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
프로방스 데이트
눈꺼풀 사이로 스며드는 빛은 단순한 햇살이 아니라,
시야가 맑아지자, 옆에 드리운 그림자가 보입니다.
그 소리에 맞춰 릭사엘의 흉곽이 천천히 들썩이는 것이 보입니다.
유스텐:(빤-히) '밖인데도 엄청 잘 자네. 요즘 많이 바쁘고 피곤한가?' (혹시나 햇빛 때문에 불편할까 싶어 손바닥으로 작은 그늘을 만들어준다.)
유스텐:... '사람을 외모로 평가하는 건 좋은 자세가 아니지만, 역시 보면 볼수록 적응 안 되는 얼굴이란 말이지. 걸어다니는 조각상? 명화? 예술품 같다.'
릭사엘:으음... (슬며시 느껴지는 인기척에 잠결임에도 고개를 살짝 튼다)
유스텐:흠흠, (목을 가다듬고 슬쩍 귓가에 대고 속삭인다) 헤일턴 씨, 해가 중천인데 여기서 계속 주무실 건가요? 저랑 차 한 잔 하실래요?
릭사엘:(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느릿느릿 힘 풀린 눈꺼풀을 들어올리다가, 흐릿한 시야보다 먼저 네 목소리를 알아채고는 눈도 제대로 못 뜬 채 배시시 웃는다) ... 으응, 좋죠... (앞이 보이지도 않으면서 허공으로 손을 뻗다가 네 품을 끌어당기고 품에 고개를 비빈다)
유스텐:뭐야, 평소랑 다르게 부르고 목소리도 다르게 했는데 어떻게 알았어요?
릭사엘:(피식피식 웃으며) 그건 말이지, 여기가 프랑스라서 말이야, 자기야.
유스텐:프랑스??? (그제서야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여기가?? 어쩌다 프랑스까지 온 거예요?
릭사엘:(활짝 웃으며 네 품에 강아지처럼 부비적거린다) 학술 연구 때문에 왔지. 밤에 있을 축제에 참석해야 해서 낮잠을 좀 자던 중이었어.
유스텐:(쓰담쓰담) 그렇구나... 연구는 그렇다 치고, 축제도 참석해요?
릭사엘:(끄덕끄덕) 응, 프로방스 지역은 켈트, 라틴, 지중해 문화가 뒤섞인 곳이라 특유의 문화를 현장조사해서 프랑스 중앙 문화와 비교하기로 했거든. 난 파리 인류학회가 답사를 후원해줘서 왔어.
유스텐:엄청 열심히 살고 있구나, 릭스는... 근데 축제를 혼자 참석해요?!
릭사엘:음... 아무래도 이곳에서 같이 갈 사람을 구할 수 없으니까. 게다가... 한시적인 축제라지만 너를 두고 다른 파트너를 구하고 싶지도 않고, 난.
그래도 이 근처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시점이라 지역 주민들이 나를 적대시하지는 않아. 다행이지.
유스텐:이럴 수가. 아무리 타지라고 해도 릭스는 타지에서도 인기가 엄-청 많을 거라 생각했어요. (너를 마주안으며 툴툴거린다) 내가 오늘 올지 안 올지 어떻게 알고 그랬어요...
릭사엘:글쎄, 쓸쓸하게 축제에 혼자 갔겠지? (해사하게 웃으며 네가 좋아 죽겠다는 듯 계속 품에 고개를 비빈다)
유스텐:그래도... 파트너 유무는 꽤 클텐데... 안되겠다! 내가 특별히! 릭스의 파트너가 되어줄게요. ... 다른 사람 눈에는 안 보이겠지만.
릭사엘:난 당연히 네가 방금 나타날 때부터 같이 가려고 생각했는데? (피식피식)
좋아. 같이 가자.
유스텐:좋아요. 그런데 침대 놔두고 왜 여기서 자고 있었어요?
릭사엘:아, 이쪽은 시골 지역이라 숙소까지 거리가 있어서. 난 학회가 마련해준 단기 임대 주택에서 지내는데, 그쪽은 도시거든.
물론 오늘 밤엔 이 지역 여관에서 묵겠지만, 여관 주인들이 낮에 다른 일을 하는지 자리를 비웠길래. 잠시 여기서 낮잠을 잤어.
(피식) 나 밖에서 자본 거 살면서 처음이다?
유스텐:(아무리 숙소가 멀어도 그렇지, 밖에서 노숙을 하려는 거냐 물으려다 "여관" 이라는 단어를 듣고 입을 다문다.) ... 전혀 밖에서 잘 것 같지도, 자봤을 것 같이 생기지도 않아서 놀랍지 않네요. (피식) 처음 밖에서 자는 사람치고 꽤 곤히 잘자던걸요?
릭사엘:날씨가 좋아서 잠이 솔솔 오더라고. 지중해 쪽은 낮잠을 자는 문화가 있다던데 이유를 알 것도 같아.
유스텐: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긴 타지인데 혼자서 픽픽 노숙하면 어떡해요? (참새처럼 쫑알거리며 걱정어린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릭스는 너무 예쁘게 생겨서 누가 몹쓸 짓을 계획할지도 모른다고요.
릭사엘:(키득거리며) 누가? 나를? 덩치 커서 옮기지도 못할걸. 그리고 내가 순순히 당해줄 위인도 아니고.
걱정 마, 이쪽 언덕은 사람이 안 다니는지 발자취도 없어. 발견하는 사람이 없을 걸 확인하고 누워 있었던 거야.
...아, 물론 자기가 날 찾긴 했지만.
유스텐:'그치만 지금의 릭스는 인간인데...' 당신 싸움 잘해요?
유스텐:어, '이, 이런 대답을 예상한 게 아닌데.' 어떤 싸움을 했길래...
릭사엘:...? (반응이 왜 저러지?) 어... 일단 펜싱?
유스텐:아, 아 ~ '난 또 주먹다짐이라도 했나 했네...' 지금은 검이 없잖아요.
릭사엘:그건 그렇지. 대신 이건 있어. (품에 든 가방에서 총을 꺼낸다)
유스텐:(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커진다) 이건 총이잖아요!
릭사엘:...? (이번엔 또 왜 이런 반응이지) 응, 총이지.
유스텐:'총 쏘는 교주님???' 이런 거 들고 다녀도 돼요?? 릭사엘:섣불리 누군가를 쏘지 않으면, 문제될 일도 없어.
유스텐:그건 그렇죠. 으음... 쓸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릭사엘:(쿡쿡 웃으며) 갑자기 날 덮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없을 거야, 나 사람 호감 사는 건 자신 있거든.
유스텐:자신 있어요?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며) 어떻게 사는데요?
(가까이 들이밀어진 네 양뺨을 붙잡고 쪽 뽀뽀하며) 자기도 다 좋아하잖아.
유스텐:(뺨이 상기된 채로 네 시선을 피한다) 으응 - 그렇죠... 당신, 너무 사기라고 생각해요. 얼굴이랑 키, 매너까지 모난 구석이 없잖아요. 당신도 알아요?!
릭사엘:(키득키득 웃으며) 응, 알지. 거기다가 머리도 좋고 화술도 좋고 운동도 제법 하는 것도 알아.
유스텐:이익! 그걸 본인 입으로 말하는 거예요?! 아니라고 말도 못하겠네!
릭사엘:왜 그렇게 화가 났어. 네 거잖아. (쪽)
유스텐:(입맞춤 하나로 마음이 완전히 녹아내린다.) 으응... 릭스는 그렇게 살면 어떤 기분이 들어요? 너무 이상한 질문인가.
릭사엘:음... 대인관계에서 평균 이상의 호감도를 사고 들어간다는 걸 제외하면, 다른 사람들이랑 다르진 않을 것 같은데. 난 이 삶이 익숙해서 더 비교를 못하는 걸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그래.
어떤 기분이냐고 물으면... (너를 바라보다가 코끝에 입맞추며) 네 사랑을 받아서 행복하다고 해야 할까.
유스텐:(좋으면서 괜히 툴툴거리며) 뭐예요, 그게...
릭사엘:내 말이 틀렸어? 이 정도는 되어야 세상에서 제일 귀엽고 사랑스러운 애쉬미어 군의 사랑을 받지. (장난스럽게 쪽쪽거린다)
유스텐:(무슨 말로 답해야 좋을지 몰라 입술을 꾹 다문 채 꾸물꾸물거리다가) 성만 부르는 건 처음이네요.
릭사엘:(화제를 돌리려는 듯한 네 뜻에 맞춰주며) 그러게, 전에는 안 불러보긴 했지. 그래도 유스 성 예쁘다고 생각했어, 항상.
유스텐:그래요? '나중에는 버리게 되는 성인데...'
릭사엘:(뒷말을 줄이는 듯한 네 기색에 고개를 갸웃한다) 응?
유스텐:응. 흔한 느낌도 안 들고, 고급진 느낌이랄까.
릭사엘:고딕풍이라고는 생각했었지만, 네가 그렇게 말해주니 영광인걸?
유스텐:(장난스럽게) 서로의 성을 마음에 들어하니까 바꿀래요?
릭사엘:(쿡쿡 웃으며) 얘기가 그렇게 되는 거야? 그럼 내가 릭사엘 애쉬미어가 되고, 넌 유스텐 벨손드가 되고?
유스텐:응. 바꾸면 헤일턴으로 안 불리고 애쉬미어 씨 라고 불리는 거죠. 어때요?
릭사엘:(잠시 상상하다가 뺨을 붉히며) ...그건 좀 마음에 드는걸. 결혼한 사이 같잖아.
유스텐:하하! (쿡쿡 웃으며 네 입술을 한 번 베어물었다가) 애쉬미어 씨, 결혼할래요?
릭사엘:(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어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말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수줍게) ...네, 얼마든지요.
릭사엘:(애틋하게 미소지으며) 옷 한 벌 없이 몸만 오더라도 세상에서 귀한 걸 받는 건데, 당연히 괜찮지.
유스텐:빈털터리와 모난 곳 하나 없는 귀족 도련님이라 - (씩 웃으며) 신데렐라가 된 기분인걸요? 세간의 주목을 받기 딱 좋겠어요.
(주위를 살피다 무언가 떠올랐는지 네 뺨에 입을 맞추며) 잠깐만 있어봐요. (근처에 있는 들꽃을 조심스럽게 꺾어 잎사귀를 떼어내 줄기 사이사이를 엮어 꽃반지를 만든다.) 다 됐다. 손 내밀어볼래요?
릭사엘:응? (네 손이 꼬물거리는 것은 보았지만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고 네 요청대로 손을 내민다)
유스텐:(한 손으로 네 손바닥을 받친 채 다른 한 손으로 네 약지에 꽃반지를 끼워보며) 아, 조금 크게 만들었다. 잠시만요. (꼬물꼬물 조금 더 손보더니 다시 네 약지에 딱 맞게 끼운다.) 휴- 이제 잘 맞네요. 릭스도 한 번 볼래요?
릭사엘:(제 약지에 끼워지는 꽃반지를 멍하니 보다가 스리슬쩍 웃으며) ...결혼하자며, 그럼 이건 결혼반지야?
유스텐:음- 약혼 반지? 다이아몬드 같은 비싼 보석은 안 박혀있어서 비싸지는 않지만요. (으쓱) "친환경적"이죠.
릭사엘:(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슬금슬금 내리며) ...나한테는 몇 번 만나지도 않은 사람을 사랑한다 뭐다 했으면서, 지금 보니 자기가 더하잖아.
유스텐:뭐... 사랑하면 닮는다잖아요? 당신한테 배웠나 보죠.
릭사엘:(키득거리며) 뻔뻔해지는 것도 닮아가네. 내 탓인가 봐.
유스텐:아~ 나 원래 이런 사람 아닌데, 어쩔 거예요? 책임져야겠죠?
릭사엘:응, 처음부터 책임질 생각이었어. (쪽)
유스텐:그러면... 처음부터 결혼 생각을 했다는 거예요?
릭사엘:정확히 결혼 생각... 까지는 아니었지만, 네가 허락해주는 선까지는 전부 책임질 생각을 했지.
유스텐:... 이 관계를 유지하면서 손해보고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어요? 난... 항상 얻어먹고, 얻어입고, 맨날 기다리게 하고...
릭사엘:안 해봤어. 너한테 주는 건 안 아까우니까. 그리고 날 기다리게 하는 것도 나쁜 점만 있지는 않다고 생각해. 널 만나지 않았으면 내가 이런 곳까지 와봤을까.
릭사엘:널 만날 때 할 수 있는 얘기가 많으면 좋을 것 같아서, 뭐든 열심히 하고 이것저것 지원했어. 덕분에 여기도 왔지. 살면서 이렇게 멀리까지 와본 건 처음이야.
유스텐:(멍한 얼굴로) 그러니까... 항상 열심히 살았던 이유가... 전부 나 때문이라는 거예요?
릭사엘:(쪽) 전부 다는 아니지만 상당 부분이.
유스텐:난... 전부 당신이 인류학을 너무 좋아해서라고 생각했는데.
릭사엘:(피식) 너도 참. 안 좋아한다고 한 적 없어. 당연히 좋아하지. 그저 네가 내겐 가장 강력한 동기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가야.
유스텐:뭔가... 내가 엄청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아요. 기분 이상해요.
릭사엘:130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와서 날 만나고 있는데 대단하지, 그럼. 안 그래?
그리고 나는 운 좋게 널 만날 기회를 얻은 행운아인 거고.
유스텐:그야... '당신이 내 모든 꿈을 이뤄줬으니까.' ...나와는 다르게 릭스는 모두가 탐내는 사람이잖아요.
릭사엘:(키득) 그것과 별개로 질투할 일이 많아서 불만인 듯도 굴었잖아.
유스텐:끄응... 그것도 그렇죠. 너무 잘난 남ㅍ, 애인을 둔 나의 죄라고 쳐야죠...
릭사엘:(수줍은 얼굴로 네 입술 중앙에 검지를 올리며) ...전에도 생각했지만 여러 번이나 남편이라고 부르려다 마네. 유스텐:그건, 어... (눈을 데구르르 굴리며) 남편이 아니라! 남 부럽지 않을 정도로 잘났다는 그런... ...
릭사엘:(허둥지둥 둘러대는 말에 그저 웃으며) ...남편이라고 부르고 싶어?
유스텐:(고개를 저으며) 으응 -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릭사엘:... 마음 같아서는 하고 싶지만, 제도적으로 결혼은 못하니까... 일찍 불러도 상관은 없지 않을까 해. 난... 좋거든. 네가 그렇게 지칭하는 거.
유스텐:'남편이 맞긴 맞는데... 어째 남편이 둘이 된 기분이네. 현대의 릭스랑 성격이 달라서 그런가.' 내가 남편이라 부르면... 릭스는 나를 뭐라고 부르고 싶어요?
릭사엘:음... (수줍은 듯 방긋 웃으며) ...여보.
유스텐:(살짝 동요하며 입술을 달싹이다가) 응... 여, 여보...?
유스텐:(슬쩍) '이거 이래도 되는 건가...?'
릭사엘:(살짝 혼란스러워하는 듯한 모습조차 사랑스러워서 입술을 한차례 더 붙이며) ...사랑해, 여보.
유스텐:'현대에선 결혼하고 바로 섹스하고 한참 뒤에 여보라고 부르는데, 여기선 결혼이랑 섹스하기도 전에 여보라고 부르게 되네... 이것 참...' ...나도요.
릭사엘:(피식피식 웃으며 너를 끌어안고 품에 고개를 비빈다)
내가 화관 만들어줄까, 내 사랑? 축제 때 쓰고 가게.
릭사엘:응, 어머니가 꽃을 좋아하셨는데 병상에 오래 계셨던 터라, 자주 만들어 가져다드렸어.
자기는 어떤 꽃이 좋아?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풀숲에 핀 꽃 무더기로 다가간다)
유스텐:꽃 이름은 잘 몰라서... (네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다가) 파란 꽃이나 하얀 꽃이 좋아요.
릭사엘:그러면... 음. (푸른 콘플라워랑 데이지 꽃을 골라 똑똑 꺾어내고 네게 보여주며) 이렇게?
릭사엘:손놀림| 기준치: | 60/30/12 |
| 굴림: | 21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릭사엘은 한 줌씩 모은 꽃들을 손끝으로 고르더니
이윽고 블루 콘플라워와 흰 데이지를 번갈아 꿰어 엮습니다.
꽃대가 부러지지 않게 조심스레 꼬는 손길이 섬세합니다.
데이지의 노란 중심이 햇빛을 받아 환히 빛나고,
그 사이로 콘플라워의 파랑이 바람결에 흔들리네요.
릭사엘은 무언가 아쉬운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더니
곁에 피어난 분홍빛 시레네 무더기를 손에 쥡니다.
푸른색과 흰색 사이 연분홍이 아주 은근히 번져듭니다.
너무 강하지도, 너무 미약하지도 않게 말이죠.
잘라낸 줄기의 푸릇함과 꽃향기가 짙게 풍깁니다.
릭사엘:(화사하게 웃으며) ...잘 어울려, 유스.
유스텐:(눈동자를 위로 들어올리며 머리에 씌워진 느낌이 어색한 듯 손끝으로 화관을 툭 건드린다) 그래요? ... 신부가 된 것 같아요.
릭사엘:(피식) 그게 무슨 느낌이야? 좋은 거야?
유스텐:음 - (곰곰) 어쨌든 당신 거니까 좋은 거 아닐까요?
릭사엘:(뽀얀 네 볼에 입맞추며) 자기는 남자니까 신부라기엔 어폐가 있겠지만... 만약 된다면 봄의 신부겠네. 내, 봄의 신부.
유스텐:(쿡쿡 웃으며) 하하, 마음에 드는데요?
유스텐:(웃음소리가 잦아들고 잔잔하게 미소지으며) ...기꺼이.
릭사엘:(장난스러웠던 말에 진심으로 대답하는 네 얼굴을 한참이나 바라본다. 심장이 붉게 요동치는 기분이라 무어라 할 말을 찾지도 못하고 가만히 입술을 붙인다)
유스텐:(키스하며 스르륵 감겼던 눈을 뜨며 입을 연다) 내가 봄의 신부면 당신은 뭐예요?
릭사엘:...글쎄, 봄의 신부라는 이명은 내가 지어줬으니, 내 건 네가 지어주면 되지.
유스텐:으, 응? (당황했다가 자신없는 목소리로) 나 이런 거 잘 못하는데...
릭사엘:뭐 어때. 재밌자고 하는 거잖아. 어서.
유스텐:음 -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릭스는 가을의 신랑...인가.
유스텐:그냥, 우리가 처음 마주친 날의 계절이 가을이었으니까?
릭사엘:(피식) ...그러면 가을인 것도 말이 되겠네.
유스텐:봄과 가을이라 - 잘 맞는 것 같아요.
릭사엘:그러게, 둘 다 온화한 계절이라. (장난스럽게 네 화관에 꽂혀 있던 꽃 한 송이를 뽑아내며) 그럼 이건 부케인가?
유스텐:응? (작게 웃음소릴 흘리며) 그렇게 되겠네요. 세상에서 제일 작은 부케. 릭사엘:그럼 오늘이 결혼식인가 보네. (부드럽게 다가가 네 입술에 닿기 전 가만히 멈추며) ...평생 사랑할게. 내 사랑.
유스텐:(네 말에 대답 대신 먼저 턱을 내밀어 소리나게 입 맞춘다)
릭사엘:(눈썹까지 찌푸리고 크게 웃어버리고는 네 입술을 가볍게 빨다가, 살며시 고개를 뗀다)
유스텐:'현대에서 결혼식을 했을 땐, 많은 사람들한테 둘러싸여서 했는데... 여기선 계획에도 없었던 결혼식에, 식장도 아니고, 하객도 없네.' (혼자서 그런 생각을 하며 픽 - 웃는다)
릭사엘:(두근거리는 심장 소리에 먹힌 듯 주변의 소리도 하나도 들리지 않고 그저 너만 보여서, 다시금 활짝 웃으며 네 입술을 덮는다)
언덕 위의 공기가 한낮의 온기를 머금고 천천히 식어갑니다.
유난히 향기로운 봄. 멀리서 개울물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올리브 나무 잎사귀 사이 바람은 은빛으로 살랑이네요.
멀리서 들리는 마차 바퀴 소리가 자갈길 위에서 흩어집니다.
살면서 본 결혼식 중 가장 소박한 결혼식입니다.
서쪽 하늘에 맺혀 있던 태양은 점점 기울어지고
돌담과 나무, 들꽃, 포도밭의 잎맥 하나까지 붉게 빛납니다.
어디선가 빵을 굽는 고소한 냄새가 바람에 섞여오네요.
언덕 위의 공기에, 낮의 온기와 밤의 냉기가 얇게 겹쳐집니다.
릭사엘:(한참이나 네 눈을 들여다보고 있다가, 네 손에 깍지를 껴 꼭 잡으며 웃는다) ... 피로연에 갈까, 내 사랑? 비록 아무도 우리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유스텐:피로연...? (3초 뒤에 무슨 뜻인지 이해하고는 장난스럽게 웃는다) 아 - 당연히 가야죠.
릭사엘:(저녁 노을에 물든 채 말갛게 웃으며 네 입술을 짧게 빨았다가 떨어진다) 응, 가서 맛있는 거 먹고 행렬도 보고 체험도 하자. 듣자하니 춤도 추고 민속극도 하고 점쟁이도 온대.
유스텐:와, 행사가 엄청 많은걸요? 되게 큰 축제인가봐요.
릭사엘:응, 이쪽 시골은 풍작을 기원하는 행사가 제법 크대. 화려한 정도까진 아니겠지만 볼거리는 충분할 거야. (그렇게 말하고는 먼저 몸을 일으켜 너를 일으켜 세우고 손깍지를 낀다) 갈까?
언덕 아래로 수많은 등불이 별처럼 흩어지는 모습이 보입니다.
풀이 많아서 미끄럽지만 당신을 반쯤 받쳐주는 그의 몸은
매끈하게 골라지지 않은 자갈과 흙이 신발 밑창에 채이고
얼마 안 가 소박한 정취를 가진 마을 초입에 들어섭니다.
집들은 모두 벽돌로 만들어진, 층수 낮은 건물들이고
돌담 너머 포도 줄기가 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납니다.
올리브 가지와 포도 덩굴을 묶은 화관과 띠를 두른 아이들이
작은 행렬인 것인지 그 뒤에는 젊은이들이 꽃을 한아름 안고
뒤이어 작은 바이올린과 플루트, 탬버린을 든 음악가들이
"Souto li brancas, la tèro riso,"
"Li flours s’espandisson, lou vent s’aviso,"
"Lou blat danco, lou cèu es dous,"
"Diéu dóu printèms, regarda-nous."
릭사엘:(너와 손깍지를 낀 채 가만히 그 광경을 바라본다)
유스텐:'무슨 말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릭스는 프랑스어 할 줄 알아요?
릭사엘:그럼, 여기까지 오려면 당연하지. 저건 봄의 신에게 풍작을 기원하는 노래야. 완전히 프랑스어는 아니고 사투리 섞인 오크어긴 하지만.
그래도 프랑스어긴 해서 알아듣기 어렵진 않아.
유스텐:기분이 이상해요.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의 말을 전혀 못 알아들으니까...
릭사엘:괜찮아, 내가 알잖아. 유능한 통역사가 되어줄게.
유스텐:든든하네요. 당신이 없었으면 난 완전히 미아...음, 아이는 아니니까 길 잃은 어른이 됐을 거예요.
릭사엘:(고개를 기울여 네 뺨에 쪽 키스하며) ...꼭 붙어 있을게. 걱정 마.
유스텐:(마주 웃어주며) 릭스만 믿고 있을게요?
릭사엘:응, 여보. (너와 함께 행렬을 마저 구경하며 조용히 걸음을 옮겨 광장으로 들어간다)
"Sol, soleil, donne ta main,"
"Chante avec nous, bon matin,"
"Que nos champs soient pleins de pain,"
"Et nos cœurs, pleins de vin !"
흥겨운 왈츠를 들으며 돌담길을 건너건너 들어가면
불빛마다 사람들의 웃음이 떠 있고, 웃음마다 와인의 향이 스며 있습니다.
광장에 들어서면 작은 야시장이 가장자리를 따라 둘러 있고
광장 중앙에 작은 장작불이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아코디언과 탬버린의 박자에 맞추어 타란텔라 풍의 춤을 추고 있습니다.
구석 천막 안에는 카드와 수정을 모아둔 점쟁이도 있네요.
유스텐:역시 야시장부터 한 바퀴 둘러보는 게 정석이죠!
릭사엘:(피식) 역시 그렇지? 우리 유스 배고플 테니까 맛있는 걸로 골라봐.
릭사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고개를 끄덕이면
광장 둘레를 따라 나무 간판이 걸린 천막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뜨거운 허브 스튜에서 피어오르는 타임과 세이지의 향기.
이색적인 샌드위치와 팬케이크, 허브를 섞어 구운 빵,
양파와 앤초비, 올리브를 얹은 이색적인 타르트,
보기에도 상큼해보이는 레몬에이드와 로제 와인,
라벤더의 보랏빛 수색이 우러난 달콤한 리큐르가
유스텐:(맛있어 보이는 것들로 가득해 눈이 이리저리 바쁘게 굴러간다) 여기가 바로 천국인가?
릭사엘:(키득키득 웃으며) 자기 천국 왔어? 귀엽긴... 그럼 천국에서의 첫 식사는 뭐로 먹어볼래?
유스텐:흠. 역시 양꼬치가 좋겠어요. 지옥도 아닌 천국에서 불을 써서 만든 요리니까요!
유스텐:또? 으음 - (엄청 열심히 고민하다가) 큰일났다... 궁금한 건 많은데, 내 배는 한정적이에요.
릭사엘:(웃으며) 그래? 그럼 우리 식탁을 직접 만들어야겠네.
광장 한쪽, 허브 향이 진하게 퍼지는 작은 빵 매대가 눈에 들어옵니다.
빵을 굽는 노파가 진열대 뒤에서 밀가루를 털며
“Pain frais, pain chaud !” 하고 외칩니다.
갓 구운 빵의 고소한 냄새가 공기를 가득 메웁니다.
타임, 로즈메리, 올리브유가 버터처럼 녹아드는 냄새죠.
릭사엘은 노파에게 다가가 빵을 종류별로 사더니
주머니에서 은화 여러 닢을 꺼내며 빵을 포장하던 크라프트 종이도 여러 장 삽니다.
그러더니 튀김과 양꼬치를 파는 옆 매대의 청년에게 가서
저렇게 많이 사서 뭘 어떡하겠다는 건지 의아해할 때쯤
곧 릭사엘의 품에 수많은 빵과 튀김, 양꼬치가 들립니다.
유스텐:(눈을 크게 뜬 채 깜빡이며) 그걸로 뭘 하려고요?
릭사엘:(피식 웃으며) 축제에서 이방인이 주민들과 어울리려면 환심을 좀 사야지.
은화 몇 닢을 쥐여주고 집게와 빵칼을 빌려오더니
그러더니 근처의 올리브 가지를 뚝뚝 뽑아내 봉투를 묶고
나머지를 들고 나가 행렬의 사람들과 주민들, 아이들에게
지나가는 노부부, 와인을 든 젊은이, 팔찌를 파는 소녀,
광장 모서리의 아이들, 물건을 파느라 바쁜 매점상들과
광장 모닥불을 중심으로 춤을 추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인파들에게까지
친절하게 먹을거리를 내밀며 기분 좋게 웃음을 터뜨리는 릭사엘이
음식을 받은 사람들은 품 안에 들린 온기에 미소를 짓고
몇몇은 릭사엘과 더러 즐겁게 대화를 하기 시작하네요.
곧 손에 남은 빵가루를 털고 당신의 옆으로 돌아옵니다.
릭사엘:(네 손에 들려 있는 봉투 하나를 대신 손에 들며) 왜 안 먹고 있었어, 자기. 식기 전에 먹어야지.
유스텐:(멍- )릭스... 신을 안 믿고, 대신 예수님이 되기로 마음먹은 거예요???
릭사엘:예수님이라니, 그런 거 아니야. (품에 든 음식의 온도를 확인하며) 다행히 아직 따뜻하네. 테이블 가서 하나씩 집어먹자. 궁금한 게 많다며.
유스텐:으응. '그럼 왜 나눠준 거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네가 이끄는 대로 테이블로 향한다)
릭사엘:(테이블에 앉아 봉투를 펼치고, 잠시 고민하다가 양고기부터 네 입에 쏙 넣어준다. 그리고는 여전히 궁금한 게 많아보이는 네 얼굴을 보고 웃으며) 자기가 종류별로 다 먹으면 배부를 것 같다며. 그래서 머리를 쓴 거지. 이 중에서 제일 맛있는 거 골라서 몇 개 더 사고, 그걸로 배를 채우자. 어때?
입에 넣은 고기에서 향긋한 로즈메리와 마늘, 와인향이 물씬 납니다.
유스텐:(우물우물) 맛있다... 릭스는 천재구나.
릭사엘:(천재라는 소리에도 그저 웃으며 네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고는, 이번에는 한 입 크기로 잘라낸 팡 바냐 샌드위치를 네 입에 쏙 넣어준다) 많이 먹어, 내 사랑. 양고기를 꿀꺽 삼키자 마자 쏙 들어온 샌드위치를 씹으면
올리브유에 적셔진 빵 안쪽에서 참치와 삶은 달걀, 토마토, 앤초비의 식감이
중간중간 톡톡 튀는 올리브 절임이 포인트네요.
유스텐:(볼이 살짝 부풀 정도로 입 안이 가득찬다. 먹으면서 말하긴 부끄러워 잠시 음미하는 시간을 가졌다가) 릭스도 어서 먹어요.
릭사엘:(네가 잘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너 먹는 것만 봐도 배불러. (손을 뻗어 네 입술을 엄지로 부드럽게 문지른다)
지금 건 한 입씩 먹을 크기니까, 조금 있다가 자기가 제일 맛있는 거 골라서 나도 먹여줘.
유스텐:어쩌지... 지금까지 먹은 것도 맛있는데... 큰일났다.
릭사엘:(피식 웃으며 재차 확인시키듯) 제일 맛있는 걸로. 알겠지? (잠시 고민하다가 이번에는 부채꼴 모양으로 잘라낸 소카 팬케이크를 입에 넣어준다)
콩가루로 반죽한 것인지 끝에서 고소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네요.
유스텐:(또 입이 가득차 말 대신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우웅
릭사엘:(여전히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기울인다) ...예뻐 죽겠다니까, 정말.
이번 건 어때? 맛있어?
유스텐:(꿀꺽 삼키고는) 맛있어요. 여전히 큰일이에요... "제일" 맛있는 게 세 개나 되는걸요.
릭사엘:(키득키득) 그래? 그거 정말 큰일이다. 다 먹어야 하나? 잠시 뒤에 내 배가 터지겠는걸.
릭사엘이 앉은 테이블 위에 잔에 따른 포도주를 내려둡니다.
릭사엘은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살짝 목을 축인 뒤
남자가 멀어지자 잔을 당신의 앞으로 내밉니다.
릭사엘:마실 걸 사와야할까 고민했는데, 해결됐네.
유스텐:하하, 그러게요. 이방인인데도 아까 당신이 음식을 나눠준 것 때문인가, 엄청 친절하네요.
릭사엘:그런 말도 있잖아. '맛있는 걸 주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은 없다.'
프랑스에도 'On ne fait pas le mal en offrant du pain.'이라는 속담이 있어. 빵을 건네는 사람은 악을 행하지 않는다고.
유스텐:(갸웃거리며 낯선 언어를 따라해보려 한다.) 오, 옹 느 빼 빠르... 마...? 뭐요? (빠르게 포기하며) 으으... 발음하기 너무 어려워요.
릭사엘:익숙한 발음은 아니긴 하지. (네 머리통을 톡톡 두드리고 이번에는 잘라낸 폴렌타 튀김을 네 입에 쏙 넣어준다)
입에 들어오자마자 튀김이 바삭한 소리를 내며 바스러집니다.
향긋한 로즈마리와 바질 향기가 나는 짭짤한 간식류네요.
파마산 가루가 뿌려져 이색적이지만 포근한 맛이 납니다.
유스텐:(냠냠) 이거 뭐랄까, 맥주가 땡기는 맛이네요.
릭사엘:맥주는 없지만 앞에 포도주는 있잖아. 쓴맛이 많이 나지 않고 향긋해서 자기도 먹을만 할 거야.
유스텐:그래요? (앞에 있는 포도주 잔을 들어 킁킁 맡는다) 술 냄새가 나긴 하는데... (너를 믿고 한 모금 소심하게 맛을 본다) 어! 이건 정말 먹을만 하네요?
릭사엘:(피식 웃으며) 우리 자기 씁쓸한 와인은 안 좋아하잖아. 먹을 만 할 것 같아서 준 거지, 당연히.
그때 갑자기 릭사엘의 앞으로 또 다시 무언가가 놓입니다.
반짝거리는 눈으로 릭사엘의 얼굴을 홀린 듯 바라보다가
“Es dóu lach de lavando ! Ma maire lou manda per regalo...!”
유스텐:(정말 아무것도 못 알아들은 사람처럼 얼빠진 얼굴을 한다. 슬쩍 몸을 네게 기울여서) 뭐라고 하는 거예요...?
릭사엘:(잠시 네 쪽을 바라보고 웃다가 아이를 보며) Merci, je vais me régaler. Peux-tu dire à ta mère que je la remercie ?
꼬마:Òc ! Passatz un bèu moment !
릭사엘:(꼬마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고 돌려 보낸 뒤 다시 네 쪽을 바라보며) 저 아이의 어머니께서 선물로 보내셨대. 라벤더 우유. 재밌게 시간 보내고 가라네.
(그러고는 라벤더 우유가 든 잔을 네쪽으로 내밀며) 달콤할 거야. 마셔봐.
유스텐:(휘둥그레 눈을 뜨고 너와 저 멀리 멀어져가는 꼬마를 번갈아 본다.) 프랑스어도 하네요??!
릭사엘:자기도 참, 당연히 알지. 언어도 모른 채 이곳 주민들의 생활을 분석할 순 없잖아. 자기 앞에서 내가 외국어는 한 번도 안 했었던가?
릭사엘:프랑스어 말고도 스페인어랑 독일어도 할 줄 알아.
유스텐:(쭈굴...) 나, 나는... 영어밖에 할 줄 모르는데.
릭사엘:그러면 뭐 어때, 내가 네 거잖아. (네 말랑한 볼 한 쪽을 검지로 콕 찌른다)
유스텐:우으... 나중에 색눈 다 벗겨지면 나 엄청 바보로 보는 거 아니에요?!
유스텐:'아차, 현대의 릭스가 하도 "콩깍지"를 "색눈"이라고 말해서 버릇됐네...' 콩깍지 말한 거였어요...
릭사엘:(미래에 생겨나는 단어인가 보네. 피식 웃으며) 그래? 흠, 콩깍지 벗겨질 일이 있으려나? 난 잘 모르겠는걸. 내 여보가 너무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사람이라.
유스텐:그래요? 으음 - 그것도 언젠가는 익숙해질까봐 겁나는데.
릭사엘:우리 자기 귀여운 걸 벌써 16년이나 봤는데 안 질렸잖아. 이 정도면 평생 간다고 봐야지.
벌써 그렇게 됐나?
릭사엘:응, 벌써 그렇게 됐지. 아, 내가 이번엔 자기가 1년 4개월만에 왔다는 걸 얘기 안 해줬구나.
나 이제 스물여섯이야.
유스텐:1년 4개월이라니... 당신이 늦었다는 얘길 안 해서 몰랐어요. 이제 릭스가 나보다 연상이구나.
릭사엘:(키득키득 웃으며) 늘 어른이니 연상이니 했는데, 이제 드디어 네가 연하가 됐네.
유스텐:(입을 다문 채 아쉬운 소리를 내며) 흐응, 연상 놀이 재밌었는데. 아쉽네요. 이제 당신한테 어리다고 말도 못하는 입장이 되어버렸네.
릭사엘:(잔잔한 눈으로 웃으며) 그러게, 너무 순식간에 지나갔지.
그래서, 네가 보기에 너보다 연상이 된 나는 어떤 모습이야?
유스텐:(말없이 빤히 바라보다가) ...좀 더 점잖아진 느낌? 어릴 땐 조잘조잘 엄-청 수다쟁이였는데. 말랑한 볼도 이제 못 만지고...
릭사엘:(피식) 아무래도 많은 일이 있어서 그랬겠지. 말랑하지 않은 볼은 별로야?
유스텐:(도리도리) 그건 아니지만, 아쉽긴 해요. 뭐랄까, 지금의 릭스는... 선생님? 형님? 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아요.
몸도 엄청 단단해졌고...
릭사엘:(피식)말랑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어. 네 거잖아. 못 물러.
유스텐:(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왜 이렇게 사기 캐릭터가 된 거예요? 사람이 어떻게 바쁜 연구직도 하면서 몸 관리도 할 수 있지? (의심스런 눈으로) 당신... 설마 혼자서만 하루가 48시간인 거 아니에요?
릭사엘:부지런하게 살면 다 할 수 있어, 자기야. 그런 의심은 너무한데?
유스텐:그치만! 릭스는 평범한 수준을 훨씬 넘었다고요...
릭사엘:(피식) 내가 남들보다 잘났긴 하지. 칭찬 고마워.
유스텐:(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으... 당신이 부지런하게 살면 다 할 수 있다고 말하니까 괜히 저까지 찔려요... 난 영어밖에 할 줄 모르고, 연구직도 아니고, 몸이 엄청 좋은 것도 아니고... (쭈굴...)
릭사엘:그런 생각을 했어? 아니야, 유스 넌 일하고 먹고 사느라 바빴다며. 그저 나한테는 기회가 조금 더 많았던 거고, 우리 둘 다 열심히 살았다는 사실엔 변함없어. 그렇게 기죽지 마, 우리 여기 즐기러 온 거잖아. 게다가 명색이 첫 데이트인걸.
유스텐:'지금은 당신 덕분에 펑펑 노는데...' (머쓱) 그, 그렇죠. 미안해요, 내가 분위기를 안 좋게 만든 것 같네요. 첫 데이트인데.
릭사엘:(그제야 밝게 웃으며 네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준다) 옳지, 착하지 내 사랑.
아, (네 앞으로 라벤더 우유를 내밀며) 이거 마시고 음식 더 사러 갈까? 한 입씩만 먹어서야 배가 안 차잖아.
유스텐:응... (여전히 풀이 죽은 얼굴을 하고 라벤더 우유를 들이킨다) 응? 이거 되게 신기한 맛이 나네요?
유스텐:입에 맞는 건가? 꽃을 먹으면 이런 맛일 것 같아요.
릭사엘:(피식피식 웃으며) 그래? 그럼 꽃이 꽃을 먹고 있는 격이네. (네 입가에 묻은 우유 자국을 훔쳐다 슬쩍 핥아 먹는다)
유스텐:(3초 뒤에 무슨 뜻인지 이해하고는 얼굴을 붉힌다) 릭스...! 더 능글맞아졌어요.
릭사엘:응? 그래? 이상하다- 나는 사실만 얘기한 건데. (생긋)
유스텐:그, 그러는 당신도...! 꼬, 꽃이잖아요! (맞받아치려다 괜히 본인만 더 부끄러워진다)
릭사엘:(피식) 내가 꽃이라면 자기만의 꽃이겠지. 어때, 마음에 들어?
유스텐:하아- 당신한텐 못 이기겠네요, 정말...
릭사엘:(키득키득) 알고 있었잖아. 우리 자기는 나 이기려면 130년은 멀었어.
유스텐:'130년 지나도 못 이기던데...' (말을 돌리듯 슬쩍 포도주가 든 잔을 다시 네게 내밀며) 이거나 마셔요, 바보.
릭사엘:응, 여보. (입꼬리를 끌어당겨 웃으며 와인을 가볍게 음미해 비운다) (잠시 후 잔을 비우고 내려두며) 자기는 다 마셨어? 슬슬 더 사러 갈까? 뭐가 제일 맛있었어?
유스텐:(고양이처럼 입술부근에 우유가 살짝 묻은 채 고개를 끄덕인다) 정말 다 맛있었는데 꼭 하나를 고르자면! 전 역시 고기를 더 먹고 싶어요!
좋아, 양고기 꼬치 먹자.
(네 입가에 묻은 우유를 부드럽게 닦아주고는 다시 한번 살짝 핥아먹는다)
유스텐:(황급히 입을 가리며) 앗! 묻었어요? 말해주지...!
릭사엘:(장난스럽게 웃으며) 싫어, 내 거야.
유스텐:(네 어깨를 아프지 않게 주먹으로 콩콩 두드린다) "싫어, 내 거야." 는 무슨 소리예요, 진짜 - !
릭사엘:(키득거리다가 이윽고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아하하...! 부끄러워서 그런 거면서 아닌 척은. 귀여워 죽겠다니까. (자리에서 일어나 네 쪽으로 다가가더니 입술을 연신 쪽쪽거린다)
유스텐:(눈을 꾹 감은 채 무방비하게 입맞춤 당한다(?)) 으으... 다른 사람은 내가 안 보일텐데 이래도 되는 거예요?!
릭사엘:뭐 어때. 이방인이라 가치관이 조금 다르겠거니 하겠지. (태연하게 말하고는 네 손을 잡아 일으킨다) 사러 가자. 술도 더 사고.
유스텐:(딱히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고 얌전히 네 손을 잡고 일어선다) 응...
바람 속에는 구운 고기의 냄새와 타임, 로즈메리, 타는 나무 향이 섞여 있습니다.
당신들이 매대 쪽으로 다가가자 양꼬치 구이를 파는 매점상이
매점상은 긴 집게로 그것을 꼼꼼히 뒤집고 있네요.
이내 양꼬치 네 줄을 품에 안고 옆 매대로 이동합니다.
짙은 초록빛 병과 도자기 항아리가 진열된 곳은
유리병 안에 금빛 오일에 잠긴 올리브로 반짝이고
라벤더, 타임, 바질 등의 손글씨 라벨이 적혀 있고
릭사엘은 그 중 한 병을 골라 두 잔을 부탁합니다.
릭사엘은 곧 음식과 사이드, 잔을 한 가득 든 채로
음식을 내려놓자 양꼬치와 허브 향, 토마토의 달큰한 냄새가
릭사엘:(너를 맞은편 자리에 앉히고 저도 자리에 앉으며) 제대로 된 식사를 해볼까?
릭사엘:그럼, 이 정도는 먹어야지 밤 늦게까지 놀지.
유스텐:당신 옆에 있으니까 자꾸만 먹을 복이 터지는 것 같아요. 내가 사실 과거 여행을 온 게 아니라 먹거리 탐방하러 온 건가...
릭사엘:(키득키득) 좋은 거지. 맛있는 음식은 행복한 감정을 주잖아.
유스텐:그건 그렇죠. 묘하네요... 당신이랑 있을 때마다 항상 뭘 먹으니까.
릭사엘:(양꼬치 하나를 들어 네 손에 쥐여주며) 우리 어머니 왈, 잘 먹이고 싶은 마음이 사랑이라고 했어.
유스텐:네? 하하! 그래서 이렇게 자꾸 먹이려고 하는 거구나. 그런 거라면 나도 분발해야겠는데요? 요리라도 배워야 하나...
릭사엘:바쁘게 일하며 사느라 요리할 시간도 없었다며. 괜찮아, 여보. 많이 먹어. (네 앞으로 허브 리큐르도 내어주며) 달콤하고 호불호 없는 것으로 추천 받아 골랐어. 마셔봐.
유스텐:(리큐르를 두 손으로 감싸쥐며 자신없는 목소리로) 그래도... 매번 당신한데 뭔가를 받거나, 얻어먹기만 하니까 미안해서요. 나도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은데...
릭사엘:말하는 것도 깜찍해서는... (테이블에 마주 앉은 채 고개를 숙인 네가 귀여워, 그저 웃는다) 그러면 부탁할 게 있는데, 그걸 들어주겠어?
유스텐:(살며시 고개를 들어올리며) 부탁할 것...? 그게 뭔데요?
릭사엘:이 여행이 끝나고 원래 생활로 돌아가면, 밥 잘 챙겨먹겠다고 약속해. 그리고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도 살고.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줘. 내가 너에게 부탁하는 건 이게 전부야.
유스텐:(입을 살짝 벌린 채, 네 말을 들을수록 표정이 점점 어두워진다. 입을 다물고 습기가 찬 눈을 아래로 내리깔며 말이 없어진다.) ...
릭사엘:(슬픈 표정을 짓는 네 모습을 보다가, 맞은편이 아닌 네 옆자리로 건너가며 네 품을 꼭 끌어안는다. 나직한 숨이 기어나온다) ...내가 곁에 있고는 싶지만 그럴 순 없으니까, 행복해지겠다고 약속해줘. 응? 약속해줄 거지?
유스텐:(밑입술을 꾹 깨물며 눈물을 참다가 결국 눈물방울이 허벅지 위로 툭, 투둑- 하고 떨어진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첫 데이트 때 그런 말을 꺼내는 게 어딨어요...
릭사엘:(네 숙여진 고개를 들어올려 눈물 맺는 눈가에 입술을 찍어누른다. 옅은 짠맛이 돈다) ...미안. 그래도 언젠가 한번은 얘기를 하고 싶었어. 나 때문에 네가 미래에서 행복할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라니까.
유스텐:(계속해서 눈물을 내보내며 미간을 찌푸린다.) 당신 진짜... 미워요. 어떻게 그런 잔인한 말을 해요...?
릭사엘:...그렇다고 내가 너한테 아무도 만나지 말고... 나만 가슴에 품고 살아달라고 할 수는 없잖아. 넌 나이도 어리고, 많은 기회가 있고... 나처럼 이미 죽은 사람에게 매여서 살아가기엔 너무 소중한 사람이야.
(부드럽게 네 눈물을 닦아주며 서글프게 웃는다) ...미안해, 이기적인 말이라는 거 알아. 그래도 들어줘. 소원이야.
유스텐:(어차피 네가 죽지 않고 영생을 살게 되어 자신과 결혼한다는 사실에 변함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입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라는 말에 큰 상처를 받는다. 눈물이 멈출 기미도 없이 펑펑 쏟아지며 결국 크게 울음을 터뜨린다.)
릭사엘:(크게 울어젖히는 너를 가슴아픈 눈으로 바라보며 너를 끌어안고 연신 등을 토닥인다) ...네가 날 얼마나 사랑해주는지 알아. 몰라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야. 애써서 누군가를 만나라는 얘기도 아니야. 다만 좋은 사람이, 마음에 가는 사람이 또 생겼을 때 나 때문에 주저하거나 죄책감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 말, 이해하지?
이런 말이나 하는 못난 사람이라서 미안해. 그래도 네가 행복하길 바라서 하는 말이야. 그러니까 울지 마, 내 사랑... 응?
유스텐:(너를 밀쳐내려 하지만 우느라 기력을 써버려 네 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주먹으로 힘없이 네 가슴팍을 내려치며) 나빠... 진짜 나빠요, 당신...
릭사엘:(저를 밀어내려 하는 손길에도 너를 더 꼭 끌어안으며 속삭인다) ...나쁜 사람이라서 미안해... 사랑해, 유스.
유스텐:(크게 고개를 휙휙 저으며) 싫어요! 싫어... 흑... 말, 안 들을 거예요.
릭사엘:(계속해서 우는 너를 계속해서 토닥이며) ... 응, 내 말 듣지 마. 네 마음 편한대로 해줘. 그래도 그게 네가 행복한 방향으로 흘러가게만 해줘.
나라고... 이런 말을 하는 게 쉬웠던 건 아니야.
착하지, 우리 꼬마 유스. 그만 울자, 응? 착하지. (토닥토닥)
유스텐:(계속해서 훌쩍거리며 울음을 그치지 못한다) 아무도 안 만날 거예요. 다시는.... 흡, 나한테 그런 말 하지 마요.
릭사엘:(옅게 눈물이 고여 애달프게 웃으며) ...응, 다시는 그런 말 안 할게. 잘못했어. 그러니까 울지 마. 네가 울면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
유스텐:(고개를 푹 숙인 채 어깨를 계속해서 들썩이며 어린 아이처럼 떼를 쓴다.) 당신 때문에 우는 거잖아...윽, 흣...
릭사엘:(네 몸을 조금 더 끌어당겨 반쯤 안은 채, 네가 진정할 때까지 등을 쓸어내리며 부드럽게 속삭인다) 응, 응. 내가 다 나빴어. 내가 다 잘못했어... 정말 나쁜 사람이다, 그치? 귀한 우리 유스를 이렇게 울리고... 내가 다시는 그런 소리 못하게 할게. 그러니까 그만 울어, 자기야. 뚝.
유스텐:나빠... 나쁜 릭스... 다시는, 그런 말 꺼내지 않기로 약속하는 거예요... 절대로...
(네 얼굴을 적신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내며 입술에 짧게 제 입술을 붙였다 뗀다)
유스텐:(서러움에 긴 시간 동안 눈물을 흘리다 점차 눈물이 말라붙을 때쯤 입을 연다) ... 마저 데이트 해요. ... 미리 말하지만, 당신한테 아직 화났어요.
릭사엘:...응, 알고 있어. (네가 눈물을 그쳤다는 사실을 알지만 마음이 아파 연신 토닥이다가, 네 앞으로 리큐르를 끌어와 손에 쥐여준다) ...울어서 목 마를 텐데 조금만 마셔.
유스텐:'과거 같은 거, 괜히 보러 왔어. 바보 같은 릭스. 멍청이 해삼 말미잘...' (속으로 야무지게 네 욕을 하며 한 손으로 리큐르를 한번에 털어마신다)
릭사엘:(술을 한번에 들이키는 너를 보고 아연실색하며) 유, 유스...? 그렇게 한 번에 마시면 속 상해.
(다급히 잔을 뺏고 바닥을 확인한다. 이미 다 마셨네...)
유스텐:(웅얼웅얼) 미워... 내가 누구 때문에 굳이 100년도 더 된 과거로 오는 건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릭사엘:(네 안색을 꼼꼼하게 살피다가 한숨을 작게 쉬며) ...알지. 나 보러 오는 거라며. 자기가 얘기해줬잖아.
릭사엘:(...반?) ...나머지 반은, 뭔데?
유스텐:(취했음에도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알게 될 거니까.
유스텐:음 - (슬쩍) '정확한 시기는 잘 모르는데.' 한 10년 뒤?
릭사엘:...10년 뒤? (고개를 갸웃한다) 그때 무슨 일이 생겨?
유스텐:(눈을 가늘게 뜨며 피식 웃는다) 미리 말하면 재미없잖아요.
릭사엘:음, 그건 그렇지만 궁금한걸. 원래 학자는 궁금증을 못 참는 족속들이란 말이야.
유스텐:미리 말했다가 미래가 바뀌어버리면 어떡해요? 그건 싫은걸...
릭사엘:(대체 무슨 일이기에 그러지? 생각하면서도 일단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거라면 알았어. 기다려볼게.
유스텐:(갑자기 인상을 팍 쓰며 입술을 삐죽거린다) 가만... 당신 너무 뻔뻔한 거 아니에요? 방금 전까지 나를 울려놓고서.
릭사엘:어... (뒤늦게 네 말에 찔린 채로) ... 우리 여보, 배고프지? 고기 먹자. (딴청을 부리며 꼬치에서 고기 한 점을 빼내고 네 입에 쏙 밀어넣는다)
유스텐:(단단히 삐져서 고기가 코앞에 있는데도 입을 꾹 다문 채 열 생각을 안 한다)
릭사엘:예쁘지, 우리 유스. 착하지, 우리 유스. 아- 하자. 응?
유스텐:(편식하는 어린 아기처럼 아예 고개까지 돌려버린다) 흥.
릭사엘:(네가 고개까지 돌려버리자 안절부절 못하며 네 허리를 끌어안고 몸을 낮추며 애교부린다) 한 입만 먹자, 자기야. 응? 릭스는 자기가 식사 잘하는 게 좋은데... 자기가 잘 먹으면 행복하단 말이야. 응?
유스텐:(한 쪽 눈썹을 들어올리며 다시 너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릭스는?
릭사엘:응! (다시금 제쪽을 향해 돌려진 고개를 보자 해맑게 웃으며 입술에 쪽 뽀뽀한다)
먹어줄 거지?
릭사엘:(내심 기분 좋았나 보네. 귀여워... 입가에 미소를 가득 머금은 채 네 몸을 꼭 껴안으며) 으음... 릭스는 자기랑 이렇게 꼭 껴안고 있는 것도 좋고, 자기가 밥 잘 먹는 것도 좋고, 웃는 것도 좋고 투덜거려도 좋고-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자기랑 여행도 많이 가고 싶고 오순도순 같이 살...고 싶고 매일 같이 깨고 자...면... 좋겠... 고... (말하다보니 울음이 북받쳐 목소리가 잠긴다) 평생... 같이 있고 싶어...
... ...
유스텐:(쏟아지는 애교에 기분 좋게 쿡쿡 웃으며 어깨를 들썩이다가 점점 말하는 톤이 바뀌자 당황한다. 네가 왜 우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아, 이유를 캐묻지 않고 쓴웃음을 지으며 너를 부드럽게 안고 토닥여준다. 정확한 미래를 알려줄 순 없지만, 자신이 말해줄 수 있는 최선을 속삭인다.) 응... 언젠가 그런 날이 올 거예요.
릭사엘:(네 말이 그저 저 듣기 좋으라는 소리라는 걸 아는데도 진실이 되기를 바라서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응. 미안, 갑자기 좀 감정이 북받쳤어.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침묵하다가, 이내 다시 기운을 차려 활짝 미소지으며) 이제 고기 먹어주는 거지? 응? (다시금 네 앞으로 고기 한 점을 내민다)
유스텐:(술기운이 확 달아나버려 부드럽게 눈을 반쯤 접고 미소짓는다) 이렇게까지 애원하는데 어쩔 수 없죠. (네가 내민 고기를 그대로 입으로 받아먹는다)
릭사엘:(네가 입을 벌려 먹고 나서야 그제야 마음이 한시름 놓여 잔잔하게 미소지으며, 올리브 절임과 토마토 콘피를 마저 네 입가에 내밀며) 이것도 같이 먹어봐. 맛있을 거야.
유스텐:(아기 새처럼 아- 하고 입을 벌려 얌전히 입에 넣고 오물거린다. 우물거리며 너도 먹으라는 듯 말없이 고기 한 점을 내민다.)
릭사엘:(제 앞에 내밀어진 고기를 바라보다가 이내 눈을 접고 웃으며 입에 문다. 향긋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퍼지자 기분이 조금 괜찮아진다) ...맛있다. 여보가 잘 골랐네.
유스텐:난 여보가 직접 고른 걸 그대로 줬을 뿐인데도요?
릭사엘:그런가? 그러면 우리 둘이 고른 거네. (싱긋 웃으며 네 입가에 다시금 고기 한 점을 가져다 붙인다)
유스텐:'공원 갈 때마다 이러는 커플 보면 닭살 돋는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걸 지금 내가 하고 있네...' (그런 생각을 하며 쿡쿡 웃고 다시 입을 열어 받아먹는다)
릭사엘은 당신이 부른 배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자
흐뭇하게 당신을 바라보고는 테이블 위를 조금 치웁니다.
릭사엘:(부드럽게 네 안색을 들여다보며) 맛있게 잘 먹었어?
유스텐:(기분 좋게 가르랑거리며 끄덕인다) 응.
릭사엘:(예쁘기는... 화관 아래 네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며) 후식도 먹을까 했는데, 먹을 수 있겠어? 우리 여보 배가 통통해진 것 같은데?
유스텐:흡 -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배를 최대한 집어넣고 뻔뻔하게) 아닌데요? 아직 후식 먹을 배는 남아있거든요?
릭사엘:그래? 다행이다. 아직 먹을 게 많거든. (네가 힘준 배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귀여워...)
유스텐:전부 다 가져와도 좋아요. (말하면서 산소가 부족해져, 점점 힘 빠진 목소리로) 그, 그렇게 막 만지면 곤란하거든요? 이것도 엄청난 집중이 필요하ㄱ.... (최대한 끅끅거리며 말하려다 결국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그와 동시에 배가 편하게 불러온다.) 후우...
릭사엘:(귀엽게 솟아난 네 배 위의 동산을 쿡쿡 웃으며 쓰다듬는다) 우리 여보 잘 먹었나 보네, 정말? 이런데도 아직 들어갈 수 있다고? 대단해. 그럼 디저트 사러 갈까?
유스텐:(볼을 붉힌 채 두 팔로 배를 감싸며) 으으... 만지지 마요... 배 나온 거 보여주기 싫단 말이에요.
릭사엘:왜, 귀엽기만 한데. (배시시 웃으며 네 배를 쓰다듬고 뺨에 입 맞춘다) 우리 여보가 잘 먹은 증거인데 안 예쁠 수가 있어야 말이지.
유스텐:(힐끔) 왜 나만 이런 거야... 당신도 나랑 같이 먹었는데 왜 배가 그대로인 거예요?
릭사엘:음? (갸웃) 글쎄. 듣기로는 밥 먹고 배가 나오는 것도 근육이랑 관련이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정확하진 않아.
유스텐:... ... '집에 가면 꼬옥 열심히 운동해야겠다.'
릭사엘:(네 배 위에서 손을 떼고 네 부드러운 양뺨을 조물거리며) 디저트를 먹을까 했는데, 배가 부르면 소화시킬 겸 체험부터 하러 갈래?
유스텐:체험...? 맞다. 그런 것도 있었죠.
릭사엘:응, 마을 전통 설화를 기반으로 한 민속극을 구경해도 되고 운을 점쳐주는 점쟁이도 있어. 춤도 춰도 된대.
유스텐:음 - 릭스는 여기 연구원으로 온 거니까 민속극을 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릭사엘:(키득) 나 여기 다 하러 온 건데도?
릭사엘:응, 일단 왔으면 뭐든 다 해보는 게 좋잖아. 안 그래? 학술 연구뿐만이 아니라 데이트도 같이 온 건데.
유스텐:그, 그렇구나... 난 연구가 1차 목적이라 생각했어요.
릭사엘:원래는 그랬는데 네가 나타나면서 조금 바뀌었지. 괜찮아, 크게 달라질 건 없거든.
유스텐:그럼 하나하나 다 해보고 싶어요. (슬쩍) 춤은 자신없지만...
릭사엘:(싱긋 웃으며) 그럼 운세부터 보러 갈래? 민속극 시작까지는 조금 시간이 있는 것 같거든.
릭사엘:(부드럽게 네 손에 손깍지를 끼고 몸을 일으킨다)
당신들은 광장 중앙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갑니다.
낡은 종소리가 울리는 천막 하나를 향해 다가갑니다.
낡은 카드와 구슬, 말라붙은 허브 향이 뒤섞여 있습니다.
주름진 손을 가진 노파가 당신들을 보고 이죽거리며 손짓합니다.
...분명 당신의 모습은 타인에게 보이지 않을 텐데
노파는 당신의 얼굴을 곧게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유스텐:'뭐지? 분명 귀하신 분"들"이라고...' 당신은 제가 보이는 건가요?
릭사엘:(입술을 닫았다 떼었다 하며 말을 잇지 못하다가) ...어떻게 보이는 거지? 자네는 영험한 이인가?
점쟁이:그리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요. 이름을 부를 수 없는 신께 닿아 현실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으니.
릭사엘:(신은 무슨...) 자네가 영험하다는 것은 알았으니, 점을 쳐주게.
점쟁이:(웃으며) 운명을 엿보고 싶으시다니, 쳐 드리지요. 물론 미래에 영향을 주지 못할 선에서만.
점쟁이:별은 판단하지 않지요. 그저 비출 뿐.
그리...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는 그림들입니다.
점쟁이의 주름진 손가락이 천천히 카드 위를 쓸어냅니다.
그리고는 바람에 섞인 먼지처럼 낮고 쉰 음색으로 말합니다.
점쟁이:두 분 중 한쪽은 늘 타고, 한쪽은 늘 지켜보는군요.
하지만 불은, 지켜보는 눈을 오래 견디지 못하죠.
타는 이는 사라지고, 남은 이는 불을 품게 되며,
그렇게 영혼은 불을 삼키고, 이름을 잃어버리겠군요.
노파의 손끝이 첫 번째 카드, 검은 매를 도로 뒤집습니다.
어둠 속에서 날개를 태우던 새가 낡은 카드의 문양 뒤로 사라집니다.
타오르는 것에 저항하지 못하는 자.
불길 속에서 자신을 찾고, 그 자신과 함께 사라지는 자.
그러더니 두 번째 카드, 붉은 달을 뒤집으며 말을 잇습니다.
화염을 바라보는 동안, 스스로의 얼굴을 잊어버리죠.
이름도, 그림자도, 사랑도 모두 불빛에 녹여버리는 자.
그리고 마지막 카드, 불 속의 손을 손끝으로 누릅니다.
점쟁이:(카드의 닳은 모서리를 매만지며) 이건 구원의 징표이자 저주의 증거입니다.
불을 붙든 손은 세상에 남겠지만, 그 손의 주인은 다른 이름으로 불릴 겁니다.
불은 사람을 죽이지 않습니다. 다만, 그 사람의 ‘모습’을 빼앗을 뿐이죠.
점쟁이:하지만 결국, 타오른 자와 지켜본 자는 같은 재가 되어 바람 속으로 흩어질 겁니다. 두 존재의 재는 한데 섞여 바람을 타고 세계 곳곳을 날게 되겠군요. 슬프지만 아름다운 희극이 될 겁니다.
릭사엘:(무슨 반응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저 고개를 돌려 너를 바라본다) ...무슨 뜻인지 알아듣겠어?
지능| 기준치: | 55/27/11 |
| 굴림: | 14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유스텐:... '진짜 소름끼칠 정도로 용하네, 이 할머니. 릭스한테는 끝까지 모르는 척 해야겠다.'
릭사엘:(한참이나 불길한 내용을 곱씹다가 은화를 탁자 위에 내려두고 네 손을 잡는다) ...아무리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점쟁이라고 해도 운세는 어디까지나 재미로 보는 거니까, 신경쓰지 말고 나가자.
유스텐:으응... '릭스가 기억을 잃는 것까지 전부 맞췄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노파가 잠시 당신을 지목하더니 불러 세웁니다.
점쟁이:...잠시, 가까이 오시지요. (릭사엘을 가리키며) 이쪽 분은 조금 떨어져 계시고요.
릭사엘:(눈썹을 꿈틀하며 네게 어떻게 할 건지 눈빛으로 물어본다)
유스텐:'아무리 생각해도 신경쓰이는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야.' (기다려달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네 손등 위에 제 손을 얹는다. 스르르 네게서 벗어나 노파 쪽으로 향한다)
릭사엘:(고개를 끄덕이고 천막 밖 가장자리로 향해 안쪽을 지켜본다)
점쟁이:(제 손을 맞잡는 당신의 손에 제 손을 마주 얹으며) ...처음 뵙겠습니다, 신의 배필이시여. '세 번째 혀' 교단의 신을 섬기는 자, '기억의 기록자들' 중 하나인, 세리온이라 합니다.
이리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유스텐:(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입을 벌린 채 눈썹을 크게 들어올린다.) 어, 어떻게...
점쟁이:(가만히 당신의 손등 위를 토닥이며) 얼굴은 알지 못하나 신성을 추앙하는 이로서 신부님을 알아보지 못할 수야 없지요. 미래 언제쯤에서 오셨는지는 모르겠으나, 교주님께서는 잘 지내고 계시는지요.
유스텐:(손끝이 살짝 떨리며 말려들어간다) ...잘 지내세요. 그런데, 이 시기에는 아직 교단이 설립되지 않았을텐데. 교주님의 존재를 아시는군요.
점쟁이:(씁쓸한 듯 웃는다) 저 또한 미래에서 온 사람이니까요. 20세기 중반, 경전의 주술을 연구하다가 실수를 하여 1840년대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돌아갈 방도를 찾지 못하여 이곳에 정착하였지요. 마침 알고 있었던 유일한 라샤토그 님의 기록이 이곳이었던 탓에, 이곳에서 평생을 그분을 기다리며 지내었습니다.
유스텐:그 말씀은... (릭스를 힐끔거리며) 우리가 누구인지, 언제 올 것인지 전부 예상하고 계셨다는 말씀이신가요?
점쟁이:시기가 언제인지는 확신하지는 못하였지만 말입니다. 노년에 죽기 전 두 분을 뵈었으니 여한 없이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교주님께서 교단을 창립하시기까지는 제 나이가 버티지 못하겠지요.
신부님 주변의 신력 흐름이 안정적이지 못한 것을 보았을 때 신부님께서는 완전히 이 시대에 속하게 된 것이 아닌, 이방인으로써 시간 여행을 오셨겠군요. 맞으십니까?
유스텐:'전부 다 알고 있는 이상, 굳이 거짓말을 섞을 필요는 없겠지.' 네, 교주님의... 음, (슬쩍 시선을 피하며) 제가 모르는 과거를 알고 싶었거든요.
점쟁이:그렇군요... 다행입니다. 그렇다면... 부탁을 드릴 수 있겠군요.
점쟁이:... 미래에 돌아가시게 된다면, 교주님께 제 안부를 전해주십사 합니다. 주술을 연구하던 중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과거로 오게 된 것이라, 교주님께서 저 또한 당신을 배신하고 사라졌다고 생각하게 되셨을까 두렵습니다. 그러니 '기억의 기록자들' 중 하나인 저 세리온이, 끝까지 교단의 일원으로 살다 갔다 전해주십시오. 이 늙은이는 이제 그밖에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
유스텐:아... (저와는 다르게 의도치 않게 과거로 온 사람. 아는 사람 한 명도 없이 홀로 과거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 했을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안 좋아진다. 원래 살던 시대로 돌려보내는 방법을 알았다면 좋았을텐데.) ... 그거라면 잘 전해드릴게요. 미안해요. 돌려보내주지 못해서.
점쟁이:아닙니다, 신부님께서 한낱 늙은이인 저의 손을 잡아주시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부탁을 들어주시는 대신 답례로 한 가지 예언을 보고 싶다 하시면, 점을 봐 드리겠습니다.
유스텐:... 릭스는..., 교주님이 모든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에 관한 걸 조금이라도 알 수 있을까요.
점쟁이:...안타깝지만 그는 신의 영역인지라 그분의 일개 신도인 저로써는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점괘를 보더라도 맞지 않을 확률이 크지요.
유스텐:'신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건 불가능하단 얘기군.' 그럼... (두 번째로 떠오른 것에 대해 말하려다 입술을 한참이나 달싹인다. 조금 민망한 듯 고개를 슬쩍 돌리며) 미래에 저와 교주님 사이에서 태어날... 음... 아이들에 대한 거는요?
점쟁이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낡은 카드덱을 당신의 앞에 주르륵 늘어놓습니다.
그리고는 이번에는 당신이 뽑아보라는 듯 손을 내미네요.
유스텐:(질문을 계속해서 상기시키며 마음이 가는대로 카드 세 장을 뽑는다)
노파는 그 카드들을 차례대로 하나씩 뒤집어봅니다.
첫번째 카드는, 두 개의 문이 마주보고 있는 '쌍의 문장' 입니다.
그리고 두번째 카드는 검붉은 잉크로 그려진 해와 달이고,
마지막 카드는 꺼져가는 불빛 속에서 타오르며 나는 비늘 달린 새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점쟁이:첫 아이는... 쌍둥이로군요. 처음부터 둘로 태어나겠습니다. 하나는 당신을, 하나는 그분을 닮을 것 같군요. 빛과 그림자가 서로의 얼굴을 닮듯이 말이지요.
첫 번째 카드와 두 번째 카드가 모두 쌍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보건대, 확실하다 할 수 있습니다.
...아이를 직접 낳아야 하는 것도 당황스러운데
SAN Roll| 기준치: | 51/25/10 |
| 굴림: | 55 |
| 판정결과: | 실패 |
(적잖이 충격받은 얼굴을 하고 덜덜 떨리는 입술로) 싸, 싸... 쌍둥이라고요?!
점쟁이:(확신하는 목소리로) 예, 쌍둥이입니다.
(두번째 카드를 당신 쪽으로 밀며) 이 아이들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하나가 웃으면 하나가 울고, 하나가 잠들면 하나가 깨어납니다. 두 번째 카드는 아이들의 성질을 나타냅니다. 하나는 밝은 낮의 손을 쥐고 태어나, 사람을 따뜻하게 하고, 하나는 어두운 달의 숨을 품고 태어나, 세상의 비밀을 알게 될 겁니다.
유스텐:어, 어째... 벌써부터 고생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점쟁이:(살짝 의아해하며) 무엇이 말입니까? 출산을 말씀하시는지요?
유스텐:키우는 것도 그렇고, 출산은 당연히 힘들 것 같고요.
점쟁이:벌써부터 겁 먹으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교단의 재산과 인력으로 웬만한 것은 해결 가능할 테니까요. 출산은... (잠시 말이 없다가) 교주님께 부탁해 보시지요.
유스텐:그래도... 고통의 크기가 변하지는 않을텐데.
점쟁이:...저는 어디까지나 차선책을 얘기해드릴 뿐이지요. 벌써부터 겁을 먹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음 카드를 읽어드리지요.
노파는 주름진 손으로 이번에 맨 아래 카드를 밉니다.
비늘 달린 새의 형상은 마치 용이 구름을 가르듯
점쟁이:(카드 모서리를 매만지며) 이는 막내를 뜻합니다. 앞의 둘과 달리 이 아이는 땅의 자식이 아닌 하늘의 자식입니다. 부모의 얼굴을 반반씩 닮되, 그 피에 들끓는 것은 인간의 운명이 아니로군요. 언젠가 이 아이는 그대들의 이름을 넘어 자신의 비늘로 세상을 가를 자질을 지녔습니다.
점쟁이:첫 아이와 마지막 아이 사이의 아이들의 수는 확실치 않습니다. 또한 첫 아이를 낳은 후 다음 아이를 낳고 낳지 않고는... 두 분의 뜻이지요. 확실한 건 이 막내가 비범한 인물이 되리라는 겁니다.
축하 건네옵니다, 신의 배필이시여. 제가 보아온 그 어떤 이들보다 자식복이 있으십니다.
유스텐:그....그렇군요.... (멍 - ) '첫 임신은 쌍둥이에... 거기서 멈추는 게 아니라 또 임신을 한다고??'
점쟁이:(그저 웃으며) 교단이 날로 번영하겠군요... 말년에 이런 기쁜 소식이라니, 눈물이 앞을 가리는 듯합니다.
(눈가를 닦는 시늉을 하며 천막 밖에서 서성거리는, 아직 신께 다가가지 못한 주군을 바라보며) ...이제 가보셔도 좋습니다. 미래에 교주님이 되실 분께서 신부님을 기다리시는군요.
(당신의 손을 놓고 천천히 늘어둔 카드를 갈무리하고는, 다시금 고개를 올려 당신을 바라보며) ...나날이 평안과 행복이 함께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유스텐:... (생각보다 너무 많은 정보를 들어 얼빠진 얼굴로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난다) 감사합니다... 세,리온? 당신도 평안하길 기원할게요.
점쟁이:(가만히 탁자 위에 고개를 수그리는 것으로 당신을 배웅한다)
노파는 여전히 탁자 위에 고개를 숙인 채 자리를 지킵니다.
당신이 밖에 나오자 릭사엘은 영문 모를 얼굴로
당신의 뺨을 매만지며 당신의 얼굴을 들여다봅니다.
릭사엘:무슨 얘기를 그렇게 길게 했어, 자기?
아는 사람이었던 거야? 미래에서?
릭사엘:(얼이 빠진 채 중얼거리는 네 얼굴을 웃으며 들여다보다가, 입술을 살짝 꼬집으며) 과거가 아니라 미래. 무슨 얘기를 했길래 이렇게 얼이 빠졌어. 응?
유스텐:아, 아.... 그 그렇지 미래에서 왔지 , 참...
저도 모르는 미래에 대해 물어봤어요.
릭사엘:(잠시 잔잔한 눈으로 너를 바라보며) ...그래? 어떻게 된대? 긍정적이야?
유스텐:어... (눈을 굴리며) 그, 그렇죠... 고생 끝에 낙이 오는... 그런...
릭사엘:(네 입술에 쪽 키스하며) ...그런데 표정이 밝지만은 않네. 고생을 많이 한대? 우리 유스 소중한데, 너무 고생하면 어떡하지.
릭사엘:뭐야, 나한테까지 말 못할 비밀이라니. 배우자복이라도 봤어?
릭사엘:(미래의 배우자복을 봤다면... 내 얘기는 아니겠구나. 유스 넌 다른 사람을 만나겠구나. 살짝 씁쓸해지면서도 안심이 되어 가슴이 무겁게 가라앉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얼이 빠져 있는 네가 사랑스러워 피식피식 웃으며 네 몸을 끌어안는다) 이제 시간도 좀 지나서 배가 꺼졌을 테니까 디저트 먹을래? 아니면 민속극 보러 갈까?
유스텐:'지금 디저트 먹으면 체할 것 같은데....' 민속극 보러 가요...
릭사엘:그럴까? (네 뺨에 부드럽게 입맞추며) 마침 시작한 것 같으니까, 가자. (네 손에 손깍지를 끼고 아쉬운 듯 네 입술에 입맞추고는, 발걸음을 옮긴다)
그 사이사이를 환한 등불이 주렁주렁 매달린 채 채우고 이습니다.
포도 덩굴로 장식된 천막 아래에서 바이올린이 조심스레 첫 음을 울리고
아이들이 손에 들고 있던 나무 막대를 부딪히며 탄성을 냅니다.
마을 주민들은 오래된 나무 상자를 쌓아 만든 임시 무대 앞에
빙 둘러 앉아 극이 시작되는 장면을 바라봅니다.
당신이 릭사엘과 나란히 서서 무대 앞을 바라보고 있으면
릭사엘은 당신의 손을 살짝 끌어당겨 손등에 입맞추고
릭사엘:자기가 점괘를 보는 동안 슬쩍 지나가는 주민들 얘기를 들었어. 오늘은 이 마을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설화를 기반으로 한 연극을 보여줄 거래. 이름이... '바람의 신부'였던가.
유스텐:바람의 신부? 왜 바람의 신부지? (갸웃거리며) 바람과 관련이 있는 거예요?
릭사엘:그런가 봐. 듣기로는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극이라, 내용은 크게 없는 것 같아. (그렇게 이야기하려다 음악 소리가 잦아지자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며) 이제 시작하려나 보네.
유스텐:(노파에게 들었던 예언이 자꾸만 신경쓰여 별다른 기대없이 멍하니 연극을 바라본다)
풍성한 치마를 나풀거리는 여자 배우가 앞으로 나섭니다.
오래전, 이 마을에 젊은 여인이 사냥꾼 노릇을 하며 살았는데,
그녀가 산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 바람의 정령이 그녀를 구해주었다는 이야기.
정령은 그녀에게 “바람이 불지 않는 날, 다시 만나러 오겠다”고 약속했지만,
바람이 멈추는 날은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여인은 평생 그 약속을 기다리다 노인이 되었고,
바람은 늙은 그녀의 숨결 속으로 스며들었습니다.
하염없이 쏟아지는 빗줄기가 바람의 흐름을 막아
그녀는 그제서야 바람의 정령과 조우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네요.
무대 위의 배우들은 천으로 만든 바람의 옷을 휘날리며
당신은 고개를 약간 숙여 무대의 그림자를 바라봅니다.
유스텐:... 딱히 행복한 이야기는 아니네요.
릭사엘:...그러게. 나도 이런 내용인 줄 몰랐는데.
잠시 시간이 지나고 배우들이 인사를 하러 앞쪽에 몰려나오자
마을 악사들은 다시 바이올린을 켜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배우들을 향해 길에서 따온 들꽃을 던지고
그러다 문득 주변을 가득 채우는 웅장한 북소리가 시작되자
온 주민들이 한데 얽혀 광장으로 우르르 달려나갑니다.
그러더니 가장 소중한 이를 한 명씩 품에 안고
두 사람씩 손을 맞잡더니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하네요.
아무래도 원래 이 다음이 다같이 춤을 추는 행사인가 봅니다.
릭사엘:(멍하니 춤추는 광경을 바라보다가 꽃잎 세례를 맞아 머리고 옷이고 꽃잎이 붙은 채로) ...?
유스텐:어? (어리둥절) 이거, 혹시 춤을 춰야하는 상황인가요?
릭사엘:어... 그런가본데? (고개를 살짝 돌리자 앞머리에 얹혀 있던 꽃잎이 눈가로 떨어진다.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반복하며, 꽃잎을 떨궈내려 애쓴다)
유스텐:으음... 다른 사람들은 제가 안 보일텐데...
릭사엘:(겨우겨우 꽃잎을 떨궈내고는, 주저하는 네 손을 꼭 붙들며) 그럼 뭐,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는 거지. 별로 달라질 게 있어? (살짝 키득거리며) 자기도 알잖아, 난 이곳에서 원래 이상한 사람이었어.
유스텐:(미간을 찌푸리며 그게 무슨 이상한 소리냐는 듯 입꼬리를 끌어당긴다.) 응??? 그럼... 지금 같이 춤 추자는 뜻?
릭사엘:응, 너랑 추고 싶어.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랑 출래.
혹시 싫어?
유스텐:(피식 웃어버리며) 아니... (다른 한 손을 네 어깨 위에 올린다) 나, 춤은 처음이니까 발 밟아도 화내면 안 돼요?
릭사엘:(고개를 살짝 숙이고 수줍게 웃으며) 응, 콱콱 밟아도 뭐라고 안 할게. 영광이야, 내 사랑. (네 행동을 따라 네 어깨 위에 손을 올리고 조금씩 돌며 인파 속으로 들어간다)
유스텐:민첩| 기준치: | 55/27/11 |
| 굴림: | 9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릭사엘이 손을 이끌자, 발끝이 자갈돌 위를 미끄러집니다.
배운 춤 솜씨가 아닐 텐데도 릭사엘은 그저 당신밖에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웃으며
형식이 아닌 리듬에 몸을 맡기고 당신과 함께 둥글게 움직입니다.
불빛 속에서 릭사엘의 어깨와 옷자락이 흔들립니다.
릭사엘의 해맑은 웃음 소리가 귀 가까이 스칩니다.
꽃잎이 덕지덕지 붙은 릭사엘과 계속해서 손을 맞잡고
마을에서 운영한다는 여관으로 릭사엘과 함께 들어섭니다.
금속 열쇠가 릭사엘의 손 안에서 부드럽게 흔들리고,
나무로 되어 있는 계단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삐걱 소리를 냅니다.
바깥의 소음이 멀어지는 가운데 위층으로 오를수록
객실에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방은 작고 단정합니다.
두 사람이 누워도 남을 만한 넓은 침대 하나와
창문 아래에 놓인 조그만 탁자, 라벤더가 담긴 도자기 병.
당신을 끌어당긴 뒤 천천히 당신의 외투도 벗깁니다.
릭사엘:(잠시 고민하며) 네가 오늘 찾아올 줄 몰라서 잘 때 입을 여분 옷이 한 벌인데, 그걸로 입혀줄게. 괜찮지?
유스텐:어? 그럼... 당신은 어떻게 하려고요?
릭사엘:음, 적당히 벗고 자야지. 괜찮아, 네가 입고 있는 게 중요하니까.
릭사엘:(피식 웃으며 네 옷 단추를 하나씩 끌러낸다) 그렇다고 네가 벗고 있을 순 없잖아. 무슨 일이 벌어질 줄 알고.
누가 들어와도 당신이 지켜줄 거잖아요.
릭사엘:(볼을 살짝 붉히며) ...그런 의미 말고. (네 상의를 위로 벗겨내고, 아닌 척하려 애쓰며 가방 안을 뒤적거린다)
유스텐:밤엔 조금 쌀쌀할텐데... 아니면 릭스 키 때문에 상의랑 바지 둘 다 클테니까, 나눠입는 건 어때요?
릭사엘:(제법 납득이 가는 말에 잠시 고민하다가) 음... 그럴까? 그럼 자기가 상의를 입는 게 낫겠다. 바지는 단이 아래로 끌릴 거야. (잠옷 상의를 꺼내 네 상체에 꿰어 입히고, 바지를 벗기려다가 멈칫한다) 릭사엘:(살짝 열이 올라 덜그럭거리며) 아... 아무것도 아니야. (천천히 네 바지춤의 단추를 풀고, 옷을 아래로 끌어내린다)
유스텐:(현대에서 이런 손길에 이미 익숙해져 얌전히 네가 벗기기를 기다린다. 슥 슥 발을 빼내 바지를 벗기기 편하도록 한다)
릭사엘:(바지를 발목까지 끌어내려 완전히 벗겨내곤, 잠시 숨을 돌린다. 매끈한 네 다리로 향하려는 시선을 피하며) ... 침대 먼저 누워 있어. 나도 옷 갈아입고 들어갈게.
릭사엘:으... 응? 네, 네가 갈아입혀주겠다고?
유스텐:(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응. 부담스러울까요?
릭사엘:그런 건 아니고... (잠시 입술을 말아넣었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음, 그럼 부탁할게.
유스텐:그럼 실례할게요. (고개를 끄덕이며 네 상의부터 손끝으로 단추를 하나씩 하나씩 풀어 벗겨준다) '오랜만이네, 이렇게 서로 갈아입혀주는 건. ...지금의 릭스는 처음이라 생각하겠지만.'
릭사엘:(네 옷을 벗겨내는 네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뺨을 계속 붉힌다) ...
유스텐:(상의를 젖히며 드러나는 가슴과 배를 슬쩍 보며) '릭스는 이때부터 몸이 진짜 좋았구나...' (마저 팔 부분을 빼내 상의를 바닥에 툭 내려놓는다. 무릎을 굽히고 널 올려다보며 슬쩍 허리춤에 손가락을 끼워넣는다.) 마저 벗길게요?
릭사엘:... (심장이 두근거리는 통에 살짝 덜그럭거리며) ...응.
유스텐:(아까부터 계속 다른 생각에 빠져 아무렇지 않게 네 바지를 끌어내린다) ...
릭사엘:... (살짝 민망해진 채로 네 머리통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뺨이 붉어지다 못해 귓등까지 홧홧하다)
유스텐:(근처에 놓인 실내용 바지를 집어 네 두 발에 제대로 넣어주고 그대로 일어나면서 같이 바지를 올려준다.) 다 됐다.
릭사엘:(여전히 부끄러워 덜그럭거리며) ...고, 고마워. 이제 누, 울까? (아랫배가 묵직해진 감각을 애써 무시한다)
유스텐:1년 4개월만이라고 해서, 아쉬워할 줄 알았어요. 나랑 조금만 더 있고 싶다든가, 대화하고 싶다든가.
릭사엘:(당황해서 잠시 움츠러들었다가 천천히 진정하며) 음... 바로 자자는 뜻은 아니었어. 당연히 더 대화하고 싶지...
유스텐:그래요? 그럼 - (침대 모서리에 편하게 앉고 미소지으며 이리 오라는 듯 네게 손짓한다)
릭사엘:(네가 저를 부르는 손짓에 쪼르르 다가가 옆에 앉고는, 네 몸을 끌어안는다) ...오늘 어땠어? 재밌었어?
유스텐:(눈을 반쯤 접으며 볼이 파일 정도로 환하게 웃는다) 무척이나. 난 사람 많은 곳을 별로 안 좋아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당신이랑 있으니까... (눈을 감으며) 사람 많은 게 하나도 신경쓰이지 않더라고요.
릭사엘:(귀엽고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네 말에 눈을 감고 웃으며, 네 어깨에 얼굴을 파묻는다) 그랬어? 다행이다.
...사람 많은 곳을 안 좋아한다는 걸 깜빡했네. 늘 나랑만 붙어 있었어서.
유스텐:... 혼자 있는 시간이 꽤 길었거든요. 사람과 마주치면서 좋은 일보다는 좋지 않은 일들이 더 기억에 남기도 했고.
릭사엘:...그러고보니 전에 그 얘기는 해줬었던 것 같아. 그때 들었을 때, 네가 참 마음고생이 많았겠구나 했는데... (잠시 지난 시간을 떠올려보았다가, 슬며시 네 어깨 위에서 고개를 들어올려 말랑한 뺨에 입 맞춘다) ... 네가 마음이 편했다면 다행이야. 반쯤은 내 멋대로 데려간 거였는데.
유스텐:하하, 그렇게 따지면 예고도 없이 찾아온 나부터 지적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릭사엘:(피식 웃으며) 지적은. 여보는 언제 오든 환영인걸.
유스텐:음? (한 쪽 눈썹을 까딱이며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지금이야 운이 좋았다고 치고, 정말 민망한 순간에 오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
유스텐:예를 들면... (눈을 굴리다가) 나체로 샤워하고 있을 때 나타나거나?
릭사엘:(잠시 상상해보며) 음... 그건 별로 안 민망할 것 같아. 진짜 민망한 순간은, 내가 다 벗고 씻는 중이라고 자기도 내 옆에 나체로 나타날 때겠지.
유스텐:으으음 --------- ...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릭사엘:... 자기 의지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그럴 때 나타나면 큰일 나니까... 웬만하면 피해줘. (손끝으로 네 턱선을 미끄러지듯 매만지며, 부드럽게 입술을 덮는다)
유스텐:어떻게 피해요, 그걸 - (이가 드러날 정도로 씩 웃다가 눈을 감고 입을 벌려 네 윗입술을 빨아당긴다)
릭사엘:(입술을 맞대고 부드럽게 점막을 빨아들이고, 혀끝으로 입술 사이를 갈라 작은 살덩이를 톡톡 두드리다가,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뗀다) ... 피할 수 없는 건 알지만... 손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해버릴까 봐서, 내가.
유스텐:(쪽)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한걸요?
릭사엘:(슬쩍 웃으며) ...별로 바람직한 생각은 아닐 텐데도?
유스텐:(쿡쿡 웃으며) 뭐길래 그래요? 오늘 결혼식까지 마친 마당에 바람직하지 않은 게 있나? '저번에 키스면 다 한 거 아니냐고 했었지. 더 짙은 키스를 생각하는 건가? 아니면 내 몸이 궁금한 건가?' 아, 신의 앞에서 맹세한 게 아니라 우리끼리 맹세한 거지만요.
릭사엘:(...네가 내 신이니까, 신 앞에서 맹세한 건 맞을 텐데도. 속으로 작게 중얼거리다가 손을 뻗어 네 잠옷 위 가슴팍 위에 손을 얹으며) ...정말 몰라서 묻는 건 아니지?
유스텐:알 것 같기도 하고, 긴가민가하네요. (네 손목을 감싸쥐며 너를 올려다본다) 내 몸이 궁금한 거예요?
릭사엘:(잠시 이걸 얘기해도 되나 고민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응, 너에 관한 건... 다 궁금하니까.
유스텐:그런 거라면 봐도 돼요. (피식) 어차피 나도 당신 몸을 봤으니까. 서로 알려주고 쌤쌤으로 치는 거죠.
릭사엘:... 네가 그런 말을 하면, 내가 못 참을 수도 있는데... 알고는 있는 거야?
유스텐:(손목을 붙잡던 손을 네 뺨 위로 옮겨 고개를 내밀고 소리나게 입 맞춘다) 내가 밀어내면 순순히 밀려줄 거잖아요. 당신을 믿으니까 하는 말이에요.
릭사엘:(잔잔하게 속눈썹을 떨다가, 목이 타는 듯한 기분에 침을 한 차례 삼키며) ... 그렇, 기야 하겠지만... (흔들리는 눈동자로 너를 내려다보다가, 숨이 막히는 기분에 살짝 호흡을 더듬거리며) ...그러면, 조금만 실례할게, 내 사랑. (네 옷깃을 살며시 붙든다)
유스텐:아, 혹시 눕는 게 보기 더 편하려나요?
릭사엘:(뺨을 잔잔히 붉히며) ...그쪽이, 편하기는 할 것 같아.
유스텐:알았어요. (두 다리를 침대 위로 올려 정자세로 눕고는 어색하게 눈을 감는다) 이, 이러면 되나?
릭사엘:...응. (긴장한 표정으로 네 몸에 제 몸을 겹쳐올리고 조심스럽게 입맞춘 뒤, 네 얼굴만 바라보려 애쓰며 허리 안쪽으로 손을 넣어 피부를 어루만져본다)
유스텐:(나직하게 한숨을 내쉬며 감은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린다.) '어, 어째... 내가 허락했지만 현대보다 더 민망한 것 같은데.'
릭사엘:(섣불리 옷을 들춰내지 않고, 제 손끝에 머무는 감각을 완전히 마음에 되새기려는 듯 네 허리춤을 매만지고 살짝 튀어나온 골반뼈와 대퇴골을 쓰다듬으며) ...뼈가 잘 느껴져, 유스. 살갗도 부드러워.
유스텐:(순간 흠칫하며) ...간지러워요...
릭사엘:(피식) ...많이 간지러워? (네 사랑스러운 얼굴을 상냥한 시선으로 내려다보다가, 드러난 목선에 살짝 입을 맞춘다)
유스텐:많이는 아니고 조금... (야릇한 긴장감에 어깨가 바짝 경직된다)
릭사엘:...어떡하지. 안 간지러울 방법은 없는데. (어깨와 목이 이어지는 부근의 피부를 살며시 핥고는, 손을 조금 옮겨 네 부드러운 허리와 복부, 배꼽 언저리를 매만지며 살짝 웃는다) ...그새 소화 다 됐는지 배가 쏙 들어갔네. 귀여워.
유스텐:(나른한 숨을 토해내며 감았던 눈을 반쯤 뜨고 널 바라본다) 그저 몸을 보기만 하고 싶은 줄로만 알았는데. 이제 보니까 먹으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릭사엘:...다는 안 먹고, 조금만. (잠옷 상의 안쪽으로 손을 조금 더 옮겨 도드라진 갈비뼈의 개수를 셀 듯 천천히 더듬다가, 네 겨드랑이 안쪽과 가슴 위를 쓸어본다)
유스텐:(갈비뼈가 들썩이도록 입으로 호흡하며) 왠지 모르게 조금, 긴장되네요.
릭사엘:(발갛게 물들어버린 얼굴을 들어 네 입술에 입맞추며) ...긴장이 안 되면 이상한 거지. 나도... 긴장돼. (조금 고민하다가, 살짝 돋아난 네 유두를 손끝으로 가만히 톡톡 두드려본다)
유스텐:(헉 소리를 내며) 자, 잠깐만 거긴 왜...
릭사엘:...예민해, 여기? (조심스럽게 손가락 사이에 네 유두를 끼워 부드럽게 문질러본다)
유스텐:그걸, 읏, 물어보면서 문지르는 게 어딨어요...
릭사엘:...여기 있지. (조심스럽게 손을 아래까지 빼내어, 네 상의를 다시 벗겨내고는, 온전히 드러난 네 나신을 믿기 힘든 눈으로 내려다보며 눈꺼풀을 깜빡인다) ... 언뜻 봤을 때도 알았지만, 정말 하얗구나 자기.
유스텐:(슬금슬금 팔로 상체를 조금이나마 가리며) 그렇게 빤히 보면 아무리 나라도 부끄러운데, ... 별로예요?
릭사엘:(목울대를 살짝 껄떡거리며, 어렵사리 입을 뗀다) ... 아니, 너무 예뻐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아.
유스텐:(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머뭇거리다가 점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다, 당신도... ! 하얗고 예,쁘다고...생각해요.
릭사엘:...그래? 그럼... (네 손을 부드럽게 끌어다 제 가슴 위에 두며) ...자기도, 만져볼래?
유스텐:(주저하듯 손을 뒤로 꺾다가) 그래도 돼요...?
릭사엘:...물론이지. 난 네 거잖아. 나의 유스.
유스텐:(한참을 손가락과 함께 손을 뒤로 굽혔다가 천천히 펴내기를 반복하다가 마침내 손끝만 닿을 정도로 톡- 하고 가슴에 손을 댄다) ... '처음 만져보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긴장되지?'
릭사엘:(심장이 빠듯할 듯 조이는 감각에 은은하게 미소지으며) ...어때?
유스텐:(뒤로 물러났다가 다시 한 번 톡- 건드리며) ... 따뜻해요...
릭사엘:...자기도 엄청 따뜻해. 난롯불보다도. (제 피부를 건드리는 네 손을 끌어다, 살짝 오른쪽 위로 옮기며) 나 여기 흉터 하나 있어. 보여?
유스텐:어...? (흉터를 덧그리듯 매만지며 빤히 바라보다가) 어쩌다 생긴 거예요?
릭사엘:(피식 웃으며) 예전에 펜싱 처음 배울 때. 펜싱 소드 끝에 약간 찢겼었거든. 지금은 엄청 옅어져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에 안 띄지만. 유스텐:'전혀 몰랐어...' ... 많이 고통스러웠을 것 같아요.
릭사엘:(키득거리며) 그때는 그랬지. 기억 나? 나 어릴 때 주삿바늘 무섭다고 도망쳤던 거. 주사로도 그 정도인데 칼끝에 살이 찢겼을 때에는 오죽했겠어.
유스텐:(작게 웃으며) 하하, 확실히 그렇겠네요. 많이 울었나요?
릭사엘:응, 당연히 울었지. 나 울보잖아. (즐겁다는 듯 웃으며 네 입술에 쪽쪽 키스한다)
유스텐:(네 눈가를 매만지며 입을 연다) ...그때는 정말 순진하고, 수다쟁이에, 울보 도련님이었는데 지금은 어른이 되어버렸네요.
릭사엘:(키득거리며) 지금의 난 안 순진하고 안 수다쟁이에 안 울보야? 아닌 것 같은데.
유스텐:음 - 생각해보니 내가 틀렸네요. 오늘도 울었고, 마을 사람들과 대화할 만큼 수다쟁이에, ... 아직 순진하죠.
릭사엘:(피식 웃으며) 마지막에 '순진하다'는 말을 하기 전에, 공백이 조금 있었던 것 같은데? (가볍게 네 입술을 물었다 떼다가, 네 어깨 위 빗장뼈에 입술을 찍고 조금 더 내려가 네 가슴팍 위에 뺨을 비빈다)
유스텐:(간질거려 상체를 살짝 틀며 네 정수리를 쓰다듬는다) 이상하다- 아닌 것 같은데-
릭사엘:(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웃으며) ...뭐,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어릴 때만큼 순수하지 않기는 해. (네 앙증맞은 젖꼭지에 살짝 입술을 눌렀다 떼며) ...이런 것도 아니까, 이젠.
유스텐:(놀라움과 설렘이 뒤섞인 얼굴로 눈을 빠르게 깜빡인다) 하, 언제는 키스면 다 한 거 아니냐고 했으면서!
릭사엘:(언성이 높아진 너를 보며 피식 웃다가 다시금 몸을 끌어올려 입맞춘다) ...기억 안 나? 그런 뜻이 아니라 '선을 넘었으니 거리낄 게 사라졌다'는 뜻이라고. 내가 해명도 했었잖아.
유스텐:그럼... ... 이제 어떻게 되는데요?
릭사엘:...그건 내 사랑이 어디까지 원하는지에 따라 달라지겠지.
걱정 마, 나도 전부 다 할 생각은 없어.
(네가 미래로, 원래 살던 세계로 돌아갔을 때... 내가 네게 멍에가 되어선 안 될 테니까. 욕심은 조금만 부리는 걸로 충분해.)
유스텐:...아깐 원하는 게 아주 많아 보였는데.
릭사엘:...얼마나 원하는 것 같아 보였길래?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네 가슴 중앙부터 명치, 배꼽, 아랫배까지 지나 사타구니 위를 살며시 더듬으며) ...여기까지?
릭사엘:대충? 그러면... (네 하얀 허벅지를 들어올려 제 어깨에 걸치고 동그랗게 드러난 네 엉덩이 사이를 매만지며) ...정확히는 이쯤?
유스텐:(나른하게 웃으며) 하하... 거긴 끝까지잖아요. 뭐, 거기까지가 맞긴 하죠. 그나저나 당신... 물어보면서 은근슬쩍 만지는 거 다 알거든요?
릭사엘:그래? 이런, 들켜버렸네. (피식 웃으며 네 다리를 가지런히 내려놓고 다시 몸을 숙여 네 입술을 베어문다. 가슴이 간질거리고 애타듯 뻐근하게 조인다)
유스텐:(기다렸다는 듯 두 팔로 네 어깨를 감싸안고 입맞추다가) .... 그래서, 어디까지 원했는데요? 아직 내 질문에 대답해주지 않았잖아요.
릭사엘:(피식 웃으며 네 입술에 잘게 쪼듯 입맞추었다가) 글쎄, 나 비밀 만들어도 돼 여보?
유스텐:(미간을 찌푸리며) 침대 위에서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
릭사엘:(장난스럽게 네 입술을 베어물고, 빨아당겼다가 놓고를 여러 차례 반복하다가) ...자기도 참 못말린다니까. (피부를 미끄러지듯 손을 옮겨 네 성기를 부드럽게 그러쥐며) ...여기까지 생각했어.
유스텐:(흠칫 떨며 어깨를 뒤로 당긴 채 허벅지를 안쪽으로 감싼다) 흐.... 그걸로 정확히 뭘 하려는지 감이 안 잡히는데.
릭사엘:...감이 안 잡혀? 내가 아는 바에 따르면, 선택지가 그리 많지는 않을 텐데. (천천히 네 음낭을 손가락에 굴리다가, 기둥을 쥐어잡고 위아래로 살살 흔든다)
유스텐:선택지가 많진 않지만, "하나"만 있진 않으니까ㅇ, 흣... (네 손이 닿자 반쯤 서 있던 것이 완전히 달아오른다)
릭사엘:(분홍빛으로 달아오른 네 성기를 열띤 눈으로 멍하니 바라보다가, 엄지로 첨단을 문질러본다. 옅은 체액이 묻어나 길게 늘어지는 모습조차 사랑스러워서 심장이 덜컹거리고 숨결이 뜨겁게 내려앉는다) ...달아올랐네, 여보. 귀여워.
유스텐:하아, 당신이, 만지니까요. ...그런데, 여관에서 이래도 돼요?
릭사엘:글쎄, 그것까지는 잘... 방음이 안 되어도 자기 목소리는 남들 귀에 안 들리니까, 괜찮지 않을까. (상냥하게 네 것을 어루만져주며) ...아니면, 침구에 흐를까 걱정인 거야? 유스텐:(힘을 받은 기둥이 맥박 뛰듯 움찔거리며) 그것도 그렇고... 처음이잖아요. 따지고 보면 신혼 첫날밤이고. 이런 ... 해외의 시골 마을 여관에서 밤을 보내도 괜찮은가 해서요.
릭사엘:(자신을 명백히 자제시키려는 말을 가만히 듣다가 눈을 두어 번 깜빡이고는) ...그것도 그렇네. 네 말이 맞아. (천천히 네 것에서 손을 떼고 네 턱을 끌어당겨 부드럽게 입맞춘다) 미안, 내가 괜히 건드려서.
유스텐:(당황하며) 아니, 나는...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닌데...
릭사엘:...음, 그러면? (네 뺨을 어루만진다)
유스텐:그저 당신은 괜찮냐고 물으려던 것 뿐이에요... (괜히 말을 꺼내서 저 때문에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 같아 자신없는 얼굴로) 나야말로 미안해요, 괜한 소리를 해서.
릭사엘:(피식 웃으며 네 입술에 제 입술을 찍었다 뗀다) ...괜한 소리기는. 내가 잘못 이해한 건데. 자기 잘못은 아무것도 없어. (상냥하게 네 입술을 덮었다 떼고는, 속눈썹을 촘촘히 들어올려 네 표정을 확인하며) ...난 너랑 있으면 어디든 좋아. 예전부터 늘 그랬어, 항상.
유스텐:(현대의 릭스와의 관계 못지 않게 가깝게 느껴지면서도, 한 켠으로 어딘가 거리감이 느껴져 어색함을 느낀다. 멋쩍게 한 손으로 다른 한 팔을 감싸며) 응... 고마워요.
릭사엘:(누가 보아도 방어적이고 거리 두는 자세를 취하는 네 모습에 찬물을 맞은 것처럼 손끝이 굳는다. 겨우겨우 티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더, 하고 싶어? 피곤하면... 오늘은 이만 잘까...?
유스텐:(고개를 저으며) 으응 , 축제에서 엄청 열심히 즐겨서 그런가. 피곤하네요.
릭사엘:...하긴, 오늘 참 많은 일이 있었지
(가만히 잠옷 상의를 끌어와 네 몸에 다시금 입혀주고는, 네 옆에 누워 가만히 가슴 위를 토닥여준다) ...옳지, 내 사랑. 예쁘다. 잠들 때까지 토닥여줄게, 편히 자.
유스텐:(복잡한 감정을 들키지 않으려 네 가슴팍에 고개를 묻는다) ... 잘 자요, 릭스.
릭사엘:...응, 좋은 꿈 꿔. (네 사랑스러운 이마에 살짝 입술을 찍어누르고 너를 다정하게 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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