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잃어버린 것




 


16

잃어버린 것


물 속에 풍덩 잠겨 있던 의식이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며 눈이 떠집니다.
간밤에 무언가 꿈을 꿨던 것도 같은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별 일 아니겠지, 라는 생각이 들지만
어쩐지 찝찝한 기분이네요.
새벽의 여명이 겨우 비치는 창문을 보니
시간은 아직 무척 일러 보입니다.
몇 시쯤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옆자리를 슬그머니 더듬어보면 자리는 차갑게 비어 있습니다.
새벽...이니 예배를 드리러 간 걸까요.
일어나면 제일 먼저 얼굴 보고 싶었는데
어쩐지 아쉬운 감정이 듭니다.
유스텐:(차갑게 식은 빈자리를 손바닥으로 매만지며) ... 깨워줘도 됐을텐데.
날 걱정해서 안 깨운 건가?
그래도, 씻겨주기로 약속도 했는데...
(다시 잠을 청하려 5분 정도 눈을 감고 있다가) ... 잠이 안 오네.
(협탁에 놨던 스마트폰을 집어 침대에 엎드려눕는다) 할 것도 없는데 스마트폰이나 한 번 확인해볼까. 아까 제대로 안 봤으니까... 아, 맞다. 라틴어.
(협탁 서랍에 넣어놨던 메모지를 꺼낸 다음, X글 번역기 어플을 켠다.) 어디 보자... 라틴어... 라틴어... 아, 여깄다.
유스텐:(라틴어 - > 영어 로 설정을 하고 카메라 번역 버튼을 눌러 메모지 내용을 확인한다)
당신은 어색한 스마트폰 화면에 꼼질꼼질 손가락을 움직여
뜻도 모를 라틴어를 적어 넣습니다.
유스텐:
기준치:55/27/11
굴림:55
판정결과:보통 성공
틀린 단어가 없는지 꼼꼼하게 체크한 후
번역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으면
곧, 번역된 뜻이 메시지 박스에 나타납니다.
"유스텐을 대하던 태도"
"유스텐을 부르던 호칭"
"유스텐에게 사용하던 말투"
이게... 뭐죠?
유스텐:
지능
기준치:55/27/11
굴림:36
판정결과:보통 성공
아무리 자신에 대해 철두철미하게 적던 릭사엘이라고는 하나
이런 것까지... 적을 필요가 있던가요?
마치 모르는 사람에 대한 매뉴얼처럼?
유스텐:(예상과는 다른 내용에 기대감으로 가득했던 얼굴이 진지해진다) 왜 이런 것까지 적어놓은 거지?
... 노트를 다시 봐야겠어.
(침대에서 일어나 노트가 있던 서랍을 열어본다)
당신이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 서랍을 열어보면
노트는 그대로 서랍 안에 놓여 있습니다.
유스텐:(카메라 번역 버튼을 다시 눌러 노트 자체를 비추어 확인한다)
여전히 'YUSTEN'이라고 적힌 노트의 글씨가 보입니다.
조심스럽게 노트를 들어 펼쳐보면
어제 낮에 익히 봤던 글자들이 가득합니다.
수없이 잔뜩 적힌 페이지와
수없이 잔뜩 적힌 항목 리스트들...
유스텐:(대충 넘겼었던 페이지들을 다시 자세히 하나하나 번역기능으로 내용을 확인해본다)
'중간에 릭사엘이 올 수도 있으니까 빠르게 아무 페이지나 제대로 확인해봐야겠어.'
의심스럽던 페이지 중에서 가장 첫 번째 것을 펼치자
"유스텐을 대하던 태도"에 관한 내용이 빼곡히 적혀 있습니다.
- 최대한 다정하고 상냥하게
- 대화할 때 머리나 등을 쓰다듬어주기
- 가능한 한 자주 웃으며, 눈을 맞춰주기
- 입맞춤, 손잡기 등의 애정표현
...
이런 걸 대체 왜 적어둔 걸까요.
유스텐:나에 대해 기록한 노트인가 했는데 이 내용들은 마치...
릭사엘이 나에게 보여야 할 "메뉴얼"을 적은 것 같잖아...
... (생각에 잠겨 말없이 노트만 바라보다가 마지막 페이지를 살펴본다)
노트를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겨보자
무척이나 진부한 말이 적혀 있습니다.
"태양이 동쪽에서 솟아 서쪽에서 지는 일"
유스텐:'이게 다 뭔지 모르겠지만, 왠지 릭사엘에게 물어보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시간이 꽤 지났다는 것을 뒤늦게 확인하고는, 빠르게 노트를 원래 자리에 돌려놓고 다시 침실로 가서 눕는다)
당신이 복잡한 머리로 침대에 가서 누우면
타이밍 좋게 문이 조심스럽게 열립니다.
피곤한 표정을 한 릭사엘이 들어옵니다.
그는 자연스럽게 교주복의 심의를 벗고
가지런히 접어 테이블 위에 둔 뒤
당신이 자고 있는 침대로 다가옵니다.
유스텐:(눈을 감고 있다가 지금 잠에서 깨어난 척 눈을 비비며 상체만 일으킨다) 새벽 예배 다녀오는 길이에요?
릭사엘:(살짝 피곤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마저 교주복 단추를 푼다)
유스텐:... 깨워주시지 그랬어요. 당신 씻는 건 괜찮았어요?
릭사엘:(말을 할 수 없는 상태라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옷을 잠옷으로 갈아입은 뒤 네 침대 옆자리로 들어가 눕는다. 그리고는 네 가슴을 가만히 토닥여준다)
유스텐:많이 피곤했나 보네요. ... 바로 잘래요?
릭사엘:(슬며시 입꼬리를 당기며 네 뺨에 깃털처럼 뽀뽀하고는, 자상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유스텐:(묻고 싶은 말이 무척이나 많지만 네 모습이 너무 피곤해보여 다음으로 미루기로 한다. 옅게 미소지으며 슬쩍 네 쪽으로 이불을 더 덮어준다) 응. 푹 자요, 그러면.
릭사엘:(네가 제게 이불을 덮어주는 모습에, 네게도 마주 이불을 덮어주고 품을 끌어안는다. 천천히 눈이 감긴다. 간밤에 일어나 일을 했더니 몸이 조금 늘어지는 기분이다)
유스텐:(가만히 네가 눈을 감고 잠드는 모습을 지켜본다. 자꾸만 노트에 있던 내용들이 신경쓰여 뜬눈으로 아침까지 뒤척인다)
당신은 릭사엘의 품에 안긴 채로도 쉽게
잠을 청하지 못하고 그의 가슴팍에 고개를 묻습니다.
두근, 두근. 심장소리가 들려옵니다.
잠에 취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낮고도 고요한 울림입니다.
당신이 별안간 뒤척이면
릭사엘은 자면서도 살짝씩 움찔거리며
천천히 당신을 안고 있던 팔을 풉니다.
아침이 어떻게 밝아오는지도 모르게
방이 어느덧 환한 햇살로 가득찰 무렵.
한참이나 잠에 취해 있던 릭사엘이
깜빡, 깜빡 눈꺼풀을 들어올립니다.
비몽사몽인 모양인지 멍한 표정입니다.
릭사엘:(손을 뻗어 네 뒤통수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며, 걱정스럽다는 듯) 안 잤어?
유스텐:(애써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중간에 깼어요.
릭사엘:그래...? (잠에 취해 은근한 콧소리를 내며 따뜻하기 그지없는 너를 조금 더 꾹 끌어안는다) 피곤할 텐데...
유스텐:(네 품에 안겨 더욱 고개를 밀어넣는다. 혹시라도 제 표정을, 제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들킬까봐.) ...괜찮아요.
릭사엘:(품에 더욱 안겨드는 너를 조금은 무감한 듯 미안한 듯 내려다보다가, 네 뒤통수와 등까지 연신 쓸어내리며) ...그럼 조금 누워있다가 아침 먹을까, 여보?
유스텐:(도리도리) 오늘은 됐어요. 아직은 입맛이 없어서...
릭사엘:...그러지 말고. 몸이 회복하려면 잘 먹는 게 중요해. 오늘은 그대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올리라고 할 테니, 조금만이라도 먹자.
유스텐:... (말없이 있다가 마지못해 끄덕인다) 알았어요. ...오늘 씻는 건 괜찮았어요?
릭사엘:평소랑 똑같았지. 다른 게 있을 리가.
유스텐:평소랑 똑같았다고요?
릭사엘:... (잠시 침묵을 지켰다가 빠르게 기억을 되짚으며) 몸 시중은 물렸지만, 그대가 새벽에 몇 번 일어나지 못해 나 혼자 씻었던 적이 몇 번 있었으니까.
같이 씻기로 했는데 내가 새벽에 안 깨워서 섭섭했어?
유스텐:... 아니에요, 섭섭하지 않았어요.
릭사엘:(네 정수리 위에 쪽 입맞추며) 아침식사 들고 나면 같이 씻으러 가지. 섭섭해 마라.
유스텐:으응... 저 혼자 씻으러 가도 괜찮아요.
당신 일도 하러 가야 하잖아요.
릭사엘:괜찮아, 그대에게 낼 시간은 언제든지 뺄 수 있다.
유스텐:...그러면 거절하지 않을게요.
릭사엘:착한 아이구나. (살짝 목소리 톤을 높여 부드럽게 너를 쓰다듬다가, 동그랗게 손끝에 닿는 귓바퀴를 매만진다)
유스텐:(눈동자만 굴려 너를 올려다본다) 뭐하는 거예요?
릭사엘:만지고 있는데.
유스텐:간지러워요...
릭사엘:...간지럼 잘 타네. (네 귓바퀴를 애무하듯 부드럽게 매만졌다가, 말랑한 귓불을 건드린다)
유스텐:(눈을 감은 채 속눈썹을 파르르 떨다가 느른하게 숨을 내쉰다)
릭사엘:(살짝 할딱이는 것 같은 네 고개를 품에서 떼어내고, 고개를 숙여 입술에 입을 맞춘다)
유스텐:(아직까지 의문 투성이임에도 제 눈 앞에 보이는 너는 다른 누군가가 아닌, 틀림없는 너라서, 그저 입맞춤을 받아들인다. 숨을 들이키며 입술이 살짝 움찔거린다)
릭사엘:(입맞춤을 받으며 얕게 몸을 떠는듯한 네 목덜미를 부드럽게 끌어당기고, 네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번갈아 베어문다)
유스텐:(오랜만의 깊은 입맞춤이라서 그런 걸까. 심장이 예전처럼 간질거리고 얼굴이 수줍게 달아오른다. 스스로도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심장이 빠르게 뛴다. 목구멍에서 달뜬 숨이 조금씩 흘러나온다)
릭사엘:(눈을 가늘게 떠 발그레해진 네 얼굴을 바라보며, 네 입술 궤적을 따라 천천히 혀를 미끄러뜨린다. 부드러운 촉감, 따뜻한 체온, 젖어드는 입가까지. 낯선 자극임이 분명한데도 몸이 반사적으로 네 입술 사이를 느릿하게 파고들고 헤집는다)
유스텐:(오랜만이라 벅차올라서인 건지,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들어와 눈시울이 붉어진다. 심장소리는 갈수록 커져서 머리까지 울려대는 것 같고, 어쩐지 울렁거리는 것 같기도 하다. 잇새로 옅은 신음을 흘리며 어리광부리듯 네 윗입술을 빨아당겼다가 아기새처럼 오물거린다)
릭사엘:(입술이 맞물리고 혀가 섞이며 조금씩 피부가 뜨거워진다. 숨결이 조금씩 탁해지는 와중에도 네 입에서 새어나오는 옅은 신음에 배어나오는 애정에, 차마 말 못할 죄책감이 들고, 눈빛이 애처로운 것을 보듯 가라앉는다)
유스텐:(살짝 몽롱한 얼굴로 눈을 반쯤 들어올려 네 표정을 확인한다. ...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도통 알 수 없는, 헷갈리는 표정을 마주하고 그것을 회피하듯 다시 눈을 감는다. 한 손으로 네 뺨을 어루만지며 고개를 비틀어 더욱 더 깊게 입을 맞춘다)
릭사엘:(한참이나 입을 맞추다가 고개를 떨어뜨리며, 짧게 더운 숨을 내쉰다) 유스... (떨어진 입술에 약간의 아쉬움을 느낀다는 듯 젖은 입술을 핥는다)
유스텐:(살짝 입꼬리를 끌어당기며) 응, 릭스...
릭사엘:(아침 햇살처럼 웃는 네 얼굴에, 마무리하듯 짧게 한 번 더 키스하고는) ...그대가 행복하면 좋겠어.
유스텐:(시선을 슬쩍 돌리며) ... 당신이 있잖아요.
릭사엘:...내가 있으면 행복해? (약간 서글픈 듯이 미소짓는다)
유스텐:응... 셰어하우스에 살며 일했을 때보다도 더요.
릭사엘:...당연히 그때보다는 행복해야지. 앞으로 더 행복할 거야. (표정을 숨기려 너를 꼭 끌어안고, 품 안에 번지는 체온을 느낀다)
유스텐:(입술을 달싹이며 꾹꾹 눌러대는 목소리로) 응, 고마워요. 릭사엘.
릭사엘:(소중한 것을 안듯 네 몸을 가득 끌어안고, 네 정수리 위로 나직한 숨을 쉰다)
유스텐:... 나를 사랑해요?
릭사엘:...물론이지.
유스텐:... 저도 릭스를 사랑해요.
릭사엘:(가련하기만 한 너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사실을 숨기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네 머리칼 사이에 조용히 고개를 묻고 천천히 눈을 감는다)
유스텐:(조용히 네 품에 안겨 고른 숨을 내쉰다)
그렇게 릭사엘의 품에 얼마나 안겨 있었을까.
나직이 꼬르륵 소리가 울립니다.
...
아침 식사를 하라는 몸의 신호네요.
유스텐:... (밑입술을 꾹 깨문다) '입맛 없다고 해놓고 눈치없게 진짜...'
릭사엘:(부드럽게 너를 품에서 떼어내 눈을 맞추며) 슬슬 아침 들자.
유스텐:(민망해서 볼을 붉힌 채 고개를 숙인 상태로 끄덕인다)
릭사엘은 당신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하고는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일어나 방 밖에 대기 중인 사제를 부릅니다.
그리고는 클램차우더 수프를 포함해 소화하기 좋은 음식들로
식사를 내오라고 이르네요.
곧 사제가 밖으로 나가고 나자
릭사엘은 당신을 안고 천천히 몸을 일으킵니다.
릭사엘:식사 준비될 때까지 씻고 오자. 걸을 순 있겠어?
유스텐:응... 어제보다는 괜찮은 것 같아요.
릭사엘:(다정하게 너를 반쯤 안은 채) 회복 속도가 빨라서 다행이야. 걱정 많이 했다.
유스텐:그래요? 미안해요, 걱정하게 해서...
릭사엘:미안하면 얼른 다 나아줘. 그대에게 바라는 건 그것뿐이야.
유스텐:노력해볼게요. ... (무슨 말을 꺼내려다 슬쩍 네 손을 잡아끌며) 어서 가요, 릭사엘.
릭사엘:응, 여보. (네 손을 잡고 천천히 방을 나선다)
.
.
.
정갈하게 씻고 나오자 릭사엘이 마른 당신의 몸을
꼼꼼히 수건으로 닦아줍니다.
별다른 감정 없이 담백하면서도 자상한 손입니다.
몸 상태가 걱정되어서 손 대지 않는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당신이 멍하니 릭사엘을 지켜보고 있으면
릭사엘은 당신의 몸에 부드러운 가운을 입히고
젖은 머리칼을 말려주며
시선이 닿는 피부마다 입술을 맞춰줍니다.
유스텐:(귓가에 들리는 쪽 쪽 소리와 함께 온 몸 구석구석 네 입술이 닿자 손가락 발가락을 조금씩 꼼지락거린다.)
릭사엘:(네 어깨에 입술을 대고 있다가, 네가 꼼지락거리는 모습에 천천히 입술을 떼며) 왜 그래?
유스텐:(귓가가 붉게 달아오른 채로 눈을 데구르르 굴리며) ... 간질거려서요.
릭사엘:...싫어?
유스텐:(도리도리하며 머뭇거리다가) 싫은 건 아닌데... (고개를 푹 숙이며 작은 목소리로) 당신이 이럴 때마다 ... 자꾸만 흥분돼서
릭사엘:(가만히 네 허벅지 안쪽을 어루만지며) ...하고 싶어져?
유스텐:(부끄러움에 어깨가 말려들어간다. 눈을 꾹 감고 끄덕끄덕거린다)
릭사엘:(허리를 숙이고 가만히 네 얼굴을 올려다보다가 입술을 머뭇거리듯) ...잠자리는 그대 몸 상태가 안 좋아 무리다만, 다른 것이라면... 해줄 수 있는데.
유스텐:다른 거요...?
릭사엘:(너를 조용히 안아들어 탕 모서리의 앉을 수 있는 곳에 앉히고, 자신은 천천히 탕 안으로 마저 들어간다. 그리고는 네 다리 사이에 조용히 고개를 끼워 보드라운 네 성기 앞에 얼굴을 대고) 이쪽.
유스텐:(눈을 살짝 크게 뜨고 네 모습을 빤히 바라본다.) ... (숨을 들이키다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그, 그렇게까진 안 해주셔도 돼요.
릭사엘:거절할 것 없어. 늘 하던 일이잖아. (흥분의 기색이 옅게 비치는 네 성기 위에 가만히 입가를 대고 너를 올려다본다)
유스텐:그래도..., (벌어진 입술을 움찔거리다가 이내 입술을 꾹 깨물었다 뗀다.) 하아 - 이걸 어떻게 거절해요.
릭사엘:(네 입에서 허락이 떨어지자 천천히 입술을 벌려 네 귀두를 살짝 머금고, 혀로 둥글게 핥는다. 말캉하면서도 따뜻한 살덩이가 구강 점막 안에서 녹아내릴 듯 닿는다. 이런 온기는 정말 오랜만이라... 어디를 만지고 입을 대어도 따뜻하기만 한 네게 속절없이 마음이 기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유스텐:(붉은 입술이 천천히 제 것을 입에 머금는 광경을 지켜보다 고개를 돌린다. 봐도봐도 익숙해지지 않는 야한 모습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다. 축축한 살덩이가 민감한 부분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느낌에 크게 숨을 들이켰다 내쉰다. ) 하아 - ...
릭사엘:(기분 좋다는 듯 흘러나오는 네 신음에 귀두를 쪽쪽 빨며, 조금씩 움찔거리기 시작하는 네 갈라진 선단을 핥아올린다. 미미하게 닿는 짠맛이 어쩐지 야릇하게 느껴져 혀가 조금 더 유연하게 네 귀두를 감싸고 맛본다.) 후우... (귀두를 입에 머금은 채 짧게 더운 숨을 토해내고는, 천천히 손을 옮겨 네 부드러운 엉덩이를 주무른다)
유스텐:(어깨를 움츠리며 저릿저릿한 쾌감으로 몸이 바르르 경련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물기 어린 신음을 토해내며 다리를 바르작거린다.) 후으, 아... 릭스, 읏...
릭사엘:(어느덧 통통하게 살이 오른 네 성기에 고개를 부드럽게 움직여 네 것을 입 안에서 왕복시킨다. 그럴 때마다 살아있다는 것처럼 움찔거리고 바르작거리는 네 모습이 어쩐지 가슴 아프게 느껴지지만, 정확한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이건 연민일까, 아니면 죄책감일까. 그것도 아니면 호감일까. 그 무엇 하나 분명하지도 않은 채 네 것을 애무하고 있자니, 이 행위를 잘 해내면 조금은 답을 찾을 것도 같은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유스텐:(발가락을 바짝 구부려대며 고개를 뒤로 젖힌 채 뜨거운 숨을 조금씩 토해낸다. 샅에서 아랫배까지 뭉근하게 끓듯이 치밀던 쾌감이 혈관을 타고 전신으로 퍼져나간다.) 흐, 으응... 좋아... 좋아요, 릭스... (선단에서 점성있는 액체가 조금씩, 조금씩계속해서 맺힌다.)
릭사엘:(선액을 방울방울 맺는 네 끝을 빨아 삼키며 네가 조금 더 편하도록 네 허벅지를 들어 제 어깨에 걸친다. 그리고는 네 사타구니로 더운 숨을 내쉬며 네 것을 입에 넣었다 빼기를 반복한다. 타액으로 축축하게 물든 네 성기가 반질거리며 빨갛게 부풀어오른 것에 야릇한 기분이 조금 더 강해진다.) 계속 기분 좋게 해줄게.
유스텐:(점점 신음이 울먹이는 소리로 바뀌어가더니 갈비뼈가 가쁘게 오르내린다) 하 , 잠, ㄲ... 릭스, 너무, 으읏... '자극이 세...' (고개를 도리질치며 네 어깨를 살짝 밀어내려한다. 의식하지 않던 사이 어느새 코앞까지 절정이 다가와 눈을 질끈 감는다.)
릭사엘:(자신을 밀어내는 네 행동에도 버티고 서, 착실하게 네 것을 핥고 빤다. 슬며시 시선을 올리자 극도로 요동치기 시작하는 네 반응에 절정이 머지 않았음을 직감한다. 눈가가 조금 축축하게 달아오른다. )
유스텐:(젖은 목소리와 함께 눈가에 살짝 습기가 맺힌다. 자신이 어떻게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절정이 막다른 곳으로 계속해서 몰리자 그동안 시선을 피하던 눈이 애틋하게 널 바라본다. )릭스... 흣, 나, ... 아, 아아... ( 이내 허벅지 뒷근육을 파르르 떨며 허리를 구부린 채 사정하기 시작한다)
릭사엘:(네 갈라진 선단을 혀끝으로 괜찮다는 듯 어루만지며, 입 안으로 툭툭 쏟아지는 네 정액을 착실하게 입에 담아낸다. 부르르 떠는 네 끝에서 조금씩 힘이 빠지는 것이 느껴진다. 할딱거리면서도 자신만을 오롯하게 지켜보는 시선을 마주하자, 습기가 고여있던 눈에서 물방울이 하나 툭 뺨을 타고 떨어진다.) 하아... (이윽고 네 사정액을 별다른 거부감 없이 목구멍 너머로 삼키고 입술을 뗀다. 축축하게 젖은 선단과 입술 사이로 가느다란 침 줄기가 이어지다가 툭 끊어진다)
유스텐:(부끄러움에 다시 고개를 돌리며) 그, 그걸 왜 먹고 그래요... (뜨겁게 달아오른 숨이 몸과 함께 천천히 식어가더니 호흡이 천천히 되돌아온다. 갑자기 네 뺨에 떨어지는 눈물을 보고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며 상체를 숙여 네 두 뺨에 손을 올리고 얼굴을 가까이 들이민다.) ...당신, 울어요? 왜...
릭사엘:...아, 이건- (둘러댈 말을 찾아 조용히 생각하다가) ...기도가 자극당해서, 생리적으로. 걱정할 만한 건 아니야.
유스텐:... (조금 어색한 네 태도에 아무말 없다가 달래주듯이 너와 눈높이를 맞추고 꼭 끌어안아준다) 다음에는 무리해서 하지 말아요.
릭사엘:... (순간 모든 걸 사실대로 털어놓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얘기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대가 사랑하던 사람은 이미 떠났다고, 죽었다고. 난 기억을 잃은 그의 흉내를 내고 있을 뿐인 분신체에 불과하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무너질 너를 생각하면 지금보다도 훨씬 가슴이 아플 것 같아서, 네 어깨 너머로 턱을 얹어 고개를 숨기고 어찌할 줄 모르는 눈동자를 굴린다) 괜찮다, 그대가 좋으면 나도 좋아.
유스텐:그래도 당신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릭사엘:(잠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부드럽게 웃으며, 귓가로 이어지는 네 뺨의 끝에 입맞춘다) 괜찮대도. 그대는 걱정이 많아.
유스텐:(눈을 내리깔며 애매하게 미소짓는다) ... 그럼 다행이에요.
릭사엘:(너를 부드럽게 품에 안아들고 다시 탕에서 나오며) ...시간이 좀 지체됐군. 이만 방에 가자. 식사해야지.
유스텐:응. ... 당신은 괜찮아요? (슬쩍 네 아래를 바라본다)
릭사엘:...나? (네 시선을 따라 제 하반신을 본다. 별다른 기색 없이 평상시와 같다)
유스텐:... 제가 만져드리지 않아도 괜찮냐는 뜻이었어요.
릭사엘:...괜찮아, 자극 같은 걸 안 줬으니까. 그리고 그대는 환자잖아. 그런 걸 시킬 수는 없지.
유스텐:... (전혀 흥분한 기색이 없는 아래를 보며) '나만 즐긴 것 같은데.'
릭사엘:(샤워 가운을 슬며시 걸쳐 매듭을 묶다가, 가만히 제 아래만 바라보는 네 턱을 들어올려 입술에 짧게 키스하며) 가자.
유스텐:응...
평소와 다른 릭사엘의 몸 상태에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떠밀리듯 그와 손을 잡고 욕탕을 나서면
무언가 생경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스텐:
지능
기준치:55/27/11
굴림:5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그러고보니 릭사엘과 손을 잡을 때면
언제부턴가 늘... 깍지를 끼지 않았었는지.
이렇게 담백하게 잡은 손이 아니라
자신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것처럼
부드럽게 꽉 쥔 손이 아니었는지.
릭사엘을 따라가는 발걸음이 자연적으로 느려집니다.
당신이 그러다가 결국 우두커니 서버리면
릭사엘은 무슨 일이 있냐는 듯 당신을 돌아보고
툭, 왜 그러냐고 물어봅니다.
유스텐:
지능
기준치:55/27/11
굴림:25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평소의 릭사엘이라면 이미 제 심각한 표정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지 꼼꼼히 안색을 살펴줬을 텐데.
불현듯 눈앞의 릭사엘이 다르게 보입니다.
유스텐:... '그러고보니, 따지고 보면 이상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어.'
... '내가 하루만 기억을 잃어도 펑펑 울던 사람이... 내가 납치를 당했었는데, 그때보다 미적지근한 반응.'
'나를 위해서 준비한... 우리 둘만의 소중한 결혼반지인데, "그래봤자 반지" 라고 했어. ...평소의 릭스라면 내가 묻기도 전에 "괜찮다. 다시 맞추면 된다." , 진작 수색해봤다고 했을텐데.'
(갑자기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던 물음표들이 이제서야 하나씩 퍼즐이 짜맞춰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입을 다문 채 말없이 있다가 불현듯 두려움이 밀려온다.) '내 앞의 이 사람이 릭사엘이 아니면, 그럼 어쩌지? ... 릭사엘은 어디 간 거야?'
릭사엘:(한참이나 말이 없는 네 모습에 마주 조용히 있다가, 이내 너를 부드럽게 안는다) ...괜찮나? 못 걷겠어? (네가 무어라 하기 전에 너를 품에 안아든다)
유스텐:(대답을 하지 않고 네가 안아들기 전에 네 손길을 밀어낸다. 무서운 감정들이 가슴을 무겁게 짓눌러서, 차마 눈 앞의 남자를 못 보겠어 고개를 숙인다. ) ... 릭사엘.
릭사엘:(사시나무처럼 떨리는 네 목소리에,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며) 응, 나 여기 있어 여보.
유스텐:... 우리 첫 데이트, 기억해요?
릭사엘:...페어마운트 공원에 갔던 날 말하는 거야?
기억하고 있지. 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
유스텐:... 그때 우리가 뭘 했는지 기억해요?
릭사엘:공원 산책하고, 햄버거 먹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그냥 평범하게 보냈지.
유스텐:... '평범하게.'
릭사엘:...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유스텐:그렇죠. 평범하게... ... 당신이 내게 기념으로 꽃다발도 줬잖아요.
릭사엘:...
(네 반응을 보고 무언가 알아차렸다는 사실을 직감하고는, 이것이 유도신문이라는 생각을 한다. 네가 깨어나지 않고 고요히 잠만 자는 동안 꼼꼼히 살펴보았던 자신의 명세 내역서와, 신전에서 준비한 꽃을 멀리까지 데이트를 가서 전달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상식적인 행동을 빠르게 떠올려보며) 꽃...? 그때 그대가 나한테 준 하얀 꽃다발 얘기하는 건가?
유스텐:... 잘 아네요. 근데 평범하다고 보긴 어려웠잖아요.
릭사엘:... 내 입장에선 즐겁게 잘 마무리 된 날이었는데, 그대는 아니었던 건가? 나는 그대도 나와 함께 즐거웠는 줄 알았는데.
유스텐:즐거웠어요. ... 내가 꽃을 사러 갔을 때, 당신이 뭘 했었는지 기억해요?
릭사엘:(갑자기 준비한 꽃이었을 테니, 명목은 아마 서프라이즈였을 테고... 그러면 내게 자리를 비우는 진짜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을 테니...까지 계산을 마치고는, 애매모호하게) 그대가 올 때까지 기다리다가 결국은 그대를 찾아나섰지.
유스텐:... 응, 그랬었죠.
릭사엘:...대체 왜 그러는지 얘기를 해줘. 걱정되잖아.
유스텐:(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다물었다가 여전히 네 눈을 마주치지 못 한 채 네 손을 잡는다) 아니에요, 괜한 질문해서 미안해요, 어서 가요.
릭사엘:(손을 무작정 잡고 앞서가려는 너를 당겨 세우며) ...유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면 얘기해줘. 이렇게 넘기지만 말고. 그대가 그렇게 속으로 앓으면 내 마음이 아플 걸 알잖아.
유스텐:...
릭사엘:(너를 조금 더 당겨 품에 끌어안는다)
유스텐:(네게 묻고 싶은 말이 있지만 한참을 망설인다. 이 남자가 내가 아는 릭사엘이 아니라면, 그러면 정말 나는 어쩌지.)
릭사엘:(괜찮다는 듯 다정하게 등을 쓸어주며) ...그대도 알잖아, 난 무조건 그대 편인 거.
유스텐:... 그러면, 내게 솔직하게 말해줄 수 있어요?
릭사엘:...그럼.
유스텐:나를 정말 사랑해요?
릭사엘:...당연하지. (지금의 나는 아니지만...) 내가 그대를 어떻게 안 사랑할 수 있겠어.
유스텐:... 당신은 내가 아는 릭사엘이 맞나요?
( 네 대답을 기다리기도 전에 덧붙여서) 당신 책상 서랍에 있는... 내 이름이 적힌 노트를 봤어요.
릭사엘:...그랬나? 업무실 책상에 없어서 어디 갔나 했었는데 거기 있었나보군.
유스텐:대답해줘요.
당신은... 내가 사랑했던 릭스가 맞아요?
처음에는... 노트를 보고 그저 나에 대한 걸 잊지 않으려고 적은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나를 위한 내용이라기보단 그건... (말을 할수록 두려움이 밀려온다. 머릿속에 생각했던 가설이 진실일까봐 떨리는 목소리로) 나를 대할 때의 메뉴얼을 적은 것 같았어요.
릭사엘:(설마했지만 정말로 이걸 찾아낼 줄은... 기억을 잃기 전의 자신이 노트가 들켰을 경우를 상정해 둘러댈 말마저 알려두고 가준 것에 안심하며) ...예전에 그대가 기억을 잃었을 때, 우리 둘 중 하나가 기억을 잃게 될까봐 그대가 무서워했던 거 기억해? 그래서 내가 그대에게 다이어리를 줬고, 함께 있었던 일을 쓰는 게 어떻겠냐고 했잖아. 사실은 그후 나도 비슷하게 적어보려 노력은 했었다만... 그런 건 살면서 처음 써보고 일이 바빠서 적을 수 있는 시간이 없어서 간략하게나마 정리를 해뒀다. 그래야 기억을 잃었을 때 그대를 빨리 다시 찾을 수 있을 테니까.
...좀 일기처럼 적어뒀더라면 그대가 오해할 일 없었을 텐데, 미안.
그것 때문에 계속 기분이 복잡했던 건가?
유스텐:... '계속 맨 처음 물었던 질문은 대답하지 않고 있어.'
하하... (네 말에 대답하지 않고 한 번 힘없이 한숨 같은 웃음소릴 내다가 입을 꾹 다문다. 두려움에 사실이든 거짓이든 직면하고 싶지 않으면서도, 되돌아가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걸 알고 끝내 입을 연다.) ... ... 나를 사랑하던 릭스는, 깍지끼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내 앞에서는, 내 앞에서만큼은 한 치의 거짓도 없이 항상 웃고, 울고, 사랑한다고 말해줬어요.
(너를 완전히 두 손으로 힘없이 밀어내며 눈물에 푹 젖어 엉망이 된 얼굴이 일그러진 채 너를 바라본다) ... 당신은, 누구에요?
릭사엘:... (아. 다 눈치채 버렸구나. 이렇게나 빨리.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사실에 가만히 고개를 기울여 시선을 내려 너를 연민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며) ... 그대가 그토록 사랑하던 릭사엘이, 그대를 위해 남기고 간 것.
유스텐:... 진짜 릭사엘은... 어디 간 거예요?
릭사엘:...나다.
유스텐:아니, ... 아니야... 나를 사랑했던 릭스는 어디 갔어요?
릭사엘:... (너와 이야기를 하려다가, 복도에서 하기엔 영 좋지 않은 대화라는 생각에 주변을 둘러본다. 그리고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방으로 가지. 유스텐. 다 말해주겠다.
유스텐:(순식간에 "유스텐." 이라 바뀐 호칭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다. 믿고 싶지 않았고, 그저 스스로가 예민할 뿐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던 것을 비웃듯이. 당장 이자리에서 모든 걸 사실대로 토해내라고 하고 싶지만 충격에 빠져 제대로 서 있기가 힘들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 그래요, 안내해요.
어떻게 걷는지도 모르게 비틀거리며 걸음을 떼면
곧 희뿌옇게 번지는 시야에 몸이 고꾸라집니다.
바닥을 구를 것을 예감하고 눈을 질끈 감으면
뒤에서 당신을 단단히 안아든 릭사엘이
작은 한숨을 내쉬며 당신을 안아듭니다.
반항할 기력도 없이 몸이 실려갑니다.
달칵, 소리와 함께 방이 열립니다.
릭사엘은 힘 없이 훌쩍이는 당신을 침대에 앉히고
걱정스럽다는 듯 자상한 손길로 당신의 눈물을 닦아줍니다.
릭사엘:...이렇게 울까 봐 얘기를 못 했다. 아마 과거의 나도 그래서 내게 신신당부를 한 거겠지.
유스텐:(눈물을 닦아내는 속도보다 더 빨리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주륵주륵 흘러내린다. 그럼에도 네 손길을 힘 없이 밀어낸다.) ...
릭사엘:...내가 밉나?
유스텐:(눈 주변이 온통 발갛다 못해 눈물로 푹 젖는다. 흐릿한 시야를 닦아내려 눈을 감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눈물이 차오른다. 눈물에 가려져 어지럽게 일렁이는 네 얼굴을 마주하며) ... 미워하고 싶어요.
그동안 날 보며 얼마나 우스웠을지, 사랑하지 않는 것도 전혀 모르고, 내가 알던 릭스가 아닌 것도 모르고 그저 행복해하니까 어떤 마음이 들던가요.
릭사엘:...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난 그저 그대가 안심하며 몸을 회복하고... 내가 다시 그대를 사랑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랐어. 진심이다.
유스텐:하. ... 그래봤자... 내가 아는 릭스는 당신이 아니잖아요. (이 괴로움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괜히 눈 앞의 네게 날선 말투로 쏘아붙인다) 당신도 참 괴로웠겠어요. 사랑하지도 않는데 억지로 입을 맞추고, 사랑하는 것처럼 속삭이고... 행동하고...
아 - (잔뜩 일그러져 우는 건지 웃는 건지 모를 얼굴로) 아니면, 내게 동정심이라도 들던가요?
릭사엘:...
(차마 동정하지 못했다고는 얘기하지 못하고) ...내게 날을 세운다고, 해결되는 일은 없다. 유스텐. 그대도 알 텐데.
유스텐:알아요, 나도... ....나도 안다고요! 이래봤자 내가 아는 릭스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거. 나도... 흑, 잘 안다고요.... 근데 그러면 나는 누구한테 이걸 물어야 해요? 어떻게 ... 내가 어떻게 해야되는데요?
릭사엘:... (허망하게 우는 너를 바라보다가 설렁줄을 당긴다. 사제를 들여 서둘러 마실 것을 가져오라 명하고 내보낸다)
...일단 진정하지. 다 얘기해준다고 하지 않았나.
유스텐:(네 얼굴을 전혀 볼 생각은 없는 것처럼 고개를 돌린 채) ... '들어서 의미가 있을까. 어차피 릭스는 이 세상에 없는데.' ... 말해봐요.
릭사엘:...그대가 알던 릭사엘은, 그대를 살리기 위해 떠났다.
어제 내가 그대가 죽고 난 이후의 일을 얘기해 주기는 했으나, 그건 거짓이 아니다 뿐이지 모든 사실을 담고 있진 않았지.
그대의 릭사엘은 뱀이 세운 교단을 무너뜨리고, 신전으로 돌아와 그대를 끌어안고 몇 날 며칠을 울었다고 들었다. 그러다 결국은 신과 거래하기로 마음을 먹었지.
그는 뱀의 휘하에 놓여 있던 교인들을 공양하며, 신에게 그대를 살려달라 간청했다. 신께서는 늘 그분이 관철하시는 뜻대로, 그대를 살려낼 주술과 힘을 주는 대신, '가장 소중한 것'을 바치라고 명했고.
...그에게 가장 소중했던 것은 그대였고, 두 번째로 소중했던 것은 그대와 함께한 기억이었으나, 그 첫 번째인 그대는 이미 죽어버린 후였지. 그래서 그는 두 번째로 가장 소중히 하던 것을 바쳤다.
릭사엘:물론 그는 신께서 기억을 바치라 요구할 것을 이미 예견하고 있었지. 신께서 가장 아끼시는 첫 번째 종이자 가장 가까운 이, 그에게는 신의 의중을 파악하는 일이 어렵진 않았으니. 그래서 그는 신에게 거래를 청하기 전, 기억을 잃은 채 그대를 다시 만나게 될 나에게 그대에 관한 정보와 지시 사항을 남겼다.
'다시 유스텐을 사랑하게 될 때까지 그에게 이전과 같은 모습을 보여'
'유스텐을 다시 사랑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그에게 내가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을 들켜서는 안 돼'
릭사엘:...그래도 내가 못미덥기는 하였는지, 그대에게 편지를 남기고 갔다. 하긴, 내가 누군가를 흉내내거나 다채로운 감정 표현을 하기에 적성이 있는 편은 아니지.
유스텐:("편지"라는 말에 고개를 살며시 들어올린다) ... 편지라고요?
릭사엘:...그래. 읽고 싶나?
유스텐:... (나를 사랑하는, 사랑했던, 이제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그가 마지막으로 제게 남긴 것.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릭사엘:(고개를 끄덕이는 네 모습을 조용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네 손에 제 손수건을 쥐여주고 잠시 옆방으로 향한다. 그리고는 예쁘게 왁스로 씰링된 편지를 네게 건네주며) ...여기 있다. 그대에게 닿는 편지라, 나도 내용을 읽어보진 않았다. 안심해.
유스텐:(손수건도 거절할까 하다가 혹시나 눈물 때문에 편지가 젖어 릭스가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소중한 물건이 손상될까봐,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기 시작한다. 그리곤 편지를 받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왁스가 예쁘게 떨어지도록 조심스럽게 씰링을 뜯어 안에 들은 편지를 천천히 꺼내 펼쳐본다)
편지는 닿는 이를 그리워하는 듯
모서리가 약간 닳아 있습니다.
연한 아이보리색으로 이루어진 편지지.
당신이 천천히 왁스를 뜯어 내자
주인을 기다려왔다는 듯 편지지는 활짝 열립니다.
유스텐:(글자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읽어나가면서, 너무 많이 울어서 이제는 나오지 않을 법도 한 눈물이 또 흐르기 시작한다. 눈물이 뺨을 타고 턱끝까지 흘러내린다. 결국 편지를 품에 끌어안고 큰 소리없이 펑펑 울기 시작한다.) 릭스... 아아... 나의 릭스...
릭사엘:(품에 편지를 끌어안고 오열하는 너를 아픈 눈으로 바라보다가, 천천히 네 옆자리에 앉아 등을 토닥여준다.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는다. 네게 그의 상실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유스텐:(상체를 푹 숙인 채 움찔거리며 숨죽여 울다가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어린 아이처럼 소리내어 오열하기 시작한다) 아, 아아...! 아아아...!
릭사엘:(축축해진 눈으로 너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조금 끌어당겨 제 품에 안으며) ...미안하다. 그대가 그토록 사랑하던 사람을 밀어내고 온 게, 고작 나라서.
유스텐:(온 몸이 들썩일 정도로 한참을 말없이 운다. 나를 향해 웃어주던, 나를 위해 울어주던, 오직 내 편이 되어주겠다고 했던 그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 둘만의 추억도 이제는 자신만이 끌어안고 살아가야만 함을 알기에, 더욱 더 혼자가 된 것만 같아 눈물이 흐른다. 안녕, 안녕... 내가 영원히 잊지 못할, 영원히 사랑하는 사람. 나의 릭스.)
.
.
.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떠지지 않습니다.
침대에 그저 죽은 시체처럼 누워
릭사엘이 남기고 간 편지를 수없이 읽고 또 읽고
그러다가 눈물이 나면 내려놓고 이불을 끌어안고.
당신이 걱정되는지 릭사엘은 연신 당신의 주변을 서성거리며
식사라도 하자고, 물이라도 마시라고 계속 간청하지만
아무것도 들어주고 싶지 않습니다.
릭사엘:(네가 누운 침대 모서리에 그저 앉아 히끅거리며 우는 네 등을 토닥여주며) ...유스텐. 이렇게 그대가 우는 걸 그도 바라진 않았을 거다.
유스텐:(제가 사랑했던 사람과 같은 얼굴을 하는 너를 차마 못 보겠어서 침대에 얼굴을 묻은 채 푹 젖은 목소리로) ...가세요.
릭사엘:...싫다. 그대가 걱정되어서 일도 손에 안 잡힐 텐데 나보고 어디를 가라는 거지.
유스텐:내가 불쌍해서 나를 동정하는 거잖아요. 당신도, 릭스도 다 미워요.
릭사엘:...동정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게 전부일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난... 정말로 그대를 걱정해.
유스텐:그래봤자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릭사엘:...아무것도 아니라고 믿고 싶은 건 아니고?
그대는 내가 냉혈한으로 보이는 듯 하지만 나는 나다. 그 사실이 변하진 않아.
그대가 울면 마음이 아픈 건 똑같다는 소리다.
유스텐:하... (네 말에 비뚜름하게 웃으며 고개를 들어올린다) 그럼 우리가 뭔데요. 우리 사이에는 아무 것도 없어요. 당신이 릭스의 얼굴이라 해도 나와 같은 추억을 공유하지 않잖아요. 나에게는 타인이나 다름없다고요. (릭스의 얼굴을 보며 모진 말을 하니 마음이 되려 쿡쿡 쑤셔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고개를 돌리며) ... 가요.
릭사엘:...그대는, 내가 그저 그대를 사랑해주었기에 나를 사랑했었나?
유스텐:...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 조용히 고개를 젓는다) ... 릭스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어요. 오히려 정신차리고 보니 릭스가 나를 사랑하기도 전에 내가 그를 먼저 사랑하고 있었죠.
릭사엘:...왜 내가 그일 것이라는 생각은, 못해주는 거지.
그대도 알 것 아닌가, 나도 충분히 상처받는 존재라는 걸.
유스텐:... ...
릭사엘:그대에게 거짓을 말하는 내내, 나도 무척 힘들었다. 이 발 붙일 사람 없는 교단에서, 그대가 유일하게 의지하던 사람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무너질 것이 두려워, 몇 번이나 사실을 말하고 싶었지만 말할 수 없었지. (잠시 어지러운 듯 눈가를 닦아내며) ...난 그대를 기만하고 싶은 게 아니었다. 그대가 안심하고, 행복하기를 바랐지. 이 마음은 거짓이 아니야.
유스텐:... (그렇지. 릭스는... 원래도 나쁜 사람은 아니었지.) 미안해요, 계속 못되게 말해서.
생각해보면 당신도 당신 나름대로 힘들었겠죠. ... ... 식사는 이제 안 거를게요. 그러니까 이제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릭사엘:...식사만 잘 한다고 그대가 정말로 괜찮다는 의미는 아니잖나. 내가 어떻게 그대 걱정을 안 할 수 있다고.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누워있는 네 옆에 가지런히 누워, 네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돈해주며) 혼자 있으면 오히려 힘들 테니, 그저 체온만이라도 옆에 있어주고 싶은데. 그 마저도 무리겠나?
유스텐:... 당신을 보면, 자꾸 울 것 같아요. 금방이라도 릭스가 나와서 사실은 다 꿈이었다고, 보고 싶었다고, 사랑을 속삭여줄 것만 같아서.
릭사엘:...
비슷하지만 다른 말 정도는, 해줄 수 있다.
그대가 깨어나기를 오래 기다렸어. 그대가 무사히 살아나서 안심했다. 그대가 길고 긴 잠을 자다가 비로소 깼을 때,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고... 그대가 다시는 아프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어.
유스텐:... (애써 웃으려 노력하며) 고마워요, 진심으로 걱정해줘서.
릭사엘:(조금 몸을 움직여 네 몸을 끌어당기며) ...안아줘도 될까.
유스텐:... (네가 끌어당기자 익숙하고도 포근한 , 그리웠던 체향이 난다. 이상한 기분이다. 내가 알던 그는 이제 없는데도. 한참을 말없이 있다가 젖은 속눈썹이 내려앉더니 얌전히 고개를 끄덕인다)
릭사엘:(네 행동에 조심스럽게 움직여 너를 품에 가두어 안고, 어린 아이 달래듯 상냥하게 등을 토닥이며) ...옳지, 착하지. 괜찮다. (네 작은 체구를 부드럽게 문지르며 괜찮다고 연신 속삭인다)
유스텐:(체향을 코로 한껏 들이키며 바짝 곤두서 있던 신경이 점차 안정감을 되찾아간다. 눈가가 다 쓸릴 정도로 울어서 많이 지쳤던 탓인지, 네 품에 안겨 조용히 고른 숨을 내쉬기 시작한다.)
릭사엘:(네가 잠에 들었다는 사실을 안 뒤에도 조용히 계속 등을 토닥여준다. 이렇게 여려서 어찌하면 좋을지... 네가 다시 일어난 뒤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라 걱정이 되면서도, 그 걱정은 머리 구석에 깊이 밀어두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