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
추수감사절
대명절 중 하나인 추수감사절이 있는 시즌이죠.
(침대에 옆으로 드러누워 피곤한 눈을 깜빡인다) '이제 정자세로 눕기도 힘든 지경이 됐잖아... ...이런 표현 진짜 부모로서 부적절하긴 하지만 거대한 똥을 한 달 내내 내보내지 않은 느낌이 든다...'
유스텐:'애가 둘이라서 그런가. 화장실도 무슨 조루처럼 가게 되네... 잘 때 푹 자보고 싶다....'
발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됐으니 말 다했죠.
업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당신의 배에 뽀뽀부터 합니다.
유스텐:(갑자기 억울해진다. 싼 건 저 사람인데 왜 내가 이래저래 고생을 해야 하는 거지? 갑자기 심경이 불편해져서 입술을 삐죽인다) ...
릭사엘:(동산처럼 부풀어오른 네 배에 쪽쪽 뽀뽀하다가 네 뺨에 입 맞추며) 다녀왔어, 여보.
릭사엘:(입술이 비죽 튀어나온 입술을 보고 뽀뽀해달라는 뜻으로 알아듣고는 상냥하게 입맞추며) 오늘은 어떻게 보냈어. 심심했나?
유스텐:너무 심심했어ㅇ, ... (습관처럼 대답하려다가 고개를 홱 돌린다)
릭사엘:음? 왜 그래, 내 사랑. (네 몸을 부드럽게 안고 등을 토닥이며) 피곤해서 그런가?
요즘 몸이 불편해 푹 못 잤잖아.
유스텐:(짜증나! 거슬려! 죄다 신경쓰여!) ... 왜 애들 먼저 반기는 거예요?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데.
오셨어요? 하는 사람은 나뿐인데! 아기 먼저 인사해주고!
릭사엘:(이해를 제대로 못해 갸웃하며) 지금은 그대와 아이들이 한 몸이잖아.
전혀 다르거든요?!
릭사엘:(귀여워) 알았어. 내가 잘못 생각했다. 다른 줄 몰랐어.
(네 몸을 부드럽게 안아올리며) 나야 그대가 제일 소중하지. 안 좋게 받아들이지 마. 잘못했다. (쪽쪽)
배가 고프진 않고? 저녁 때가 다 되었는데.
릭사엘:(가만히 부스스 웃으며) 여전히 깃털 같아, 내 사랑.
유스텐:신이 되면 힘도 비정상적으로 강해지기라도 하는 거예요? (자신의 배를 바라보며) 난... 이제 서 있기만 해도, 그냥 누워있는 것도 힘든데.
릭사엘:비정상적으로 강해지진 않지. 신체 기능 상승은 그대나 나나 비슷하게 일어났을 텐데.
(근처 소파에 앉고 너를 제 무릎 위에 앉힌 뒤 배를 부드럽게 쓸어주며) 임신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많고 피로도 쌓여서 그렇게 느껴지는 걸지도. 그래도 다행인 건 아이들이 금방 커서 고생도 길게 안 할 거라는 거지. 저번에 다녀간 의원도 이야기했잖아. 그대의 임신은 일반인보다 1.5배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 이제 당신은 참는 것도 익숙해진 것 같아요. 오히려 참는 게 아니라 이제는 미래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아요.
릭사엘:기대를 하고 있긴 하지. (네 등을 토닥이고 지탱해주며) 마침 내일이 추수감사절이잖아. 올해에는 무리겠지만, 우리에겐 곧 가족이 더 생기는 거고. 내년 이맘때에는 북적거리겠지.
나는 무서워요.
릭사엘:(다정한 목소리로) ... 많이 무서워?
릭사엘:(사랑스런 너를 살며시 끌어안으며) 무서운 것도 당연하지. 앞으로 삶이 많이 달라질 테니까. 괜찮으면 왜 무서운지 얘기해주겠어? 난 그대 남편이잖아. 유스텐:아이가 달갑지 않은 건 아니에요. 그냥... 팔자에도 없던 배가 이렇게까지 나온 걸 보니까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실감이 나서 ...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아서 울먹거린다) 무서워요... 너무 아플 것 같아서...
생각보다 무지 아프면 어떡해요? 회복력도 못 따라올 정도로 찢어지면 어떡하지...
그리고 1년도 안돼서 당신이 사랑하는 게 늘어난다는 게 너무... 너무... (질끈) 달갑지 않아요...!
릭사엘:(이걸 어떻게 위로해준다... 고심해서 생각한 끝에) 설령 회복력이 못 따라오더라도 주술로 치료하면 금세 원상태로 돌아올 테고, 그대가 버티지 못할 만큼 아파하면 나와 의식을 교환하는 방법도 있으니 천천히 생각해봐.
그리고... 음.
(제가 아이를 사랑하는 게 달갑지 않다는데 내가 어떤 말을 해줘야 하지. 좀처럼 입을 열기가 어렵다)
아이들이 태어나도 난 그대가 1순위인 걸 알잖아, 내 사랑. 장담컨대 그대보다 아이들이 우선시되는 일은 없을 거야.
유스텐:(훌쩍) 난 역시 좋은 부모는 아닌 것 같아요... 이제 무를 수도 없는데 이런 생각이나 하고... 아이는 축복이라고들 하는데.
릭사엘:좋은 부모가 아니기는. 마음이 복잡하고 두려워 그런 것이지, 그대 잘못이 아냐.
(토닥토닥거리며 아주 조금 딴 길로 화제를 바꾼다) 내 사랑이 이토록 걱정을 하니, 미니 유스텐을 낳아달라고 했던 말은 취소해야겠어. 그대 원하던 대로 나 닮은 아이가 나오도록 빌게. 그러니 그만 뚝. (너를 부드럽게 안고 쓰다듬으며 어른다)
유스텐:내가 밉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이랑 여기서 쭉 지내려면 후대는 낳아야 하는 건데 약한 소리나 하고...
릭사엘:고작 이런 걸로 미울 리가 있나. 사랑스럽기만 한 것을. (쪽)
그대가 어떤 마음인지 나도 가늠을 못 하는 건 아니라 괜찮아.
유스텐:나조차도 나를 그닥 좋은 부모감이라 생각하지 않는데... 릭스는 내가 뭘 해도 미워하질 않네요.
릭사엘:그대는 참... 당연한 소리를 하는 재주가 있어. 아이들이 예정보다 이르게생겨 당혹스럽긴 했다만, 그대도 아이를 갖고 싶어했잖아. 그런 사람이 어떻게 나쁜 부모가 될 수 있겠어. 유스텐:... (고개를 푹 숙이며) 미안해요.
갑자기 화풀이해서...
릭사엘:그대와 나 사이에 미안하다는 말이 필요하진 않지. (제 입술을 톡톡 두드리며 키스해달라는 듯 너를 바라본다)
유스텐:'뽀뽀 하나로 풀린다는 게 아직까지도 신기하네...' (머뭇거리다 소심하게 네 입술에 깃털처럼 가볍게 뽀뽀한다)
릭사엘:(네 입술이 닿았다 떨어지며 옅은 숨결의 감촉이 여운처럼 남자, 참지 못하고 마저 입술을 빈틈없이 맞물린다)
유스텐:(코로 숨을 한껏 들이키며 순간 고개를 살짝 뒤로 물린다. 입을 맞추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심적으로 편해진 듯 어깨를 늘어뜨리고 윗입술을 나긋하게 빨아당긴다)
릭사엘:(평소처럼 자연스럽게 제 키스를 받아주는 네가 사랑스러워, 네 뒷통수를 부드럽게 받치고 네게 무리가 되지 않도록 키스를 이어간다. 사랑스럽고 따뜻하고 말랑하고 부드럽기만 해서, 걱정이 물들어있던 제 마음도 스르르 녹는다. 이윽고 조금 입술을 떼며) ...사랑해, 유스.
유스텐:(감고 있던 눈꺼풀을 스르르 들어올리며) ...나도 사랑해요, 릭스.
(네 어깨에 이마를 툭 기댄 채) 하아... 24살에 예상치 못하게 유부남? 이 된 것도 모자라서 결혼한지 반 년도 안돼서 임신했으니 좀 봐줘요. 몰라... 뻔뻔해질래...
릭사엘:(작게 피식 웃으며 네 말랑한 뺨에 입술을 비빈다) 얼마든지 봐줄게, 작고 귀여운 내 사랑. 뻔뻔해져.
유스텐:(피식) 나 같은 신부는 어디서 찾을래도 찾기 힘든 거 알아요?!
릭사엘:(네 뺨에 엄지를 대고 둥글게 문지르며) 알지. 세상에 딱 한 명뿐이잖아. 그 무엇보다 값지고 귀하지.
유스텐:... 장난을 못 치겠다니까. 바보...
유스텐:너무 좋아서 안 하던 질투까지 하게 되잖아요.
... (슬쩍) 릭스 같은 남편도 어디 가서 절대 못 찾을 거예요.
릭사엘:그것 참 듣기 좋은데. 그대가 어디 갈 일도 없다는 말로 들려서.
유스텐:(왜 이렇게 틱틱대고 싶지?) ... 아닌데요?!
어디 확 가버릴 건데요?!
릭사엘:(너를 꼭 껴안으며) 어디로 가게. 내 품 말고?
유스텐:(으쓱) 당신 품 말고 갈 데 엄-청 많아요!
그동안은 내가 특!별!히! 남편에게만 집중했던 거지.
릭사엘:(너를 안은 채로 입술을 미약하게 내민다) 어디로 가려고. 나한테 말하고 가.
유스텐:(새침하게 메롱) 싫은데요? 교주님 분리불안이에요, 그거.
내가 이제 그대 없이 못 사는 거 알잖아.
유스텐:이상하다- 일하러 갈 땐 잘만 가던데?!
릭사엘:그대 보고 싶어서 서둘러 다녀오잖아, 늘.
그대에게 무슨 일이 생길 때는 알아서 휴일도 조절하고.
(귀엽기 짝이 없는 네 볼을 조금 잡아 늘린다)
유스텐:(볼이 잡힌 채로 발음이 새며 웅얼웅얼거린다) 서드르는즈 느그 으뜨케 아라여? 나 없을 때 어뜨케 일했는지 모르는데!
릭사엘:내 책상에서 그대 이름을 가득 적은 메모까지 굳이 훔쳐봤으면서 그런 소리를 해.
그러고보니 그거 못 본 지 좀 됐는데.
얼마나 더 썼어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꽤 오래되지 않았어요?
릭사엘:오래되긴 했지. 하지만 내일 추수감사절이라 이쪽 준비를 먼저 하고 싶어할 줄 알았는데.
그럼 이렇게 해요!
난 메모를 세러 갈테니까 당신은 추수감사절 준비를...!
릭사엘:(황당하지만 그마저도 귀여워서 살짝 키득거리며) 내가 혼자 준비 다 해둬?
작년에는 어떻게 진행했어요?
릭사엘:난 안 했지. 그땐 가족이 없었으니까.
유스텐:... 그럼... 추수감사절에 당신은 뭐했어요?
그러고보니 성역 안에서도 추수감사절을 기념할 줄은 몰랐는데요?!
종교적 색채가 짙지 않은 문화 중심의 명절이라면 성역 내에서도 진행을 막지는 않아.
유스텐:다른 사람들은 추수감사절을 즐길 때 혼자 앉아서 외롭고 쓸쓸하게(?) 일만 하다 잠들었단 말이에요? 평소와 같은 하루처럼?!
유스텐:릭스... '어떻게 사람이 백 년 넘게 휴일에 일만...'
릭사엘:(너를 껴안고 정수리에 뺨을 비비며) 첫 명절이니만큼, 그대가 있으면 좋겠어.
유스텐:돈도 많고 오래 산 사람이 왜 이렇게 일만 했어요... 마음 아프게.
릭사엘:그땐 딱히 남들이 부럽다는 생각도 안 했던지라.
괜찮아, 여보.
(쪽쪽)
유스텐:'놀리고 싶다... 놀리고 싶어...!' 난 추수감사절에 다른 곳으로 갈 건데요?!
릭스는 여기 있어요. 난 다른 데로 가야지.
릭사엘:... (풀이 살짝 죽은 표정으로) ...날 버리고 가게?
(슬쩍) 잠깐, 다른 곳으로...
'그저 장난치려고 한 건데 저렇게 슬픈 표정을 지을 줄은...'
유스텐:내가 가려던 곳은, 그러니까... (삐질삐질...)
마트...!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퍼, 펌킨 파이랑...! 시즌 한정 바구니라든가...
아! 추수감사절 한정으로 터키 인스턴트 라멘을 팔아서...!
두 개 사서... 당신이랑 먹으려고 마트를... (삐질삐질)
릭사엘:(당황해서 조잘거리는 걸 보아하니 장난을 치려던 모양인데) 추수감사절인데 인스턴트 라멘을?
그리고! 성역 안에서 대부분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지만 마트 시즌 한정 메뉴는 또 다른 거잖아요?!
릭사엘:(네 묵직해진 배를 슬쩍 들어올리며) 이 상태로?
(슬쩍) 어... 당신이 대신 들어주기?
그, 그치만...! 궁금하지 않아요?
마트에서만 볼 수 있는 세트! 바구니에 담아주는데 그 바구니가 은근 귀엽거든요?
언젠가 피크닉을 갈지도 모르고...
릭사엘:(귀여워 미치겠군) 알았다. 내일 낮에 잠시 다녀오지. 그대와 명절을 보내려 일감을 없앴으니까.
오늘은 집안 장식에 집중하고.
그런데... 릭스는 부를 친구 있어요?
예레미야 씨나... 엘람 씨...?
유스텐:원래 추수감사절은 북적북적해야 제맛이잖아요...!
릭사엘:가족 명절인데 우리끼리 보내면 확실히 그런 느낌은 없겠다만... 음.
알았어, 한번 물어보마.
실내 장식은 안 할 생각이야?
아! 그러려면 밖에 나가긴 해야겠다.
낙엽을 주워야 하거든요.
색종이도 필요하고요.
릭사엘:(뭘 하려는지는 감도 안 잡힌다만... 다 생각이 있겠지. 슬쩍 문밖에 시선을 주었다가 너를 다시 보며) 밖에서 사제들이 추수감사절용 데코레이션 용품을 모아와 대기중이다만, 색종이가 있나 봐야겠군.
(아리송...) 알았다, 한번 찾아보지.
유스텐:'사제분들도 몇 분 챙겨드리면 좋아하려나?' 낙엽도 많이 필요할 것 같아요.
똑같은 거 말고 다양한 색으로!
릭사엘:(어리둥절...) 알았어, 내일 숲을 산책해야겠군.
어쨌든, 이제 사제들더러 들어오라 할까. 밖에 30분 째 서 있다만.
얼른 들어오라고 해요!
“Harvest”, “Thanksgiving” 같은 표식이 적혀 있네요.
예레미야:(수습 사제들에게 짐 옮기기를 죄다 시켜 가뿐한 표정으로) 라샤토그 님, 명령하신대로 공수해왔습니다.
(대답하고는 눈치 빠르게 이곳의 '실세'를 본다) 신부님, 이 상자들을 어디에 둘까요?
유스텐:어... '왜 릭스한테 말하지 않고 나한테...?' 저, 저기 거실 중앙에?
예레미야:네, 알겠습니다! (수습 사제들을 시켜 거실 중앙에 나란히 두라고 하고는) 추수감사절은 실내에서 보내실 듯하여 식탁도 따로 준비했습니다. 그것도 거실 중앙에 둘까요?
유스텐:음... '거실에 식탁만 덩그러니 놓으면 뭔가 어색할 것 같은데... 게다가 여기서 보내면 나랑 릭스랑 단 둘이 보내는 게 확정일텐데. 너무 적적하지 않을까?'
(툭-) 그냥 만찬실에다 놓고 꾸미면 안돼요?
유스텐:아, 맞다. 예레미야 씨, 혹시 추수감사절에 많이 바쁘세요?
예레미야:...? (이건 설마... 소문으로만 듣던... 상관의 고도한 심리 조사??) ㅇ... 아니요!
놉니다! 아주 편하게 놉니다! 침대에 누워 배나 긁고 있을 예정이죠!
유스텐:(화색하며) 그럼 추수감사절에 만찬실에서 저희랑 같이 보내실래요?
예레미야:ㅇ... (어머니 아버지께서 기다리고 계실 텐데, 라는 생각이 스쳐가지만 신부님의 제안인지라 거절하지도 못하고) 그, 그럴, ...영광이긴 합니다만.
유스텐:혹시 데려올 가족 분들이 계시다면 함께 오셔도... 아, 안되려나? (릭사엘을 바라보며) 그러면 안 돼요?
릭사엘:(너를 정말 어쩌면 좋나 싶어서 작게 웃으며) 그대 뜻대로.
유스텐:다행이다. 당신이 부담스러울까봐 걱정했어요.
(슬쩍 예레미야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릭ㅅ, 아니, 남편이 추수감사절을 즐기는 건 올해가 처음이라고 해서... 처음인 만큼 정석대로 보내고 싶거든요.
릭사엘:(다만 그들을 부르게 되면... 내 앞이라고 한 술도 뜨지 못할 것 같다만. 내가 염려할 것은 아닌가)
예레미야:(어색하게 웃으며) 하하... 성배님께서 친히 불러주시어 감읍합니다만... 어머니께서 이미 추수감사절 음식을 마련하는 중이신지라, 마음만 받겠습니다.
어쩔 수 없죠.
명절 미리 잘 보내시길 바라요, 예레미야 씨.
'그럼 누굴 초대하지?'
예레미야:(동공이 흔들린다. 혼자만이라도 참석해야 하나 고민중이었는데 이건 신부님께서 아예 거절로 알아들으신 건가? 제게는 다행인 일이다만...) ...자비에 감사드립니다, 성배시여.
유스텐:'추수감사절만이라도 성역을 개방해야 좋으려나? 릭스에게 추수감사절을 제대로 즐기게 해주고 싶은데...'
'사람을 모으기엔 너무 늦었나... 다들 릭스를 은근히 어려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릭스 딱딱해보여도 진짜 귀여운데...'
(반쯤 포기하고) 식탁은 그냥 거실에 놔주시겠어요?
예레미야:(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예, 분부대로. (수습 사제들을 시켜 식탁을 거실 중앙에 두도록 명령한다)
견습 사제들 네 명이 2인용 식탁을 들고 거실로 들어옵니다.
직사각형의 대리석 상판으로 만들어진 식탁이네요.
그들은 아무말 없이 고개를 숙인 채 내부에서 식탁 다리를 조율하고
아예 없는 사람처럼 공간에서 도로 복도로 물러갑니다.
유스텐:저... 예레미야 씨,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될까요?
예레미야:(우아하게 고개를 숙이며) 예, 지시하시지요 성배시여.
예레미야:...? (교주님의 눈치를 보며 겨우겨우 한 걸음씩 슬금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무슨 일이십니까?
유스텐:(소곤소곤) 혹시... 성역에 남는 인형 있나요?
의자에 앉힐 수 있을 정도의.
예레미야:(잠시 생각해보다가) 몇 구 정도 필요하신지요.
유스텐:'식탁에 가득 둘러싸일 정도면...' (눈을 굴리다가) 한... 10 구 정도?
예레미야:... (사실 신전에 그런 것이 있을 리는 없어서 몰래 사와야겠다 생각하며) 알겠습니다. 준비하지요. 식탁 의자도 추가로 가져오면 되겠습니까?
유스텐:네. 꼭! 남편 몰래 가져다 놓으셔야 해요...!
비밀 임무!
예레미야:...? (거실에 교주님 허락 없이 못 들어오는데... 에라, 모르겠다) ... 그렇다 하시면... 몇 시쯤에 드나들까요.
유스텐:음... '내일 릭스 데리고 잠깐 밖에 나가서 낙엽 줍고 하면...' 2시 쯤?
예레미야:예, 준비해두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꾸벅) 더 지시하실 일 있으십니까?
유스텐:엄청 북적북적해보이게...! 배치해주셔야 해요!
예레미야:물론이죠. 염려 마십시오. (싱긋 웃으며 물러간다)
곧 견습 사제들이 식탁 의자 두 개를 적절히 두고
릭사엘은 당신이 예레미야와 가깝게 귓속말을 했다는 사실 때문인지
릭사엘:내 앞에서는 투덜거렸으면서, 예레미야와 대화하더니 웃고 있잖아.
(볼록 튀어나온 배를 가리키며) 나 당신 아이 임신도 했는데?!
릭사엘:... (잠시 퉁명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네 배를 감싸안으며) 오늘따라 계속 내게 불만인 것처럼 대하기에.
(눈치) 그냥, 투정...?
릭사엘:... (투정이라는 단어에도 기분이 쉬이 풀리지 않아서) 뽀뽀.
유스텐:바보... (피식 웃으며 새 모이 쪼듯이 쪽쪽 키스한다)
릭사엘:(네 입술이 닿을 때마다 슬금슬금 입꼬리가 올라간다) ...더.
유스텐:(밑입술을 앙 베어물고 냐금냐금거린다)
릭사엘:(당황해 일순간 눈을 크게 떴다가 픽 웃어버린다) 귀엽기는.
릭사엘:덕분에. (귀여워... 너를 부드럽게 끌어안고 양뺨에 번갈아 뽀뽀한다)
유스텐:(가슴이 간질거림과 동시에 헤실헤실 웃음이 새어나온다) 나도 엄-청 좋아요.
릭사엘:사랑스럽기는... 뭘 먹고 이리 귀여운지. (네 양뺨을 감싸고 입술에 쪽 뽀뽀했다가, 너를 부드럽게 안아올린다)
릭사엘:(잔잔하게 웃으며 거실 소파까지 다가가 너를 부드럽게 내려놓는다) 뭐하기는. 물건 확인해야지.
유스텐:아, 맞다. 뽀뽀하느라 잠깐 까먹고 있었어요.
'난 또... 저번처럼 갑자기 침대로 갈까 했네.'
유스텐:... 진짜 속마음을 읽는 주술 없는 거 확실해요?
주술이 있다 한들 쓸 필요도 없지.
억울하니까 당신은 이마에 쓰고 다녀요.
릭사엘:(살짝 웃으며) 정 억울하면 텔레파시 주술이라도 써줄까.
릭사엘:(그렇게 장시간 쓴 적이 없어 모르겠다만... 일단은 주술을 사용한다)
'자, 여보.'
릭사엘:'이런 걸로 신기해하고... 귀엽긴. 왜 이렇게 귀여운 건지.'
'시간이 지나면 좀 덜 귀여워지려나 했는데 갈수록 귀여워지니 너를 어쩌면 좋을까.'
유스텐:(노골적인 속마음이 하나 둘 들리기 시작하면서 눈이 점점 땡그래진다. 뺨을 발갛게 물들인 채 시선을 내리깔고 손을 꼼지락거린다) ... 콩깍지...
릭사엘:(작게 웃음 소리를 내며) '콩깍지라니. 그대가 귀여운 건 모두가 인정할 텐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귀여운데 그대를 어떻게 안 사랑할 수 있겠어. 난 제대로 잘못 걸린 거지.'
유스텐:'차분한 표정 뒤로 저렇게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단 말이야? 아... 부끄러워. 숨고 싶어!' (점점점점 상체를 뒤로 물리며 고개를 돌린다.) 아, 알았어요. 그, 그만...
(부끄러워서 후후- 숨이 터져나오려 하는 것을 입술을 말아넣어 틀어막는다. 볼이 서서히 빵빵해진다.)
릭사엘:'이건 또 무슨 행위지? 귀여운데...' (조심스럽게 네 양뺨에 손바닥을 대고 가운데로 민다. 그러자 별안간 톡 튀어나오는 입술을 보고 눈까지 접으며 웃는다) '아 표정이 웃겨... 귀여워라... 이럴 때 보면 영락없이 아이라니까. 본인이 귀여운 걸 그렇게 모른다니, 말이 안 되는데.'
'언제까지 이러고 있으려 그래, 내 사랑.'
유스텐:(푸우우-) 웃겨요? 난 부끄러워 죽을 것 같은데...
릭사엘:(네 입술에서 바람빠지는 소리를 듣고는 고개를 숙여 쪽 뽀뽀한다) '부끄럽기는, 이렇게 예쁜데. 사랑스럽고.'
유스텐:뭐만 하면 사랑스럽대... 예쁘고...
릭사엘:(그런 네가 사랑스러워 쪽쪽 뽀뽀하다가 끌어안으며) '미치겠군, 정말... 이렇게 사랑스러워서야. 임신했는데 아이를 또 갖자고 할 수도 없고.'
유스텐:무 무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당신?!
릭사엘:(멍하니 행복에 잠겨 있다가 한 박자 늦게) '...아. 방금 얘긴 못 들은 걸로 해.'
유스텐:이미 들어버렸는데 어떻게 못 들은 걸로 하라는 거예요?!
당신... 대체 아이를 얼마나 갖고 싶은 거예요...
릭사엘:... '아이를 더 갖고 싶은 게 아니라, 음... 그대 닮은 귀여운 아이가 많이 보고 싶은 거지.'
나도 혹시 당신처럼 주술을 배울 수 있어요?
나도 주술을 배워서 아이로 변신하는 거죠!
릭사엘:'...내가 예전에 여자로 변신했었다고? ...아, 내가 기억을 잃기 전인가보군...'
'...궁금하긴 한데, 괜찮겠어?'
유스텐:아, 맞다. 첫 데이트 때 보여줬었어요. '어쩌지... 자꾸 지금의 릭스에겐 없는 기억을 말할 때 조심하는 걸 깜빡하네.'
뭐가 걱정인데요?
릭사엘:'몸에 무리가 갈까봐. 물론 그대는 이제 불멸의 몸이니 설령 무리가 간다 해도 큰일이 날 가능성은 없다지만.'
릭사엘:'그 정도는 아니지. 그대가 임신 상태라 걱정이 요즘 많아서 그럴 뿐.'
'원한다면 알려줄까.'
유스텐:'어린이로 변해도 배가 유지되지는 않겠지?' (끄덕끄덕)
릭사엘:'알았어.' (네 머릿속으로 바로 주술에 대한 정보를 보낸다)
유스텐:신기하다... 지금 바로 써봐도 돼요?
유스텐:(환술을 사용한다)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순식간에 주변을 도는 공기가 조금 뜨거워지듯 하다가
무게 중심이 달라지고 팔다리가 짧아진 느낌이 분명합니다.
임신 상태라 볼록하게 올라온 배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차마 형용 못할 귀엽다는 표정으로 상체를 숙이고
릭사엘:'미치겠군, 귀여워... 세상에... 세상에...'
유스텐:(어리둥절한 채로 눈만 깜빡깜빡 거리더니 두 손을 쫙 피고 그것을 내려다본다.) 잘... 된 건가? 어때요?
릭사엘:(너를 품에 꼭 안은 채 들어올리며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너무... 너무 귀여워... 죽겠군.'
유스텐:리, 릭스...? 으앗...! 너무 높아요!
릭사엘:(네 말랑한 뺨에 제 뺨을 마구 비비며) '사랑스러워, 너무 귀여워... 내가 낳았어야 했는데. 어떡하지, 이를 어쩌지...'
유스텐:ㅁ,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당신이 어떻게 낳으려고...
릭사엘:하아... 그러게. 죽겠어. '너무 귀여워, 사랑스러워...' (못 참고 네 얼굴 곳곳에 빠짐없이 뽀뽀한다)
유스텐:(찡얼찡얼) 우으으응 ㅡ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릭사엘:(쪽쪽) 그대도 내가 어릴 때 모습 보며 사심을 채웠다며. 나도 이 정도는 해야지. (네 귀여움에 벅차올라 어느새 주술을 쓰던 것도 멈추고 작은 네 몸을 토닥이며 웃는다)
유스텐:'평소보다 뽀뽀를 더 하는 것 같은데?!' 으으응- 사람 살려- 남편이 막, 어린이를 잡아먹어요...!
릭사엘:(네가 소리를 높이거나 말거나 화사하게 웃으며 끌어안은 채 중얼거린다) 역시... 우리 애들은 그대를 닮아야겠어. 반드시.
(웅얼거리며) 나예여, 아니면 날 닮은 어린이가 좋은 거예여?!
릭사엘:(쪽쪽) 당연히 그대지.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면서 그런 이야기를 해.
유스텐:하나뿐이라서 좋은 건데 이 모습을 너무 좋아하니까...
릭사엘:그대도 내가 어릴 때 모습을 취하면 좋아할 것이잖아.
그래도... 원래의 난 어린이가 아닌데 질투나서... (꼼질)
릭사엘:내가 그대 어릴 때 모습을 더 좋아하는 듯해서 질투가 나?
릭사엘:(작게 웃으며) 그럴 리가. (네 몸을 꼭 끌어안은 채 소파에 앉고, 너를 무릎 위에 올려두며 손가락을 하나씩 매만져본다) 그대니까 좋은 거지. 그대라면 다 좋아.
유스텐:전혀 다른데 어떻게 그러지? 신기해요.
릭사엘:신기하기는. 난 그대가 어떤 모습이든 사랑할 텐데.
유스텐:사람마다 취향이라는 게 있을텐데 그래도...
유스텐:...? 그러면 속은 나랑 똑같은 성격이고 외관이 다르면 설레요?
유스텐:이상해! 외관이 다르면 나인 걸 어떻게 알아요?!
나랑 똑같은 성격에 당신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 다짜고짜 나 없을 때 와서는 "사실 나는 유스텐이고 저주에 걸려서 이런 모습이 되어버렸다." 라고 하면 속을 것 같아요.
그대 성격이며 행동, 자세, 숨쉬는 법까지 내가 다 아는데.
릭사엘:그래도 알아볼 거다. 그대에게만 심장이 뛰니까.
유스텐:이해가 안 가요. 속은 완전히 나랑 똑같은데 어떻게 구별을 한다는 건지
막말로 외계인이 제 의식만 복사해서 넣었을 수도 있잖아요?!
릭사엘:(작게 웃으며) 내가 그대 안에 깃든 신성력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은 기억하는 거지?
(까먹었다)
릭사엘:귀엽기는... (네 작은 몸을 껴안고 엉덩이를 부드럽게 토닥인다) 이제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 키스하고 싶으니.
유스텐:이제 다 봤어요? 더 보고 싶어할 줄 알았는데.
릭사엘: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모습이 따로 있으니, 그것부터 보고. 시간은 많잖아.
...
... 근데 이렇게 들어올린 상태에서 해요?
유스텐:무거워도 난 몰라요. (눈을 감고 주술을 해제한다) '평범한 사람이었다가 갑자기 마법 같은 것도 할 줄 알게 되니까 기분 이상하네...'
작아졌던 시야, 가벼웠던 몸의 감각이 천천히 풀려나가는 느낌입니다.
다리가 길어지고, 무게 중심이 아래로 내려가며 몸이 다시 ‘제자리’를 찾습니다.
손가락이 길어지고 손가락 사이의 둥그스름한 감각이 사라지더니
한 순간이나마 이 압박이 없어서 편했는데...
당신이 눈을 뜨면, 당신의 몸을 부드럽게 고쳐잡은 릭사엘이
은은하게 미소지으며 당신의 입술을 쪽 훔칩니다.
릭사엘:어서 와, 내 사랑. 원래 몸으로 돌아온 기분은 어때.
유스텐:이상해요... 갑자기 엄청나게 몸이 무거워진 느낌?
예정일 직전까지만 어린이로 살고 싶다... 으으... 가벼워서 좋았는데.
릭사엘:(귀여워) 그래도 우리 애들을 잊으면 안 되지, 여보. (네 몸을 부드럽게 안아든 채로 생각하다가, 네 몸을 더 높게 끌어안아 배 위에 뽀뽀한다)
유스텐:잊은 건 아니에요. 그치만 무거운걸...
릭사엘:...앞으로 더 무거워질 텐데. 큰일이네.
릭사엘:우리 아이들이 내 사랑을 그만 속썩여야 할 텐데. (배에 계속 뽀뽀한다)
유스텐:점점 무거워진다는 건 아이들이 잘 크고 있다는 거니까 어쨌든 좋게 생각하려고요.
유스텐:이제 진짜로 물건 확인해볼까요? 이러다 또 침대로 가겠어요. (안절부절)
릭사엘:알았어, 확인해보지. (네 몸을 천천히 내려놓아 준다)
상자 덮개를 열어보면, 상자 안에서 가을빛이 한아름 쏟아져 나옵니다.
짙은 오렌지색과 크림색의 호박들이 크기별로 가지런히 포장되어 있습니다.
밀 이삭 다발과 보리 장식은 천에 감싸여 있고
붉게 물든 단풍잎 가랜드가 당신의 손길을 따라
잎맥 하나하나 섬세하게 살아있는 게... 단순 가랜드보다 가격이 있어 보이네요.
옆의 상자를 열어보면 안에는 짙은 브라운과 골드 색감의 캔들 홀더,
도자기 재질의 작은 칠면조 장식이 드러납니다.
유스텐:우와- 뭔가 종류별로 엄청 많이 들어있네요?
릭사엘:(뒤에서 너를 작게 끌어안으며) 그러게. 더 필요한 게 있으려나.
너무 많으니까 잘 꾸밀 수 있을지 모르겠는걸요...
릭사엘:(피식 웃으며) 난 그대 미감만 믿을게.
으으... 자신 없는데...
유스텐:그야... 전적으로 내가 뭔가 맡아서 해본 적은 없어서...
릭사엘:해보면 잘하는 게 그대 특기잖아. 이 기회에 해봐.
엉성해도 놀리기 없기에요?!
아, 높은 곳은 당신이 도와줄래요?
릭사엘:물론. 나도 함께 해야지. (사랑스러워서 정수리에 쪽 뽀뽀한다)
유스텐:그럼- 뭐부터 장식하지? 음음 - (마른 옥수수 이삭과 보리 장식을 양손에 번갈아 들어올린다)
유스텐:예술/공예 Roll| 기준치: | 55/27/11 |
| 굴림: | 38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은 잠시 고민하던 끝에 상자에서 스테인리스 원통형 통을 꺼내
가지런하고 아기자기하게 꽂은 후 식탁과 월넛 우드 서랍장 위에
거실 자체가 베이지빛이어서인지 찰떡같이 어울리는군요.
유스텐:음... 큰 틀부터 먼저 배치하고 작은 걸로 주변을 꾸미는 게 좋겠어요! (여러 색의 호박들을 낑낑거리며 꺼낸다) 헥... 이거 생각보다 무게가 있네요.
릭사엘:(네가 무거워하자 조심스럽게 다가가 번쩍 들어올린다) 이건 어디에 둘까.
보통 큰 호박들은 주변 시선을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중앙에 두면 꽉 찬 듯한 느낌을 주고, 구석으로 들어가면 비어보이는 느낌을 주죠.
당신은 고민 끝에 릭사엘에게 큰 호박들은 큰 것부터 작은 것 순으로
식탁 위에 일렬로 배치해달라고 부탁하고, 다시금 상자를 바라봅니다.
유스텐:(눈을 반짝이며) 와- 큰 것만 놨는데도 뭔가 추수감사절 분위기가 조금 나는 것 같지 않아요?
릭사엘:그러게, 정말 추수절 같은 분위기군. 거실도 풍성해보이고.
(열심히 호박을 옮겨 두다가, 작은 것들은 서랍장 위에 함께 올려둔다)
유스텐:(가랜드들을 겹쳐 양손에 들어올린다) 다음은 - 이 가랜드로 주변을 꾸며주는 게 좋겠어요. '설렌다. 재밌어...!'
유스텐:응! 아, 겸사겸사 호박 주변에 이 캔들 홀더도 몇 개 놔줄래요?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캔들 홀더 몇 개를 꺼내준다)
릭사엘:분부대로, 내 사랑. (캔들 홀더를 식탁이며 테이블, 수납장 위에 알차게 올려놓고, 향초도 섬세하게 하나씩 꽂는다)
유스텐:(점점 추수감사절 느낌이 진해지자 입을 벌리며 감탄한다) 와아... 우와아- 형광등 끄고 초에다 촛불 다 키고 보면 엄청 예쁠 것 같아요.
릭사엘:(부스스 웃으며) 벌써부터 내일이 기대돼?
릭사엘:(귀여워...) 나도 기대돼. 그대와 처음 맞는 명절이니만큼 재밌을 것 같아.
유스텐:당신도 기대돼요? 그럼... 설레는 티를 내봐요! 보고 싶어요!
릭사엘:(잠시 멈칫하다가 어색하게 손을 들어올리며) 와... - ...?
...
...
(민망해서 그만둔다)
유스텐:(볼을 부풀리며 주먹 쥔 손을 허리에 올린다) 그러면 얼마나 설레는지 난 모르잖아요...
릭사엘:(네 귀여운 몸을 끌어안고는) 기쁘지. 설레고. 두근거려.
유스텐:(웃으며 두 팔을 네 겨드랑이 사이로 밀어넣어 어깨를 감싸 안는다) 말하니까 좋잖아요. 귀엽고.
릭사엘:너무 당연해서 얘기를 안 했지. (쪽) 그대와 해보는 것들은 늘 설레.
유스텐:당연하긴 해도 난 당신이 어떤 생각하는지 보거나 들으면 기분이 좋단 말이에요.
릭사엘:(귀엽기는...) 알았어. 더 노력할게, 여보. (네 엉덩이를 작게 토닥이다가) 어디 더 꾸밀까. 말만 해.
유스텐:아! 이제 뭐가 남았더라- (상자를 다시 보고) 책상은 맨 마지막에 꾸미고, 옥수수 이삭 노끈이랑 밀이랑 보리 장식으로 마무리할까요?
릭사엘:그래, 좋아. 테이블 러너와 칠면조 장식도 올려둘까.
그렇게 거실을 아기자기한 황금빛 소품으로 가득 채우고 나니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에 가을의 풍요가 물든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무척이나 가정적이고도, 온화한 분위기가 드네요.
내일이면 다가올 명절이 실감나니 가슴이 크게 부풀어오릅니다.
가족이 없던 당신에게는 처음으로 겪는 제대로 된 명절이죠.
릭사엘:(정리를 마무리하며) 이 정도면 될까. 내일 나가서 단풍 줍고 마트도 다녀오려면 바쁘겠는데.
어쩌지... 마트에 물건이 남아있을까요? 생각보다 너무 늦게 준비해서...
오픈런을 해야 하나?
릭사엘:(그렇게까지? 라고 생각하지만 티내지 않으며) 아침에 멀리까지 가려면 힘드니, 사제들을 시키는 건 어때.
유스텐:그 분들도 가족들 보기 바쁘실 것 같은데... 아까 예레미야 씨도 그렇고...
유스텐:그, 그렇게나 늦게 허락한단 말이에요?
릭사엘:그들이 외출하면 이 신전이 텅 비니까. 낮까지는 여느 때와 똑같이 신전을 운영해야지. 예배도 진행하고.
이번엔 나도 가족과 하루를 보낼 예정이니, 그들은 낮까지 정신 없을 거야.
유스텐:가족을 몇 시간만 보고 다음 날에 다시 성역으로 돌아와야 하는 거라 생각하니까 일을 시키기가 미안해지려고 해요...
릭사엘:뭘 그렇게까지. 그들도 원해서 이 신전에 들어온 건데.
유스텐:그래도... 가족들이 보고 싶지 않은 건 아닐텐데...
물론 여기 성역에 계시는 분들도 가족을 보고 싶을 때마다 볼 수 없을 걸 각오하고 들어오는 거겠죠.
그렇지만 1년 중 몇 번 없는 휴일인데도 오랜만에 보는 가족들을 잠깐밖에 못 본다는 게 슬퍼요.
릭사엘:... (성정이 어쩜 이렇게 다정한지. 이럴 때마다 오히려 사랑스럽게만 보인다) 그렇다면 연차 시스템을 좀 구축할까. 그대가 걱정된다 하니.
릭사엘:신앙심을 위해 신전에서 생활을 일임하게 하고는 있지만, 가끔 정도라면 괜찮을 것 같다.
유스텐:(밝게 웃으며) 다행이다... 다들 좋아하시겠죠?
아! 물론 나가고 싶다고 다 허락되는 건 불가능한 것 정도는 저도 알아요. 이런 명절에 모두 다 휴가를 내버리면 보안에 문제가 생길테니까...
그래도 여긴 엄청 넓고 사람도 많으니까 사람 몇 명 휴가를 나가도 티가 크게 안 나지 않을까요?
(슬쩍) 아-닌가...
사실 전 이 교단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잘 몰라서...
(흠칫) '가만... 여기 온 지 그래도 시간이 꽤 지난데다, 릭스의 배우자인데 아무것도 모르면... 남들 눈엔 남편 뒤에서 꽁꽁 숨어 지내는 겁쟁이로 보이는 거 아니야?'
유스텐:나도 이제 교단에 대해 공부를 해야겠어요... (쭈글...)
릭사엘:(신전은 만성 인력난을 겪고 있긴 하지만 네 말이라면 뭐든 들어주고 싶은 데다가, 네 요청이 따뜻한 마음에서 우러난다는 것을 알아서 진지하게 고민해보며) 시스템 구축을 할 때 한 번에 일정 인원 이상이 빠지지 않도록 신경쓸게.
음?
갑자기?
유스텐:당신이랑 동등한 위치에 있는 것 치고는 모르는 것 투성이라서요...
릭사엘:나야 내정을 그대가 맡아준다면 고맙기야 하겠다만, 그러면 너무 바빠지지 않겠어?
유스텐:휴가에 대한 부분도... 내부 상황은 아무것도 모르고 내뱉은 거고... (쭈글........)
어차피 요즘은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서 보내니까 차라리 공부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릭사엘:그대가 무언가에 열정을 보인다면 나야 좋지만, 그대가 이렇게 가끔씩 이야기를 내게 하면 내가 검토할 수 있지. 무리하진 않으면 좋겠는데.
유스텐:그치만 성역 내에서 생활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신부라니, 완전 무능해보이잖아요.
릭사엘:이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과 비교하면 안 되지. 그대는 아주 잘 적응하고 있어. 무능한 게 아니라 배워가는 중인 거지.
내 말을 믿어, 여보. 난 그대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잖아.
당신은 날 엄청 봐주잖아요... (안 통함)
사제 분들이 말씀해주시는 거라면 모를까...
지금은요!
유스텐:'삐졌다... 완전 삐졌어...' 그, 그렇게 봐도 어쩔 수 없어요...!
나보고 예법이니 예절이니 배우라고 해놓고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당신...!
릭사엘:(뾰로통...) 임신한 몸으로 아내가 무리하지 않기를 바란 건데, 그게 그렇게 잘못인가?
유스텐:(삐질...) 아니, 잘못된 건 아니지만...
유스텐:'입술까지 살짝 삐져나온 것 같은데... 아니, 그래도 나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할 상태는 아닌 것 같은 걸 어떡해...'
어...
(까치발을 들어올려 쪽- 뽀뽀한다) 미, 미안...
릭사엘:(네 짧은 뽀뽀에 슬쩍 나왔던 입술이 쏙 들어가고 작은 웃음이 샌다) 미안해?
릭사엘:(귀엽긴... 헛웃음을 흘리다 고개를 숙여 네 입술을 달큰하게 베어물었다 뗀다) 정말이지, 그대가 이리 귀엽게 구니 내가 마음 상할 틈이 없지.
유스텐:휴... 나는 진짜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
릭사엘:뭘 심장이 떨어질 것까지야. (사랑스러워... 네 엉덩이를 받치고 품에 안아들며) 그대가 너무 귀엽게 굴어 이대로 거실에 있기는 힘들겠는데. 침실로 갈까.
유스텐:(슬쩍) 어... 잠을, 자자고요? 내일 할 일이 많으니까...?
유스텐:... (수줍게 입술을 말아넣고 눈을 굴리다가 도리도리한다)
릭사엘:(너를 부드럽게 품에 안은 채로, 이마에 쪽 뽀뽀하고 걸음을 뗀다)
추수감사절의 낮 공기는 유난히 맑고 서늘합니다.
벌써 이 성역에서 지낸 지 다섯 달이나 되었네요.
짙은 적갈색, 금색, 주황색, 황토색이 겹겹이 쌓여
바닥을 덮고 있고 햇빛이 그 위로 반짝입니다.
마치 낙엽길 위에 가을이 누워있는 것만 같습니다.
릭사엘은 당신의 보폭에 맞춰 의도적으로 걸음을 늦춥니다.
부드럽게 깍지를 낀 손이 바람처럼 살랑살랑 흔들리고
당신이 걸어가는 길의 앞쪽을 살펴보며 걷습니다.
그럼에도 빈틈없이 사랑받는 기분이 이런 걸까요.
릭사엘:(가볍게 깍지낀 손을 흔들며) 어디까지 걸어갈 거야, 내 사랑?
유스텐:음- (바닥에 떨어진 낙엽들을 살펴보며 상한 잎이 별로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슬슬 줍기 시작해도 될 것 같아요.
릭사엘:그래, 알았다. 색깔별로 주우면 되는 거지? (고개를 살펴 주변을 살펴보다가, 허리를 숙여 금빛 낙엽을 하나 줍는다)
유스텐:색깔별로 줍는 것도 좋지만 예쁜 걸로 주워야 해요. 벌레 먹은 흔적이 없고, 밟혀서 상하지 않은 것들로만!
릭사엘:음, 그런가. 생각보다 신경써야 하네. (옆의 주홍빛 낙엽을 아무런 생각 없이 집어든다)
유스텐:(휙휙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매의 눈빛으로 예쁜 낙엽들을 찾는다. 그러다 네가 주운 것을 보고 단호한 목소리로) 그건 안돼요!
릭사엘:(낙엽을 주워들다가 허리를 숙인 채 그대로 멈칫한다) ...안 돼?
유스텐:(끄덕이고 손가락으로 낙엽의 상한 부분을 가리킨다) 끝부분이 까맣게 상해버렸잖아요. 이렇게 쩜쩜쩜쩜-
릭사엘:(낙엽을 앞뒤로 돌려 확인하다가 짧게 아- 하는 탄성을 내뱉는다)
흠... (어디에 쓸 것이기에 저렇게 까다롭게 고르는 거지? 갸웃...)
유스텐:많이 주울 필요는 없고, (두 손가락으로 갯수를 임의로 세어보고는) 30장 정도만?
릭사엘:(깨끗하게 벌레 먹지 않고 얼룩 없는 것으로 30장... 게다가 색도 골고루... 딱히 자신은 없지만) 알겠다, 해볼게.
유스텐:(쪽) 우리 둘이서 서른 장만 모으면 되는 거니까 금방 모을 수 있을 거예요.
릭사엘:관찰력| 기준치: | 75/37/15 |
| 굴림: | 71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유스텐:관찰력| 기준치: | 55/27/11 |
| 굴림: | 34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릭사엘:(두리번두리번 주변을 둘러보다가 낙엽 몇 장을 줍는다. 흠... 색이 비슷한데 괜찮으려나)
유스텐:(챱 챱 줍다가 만일을 대비해 은행잎도 줍는다)
릭사엘:(열심히 줍고는 쪼르르 네 옆에 다가오며, 옆에 것을 마저 주워준다) 허리 숙이기 힘들지. 내게 맡겨, 여보.
유스텐:내가 하자고 한 건데 당신만 시키기 좀 그런데... 괜찮아요?
릭사엘:물론이지. 어려운 일도 아니고. (낙엽을 줍고는 네 허리를 부드럽게 일으켜 세운다)
유스텐:'낙엽 줍는 150세 넘는 교주님이라니... 진짜 재밌네...' (쿡쿡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참는다)
릭사엘:(재밌어보이는 네 모습에 의문을 가지면서도 따라 웃는다) 뭐가 그렇게 즐거워?
유스텐:이렇게 보니까 엄청 큰 교단의 교주님 같지 않아서요.
평범한 남편 같아요, 지금.
릭사엘:그대에겐 평범한 남편이지. (네 뺨에 부드럽게 키스하고는 마저 주변을 둘러본다)
유스텐:(작게 키득거리며 여유롭게 쭉쭉 뻗은 나뭇가지들을 구경한다) '카메라라도 가져올 걸 그랬나? 릭스를 찍고 싶은데.'
릭사엘:(열심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줍는 중)
유스텐:'아, 내가 휴대폰을 가져왔던가?' (뒤적뒤적)
유스텐:운| 기준치: | 50/25/10 |
| 굴림: | 23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찾았다!' (릭사엘에겐 말하지 않고 몰래 낙엽 줍는 모습을 찰칵찰칵 찍는다)
릭사엘:(네가 무얼 하는 중도 모르고 그저 열심히 낙엽을 주워 모은다. 어디 보자... 이 정도면 서른 장은 되겠군) 다 주운 것 같아, 여... (까지 말하다가 네가 휴대폰을 든 모습을 보며) 뭐하고 있어?
유스텐:아! 들켰다! (휴대폰을 내리고는) 당신 사진 찍고 있었어요. 귀여워서.
찍고 싶으면 같이 찍지.
유스텐:난 지금 걸 기록하고 싶었는걸요? 이런 모습은 보기 힘들잖아요.
릭사엘:(피식 웃으며 낙엽길을 걸어가 네 휴대폰을 슬그머니 뺏어들며) 나도 찍게 해줘.
릭사엘:당연히 그대 모습이지. (휴대폰을 들고 요리조리 살피다가, 이런저런 버튼을 눌러 카메라를 켜보려고 애쓴다)
유스텐:'귀여워라...' (슬쩍 손으로 촬영 버튼을 가리킨다) 이 버튼을 누르면 돼요, 여보.
릭사엘:...아. 응. (기존의 카메라 생김새를 되뇌며 조심스럽게 이것저것 만져보다가, 네 쪽을 향해 카메라를 들고 버튼을 툭 누른다. 찰칵)
(귀여워... 한 번 성공하고 나자 자신감이 붙어 네 모습을 여러 장 찰칵찰칵 계속 찍는다)
유스텐:응? 뭐, 뭐하는 거예요- 부끄럽게, 그, 그만- 이리 줘요. (하며 네게 손을 뻗는 장면까지 전부 찍히는 것도 모르고 낑낑거린다)
릭사엘:(피식피식 웃으며 네가 당황하거나 말거나 계속 찍으며 뒷걸음질 친다) 엄청 잘 나오고 있어. 조금만 더.
유스텐:잘 나오긴 뭐가 잘 나와요! 완전 이상하게 나왔을 것 같은데...!
유스텐:(뺨을 붉힌 채 미간을 찌푸린다) 정말- 릭스! 자꾸 도망갈 거예요?!
릭사엘:(피식거리다 못해 키득키득 웃으며 네가 잡지 못하게 조금 멀찍이까지 도망가 사진을 찍는다)
유스텐:릭스...! 대체 어디까지 가는...! 앗, (발을 잘못 디뎌 균형을 잃고 넘어질 뻔 하다 간신히 제대로 선다)
릭사엘:헉... (혹여라도 네게 위험이 생길까봐 쏜살같이 달려가 너를 마주 껴안는다) 괜찮아? 안 다쳤어?
릭사엘: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너를 부드럽게 안아든다) 낙엽은 다 주웠으니 그만 돌아갈까?
아니면 더 걷고 싶어?
유스텐:(도리도리) 낙엽으로 할 게 남았으니 어서 가는 게 좋겠어요.
릭사엘:그래, 집에 가자. (부드럽게 네 엉덩이를 토닥이며 걸음을 뗀다)
그런데 슬슬, 낙엽으로 무얼 할 것인지 말해줘도 되지 않아?
유스텐:(검지를 입술에 대고 쉿-) 곧 알게 될 거예요!
릭사엘:(사랑스럽긴...) 그럼 내 마음대로 기대해도 되는 부분인가?
응!
완전 깜짝 놀랄 걸요?
릭사엘:알았어, 귀여운 내 사랑. 마음껏 기대할게. (부드럽게 웃으며 너를 안고 집으로 향한다)
릭사엘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낙엽 위를 걷는 발소리가
마치 숲이 당신들의 곁에서 함께 걸어주는 것만 같습니다.
당신이 릭사엘의 단단한 품에 안겨 집으로 돌아오면
거실에는 외출 전까지 없었던 의자들이 빼곡히 놓여 있고
식탁에는 곰인형, 토끼인형, 다람쥐 인형, 강아지 인형 등
수많은 인형들이 식탁 의자에 모여 앉아 있습니다.
릭사엘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누군가 다녀갔나 놀란 표정이지만
일단은 당신의 발을 바닥에 조심스럽게 딛게 해줍니다.
유스텐:(놀라지 않고 밝게 웃으며 의자들이 있는 곳으로 도도도 달려가 살펴본다) 아! '예레미야 씨가 정말로 잘 배치해주셨네?!'
오늘 추수감사절을 위해 초대한 특별 게스트들이에요!
릭사엘:음...? (드물게 당황하며 네 옆으로 다가가 인형들을 살펴본다) 음, 빈 자리를 채우려 마련한 건가?
추수감사절은 원래 북적북적해야 즐겁고 재밌는 거라고 들었거든요.
(멋쩍게 볼을 긁적이며) 사실 나도 그런 북적북적한 추수감사절은 딱히 집에서 보내본 적이 없어서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요...
원래는 진짜 사람들로 채우고 싶었는데 다들 이미 일정이 있으시길래, 급하게 예레미야 씨께 부탁했어요!
릭사엘:(네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부드럽게 안고는 살짝 들어올려주며) 내 사랑은 천재네.
유스텐:아이디어는 제가 냈고, 작업은 예레미야 씨가 도와주셨는걸요... 헤헤...
릭사엘:(쪽쪽... 예뻐죽겠어. 너를 도로 내려놓고 상냥하게 안으며) 그래도 그대 뱃속에 특별 초대 손님이 있는 걸 잊은 건 아니지?
유스텐:알죠. 그래도 북적북적한 느낌은 부족한걸요?
(슬쩍 토끼 인형 뒤에 숨어서 팔 부분을 들어올려 흔든다. 일부러 높은 목소리를 내며 예의바른 말투를 쓴다) 크흠! 안녕하세요, 벨손드 씨?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듣던 대로 정말 기품이 넘치시고 아름다우신 분이로군요. 오늘 이 자리에 초대해주셔서 영광입니다.
릭사엘:(이게 무슨 상황이지? 하고 얼빠진 표정을 짓다가 피식 웃으며, 장난스럽게 손을 내민다) 예, 저도 말씀 익히 들었습니다, 토끼 씨. 제 배우자와 무척 닮으셨군요.
유스텐:(움찔) 무, 무슨 소리를?! 배우자 분께서 들으시면 많이 섭섭하실 겁니다.
(도망치듯 옆에 있는 다람쥐 인형 뒤에 숨어서 팔 부분을 번쩍 들어올린다. 이번엔 낑낑거리는 목소리로) 벨손드 씨, 추수감사절 인테리어가 정말 멋지군요? 음?! 저 호박들도 진짜 호박인가요? 가랜드와 촛불 배치까지- 정말이지 미감이 뛰어나시군요!
릭사엘:(이번에도 장난스럽게 손을 내밀어 인형 팔 끝을 잡으며) 감사합니다, 다람쥐 씨. 제 배우자가 이번에 공을 참 많이 들였지요. 다람쥐 씨께서도 제 배우자를 많이 닮으셨군요. 미감도 그렇고, 생김새도 말이죠.
유스텐:(움찔22) 그럴 리가요, 하하... 과찬이십니다. 아니, 저는 배우자가 아닙니다.
(황급히 정정하고 또 옆에 있는 곰인형 뒤로 쏙 숨는다. 팔을 식탁 위로 탁탁 치며 아주아주 낮은 목소리로) 흠흠... 그나저나 아직 식탁은 비어 있군요. 음식은 언제쯤 나옵니까? 기왕이면! 꿀이 들은 음식이 있었으면 좋겠군요. '곰이니까 닮았다고 안 하겠지?'
릭사엘:(키득키득 웃으며) 곧 서빙될 예정입니다. 추수감사절 만찬인 만큼 푸짐한 육류와 달콤한 디저트가 나올 예정이니, 기대해주셔도 좋습니다.
곰 씨께서도, 하얀 털을 가지신 부분이 제 배우자와 닮으셨군요.
유스텐:(움찔33) 이, 이거는... 그러니까... '뭐라고 둘러대지?'
(눈을 휙휙 굴리다가) 제, 제가! 늙어서 그렇습니다, 늙어서.
아니, 배우자분이 늙으셨다는 그런 게 아니라...
릭사엘:(피식피식 웃다가 인형 뒤에서 너를 부드럽게 끌어당긴다) 아, 여기 있었네요. 제 사랑스러운 신부가.
릭사엘:(귀여워...) 어디 갔었어, 내 사랑.
릭사엘:(부드럽게 너를 끌어안으며) 신경써줘서 고마워, 여보. 나 때문에 이리 한 거지?
유스텐:응... 당신도 추수감사절을 제대로 보내는 건 처음이라고 해서 정석대로 보냈으면 했어요.
릭사엘:다정하기는. (너를 부드럽게 안고 토닥이다가, 너를 안아들고 소파로 향한다) 만찬까지는 아직 시간이 조금 있다만, 그동안 어떻게 보내고 싶지?
유스텐:아까 가져온 낙엽으로 뭔가를 만들 거예요! 만찬 전까지 서둘러서 만들어야 해요.
풀이랑 가위, 가짜 플라스틱 눈이랑, 색종이가 있으면 돼요. 글루건도 있으면 좋고요!
릭사엘:(어리둥절) 일단 사제를 시켜 준비하라 이르긴 했다. 가져오라고 지시할까. 마트에서 샀다는 추수감사절 기념 세트도 같이.
릭사엘:알았어. (슬쩍 웃으며 사제를 시켜 받아온다)
(잠시 나갔다 들어오며) 자, 여기. 이제 무얼 할 건지 알려줘. 그래야 나도 돕지.
유스텐:(낙엽들을 테이블 위에 와르르 늘어놓으며) 우선은 낙엽 여섯 장씩 최대한 다른 색으로 모아서 한 장씩 이어붙여야 해요.
제가 먼저 시범을 보여줄게요.
(글루건을 최대한 얇게 문대고 그 위에 낙엽을 이어붙인 뒤, 연한 갈색 색종이를 땅콩 모양으로 자른다. 산책할 때 챙긴 얇은 나뭇가지를 뚝 끊어 종이 뒷면에 붙이고, 빨간 색종이도 벼슬처럼 잘라서 같이 붙인다.) 이거를 이제 낙엽 위에 합쳐줄 거예요.
(노란색 색종이로 아주 작은 삼각형 모양으로 두 개 자르고는) 그리고 눈알 두 개랑- 이렇게 부리를 만들어주면-
(짠-) 어때요? 칠면조!
릭사엘:(귀여워...) 이걸 만들고 싶었구나. 어쩐지. (옆에 함께 앉아 손을 뻗으며) 도와줄게. 몇 개 만들면 돼?
유스텐:30장 주웠으니까 앞으로 우리끼리 4마리만 더 만들면 돼요.
릭사엘:손놀림| 기준치: | 60/30/12 |
| 굴림: | 63 |
| 판정결과: | 실패 |
릭사엘은 서툴게 열심히 손을 움직여 당신을 따라해봅니다.
하지만 가위질이 처음이어서일까요, 색종이를 땅콩 모양으로 자르다가
릭사엘:(심각한 표정으로 제가 잘라낸 색종이를 보다가) ...이대로 해도 괜찮겠지?
릭사엘:... 다시 해볼게. (다른 종이를 꺼내다 다시금 가위질해본다)
릭사엘:손놀림| 기준치: | 60/30/12 |
| 굴림: | 28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집중해서 열심히 가위질한다) ...됐다.
유스텐:(네게 맡겨두고 처음 만든 칠면조 깃부분에 무언가를 끄적거리고는) '다 됐다!'
어? 이번엔 잘했네요?
릭사엘:난 금방 배우는 편이잖아. (만족스러움)
유스텐:그 모양으로 3개만 더 만들면 돼요. 지금 만든 걸 대고 따라서 잘라도 되고요.
그럼 난 미리 칠면조 깃을 만들고 있을게요.
릭사엘:알았어, 맡겨줘 여보. (열심히 가위질한다)
한참이나 열심히 글루건으로 이어붙이고 장식하다보면
유스텐:휴-! 두 사람이서 하니까 엄청 빨리 끝났다. 그쵸? 릭사엘:(귀여워...) 그러게. 이제 이걸로 뭘 할 생각이야?
유스텐:(사제들이 가져온 것을 뒤적거려 펜을 건네준다) 이제 이걸로 고마운 분들에게 편지를 쓰면 돼요.
너무 격식있거나 길 필요는 없어요.
꼭 사람일 필요도 없고, 시간이나 뭐... 쉐프님께 감사를 드려도 되죠?
예시로 보여줄게요.
자!
(릭사엘 앞에 자신이 처음 만든 칠면조를 보여준다. 깃부분에 나의 남편, 릭사엘 벨손드, 연어, 우리 아이들, 사랑, 사제분들, 집이 적혀있다.)
(펜을 건네 받고 칠면조에 고민고민하다가 깃 부분에 '유스텐, 내 사랑, 우리 아이들, 함께하는 시간, 보금자리, 내 사람들' 이라고 적는다) 이렇게 적으면 되나?
릭사엘:이런 건 처음 해봐. (너와 만나고 처음 하는 것들이 늘어날 때마다 어쩐지 더욱 행복해지는 기분이다)
유스텐:초등학교 다닐 때 했던 건데 너무 유치하다고 할까 걱정했어요. 다행이다.
'그때는 쓸 게 별로 없어서 고민했었지...'
릭사엘:유치하면 어때, 함께 해서 즐거우면 됐지.
나머지 세 장은 오늘 출근하신 사제분들께 드리려고요. 급하게 준비한 거라 넉넉하게 준비 못해서 아쉽네요.
유스텐:그건 그래요. 으음- 사제분들께 드릴 거니까 성역 위주로 뭔가를 적어야 하나?
누굴 지정해서 주는 게 아니니까 그냥 비워두는 게 좋겠어요.
그냥 형식적으로 "추수감사절을 감사합니다." 라고 써도 되는데, 어떻게 할까요?
유스텐:그럼 감사 인사를 같이 적어볼까요? 둘이서 만든 거니까 당신이 한 줄, 나 한 줄!
릭사엘:(할 말이 없는데...) ...아니다. 뭐라도 써볼게.
(끄덕이고는 칠면조 종이인형 중 하나를 골라 "이번 추수감사절을 맞아, 도움을 주신 당신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라고 적는다)
릭사엘:(네가 쓰는 글자를 힐끔거리다가 다른 칠면조 종이 인형을 집고는 고민에 빠진다. '더 열심히 일하도록' 말고는 뭐라고 적을지 모르곘다)
유스텐:(두 번째에는 "이번 추수감사절에 제 감사의 마음을 당신께 전합니다. 가족과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라고 적는다)
릭사엘:(뭐라고 써야할지 도저히 알 수가 없어서 네 쪽으로 칠면조 종이인형을 도로 민다)
이러면 안 돼요, 릭스!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에게 성의를 보여줘야죠!
릭사엘:...
더 열심히 일하라고 적어도 되나? 최대한 순화해서 "올 한 해의 노고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변함없는 헌신을 보여줄 거라 믿습니다." 라고 적으세요.
릭사엘:'고맙다. 더 열심히 하도록' 과 같은 뜻 아니야?
내가 그들에게 존칭을 쓸 순 없잖아.
릭사엘:그게 '고맙다. 더 열심히 하도록' 인데.
유스텐:"올 한 해, 그대의 노고에 고마움을 표한다. 앞으로도 정진하도록." 같은 말로 해도 되잖아요.
고맙다! 더 해! 하면 감동이 없잖아요, 감동이!
이런 건 존중과 감동이 있어야 한다고요. 받는 사람이 기쁠 수 있게!
릭사엘:(네 눈치를 슬슬 보며) ...알겠어. (네가 말한 대로 그대로 옮겨 적는다)
유스텐:'어휴...' 내 말 이해하기 어려운 거 아니죠?
릭사엘:(사실 잘 모르겠지만, 더 설명을 들어도 모를 것 같다) 아니야. 이해했어.
유스텐:'아직 모르는 것 같은데...' 릭스, 내가 이 인형을 당신한테 줄 때 기분이 어땠어요?
유스텐:(당연히 "좋았다"라는 말이 나올 거라 예측하고 자동적으로 대답한다) 그래요! 이걸 받을 다른 사제분들도 그런 생각이 들 수 있ㄱ...
어?
그, ... 어쨌든 그런 기쁜 마음이... 들어야 한다고요... (얼굴이 새빨개진다)
릭사엘:(사랑스러워라... 네 고개를 조금 끌어당겨 입술에 쪽 뽀뽀하고는) 알겠어. 노력할게.
(다시 펜을 쥐고, 고민 끝에 어감만 다르게 해서 세 개를 금세 적어낸다)
유스텐:(비슷한 형식으로 마저 채우고는 펜을 내려놓는다) 다 했다. 몇 시지? 아직 안 늦은 것 같네요.
릭사엘:(끄덕) 곧 사제들이 만찬 음식을 들고 올 거야. 우린 식탁에 미리 앉아 있을까.
유스텐:좋아요. 아! 당신은 두 개 줄게요. 이거 하나는 예레미야 씨께 드리고 싶거든요.
릭사엘:음? (의아하지만 일단 받아들며) 알겠어. 이건 내가 엘람과 샤를롯에게 전달하지.
(먼저 일어나 몸이 무거울 너를 부드럽게 일으켜 세우고, 식탁으로 데려가 정성스럽게 앉힌다)
당신은 릭사엘의 에스코트를 받아 의자에 몸을 맡겨 앉습니다.
릭사엘은 당신의 배가 식탁 가장자리에 닿지 않도록 섬세하게 의자를 당겨주고,
당신이 혹여 불편할까 염려해 쿠션을 하나 더 받쳐주네요.
당신이 식탁 의자에 앉아서 배를 살짝 문지르면
아무래도 저녁 만찬 음식들이 올라왔나 보네요.
릭사엘이 출입을 허락하자, 기다렸다는 듯 문은 활짝 열립니다.
음식이 가득 올라간 트롤리 형 트레이를 미는 사제들이
조심스럽게 안으로 걸어들어와 식탁을 풍성하게 차리기 시작합니다.
가장 중앙에는 황금빛 껍질을 자랑하는 칠면조 구이가 놓이고
당신들의 앞에는 버섯으로 만든 크림 수프가 따끈하게 놓여지고
칠면조 접시와 수프 그릇 사이를 옥수수 브레드와 롤빵, 돼지고기 스터핑, 사과 사이다,
양이 많은 것은 둘째치고, 이렇게나 많은 음식을 준비해준 주방장에게
당신이 작게 탄성을 내뱉으며 음식 접시를 둘러보면
거실 곳곳에 놓인 캔들 홀더 안 향초에 하나씩 불을 붙입니다.
그 낮은 불꽃들이 만들어내는 색감이 수채화처럼 섞입니다.
유스텐:저... (다른 사제들 몰래 예레미야가 바로 옆에 있을 때 칠면조 종이 인형을 슥 내민다)
예레미야:...? 신부님, 이것은 무엇인지요?
유스텐:추수감사절 기념 카드요. 감사의 의미로 저랑 남편이 준비한 거예요.
으음... 급하게 준비한 거라 오늘 계신 모든 사제분들께 드릴 수 없어서 아쉽네요.
예레미야:ㄱ, 교주님과 신부님께서요?! 그것도 모두가 아니라... (찌잉-) 저에게?
세상에나... (신부님이 내민 칠면조 종이인형을 덥썩 집으며) 자식을 낳으면 대대로 가보로 물려주겠습니다.
유스텐:에? ㄴ, 네? 그, 그렇게까지는 안 하셔도...
예레미야:반드시 유리 진열관을 구매해 사제관 정 중앙에 두겠습니다. 이 예레미야, 이 일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예레미야:아뇨...! 꼭 사방팔방에 교주님과 신부님의 자비로움을 알리겠습니다. (여기저기 자랑하겠다는 뜻임)
예레미야:감사합니다, 신부님... (꾸벅) 이 예레미야...! 이것을 반드시 보존 처리하여 모두에게 보여주겠습니다.
(다른 사제들이 뒤로 물러난 것을 확인하며) 그럼 이만, 즐거운 추수감사절 보내십시오.
꾸벅, 고개를 숙인 예레미야가 순식간에 복도로 사라집니다.
그렇다고 놔두자니 사방팔방에 자랑을 할 것 같고...
릭사엘:(식탁 의자에 앉아 조용히 식사 준비를 하며) 말했잖아, 여보. 예레미야는 천덕꾸러기라고.
유스텐:으으... 이제 어쩌죠? 조용히 전해주려 했을 뿐인데 어쩌다 이렇게 됐지?
다른 못 받은 분들이 저를 차별주의자로 생각하면 어떡해요...?
릭사엘:걱정은. 특별히 가까운 이를 챙기는 것은 차별이 아니라 애정이지.
모든 이가 그러지 않나?
(가만히 웃으며 네 앞의 식기도 정리해준다) 이만 식사하자. 오늘은 즐거운 날이잖아.
유스텐:으응. (침울하게 대답하고는 눈앞의 만찬을 다시 살핀다) 와... 진짜 맛있어보여요.
릭사엘:(피식 웃으며) 많이 먹어, 내 사랑.
유스텐:역시 추수감사절에는! 요 칠면조부터 먹어야죠!
음... 당신밖에 없으니까 하는 말인데요.
(칠면조 다리 부분을 가리키며) 조금 매너 없는 행동을 해도 돼요?
릭사엘:(그런 너를 보고 어느 정도 짐작이 가서) 물론이지. 명절이잖아, 그대가 편한 게 좋다 나도.
(만화에서 본 것처럼 다리를 잡아뜯어 번쩍 들어올린다.) 우와- 엄청 잘 뜯어진다.
릭사엘:(귀여워...) 많이 먹어, 내 사랑. (부드럽게 웃으며 천천히 수프부터 술을 뜬다)
유스텐:전부터 이런 거 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때는 이 커다란 칠면조를 살 형편도, 같이 먹을 사람도 없었어서 돈이 있어도 못 샀고...
릭사엘:앞으로는 매년 먹을까. 우리 아이들도 먹보로 키울 심산이라서, 난. 아이들이 뒤뚱뒤뚱 걸어다닐 정도로 먹이면 큰일나는 거 알죠?
당신이 날 너무 과하게 먹이려고 해서 잠깐 걱정했어요...
릭사엘:열심히 먹인 거지, 과하게 먹인 적은 없잖아. 나 빼고.
유스텐:그, 그야... 당신은 먹어도 살 안 찌니까...
릭사엘:부끄럽기는. 덕분에 우리 가족이 생겼는데.
유스텐:바보... (궁시렁거리며 치킨 다리를 거칠게 뜯어먹는다)
당신은 부끄러움에 못 이겨 저녁 식사로 시선을 회피합니다.
칠면조 다리를 입에 넣자 바삭한 껍질과 함께 감칠맛 나는 육즙,
부드러운 흰 살이 고루 씹히며 혀를 환상적으로 감싸안습니다.
투덜거리던 마음이 한순간에 녹아내리는 맛이네요.
김이 느릿하게 올라오는 저녁 식탁. 단란한 분위기.
당신이 그토록 바라왔던 첫 가족 명절인 것을요.
유스텐:(어리둥절해서 먹다 말고 배를 내려다본다) ??
물속에서 물고기가 방향을 바꾸듯 미끄러지는 감각이 스쳐 갑니다.
릭사엘:(별안간 멈춘 네 행동을 보며) 왜 그래, 여보?
유스텐:(놀란 토끼눈을 하고 홀린 듯 중얼거린다) 이거 설마...
(너를 향해) 배에서 막,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요.
릭사엘:...? 이상한 느낌?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식탁을 돌아 네 의자 옆으로 다가온다)
릭사엘:(당황한 네가 걱정되어 쉿... 안심시키고는 네 상의 아래를 접어올리고 손을 대어본다) 무슨 일이기에 그ㄹ... (걱정스럽게 네 배를 문지르다가 배 안에서 무언가 툭 튀어나왔다 들어가는 감각에 놀란 눈으로) 이건... 그...
태동, 이지? (본인도 처음 봐서 벙찐다)
릭사엘:(믿기지 않아서 네 부푼 배를 도자기 어루만지듯 계속 문지른다)
세상에... (놀란 것과 별개로 갑자기 너무 행복해져서, 조금 헤프게 웃는다)
(상체까지 낮춰 네 배를 빤히 바라보다가, 너를 올려다보며) 이번이 처음이지?
유스텐:(입을 벌린 채 얼빠진 얼굴로 고개만 끄덕거린다)
릭사엘:어쩌면 좋지, 얘네를... (네 부푼 배가 너무도 사랑스러워 피식피식 웃으며 배꼽 위에 쪽쪽 뽀뽀한다) 추수감사절이라고 이러나.
애들한테 말 걸어볼래, 여보?
유스텐:ㅁ, 뭐라고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릭사엘:음... 안녕, 부터 시작하는 게 좋지 않을까. (네 배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속삭이듯) 안녕, 얘들아. 아빠다.
유스텐:애들이 벌써 알아들을까요...? 기분 이상한데...
릭사엘:알아듣는 게 중요한 건 아니지. 목소리 들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들었어.
유스텐:그래요? (어색하게 배를 쓰다듬으며) 아, 안녕, 얘들아. 나는 엄마야...
당신이 말을 걸자 어떻게 알아듣기라도 한 것처럼
릭사엘:(슬쩍 웃으며) 이것 참, 그대 목소리를 훨씬 좋아하나 본데.
릭사엘:한 번 더 말 걸어봐. 반응이 있나 보게.
유스텐:'뭐, 뭐라고 말을 해야...' 얘들아, 잘 지내니? 좁,지는 않고...?
당신이 질문하자 당신의 뱃속에서 무언가 꿍얼거리듯
유스텐:태동은 이런 느낌이구나... 진짜 신기해요. 기분 이상하고...
아이들이 벌써부터 갑갑한가봐요. 어쩐다-
릭사엘:그러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는데. (네 배를 보물단지처럼 쓰다듬으며) 쑥쑥 커서 빨리 나오라는 말밖엔 못해주겠네.
유스텐:(쿡쿡 웃으며) 지금도 둘이 있기에 답답하다는데 그래도 되는 거예요?
릭사엘:너무 갑갑해서 못 견디다 싶을 때쯤엔 세상으로 나올 수 있을 테니, 참으라고 해야지.
그럴 리가 없는데도 괜한 의심이 되는 게...
유스텐:...? 설마 말을 알아듣는 거 아니겠죠. 갑자기 엄청 꾸물거리는데.
릭사엘:(작게 웃으며) 설마. 목소리 톤을 듣는 거겠지.
유스텐:뱃속에 있는데도 벌써 그걸 구분하다니, 역시 미니 릭스인 게 틀림없어요!
릭사엘:그대 목소리에만 신나하는 걸 보면 날 닮은 것 같긴 해. (신나 보이는 네 모습이 더불어 사랑스러워서 올라와 뺨에 쪽 뽀뽀한다)
유스텐:아- 빨리 보고 싶다... 미니 릭스...
분명 엄청 귀엽겠죠? 어릴 적 당신 모습처럼.
유스텐:누가 출산 직전까지만 기절시켜주면 좋겠다... 아니 출산 후에 깨워주면 좋겠다...
릭사엘:(작게 웃으며) 빨리 보고 싶은 거야, 고통을 피하고 싶은 거야.
릭사엘:(귀여워...) 시간 여행이라도 또 다녀올래?
유스텐:또요? 저번에 받은 유물은 거의 다 썼을텐데.
릭사엘:그때 그 장치는 완전히 부서졌지. 하지만 육체 구현 없이 미래를 엿보는 주술이라면 존재해.
잠깐, 그럼 난 거래할 필요가 없었다는...?
(변명하듯) 단일 주술 사용만으로는 위험성이 크기에, 어쨌든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했을 거야.
유스텐:그...그렇죠?? 아하하! 난 또... 내가 멍청하게 거래를 한 건가 하고...
... 아니죠?
릭사엘:아니기는. 그대의 결정은 늘 현명했어. (시치미 떼고 쪽쪽 뽀뽀한다)
그런데 주술은 어떤 패널티가 있는 거예요?
릭사엘:정신 착란, 정신 분열, 기억 상실, 광증.
유스텐:... 그냥 안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모르는 게 약이란 말도 있으니까?! 아,하하...
릭사엘:주술은 내가 걸 테니 그대가 잠시 엿보고 오는 건 어때. 난 그대 뱃속의 미니 유스텐이 태어날 때 선물처럼 만나고 싶은지라.
유스텐:아무리 내가 겪는 게 아니라지만 패널티가 너무 걱정되는걸요...
릭사엘:난 교주로서 이러한 상황에 처한 적이 많아 일반인만큼 패널티를 받지 않아. 다녀와도 큰일은 없지.
정말 미래를 함부로 알아도 되는 걸까요? 혹시라도 안 좋은 게 나오면...
뭐랄까, 알이 부화하기 전에 미리 껍질을 까서 다 망쳐버리는 게 제가 될까봐 무서워요.
릭사엘:안 좋은 일은 무슨. 설마하니 애들이 그대 뱃속에서 뒤바뀔 리도 없고.
그래도 걱정 된다면 그대 뜻대로 해.
유스텐:음... (고개를 저으며) 역시 안 보는 편이 좋겠어요.
나야 어떤 아이들이 태어날지 궁금하고, 그 아이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건 더없이 좋은 기회란 걸 알아요.
그치만 미래를 먼저 보고 나서 아이를 낳게 되면 서프라이즈처럼, 당신과 나에게 주어지는 선물 같은 설렘이 덜할 것 같아요.
릭사엘:그럼 내 생각과 같다는 거네. (쪽)
그대가 내 편이 되어줘 기뻐. 유스텐:(네 어깨에 툭 기대며 속눈썹을 내리깐다) 우린 부부잖아요. 뭘 새삼스럽게.
릭사엘:그렇지. (드물게 헤실거리며 네 배까지 내려가 배꼽 위에 또 뽀뽀한다)
유스텐:(피식) 당신 지금 표정 진짜 귀엽고 바보 같은 거 알아요?
릭사엘:(계속 웃던 채로 물끄러미 올려다보며) 아니. 이상한가?
유스텐:이상하진 않고, 무척 귀여워요. 완전 다른 사람 같아.
유스텐:이렇게 많이, 크게 웃은 적은 오늘이 처음인 것 같아요.
이거 좀 섭섭한걸요?!
릭사엘:섭섭할 것까지야. (도로 올라와 네 몸을 꼭 끌어안으며) 그대 앞에서만 웃잖아, 난 언제나.
유스텐:그건 그래요. (배를 쓸어내리며) 이때까지는 그저 임신이란 게 무겁고 힘들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아이들이 직접 살아있다는 걸 실감하니까 기분이 묘하고... 벌써부터 기대돼요.
릭사엘:(쪽) 나도. 정말 기대돼. 어서 만나고 싶은걸.
릭사엘:(피식 웃으며 네 정수리에 계속 키스한다) 말하는 것도 사랑스러우니 내가 어찌 그대를 안 사랑할까.
유스텐:(어리둥절) 딱히 사랑스러워 보이려고 말을 한 것도 아닌데 당신도 참 콩깍지가 너무 두껍게 꼈어요.
유스텐:이상하다- 난 태어날 때부터 쭉 그대로였는데.
릭사엘:그러니 더 큰일이지. 태어날 때부터 귀엽고 사랑스러웠다니, 다른 이들이 이걸 다 봤을 것 아니야.
(곰곰이 생각하다가 툭- )아. 한 명 더 있긴 했지. '케이트가 날 좋아했었다니. 알렉스가 말 안 해줬으면 영영 몰랐겠지...'
릭사엘:... (눈썹이 잠시 꿈틀한다) 안 채여가서 다행이지. 그대는 내 신부인데.
알렉스가 말해주기 전까진 전혀 몰랐는걸요?
애초에 케이트는 여동생으로밖에 안 보이는데.
유스텐:(쪽) 어차피 결과적으로 날 가진 사람은 당신이잖아요. 뭐가 걱정이에요?
릭사엘:...그렇지. 걱정할 건 없지. (네 머리통을 꼭 끌어안고 정수리에 뺨을 비빈다)
유스텐:당신보다는 내가 더 질투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난 한 명이지만 당신은 백 명도 넘잖아요.
세리온이란 엄청 능력있는 사람도 당신만 바라봤었잖아요.
릭사엘:(뜨끔...) 그렇다고 그들이 나와 정서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이들은 아니니까.
유스텐:가깝지 않다고 해도 같이 대화도 하고! 누구는 당신 몸도 씻겨주고! 만져주고! (마사지)
(뚜웅-) 내가 더 질투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정서적 거리는 가깝지 않더라도 당신을 쪼물딱 거리던 사람들도 많잖아요.
유스텐:아- 이거 생각할수록 질투나서 안되겠다.
(농담) 나도 이제부터 사제분들께 마사지랑 목욕 시중 해달라고 해야지-
남편도 했는데 나는 못 할 게 뭐가 있어요?!
유스텐:당신은 기억 안 나겠지만, 내가 싫다고 하기 전까지도 시중을 받고 있었거든요?!
당신 말이에요.
억-울-해-
릭사엘:(억울...) 그땐 내 기억에도 없고, 사랑하던 사이도 아니었잖아.
그렇게 따지면 케이트가 날 좋아했던 때도 당신이랑은 일면식도 없던 시절이라고요.
릭사엘:방금까진, 사제들한테 몸을 맡기느니 했잖아.
유스텐:그거야 당연히 농담이죠. 부끄럽게 잘 모르는 사람 앞에서 벗는 것도 싫은걸요?
릭사엘:정말이지...? (너를 도로 꼭 끌어안으며) 안 돼. 앞으로도 절대.
유스텐:그럴 생각 전혀 없다니까요- 당신이랑 싸워서 불편해져도 차라리 혼자 씻고 말지.
릭사엘:부부 싸움하더라도 그대는 내가 씻겨줄 거다. 양보 못해, 그것도. (안도하며 너를 끌어안고 뺨을 비빈다)
유스텐:(키득키득) 지금 어리광부리는 거예요? 욕심쟁이-
릭사엘:(너를 슬금슬금 바라보며) ...안 되나?
유스텐:싸우고 나서도 당신이 귀여워보이면 생각해 볼게요.
(슬쩍) 그러고 보니 우리가 서먹해졌을 땐, 당신이 늘 먼저 자리를 피해줬던 것 같아요.
릭사엘:음... (맞는 얘기에 갑자기 할 말이 없어지며) 그대가 불편해할까 하여서.
유스텐:언제는 나보고 뻔뻔하게 뽀뽀만 하면 풀린다고 했으면서, 교주님은 왜 이리 소심해요?!
릭사엘:(소심하다는 말 처음 들어본다...) 뽀뽀해달라고 할 상황이 아니었잖아, 그때는.
나도 그때는 그대를 잘 몰랐고.
그럼 이제는 부부 싸움하면 어떻게 할 건데요? '앞으로 싸울 일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릭사엘:...뽀뽀해달라고 보채야 하나? 나는 그것으로 풀린다만, 그대까지 화가 난 상태일 때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한 번 싸웠던 이후로는 크게 싸웠던 적이 없기도 하고.
유스텐:음... 다른 사람에게 화가 났을 땐, 보통 상황을 피하려고 했어서 나도 어떻게 해야 된다- 라는 조언은 못 하겠네요.
당신이랑 앞으로 또 싸울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고.
(시선을 돌리며) 내가 뭘 해도 자꾸 봐주니까...
릭사엘:봐준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만. 사랑하니 풀리는 거지.
유스텐:화를 안 내니까 자꾸 어린 애처럼 굴게 되잖아요...
아니지, 내가 너무 이기적인 사람이었던 걸지도 몰라요.
잘해주면 나도 더 잘해주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어린 애처럼 굴기나 하고. (시무룩)
릭사엘:그대도 알잖아. 내가 상당히 고집이 세다는 것쯤은. 그대와 사이 좋은 관계로 돌아가는 게 나도 원하는 일일뿐인데, 왜 그게 그대의 자책이 돼.
(네 말랑한 양뺨에 손바닥을 대며) 그대는 내게 분에 넘칠 만큼 잘해주고 있어.
유스텐:그래도... 내가 어른스럽게 구는 편이 당신이 곤란한 일이 없을테니까...
릭사엘:내가 어떨 때 곤란하다고 생각해? 난 그대와 함께할 때 그렇게 곤란했던 적이 없는데. 기억도 안 나고.
(쪽) 내겐 그대가 사랑스러웠던 나날만 남아 있어서 말이지.
유스텐:(고개를 푹 숙인 채 손을 꼼지락거리며 기가 죽은 목소리로) 예를 들면, 이미 지나간 일로 질투할 때라든가... 당신이 어쩔 도리가 없었다는 걸 알 때도 슬퍼하기도 하고... 몇 번은 별 것도 아닌 걸로 예민하게 뭐라 할 때도 있고... '으으... 이렇게 보니까 나 진짜 뭔가 많이 피곤하게 했구나...'
유스텐:그치만 당신은 나한테 피곤하게 안 하잖아요.
항상 뭔가를 해주려고 했지,
릭사엘:하고 싶으면 할게. 그대도 내게 하고 싶은 만큼 해. 그러면 되지.
유스텐:다, 당신이 피곤하게 한다고요? '뭘 할 지 전혀 감도 안 잡히는데.'
어떻게?
릭사엘:피곤하게 한 적은 많지 않았나 싶은데. (네 배를 아주 약하게 콕콕 찌른다)
난 아무 생각 없었는데.
릭사엘:나 때문에 고생하고 있잖아. 교단의 일도, 낯선 환경도, 임신 과정도.
유스텐:(눈썹을 들어올린 채 입술을 달싹이다가) 그걸... 생각하고 있었어요?
유스텐:난... 여기서 쭉 신부로 지낼 거라면 그런 것들이 당연한 거라 받아들였어요.
릭사엘:이곳에서는 당연하지. 하지만 희생이 당연할 수는 없어.
난... 당신이 이럴 때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내가 익숙해져야만 하고, 모든 게 당연한...거라고... (눈두덩이가 무거워지는 듯하다)
릭사엘:... (어쩐지 네가 울어버릴 듯해서 네 눈가를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쓸어준다) 아마 그대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는 내가 그대에게 신부가 되는 것도, 아이를 가져야 하는 것도, 고통스런 의식을 해야 하는 것도 '이곳에서는 당연하다'고 말했을지 모르겠다. 아마도 그건 나조차 어쩔 수 없는 형식과 강압 앞에서 그대를 설득하고 그대가 더러워지지 않았다는 걸 위로하기 위한 도구였겠지. 하지만 모두가 희생한다고 하여도 개개인 한 명들에게 희생은 희생이지 않나. 그대의 희생을 간과하거나 축소하려 한 적은 없지만, 그렇게 느꼈다면 미안해.
그대가 내 곁에 남기 위해 무엇을 포기했는지 알아. 무엇 하나 쉽지 않았겠지. 타협할 수 없는 것을 타협해야 했을 테고.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고민하듯 입을 다물었다가) 그대가 행복하기를 바란다면서, 행복하게 해주겠다면서, 그 약속을 온전히 지키지 못할까봐... 사실은 무섭다. 난 그런데도 융통성 좋은 사람은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것말고는 모르는 탓에...
... 음... 말을 하기가 좀 어려운데. 나 지금 잘 말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어...쨌든. 그대가 내 곁에 있는 걸 당연시 여기거나, 그대가 나를 위해 해준 모든 것들이 가볍다고는 결코 생각한 적 없어.
그대에게는 늘... 고맙고 미안한 일 투성이니까.
유스텐:'아, 정말... 정말로 울고 싶지 않은데...' (목이 매여오고 눈물이 그렁그렁 차오르더니 결국 네 품에 파고들어 훌쩍거리기 시작한다. 우는 자신조차도 왜 눈물이 나는 건지 알 수 없어서, 더욱 더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릭사엘:...이런. 내가 울렸나. 미안하다, 내가 말을 잘 못하는 탓에. (너를 부드럽게 끌어안고 등을 토닥여준다) 항상 고마워, 내 사랑.
유스텐:(잔뜩 물 먹은 목소리로 훌쩍거리며) 계속...나를 생각해줘서, 흑... 고마워요... 나를, 이해해주려고... (웅얼거리더니 또 네 옷깃을 붙잡고 울어버린다)
릭사엘:(제게는 숨쉬듯 당연한 일인데도 이렇게 듣고 울어버리는 너를 보니, 그간 자신이 얘기를 안 해줘 서러웠던 것일까 걱정이 든다. 너를 부드럽게 끌어안고 젖어가는 뺨에 입 맞추고 쉿- 하고 귀에 속삭여주며) ...미안하다, 나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당연히 그대가 알고 있는 줄 알았어. 혼자 버틴다고 느끼고 있는 줄 몰랐어.
(계속 네 등을 상냥하게 토닥여주며) 옳지... 착하지, 뚝.
(눈을 꾹 감으며) 우으으... 너무 많은 감정이 들어서 머리가 텅 비어버린 느낌이에요... 나도 말을 해야 좋을 것 같은데...
릭사엘:(조금 진정된 듯한 네 목소리에 살짝 너를 품에서 떨어뜨리고, 네 젖은 얼굴을 물끄러미 닦아준다. 정말이지... 눈물 범벅이 된 얼굴조차 이리 귀엽고 사랑스러운 일인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네가 어여뻐서 작게 웃으며 네 입술에 살며시 입술을 겹친다)
유스텐:(눈물 젖은 속눈썹이 스르르 내려앉고 아기 새처럼 네 입술을 오물거린다.)
릭사엘:(눈물 머금은 와중에도 입술을 오물거리는 네가 사랑스러워, 부드럽게 네 턱을 아래로 당기며 정중하게 키스한다. 눈물이 입술까지 배어든 것인지 옅게 짠 맛이 난다) 유스텐:(아직 진정되지 않은 듯 입을 맞추면서 옅게 흐느끼는 음이 한번씩 새어나온다. 단순한 입맞춤으로는 더이상 갈증이 채워지질 않아, 키스하고 싶은 것처럼 네 다물린 입술을 살짝씩 벌어지도록 혀를 내밀다가 입술만 훑고 빠진다)
릭사엘:(더 닿고 싶어하는 게 뻔히 보이는데도 입술만 간질이는 네가 사랑스러워서, 입가에 옅게 미소를 지은 채 네 혀를 휘감고 질척하게 입을 맞춘다)
유스텐:읏... 흐... (숨이 버거워 헐떡이면서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턱을 살짝 들어올리고 입을 조금 더 벌려 너를 받아들인다.)
릭사엘:(헐떡거리면서도 부딪혀 오는 네가 혹여 숨이 막혀 불편할 세라, 네 뒷통수를 다정하게 어루만지며 입맞춤을 나긋하게 이어간다)
유스텐:'지금 내 얼굴 어떻지? 너무 울어서 되게 이상할텐데...' (조금 진정하니 이런저런 것들이 신경쓰이기 시작한다. 표정, 숨소리, 행동들은 우스꽝스럽지 않았나? 부끄러워서 슬쩍 고개를 뒤로 물린다) 어, 언제까지 하려고...
릭사엘:(별안간 떨어지는 입술에 천천히 눈을 뜨며 꼬질꼬질해진 네 얼굴을 보고 귀여워 죽겠다는 듯 웃는다) 이제 그만? 진정했어?
나 세수하고 올래요...
릭사엘:왜, 지금 너무 귀엽고 예쁜데. (네 눈물이 말라 짭짤해진 눈가에 다정하게 입술을 찍어누른다)
유스텐:거울 안 봐도 완전 꼬질꼬질할 거 다 알거든요...
릭사엘:맞지. 그대는 그 꼬질꼬질한 매력을 내게 보여주는 중이고.
유스텐:일부러 보여주는 거 아니에요. 난 뽀송한 게 좋다구요!
릭사엘:(피식피식 웃으며) 알겠어. 그래도 몸이 무거우니 잠시 기다리며 먹다 만 식사 하고 있어. 따뜻하게 물수건 적셔올게.
유스텐:알았어요... '맞다... 식사 중이었지, 참.'
손끝이 아직 조금 떨려, 포크가 접시 가장자리에 가볍게 부딪힙니다.
눈가에 남아 있던 눈물 자국은 이미 말라 피부를 당기네요.
부드럽게 익은 흰살이 이 사이에서 천천히 녹진해지고
허브 향과 버터, 육즙이 혀 위에서 번집니다.
눈물이 남긴 소금기와 음식의 풍미가 묘하게 섞여 더 진하게 느껴집니다.
릭사엘이 말없이 다가와 당신의 뺨을 조심스레 닦아줍니다.
눈꼬리 아래를 스치듯 쓸어내리는 손길이 다정합니다.
창밖에서는 노을이 완전히 사라지고, 짙은 남색 하늘이 떠오릅니다. 포크가 접시를 스치고, 그레이비가 천천히 퍼지고, 요란하지 않고 따뜻한 추수감사절 저녁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