칠 듯이 좋아서 허리가 계속 꾸준히 밀려들어간다. 쿡, 네 끝에 다다라 제 좆을 완전히 밀어넣자 네 내벽이 저를 꽉 물고 놓아주지 않는 압박감에 숨이 턱 막힌다) 흣... 하아-... 다 들어갔어, 여보. 기분은 어때. (네 배를 감싸 안은 팔에 힘을 주고는, 네 등허리에 이마를 기대고 잠시 숨을 고른다. 네 맥박과 체온,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데다 쾌감까지 한데 섞이자, 당장이라도 허리를 밀고 빼고 싶어 안달이 난다)
유스텐:(무너질 듯한 몸의 무게를 버티려 주먹을 꽉 쥔 채) 하아- 기분, ...좋아요... (불규칙적으로 떨리는 숨을 입으로 토해내며 내벽에 빡빡하게 자리잡은 이물감에 익숙해지려 슬쩍 허리를 들썩인다)
릭사엘:(네가 허리를 살짝 들썩이는 사랑스러운 움직임에, 가슴이 확 내려앉는 듯한 쾌감이 올라온다. 아직 네가 적응하려 애쓰는 게 느껴지는데도 당장이라도 미친 듯이 움직이고 싶어서, 충동을 꾹 누르고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다. 네 등허리에 이마를 기대던 채로, 한 손을 아래로 뻗어 네 성기를 감싸 쥐었다가 살짝 풀었다가 반복하다가) ...더 기분 좋게 해줄게, 유스. (네가 혹여나 미끄러지지 않게 몸을 단단히 붙잡고는 허리를 천천히 뒤로 뺀다. 뭉근하게 달아오른 내벽이 끝까지 따라오듯 달라붙는 촉감에 숨이 턱 막힌다. 이윽고 거의 다 빠져나간 듯한 지점에서 서두르지 않고 허리에 힘을 들여 네 안에 깊게 자신을 묻는다)
거사(?)를 치르고 힘이 다 풀린 채 릭사엘에게 꼼꼼히 씻겨지고 옷까지 입혀져
욕실에서 나오면 다리가 조금 후들거립니다...
자세가 조금 무리였는지 허리가 조금 쑤시네요.
덕분에 욕실에서 한바탕 저지른 일이 생각이 납니다.
릭사엘의 손길에 수건으로 머리가 말려지고 거실로 내려오면
아직 장식이 하나도 걸리지 않은 초라한 트리가 보입니다.
유스텐:(과장을 보태서 일부러 다리를 후들거리며) 흐으으... 기운이 쪽 빠져버렸어요.
릭사엘:...이런, 그건 큰일인데. (뒤에서 너를 안으며 또 배를 들어올려준다) 조금 앉아서 쉬는 건 어때. 내가 야식이라도 만들어올 테니.
릭사엘:(끄덕) 간단하게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전에 주방장이 최신 조리기구 사용법을 알려줬어.
유스텐:그걸 알려줬다고요? 설마... (입꼬리를 끌어당기며) 이 날을 위해서 배웠다는 거 아니죠?
릭사엘:글쎄, 그건 비밀로 할까 싶은데. (뒤에서 너를 끌어안은채로 고개를 옆으로 틀어 네 뺨에 쪽 뽀뽀한다)
유스텐:(네 볼을 잡아늘리며) 이미 다 들통났거든요?
릭사엘:(볼이 주욱 늘려지면서도 그저 부스스 웃으며) 눈치가 많이 빨라졌네, 내 사랑.
유스텐:주방장님이 많이 당황하셨겠어요. 교주님이 갑자기 요리를 한다고 하니...
유스텐:(쓰담쓰담) 그래서 이제는 불 키는 법도 알아요?
릭사엘:물론이지. (네가 쓰다듬기 좋게 고개를 숙여주며) 방법을 알았으니 만드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어. 간단하게 초콜릿 코팅한 오트밀 쿠키는 어때.
유스텐:이야 - 교주님이 베이킹을? 정말 기대되는걸요?
릭사엘:흠, 밤이 늦어서 간단하게 만드려 한 건데. 내가 베이킹 하는 모습이 궁금했어?
유스텐:음... 궁금하긴 해요. 요리하는 남편도 섹시할 것 같아서?
릭사엘:섹시... 그럼 팔뚝이라도 걷어붙이고 반죽해야 하나?
릭사엘:(작게 웃으며) 오트밀 쿠키는 반죽이 어렵지 않으니, 내일.
유스텐:(아쉬운 한숨을 내뱉으며) 우응- 알았어요.
유스텐:아쉽죠. (어깨를 으쓱) 가끔은 다 벗은 것보다 노리지 않은 섹시함이 더 좋을 때도 있는 법이거든요.
어! 그럼 여기서 머무르는 동안은 당신이 요리하는 거예요?
릭사엘:그러려고 했지. 단 둘이서 오붓하게 지내고 싶었던지라.
유스텐:당신 정말 만반의 준비를 했네요? 크리스마스는 하루인데 올해 크리스마스는 일주일이나 되네. 신기해라-
릭사엘:(작게 웃으며) 이런, 선물 여섯 개를 더 챙겨야 했나.
이래서야 산타 직업에서 잘리겠어.
유스텐:나만을 위한 산타니까 내가 리뷰를 잘 준다면 잘릴 일도 없겠죠. 안 그래요?
릭사엘:일리 있네. 매끼 배불리 먹여서 선물 할당량을 잘 채워야겠어. 새 목표가 생겼네.
유스텐:하하, 앞으로 잘 부탁해요, 산타 릭사엘 씨?
릭사엘:리뷰 잘 부탁드리죠, 나의 꼬마 유스. (쪽)
유스텐:그런데- 선물을 지금부터 만드는 거예요?
릭사엘:(뻔뻔) 이곳도 북쪽이라 선물 공장이 멀지 않은 셈이지.
지금부터 바로 가동 시작할 거야.
일단 쿠키부터 가볍게 먹고, 트리 장식을 시작해볼까.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 15분 정도면 돼.
유스텐:여기서 착한 아이처럼 기다리고 있을게요.
'인간일 적엔 좋아했던 것 같은데...' 릭스는 이렇게 요리하는 거 어떻게 생각해요? 재밌어요?
릭사엘:흠, 글쎄. 재밌어 하나? 결과물이 곧바로 나온다는 점이 보람 있긴 해. 이젠 그 보람에 그대 잘 먹이는 게 포함되겠지. (너를 소파에 데려가 앉히고, 입술을 부드럽게 손끝으로 문질러주며) 쉬다가 심심하면 불러. 바로 올게.
유스텐:당신 없이는 늘 심심한데... 구경하면 안돼요?
릭사엘:안 될 것 없지. 그대는 뭘 해도 좋은데. (사랑스럽기 짝이 없는 네 몸을 들어올리고 쪽 뽀뽀한 뒤 부엌으로 향한다)
거실의 반대편에 있던 다이닝 룸으로 먼저 향합니다.
아기자기한 작은 그릇들과 머그컵들이 놓인 선반이 있네요.
...음, 갑자기 과거에서 본 기억이 떠오릅니다.
유스텐:(흠칫) ... 인테리어는 누가 담당한 거예요?
릭사엘:내가 설계도를 전달하고, 사제들이 이 인근의 건설인력을 동원한 걸로 알고 있어. (찬장을 조금 뒤적거린 끝에 오트밀과 밀크초콜릿, 꿀을 꺼내 조리대에 놓는다)
식탁에 앉아 있어. 몸도 무거운데.
유스텐:(도리도리) 잠깐 서 있는 건데 괜찮아요.
(두리번거리며) 기분이 정말... 이상해요.
과거에서 본 당신의 집이랑 정말 유사해서, 다시 과거로 온 기분이 들 정도예요.
릭사엘:최대한 똑같이 해달라 부탁했는데, 그대 얘기를 들으니 다들 열심히 한 것 같군. 안심이야. (오븐을 가볍게 예열하는 동안 오트밀을 오븐팬에 쏟아붓고, 가스레인지에 물 채운 냄비를 올린다)
아, 이러면 좀 더 예전 같으려나. (주변을 조금 뒤지다가 찾아낸 흰 앞치마를 몸에 슥슥 묶고는 너를 바라본다) 어때.
유스텐:(거구의 체형에 앞치마를 두른 모습을 보니 어쩐지 미니 식탁보를 두른 느낌이라 피식 웃음을 터뜨린다) 귀여워요.
유스텐:(두 팔 벌려 곰인형처럼 껴안는다) 엄청-
어느 큰 교단의 교주님이라고는 상상도 못 할 모습인걸요?
릭사엘:여기서는 그저 그대 남편이지. (귀여운 네 머리통을 보드랍게 끌어안고는 정수리에 쪽 뽀뽀한다)
유스텐:확실히 지금은 내 남편처럼 보이네요. (쪽)
내가 도울 건 없어요?
릭사엘:(자상하게 웃으며) 돕고 싶어? 음... (잠시 고민하다가) 초콜릿 중탕은 어때.
유스텐:(한 쪽 팔을 척 들어올리며) 그 정도는 완전 껌이죠!
릭사엘:귀엽기는. (쓰담쓰담) 그럼 부탁할게. 칼질은 나한테 맡겨. (어디선가 도마를 꺼내 초콜릿을 가늘게 썰어 부수고는, 스테인리스 보울에 담아 건넨다) 여기.
유스텐:(보울을 받으며) 최고의...! 음... '이미 다 만들어진 거니깐' 녹인 초코를 만들 거예요.
특별한... 메이드 인! 어... (눈을 굴리더니) 유스텐인 거죠!(?)
릭사엘:(키득키득 웃으며) 메이드 인 유스텐이라니. 그런 귀한 걸 먹게 된 나는 행운아겠네.
유스텐:(주절주절) 물론! 초콜릿 자체는 생산 국가도 다르고- 그걸 가공한 사람도 다르고- 이걸 자른 사람은 당신이지만...!
마지막은 제 손을 거치니까 메이드 인 유스텐이에요!
릭사엘:(귀여워 죽겠군) 그건 말이 된다만, 메이드 인 영국과 메이드 인 릭사엘은 잊지 마.
그러니까- 메이드 인 영국 & 릭사엘 & 유스텐!
길다!
릭사엘:그러게. 포장지에 적어야 한다면 인쇄값이 많이 들겠는데.
(농담)
유스텐:그거는! 우린 생산을 공장처럼 돌리지 않으니까 프리미엄가로 떼우면 해결될 거예요.(?)
릭사엘:오... 여보, 천재적이야. (짐짓 놀란 척하며 네 말랑한 볼을 주무른다)
당신의 배우자라고요. (으쓱)
릭사엘:(귀엽긴) .그대에게 사업가의 재능이 있을 수도. 시작하고 싶은 사업 있으면 언제든 얘기해.
내가 언제든 지원하겠다는 말은 진심이니
유스텐:알았어요. 사실 사업이란 단어 자체가 나랑은 되게 거리가 먼 단어 같아서 실제로 계획할지는 모르겠지만요.
릭사엘:그대 편한대로지, 물론. (쪽 뽀뽀하고는, 예열 끝난 오븐을 열어 오트밀을 밀어넣고 네 보울을 물 담긴 냄비 위에 올려둔다) 부탁할게, 내 사랑.
유스텐:아! 얼른 끝낼게요! (후다닥 초콜릿을 중탕할 준비를 한다)
유스텐:손놀림| 기준치: | 60/30/12 |
| 굴림: | 22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당신은 따끈하고도 뭉근하게 녹아내리는 초콜릿을 주걱으로 곱게 저으며
실내 온도에 있던 초콜릿은 당신이 젓는 주걱질마다
눈꽃처럼 부드럽게 녹아내리고 액체로 변하는군요.
가볍게 수분을 날린 오트밀을 꺼내 꿀과 곱게 섞고는
릭사엘:(잠시 꿀 섞은 오트밀을 구웠다가 오븐 장갑을 끼고 꺼낸 뒤 조리대 위에 올려두며) 초콜릿 다 됐어, 여보?
릭사엘:역시 대단한걸, 여보. 믿고 있었어. (피식 웃으며 네게서 보울을 건네 받아 바닥쪽 물기를 닦아낸다) 붓는다?
릭사엘은 당신이 공들여 중탕한 초콜릿 보울을 건네받으며,
갓 구워져 나와 고소한 향기를 내뿜는 오트밀 판 위에
릭사엘은 스파츌러를 들어 마치 정교한 조각을 하듯 표면을 다듬고는,
초콜릿이 묻은 오트밀을 먹기 좋은 크기로 뭉쳐서 유심하게 나열합니다.
그리고 부엌 조리대 창문을 열어 겨울 바람을 조금 들여보낸 뒤
릭사엘은 손에 묻은 아주 작은 초콜릿 흔적을 보고는
짐짓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당신을 돌아봅니다.
릭사엘:자, 메이드 인 유스텐 초콜릿을 위한 헌사. (그렇게 말하고는 네 코끝에 초콜릿을 살짝 묻히며 웃는다)
유스텐:(코끝 쪽으로 눈을 한데 모으더니 뒤늦게 입술을 삐죽인다) 릭스!
릭사엘:(피식피식) 왜 그래, 내 사랑? 무슨 문제라도 있어?
유스텐:(뚱-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까치발을 들어 코끝을 마주 비빈다) 나도 헌사를 줄게요!
릭사엘:(생각지도 못한 코 비비기에 놀라서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가, 이내 피식 웃어버리며 네 초콜릿 묻은 코끝을 쪽 핥아먹는다) 달콤한 내 사랑에게 어울리는 맛이네.
유스텐:(피식피식 웃으며) 아! 헌사를 줬다 뺐는 게 어딨어요?
릭사엘:여기. (코끝에 초콜릿이 묻은 것도 괘념치 않고 네 입술도 가볍게 핥아먹는다) 유스텐:뻔뻔해- (저도 똑같이 네 코끝을 가볍게 핥는다)
릭사엘:(네 입술이 코끝에 닿자 간지러워서 반사적으로 얼굴을 구기며 웃는다) 아하하...! 나보고 뭐라고 하더니 그대도 똑같이 하잖아.
유스텐:당신이 먼저 했으니까 나는 복수하는 거죠!
깨물었어야 했나?
릭사엘:늦었어. 복수 실패야. (키득거리며 초콜릿 든 보울 안으로 손가락을 넣고 가볍게 벽면을 긁어, 네 코에 또 묻힌다)
(똑같이 보울 벽면을 긁으며) 해보자는 거예요?!
릭사엘:(키득거리며 슬금슬금 뒷걸음친다) 아니. 난 초콜릿 묻은 그대가 귀엽고 예뻐서 그런 거지.
유스텐:흥! 그런 변명은 안 통해요! (네가 뒤로 빠지는 만큼 다가간다) 이리 안 와요? 확 얼굴 전체에 묻혀버릴 거예요!
릭사엘:(부엌 테이블을 빙 돌아 도망가며) 난 달콤한 내 사랑에게 초콜릿이 잘 어울릴 것 같기에 도운 거야. (뻔뻔)
유스텐:(미간을 찌푸리고 입꼬리를 끌어당기며 당장이라도 초콜릿을 묻힐 기세로 쫓아간다) 나도 당신이 잘 어울릴 것 같다 생각하니까 도와줄게요!
릭사엘:달콤한 건 그대지 내가 아닐 텐데- (계속 슥슥 도망간다)
릭사엘:민첩| 기준치: | 60/30/12 |
| 굴림: | 93 |
| 판정결과: | 실패 |
유스텐:민첩| 기준치: | 60/30/12 |
| 굴림: | 98 |
| 판정결과: | 실패 |
그렇게 얼마나 릭사엘을 잡으려 빙글빙글 테이블을 돌았을까요,
릭사엘:(네가 제풀에 지쳐 멈춘 걸 보다가, 창가에 놓아둔 쿠키를 톡 하나 들어내고 네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가간다) 여보 운동 잘하던데. 아, 해봐.
유스텐:(입을 벌리며 악을 쓰고 쫓아가다가 별안간 달달한 쿠키가 들어온다. 와그작- 반사적으로 씹어먹고는 금새 표정이 풀어진다) ...맛있다.
릭사엘:귀엽기는. (네 뒤로 가서 무거운 네 배를 대신 받쳐주고는) 쿠키 다 됐으니, 들고 가서 트리 꾸며야지. 주방에서 기력 다 쓰면 안 되잖아. (쪽쪽)
유스텐:(농담) 기력은 아까 욕실에서 이미 거의 다 썼는걸요?
릭사엘:(자못 곤란한 척하며 네 아랫배를 요술램프처럼 문지른다) 이런, 정말인가? 그럼 트리 꾸미는 건 내일 해야겠는데. 아쉬워서 어쩌나.
유스텐:(눈을 가늘게 뜨며) 당신이 책임지고 안아주면 되겠네요.
릭사엘:(피식피식 작게 웃으며) 내가 그대를 들고 있으면, 그대가 트리를 꾸미는 전략?
당신과 나의 합작이 될 거예요.
릭사엘:합작이라. 마음에 들어. (잠시 조리대로 향해 바삭하게 식은 쿠키를 접시에 옮겨담고는, 네게 건네주며) 그럼 가볼까. (네 무릎 아래와 허리에 손을 밀어넣고 단단히 품에 받쳐 안아든다)
유스텐:... 당신 어째... 갈수록 안는 실력이 느는 것 같아요.
뭐랄까, 점점 안정감이 있달까.
릭사엘:그대에게 최적화되는 중이지. 마음에 들어? (네 보드랍고 말간 뺨에 쪽 뽀뽀하고 슬그머니 뺨도 비빈다)
유스텐:마음에 들어요. 아- 나만의 자리 같은 느낌?
그치만 곤란해요. 신부가 두 다리 멀쩡한데 항상 안겨 다니면 다들 뭐라고 생각할지...
릭사엘:신혼이겠거니 생각하겠지. 물론 우리는 평생 신혼일 게 뻔해서, 언젠가부터는 뒷말도 안 나올 테지만. (너를 부드럽게 안아 받치고는,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겨 거실로 향한다)
유스텐:그래도... 나는 아직 입지랄 게 없으니까...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이 나올 것 같아서...
어... 잘 모르겠는데 예를 들면요?
거짓말이죠?
진실이야.
릭사엘:? 왜 몰라. 다들 그대에게 호의적인 데다가 교단의 마스코트까지 된 상황에서.
요즘은 교단 내부에서 털이 희고 눈이 분홍색인 토끼 인형이 유행하고 있는 건 알아?
모르죠!!
릭사엘:역시나. 예상하겠지만, 그대에게서 이미지를 따왔다고 하던데. 하나 구해줄까?
유스텐:...?? (진짜 이게 뭐지?? 라는 표정)
내 얼굴이 그렇게 유명해졌어요?
릭사엘:그야 성역 입구에 그대 동상을 세... (그러고보니 이거 얘기 안 했지 참. 입을 중간에 꾹 다문다)
무슨 동상이요??
한 4개월 됐어.
기존에 있던 내 동상 옆에 세우게 했다.
크기가 실제와 1:1 비율보다는 작아.
잠깐- "세우게 했다"?
진작 알고 있었단 거잖아요!
(등 뒤로 작게 식은땀이 흐른다)
나 몰래??
말하면 허락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랬어.
변명 같지만, 지도자의 동상은 신앙심과 충성심을 유지시켜주니 나쁠 것도 없고...
유스텐:(얼굴이 새빨개져서는 주먹을 쥔다) 당연히 허락 안 하죠!
아- 어쩐지 마을 축제에서 사람들이 이상할 정도로 나를 알아본다 싶었는데...
릭사엘:(삐질삐질 3333) ... 안 그래도 그대 모습은 나만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인데, 내가 좋아서 세웠을 리 없다는 걸 참작은 해줘.
유스텐:(삐죽-------------) 확실해요?
유스텐:(땅이 꺼져라 한숨을 일단 뱉고는 스스로 팔짱을 낀다) 하아----- 불경한 책에서도 완전 이상하게 나왔는데 동상은 또 어떨지...
릭사엘:동상은 신전에게 주도해 세운 것이니, 이상한 점은 전혀 없어. 그런 쪽은 걱정하지 마.
유스텐:... (의심스런 눈초리로) 동상 말고 또 숨기던 거 있어요?
릭사엘:...없어. 동상도 일부러 숨긴 것까진 또 아니고.
유스텐:(멍-) 난 외부인인데 교단의 마스코트라니...
릭사엘:그대가 왜 외부인이야. 지도자 내외면서.
... 아직도 바깥 사람 같아?
유스텐:그야... 여기 처음 왔을 때부터 당신도, 다른 사람들도 날 이단 취급했었으니까요.
릭사엘:지금은 성역이 그대 집이잖아. 우리 아이들도 그곳에서 자랄 거고.
이젠 누구도 그대에게 이단이라 하지 않아.
유스텐:그치만 당신도 가끔 내가 이해가 되지 않을 때, 이단의 가치관이라 했잖아요.
릭사엘:(슬쩍 정면을 보며) ...사람은 원래 사람마다 다르고, 타인의 가치관을 이해하는 건 어렵지. 그대 가치관을 이단이라 지칭하는 건 언젠가부터 그만두기로 했어. 그대 입장에서 그대의 가치관은 그건 그저 그대의 가치관이고, 그걸 이단의 것으로 규정하는 건 남편이 할 일이 아니니까.
그리고 좀 우습지만... 그대 가치관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랑스럽게 느껴져.
그래서, 그런 차이에 신경 쓰지 않으려 해.
그대도 그대답게 살아. 그게 내가 바라는 거니까.
유스텐:(입술을 달싹이다가 눈을 반쯤 내리깐다) 확실히... "이단" 소리를 못 들은 지 오래됐네요.
성역에서 나만 혼자 다른 가치관을 가져도... 괜찮아요?
언젠가 또 이해가 안 가는 순간이 올 수도 있을 텐데.
릭사엘:성역의 사람들은 나잇대도 다양하고 출신도 다양하고 인종도 다양하고, 겹치는 것이라고는 종교 하나뿐인데. 그대의 가치관 하나 정도야.
또 이해가 가지 않는 순간이 오더라도, 내가 그대 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테니. 그때도 이해하려고 노력할게. (걱정 많아 보이는 네 얼굴이 애틋하면서도 사랑스러워, 입술을 가볍게 삼켜물었다 뗀다)
유스텐:(작게 숨을 들이키다가) ... 고마워요, 그렇게 말해줘서.
릭사엘:뭘.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신부의 남편이 되어서 그 정도도 못하면 쓰나. (거실에 도착한 지 한참이나 되어 가만 서 있다가, 한쪽 손만 뻗어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이 든 쇼핑백을 끌어온다)
유스텐:난... 교단에서 일반적인 방법으로 성역에 온 게 아닌, 외부에서 온 사람이니까 이 곳에서 살기로 했다면 어떻게 해서든 교단의 가치관으로 바꿔 살아야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성역까지 도달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러니 신의 편법으로 들어온 나는 다른 사제분들이 억울하지 않도록, 그렇게 해서라도 진심을 표하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릭사엘:...하지만 내가 약속했잖아. 그대가 편안하게 지낼 수 있게 하겠다고.
유스텐:응... 말하지 않아도 노력하고 있는 거 알아요.
릭사엘:(쪽) ...내 말은 그러니까, 그대가 그런 부채감을 느끼지 않으면 좋겠어. 성역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거나, 무언가를 애써 해야 한다거나.
'다르다'는 말은, 다르게 생각하면 '특별하다'라는 뜻도 되지 않겠어? 난 그대가 생각하는 방식과 행동하는 방식 모두 좋아해.
그대는 아무것도 고치지 않아도 돼, 유스.
...여기 처음 왔을 땐 생각이 정말 많았는데.
하하... 진짜로 일원이 된 거네요.
유스텐:(삐죽) 그야 난 마을은 자주 안 가봤고, 당신도 얘기를 안 해줬잖아요.
릭사엘:내가 말했잖아. 다 괜찮을 거라고. 그게 그 뜻이지. (작게 부스스 웃으며, 삐죽 튀어나온 네 입술에 뽀뽀한다)
설마 내가 신뢰를 잘 못 줬나?
유스텐:그건 아니지만... 이런 주제의 대화는 잘 안 했었죠, 우리가?
릭사엘:기회가 됐어야 말이지. 그대 보면 그저 기분이 좋아서 다른 건 대부분 까먹어, 나도.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러운 신부를 둔 책임의 무게지. (농담)
유스텐:다른 분들은 당신이 이러는 거 알아요?
릭사엘:아니. 알아야 하나? 내 여보 귀여운 건 나만 알아도 충분해.
유스텐:마스코트 인형까지 불티나게 팔리는 걸 보면 의도치 않게 인기쟁이가 된 것 같은데...
릭사엘:그대 귀여운 걸 모두가 아는 거지. 다들 눈은 제대로 달려서는. 엉덩이쯤에 달려 있으면 좋았을 텐데.
당신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예요?
왜, 난 질투하면 안 되나?
릭사엘:질투지. 내 여보 사랑스러운 걸 모두가 안다는데.
유스텐:딱히 마을 사람들이랑은 얘기해 본 적 없는데도요?
나만 보기에도 아깝고... 닳을까 싶은데 그런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하지.
유스텐:그러니까 난 교주님의 24년 묵은 꿀단지인 거예요?
릭사엘:(꿀단지? 비유도 귀엽다) 그런 셈이지.
그럼 꺼내고 싶지 않겠네요, 확실히.
릭사엘:(피식피식 웃으며 생각한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귀엽긴)
(네 엉덩이를 가볍게 들썩여 고쳐 받치고는, 작게 부둥거리며) 이제 내 마음을 알겠어?
릭사엘:사랑스럽긴... (쪽 짧게 한번 더 뽀뽀하고는 네 몸을 조금 더 끌어올려 배에도 쪽 뽀뽀한다)
이제 대화도 다 했으니, 트리 장식을 하는 건 어때. 이러다 크리스마스가 영영 끝나겠어.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진짜로 꾸며볼까요?
유스텐:예술/공예 Roll| 기준치: | 55/27/11 |
| 굴림: | 60 |
| 판정결과: | 실패 |
당신은 릭사엘이 건네주는 장식들을 하나씩 받으며
그렇게 금빛 반짝이는 유리 장식들을 얼마나 달았을까...
유스텐:장식이 많아서 아낌없이 달자! 한 거였는데. (머쓱)
릭사엘:귀엽긴. (손을 뻗어, 네가 걸어둔 장식 몇 개를 옆구리쪽으로 옮긴다) 자.
이제 골고루 반짝거리고 예쁘지?
(손을 뻗어서 트리에 둘러달 꼬마 전구를 마저 집어 내밀며) 자, 예쁘게 둘러줘 그대가.
유스텐:응! (꼬마 전구를 들고 완전 어린이가 된 기분으로 휘휘 두른다)
당신이 전구 줄을 어깨에 메고 릭사엘과 함께 전나무 주위를 돌 때마다,
꼬마 전구들이 짤랑거리며 부딪히는 소리가 거실에 경쾌하게 울려 퍼집니다.
릭사엘은 당신이 아이처럼 즐거워하며 전구를 두르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당신이 전구를 다 두르자 멀리서 보아도 빛이 고르게 퍼지도록
당신의 손길이 닿지 않는 높은 나뭇가지 부분은
릭사엘이 당신의 조금 더 높이 들어올려 도와주고 말이지요.
전구를 다 두르고 숨을 고르는 당신의 뺨은 기분 좋은 열기로 발그레해집니다.
밤하늘의 은하수가 흘러내리는 듯한 모양새로 촘촘하게 감겼네요.
릭사엘:(네가 트리 꼭대기에 달고 싶다던 별 모양 달린 고깔을 마무리로 내민다) 자, 내 사랑. 트리 완성할 준비 됐어? 유스텐:음- (별 모양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젓는다) 마무리는 당신이 할래요?
릭사엘:내가? 난 그대가 트리에 별 올려놓기를 무척 하고 싶어하는 줄 알았는데.
유스텐:난 지금까지 엄청나게 즐겼으니까 마무리는 당신이 했으면 좋겠어요.
릭사엘:그럼 같이 다는 건 어때. 같이 만들었다는 의미로.
(네 손등 위에 제 손을 겹치며) 준비됐어요?
릭사엘:(가만히 손등끼리 맞닿은 네 체온에 잔잔하게 웃으며) 그대와 함께라면 난 언제든 준비되어 있지.
당신과 릭사엘의 손이 겹쳐진 채로 트리 꼭대기를 향해 천천히 올라갑니다.
턱끝이 뒤로 함께 젖혀지는 감각과 천장의 조명등이 눈부시게 빛나는 착각과 함께
맞닿은 손끝이 조심스럽게 떨려오기 시작합니다.
당신과 릭사엘이 마침내 툭, 별을 트리에 씌우자
이제 머리부터 발끝까지 반짝이며 완벽한 모습을 드러내는군요.
별을 다 달자마자 릭사엘은 당신을 품에 안은 채로
슬쩍 미리 준비해둔 스위치를 가볍게 누릅니다.
촘촘하게 감긴 전구들이 일제히 노란 빛을 내뿜으며
초록 가시잎 반짝이는 전나무를 빛의 향연처럼 휘감고
금빛 유리 장식들이 빛을 반사해 거실을 따뜻한 오렌지빛으로 물들입니다.
릭사엘은 트리 불빛이 일렁이는 당신의 눈동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당신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 안으며 벅차오른 듯 뺨을 비비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