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LA에서의 첫날
시간을 보면 이미 오전 7시가 훌쩍 넘어있습니다.
유스텐:(한 쪽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상체만 일으킨다. 아직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으응... 하암 -
릭사엘:(옷 소매의 커프스 단추를 매다가 너에게 가까이 다가오며) 이제 일어났군. (가볍게 이마에 키스한다)
유스텐:(감은 눈이 잔잔하게 떨리며 네 입맞춤을 만끽하다 시계를 보고 깜짝 놀란다) 헉... 7시?! 새벽예배는요?! 어떻게 됐어요? (안절부절) 미안해요. 씻겨주기로 해놓고 하루만에 빼먹다니...
릭사엘:(안절부절하는 너를 사랑스럽게 내려다보며) 괜찮다, 오늘 새벽 예배는 대사제에게 맡겨 대신 처리하라고 했으니. 우리가 여행을 가 있는 동안엔 그가 예배를 대신 진행해줄 거다.
그리고 사실 나도 방금 일어났어. 늦잠을 자니까 몸 상태가 괜찮군.
유스텐:(안도의 숨을 내쉬며 긴장이 탁 풀린 듯 어깨를 늘어뜨린다) 휴우 - 다행이다. 전 또 릭스가 저 때문에 꼬질꼬질한 상태로 예배한 걸까봐 걱정했잖아요.
평소에 몇 시간을 자는 거길래 이게 늦잠이라고 하는 거예요...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 곰곰이 생각하다가) 크게 생각 안 하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까 당신 너무 조금만 자는 것 같아요.
릭사엘:괜찮다. 난 보통 사람이 아니니까. (잠에서 갓 깨어 부스스한 네 머리카락을 넘겨주다 그 끝에 살며시 키스한다)
그보다 조금 서둘러 일어나는 편이 좋겠어. 여행 채비는 사제들에게 맡겼었다만, 이동 시간을 고려하면 저녁에는 도착해야지.
유스텐:그래도 피곤함을 느끼는 이상, 평소 수면 시간을 더 늘려도 될텐데... '밤에 내가 먼저 일찍 자자고 해야 하나.'
헉... 그렇게나 오래 걸려요? (말하면서 후다닥 침대에서 일어나며 우왕좌왕한다) 뭐, 뭐부터 해야 하지? 씻을 시간은 있나? 바로 옷 입고 나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머리를 부여잡으며) 으으... 여행 너무 오랜만이라 바보가 된 것 같아요.
릭사엘:...여기서는 전용기로 약 6시간 정도 걸려. 그렇게까지 서두르진 않아도 돼. 일단 씻는 것부터 할까?
유스텐:그래야겠어요. 물만 묻혀야겠다. (서둘러서 욕실로 갈 준비를 한다)
릭사엘은 허둥지둥거리는 당신을 그윽하게 바라보며
곧 다시 방에 돌아오자 전에 보지 못한 소형 캐리어가 놓여 있습니다.
유스텐:으아아 - 빨리 해야 해. 빨리 ! (혼자서 부산스럽게 뛰어다니며 뭘 챙겨야할지 왔다갔다 하다가 소형 캐리어를 뒤늦게 발견한다) 어? 이게 뭐지?
릭사엘:(네 뒤에서 정수리를 천천히 쓰다듬어주며) 필요한 옷이나 속옷, 기본 소지품은 사제들이 이미 캐리어에 싣고 갔다. 이건 더 챙길 게 있다면 챙기라고 놓고 간 모양이군.
(달칵 안을 열어본다) 안에 아무것도 없네.
유스텐:정말요? 아... (감동했는지 찌잉 - 하는 얼굴로) 너무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그, 근데 뭐 챙기지? 어... 카메라?
릭스는 남는 카메라 있어요?
지금 핸드폰은 중고로 살 때부터 렌즈 부분이 살짝 깨져서...
릭사엘:카메라... 내가 따로 구비해둔 것은 없다만 신전 소유의 것들이 몇 개 있으니 가져오라고 하지.
더 챙길만한 건?
유스텐:음... 필요한 건 사제분들이 이미 다 챙겨주셔서 딱히 없어요.
릭사엘:흠... 그런가? 그러면 이거나 가져갈까 싶군. (너에게 검은색 버튼이 달린 소형 전자기기를 내민다)
유스텐:응? (얌전히 네게 전자기기를 받고 요리조리 살펴보다가) 이게 뭐예요?
누르면 소리라도 나요?
유스텐:(미심쩍은 얼굴로) 조금만 있다 올 건데 이걸 쓸 일이 있을까요?
릭사엘:이단의 인간들은 위험하다. 방심할 수 없지.
유스텐:으음... (교단에서의 첫 날과 의식들을 떠올리다가 어중간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뭐라 반박할 마음이 들지만 괜히 여행가는 날에 그러고 싶지 않아 얌전히 전자기기를 챙기기로 한다)
릭사엘:(네가 곱게 받아 챙기는 것을 보다가, 테이블 위에 놓인 옷을 가져오며) 사제들이 대부분의 옷을 캐리어에 실어가고 오늘 입을 옷만 여기 남겨뒀더군. 이리 와, 입혀줄 테니.
유스텐:이, 이건 교단에서 입는 옷도 아니라 저도 혼자서 잘 입을 수 있어요!
릭사엘:(입혀주고 싶었는데...) 음. 알겠다. 그럼 나는 내 옷을 입지.
유스텐:(네게서 옷을 받아들며) '뭔가... 매몰차게 거절한 느낌인데... 그, 그치만 매번 입혀지면 신부가 아니라 애가 된 것 같단 말이지...' 그래요.
옷을 받아들자 산뜻한 연하늘색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연하늘색과 화이트 조합의 스트라이프 니트 폴로 상의와
베이지색 리본이 묶인 하얀 버킷햇이 있습니다.
유스텐:'이, 이거 맞나?' 너무 산뜻한 거 같은데.
'대체 이걸 누가 골라준 거야?'
릭사엘:(제 옷을 입느라 옷을 반쯤 벗은 상태로) 왜 그러고 있어?
유스텐:옷이 너무 ... 뭐랄까, 발랄한 것 같아서요.
(두 손을 내저으며) 시, 싫다는 뜻은 아니고 어색하다고 할까... 이렇게 밝게 입은 적이 거의 없어서...
릭사엘:그런가? 여행이니 산뜻한 차림으로 준비하게 시켰는데.
(네가 들고 있는 옷의 천을 얼굴 가까이 대어보며) 색도 그대 안색에 잘 맞고 귀여우니 입어봐라.
유스텐:그래요? 으음... (네 말에 솔깃해져 슬쩍 손을 내밀어 옷을 가져간다) 고, 골라주신 정성이 있으니까...
거울을 보지 않아도 온몸에서 흰 빛이 반사되는 것 같네요.
유스텐:(이런 차림이 어색한지 고개를 숙여 옷 끝을 살짝 잡아당겨서 빤히 쳐다본다) '거울이 없어서 잘 어울리는지, 이상한지 모르겠네.' (너를 바라보며) 어, 어때요?
유스텐:(고개를 돌려 뒤쪽도 살펴보며) 이상하진 않아요?
릭사엘:...전혀. (귀여워서 속이 덜그럭거리는 기분이 든다)
유스텐:다행이다... (눈을 반쯤 내리깐 채 수줍게 웃으며) 누가 골라주셨는지 모르겠지만, 신기하게 옷이 딱 맞네요.
릭사엘:(속으로 참을인을 괜히 새기며, 네 호신기기를 네 바지 허릿단의 혁대 끈에 마주 걸어준다)
잠시. 나도 옷 좀 입지.
유스텐:... (슬쩍) 이러니까 뭔가... 릭스가 내 보호자가 된 것 같아요.
유스텐:배우자라기보단... 제가 미아가 될까봐 호신용품 달아주는 아빠를 보는 것 같달까.
릭사엘:(옷을 마저 입다가 덜그럭거리며) ...또 아빠 소리를 하려고?
유스텐:그치만 릭스가 해주는 거 하나하나 생각해보면 배우자라기보단 완전 아빠같은걸요!
유스텐:어... (네가 아무런 말이 없자 다급하게 말을 돌리며) 그, 그래도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아빠이면서 배우자! 같은 거죠. 하하...하...
...
'망한 것 같은데 이거'
릭사엘:...음. 그래. (민망한 듯 서둘러 상의 단추를 채우고 바지를 입고 신발을 신는다.)
유스텐:'어떡해... 기분 안 좋은가봐.' (땀을 삐질삐질 흘리다가 네 옷자락 끝을 살짝 붙잡으며 올려다본다) 혹시 기분 상했어요...?
릭사엘:그런 거 아니다. (주섬주섬 남은 옷을 뒤지다가 멈칫한다. 이게... 왜 여깄지.) 릭사엘:... (말 없이 무언가를 들어올린다)
유스텐:(눈을 크게 뜨며 깜빡인다) 선글라스네요?
릭사엘:...참, 나의 종들은 장난기가 심하군. (이걸 어쩌나 고민하다가 얼굴에 써본다)
유스텐:오... (눈을 반짝이며) 완전... 누가 봐도, 멀리서 봐도 여행가는 사람 같아요. 그것도 엄청 신난!
릭사엘:... (민망한 얼굴로 다시 선글라스를 벗으며) 이런 건 한 번도 안 써봤는데, 어디서 난 건지 모르겠군.
유스텐:(쿡쿡 웃으며) 사제분들이 일부러 챙겨주신 것 같은데, 그냥 쓰고 가는 게 어때요?
릭사엘:(고민하다가 대충 접어 넥라인에 꽂는다) 좀 더 생각해볼게.
유스텐:힝...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잘 어울리는데...
릭사엘:... 뭔가... 색이 너무 산뜻하군.
유스텐:어째... 저랑 비슷한 느낌인 것 같은데.
유스텐:'사제분들이 더 신난 것 같은데, 기분탓인가.'
'캐리어에 설마 이상한 거 안 들었겠지?'
릭사엘:(가만히 제 옷차림을 내려다보며) 나에겐 원래 이런 색의 셔츠가 없었을 텐데... 대체 언제 사왔는지.
릭사엘:내가 이런 옷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걸 알 텐데... (이 녀석들... 아주 대신 신났군)
유스텐:마음에 안 드세요? 잘 어울리는데...
릭사엘:...원래 입던 것이 아니라 어색해서 그래. 어쩌겠어. 이대로 입고 가야지.
유스텐:(다시 한 번 제 옷과 네 차림을 번갈아보며 툭) 저희 뭔가 커플룩 같지 않아요?
릭사엘:(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나마 커플룩 같으니 참고 있지.
유스텐:(귀끝이 빨개진 채로) ... 누구랑 이렇게 맞춰입은 건 처음이라 묘하네요. (너를 쳐다보며) 이번 여행 벌써부터 재밌을 것 같아요.
릭사엘:(참을인을 두 번째 새기다가) ...벌써 오전 10시니 슬슬 출발할까. 전용기 공항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니, 식사는 이동하면서 간단하게 하지.
유스텐:응! (네가 잡으려 하기도 전에 먼저 네 손을 깍지끼며 앞장 서기 시작한다) 어서 가요!
릭사엘:(갑자기 손에 맞닿은 온기에 멈추었다가 피식 웃어버리며) 그래.
조용한 청명함 속에서 활주로 끝에 멈춰섭니다.
당신들을 안내하며 전용기 계단 앞에 세웁니다.
선체에는 교단의 상징인 팔각성이 새겨져 있습니다.
계단 아래에서 승무원이 정중히 고개를 숙입니다.
릭사엘은 그런 이들을 뒤로 하고 당신의 허리에 손을 얹은 뒤
하얀 금속 계단 위로, 한낮의 투명한 햇살이 번집니다.
유스텐:(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크게 뜬 채 눈동자가 이리저리 빠르게 굴러간다. 눈이 벌어진 만큼이나 입도 크게 벌린 채 연신 "와" "우와아 -" 소리만 해댄다. 그러다 승무원의 인사에 다급하게 과할 정도로 예의바르게 직각으로 숙여 인사하다가 네게 끌려간다)
릭사엘:(격렬하게 반응하는 너를 보다가 서둘러 기내로 이끈다. 이렇게 귀여워서야 원... 남에게 보여줄 수가 없겠어)
고급 원목과 라이트 베이지 톤으로 맞추어진 인테리어에서
푹신한 리클라이너 소파와 연한 조명이 당신들을 맞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이미 웰컴 샴페인이 준비되어 있고,
창밖으로는 끝없이 펼쳐진 활주로가 푸른 하늘과 맞닿아 있습니다.
릭사엘:(너를 리클라이너 소파에 다정하게 앉히고는) ...그렇게 신기해? 눈 크게 뜨고 구경하고.
유스텐:(두 손을 주먹쥐고 고개를 연신 끄덕인다) 네! (머뭇거리다가) 저... 사실 비행기 타보는 건 처음이거든요. 이런 전용기도 TV에서만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엉덩이를 들썩이며) 소파가 엄-청 푹신푹신해요, 릭스! 여기서 잠도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릭사엘:(엉덩이를 들썩이는 네 모습을 보다가 이마에 살짝 키스하고, 옆 소파에 앉으며) 원래 그런 용도야. 졸리면 눈을 좀 붙여라.
(주위를 둘러보다가 웰컴 샴페인이 눈에 들어와 자세히 관찰한다)
두 개의 크리스탈 샴페인 플루트가 세팅되어 있습니다.
순백의 린넨 냅킨 아래, 금테가 둘러진 아이스 버킷에
유스텐:(정확히 어떤 샴페인인지는 모르지만 아이스 버킷에 잠긴 샴페인을 두 손으로 꺼내보이며 반짝이는 눈으로 너를 쳐다본다) 우리! 첫 숙박여행 기념으로 이거 마시는 거 어때요??
릭사엘:마시고 싶어? 그래. (손짓으로 뒤에 서 있던 승무원을 부른다)
당신에게 샴페인 잔을 내민 뒤 그 안을 채워줍니다.
유스텐:(잔을 얼굴높이까지 들어올려 가까이서 거품이 올라가는 것을 유심히 관찰한다) 오오...
'캔맥주만 마셔보고 샴페인은 처음 마셔보는 건데, 괜찮으려나?'
릭사엘:(제 샴페인 글라스도 천천히 채운 뒤 네 잔에 대고 가볍게 쨍 부딪힌다. 살며시 웃으며) 마셔봐.
유스텐:(잔에 담긴 샴페인을 머뭇거리듯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냥 마시면 되나?' (슬쩍 눈치보듯 네쪽을 힐끔거리다가) '에라, 모르겠다. 맥주 마실 때처럼 마시면 되겠지.' (고개를 뒤로 젖히며 잔을 원샷으로 쭉 들이킨다. 생각보다 탄산이 아닌 쓴맛이 강하게 느껴져 눈을 꾹 감은 채 눈썹을 찌푸린다) 므으으...
릭사엘:(우아하게 잔 끝에 입술을 누르고 손을 기울이려다, 한번에 들이키는 네 모습에 아연실색해 잔을 내려놓으며) ...유스?
유스텐:(생각보다 엄청난 알콜맛이 강하게 목을 괴롭히자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입술에 묻은 샴페인을 아무렇게나 손등으로 닦아내며) 으윽... '이게... 어른의 맛인가?'
'어른의 맛? 아니, 부자들의 맛?' (스스로도 뭔 생각을 하는 건지 알쏭달쏭해한다)
릭사엘:...못산다. (촉촉해진 네 입술을 냅킨으로 부드럽게 닦아주며) 그걸 왜 원샷으로 마셔.
유스텐:이렇게 마시는 거 아니에요? 맥주랑 같은 술이니까 비슷하게 마시면 될 거라 생각한 건데...
릭사엘:... (네 손에 쥐인 샴페인 잔을 부드럽게 고쳐매어주고는, 다시 샴페인 병을 기울여 아주 약간만 잔에 따른다. 그리고는 잔을 든 네 손등에 제 손을 겹치며) 그렇게 마시지 말고, 음미하듯이 마셔봐라. 입에 한 모금을 머금고 서너 번 혀로 섞듯이.
유스텐:(얼굴이 살짝 붉어지고 눈을 가늘게 뜬 채 네 말을 듣는 듯 하다가 끝에 말만 알아듣는다.) 서너 번 혀로 섞으라고요?
유스텐:(잔을 든 손을 옆으로 치우고 취기가 돋은 상태로 네 입술에 입을 맞춘다. 고개를 살짝 비틀어 다문 입술 사이로 혀를 밀어넣고 네 혀와 맞붙는다. 네 혀에서도 쓴맛이 느껴져 목구멍에서 앓는 소리를 낸다) 으응...
릭사엘:(갑작스럽게 맞붙는 네 입술에 놀라다가 자연스럽게 네 키스를 받아들이고 혀를 맞섞는다. 네 입술 사이로 새는 자그마한 신음에 가슴이 어쩐지 크게 요동친다. 부드럽게 네 뒷목을 감싸쥐고 조금 더 끌어당기자 숨이 조금 탁해지기 시작하다가, 이윽고 입술이 떨어지자 큰 한숨처럼 토해져 나온다) 하아... 뭐해.
유스텐:(살짝 어눌해진 발음으로) 하아... 아까 혀로 섞으라고 했잖아여. 이거 아니에여?
릭사엘:(샴페인과 뒤섞인 타액이 묻은 제 입술의 물기를 혀로 훔쳐내며) ...샴페인을 마시라고 했지 입술을 먹으라고 한 건 아니었어.
유스텐:아 ~ ( 말을 길 - 게 늘어뜨리더니 갑자기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등받이에 푹 기댄 채 키득거린다.) 그렇구나아...
릭사엘:...설마 그거 한 잔 마셨다고 취했나?
유스텐:(단호하게 인상을 쓰며 너를 노려본다.) 아니거든여!!!!!
더 마실 수 있거든여!! (아까 설명해준 건 전부 다 까먹었는지 호기롭게 오른손에 든 잔을 또 원샷 때려버린다 (...)) 크으으 -
릭사엘:... (네 손에 들린 샴페인 잔을 뺏어 멀찍이 내려두며) 분위기 잡으려고 마시자는 줄 알았더니, 꼬장 부리려고 마실 줄은.
유스텐:꼬장이라녀...딸꾹, 아니거든요 - (뺏긴 샴페인 쪽으로 팔을 뻗으며) 왜 제꺼 가져가여 - 내놔요 -
릭사엘:...곧 이륙하니까 기다려. 잔 엎을라.
유스텐:(잔을 뺏긴 게 엄청나게 서러운 듯 입술을 삐쭉 내민다) 치...
(궁시렁궁시렁) 자기만 혼자 다 마시려고 그러는 거죠?
너무해.
릭사엘:...내가 그대 몫을 왜 다 마시겠어. 그리고 난 아직 한 잔도 안 마셨다.
(손에 든 잔을 뭉근히 돌려 찰랑이는 액체를 보여준다)
유스텐:내가 아까 얼마나 채웠는지 다 알거든여!!! (인상을 팍 쓰며 액체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조금 줄은 것 같은데...?
(머리가 왼쪽으로 살짝 기울어지며) 아닌가...? 뭐지...? (반눈을 뜨며) 잔이... 잔이 기울어지고 있어요! 뭐야, 릭스 당신도 기울어지고 있어여...
릭사엘:(잔을 내려놓고 기울어지는 네 머리를 받쳐 소파 등받이에 눕히며) 어휴...
당신이 릭사엘과 얼마나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까
엔진이 서서히 동력을 올리며 낮게 울리기 시작합니다.
활주로 끝자락, 멀어지는 지상 요원들의 손짓과
천천히, 그러나 흔들림 없이 활주로를 따라 나아가며
창공 속으로 날아오르는 감각에 릭사엘을 돌아보면
당신의 동그랗게 뜨인 눈을 바라보는 릭사엘의 표정이
유스텐:(시간이 지나서 살짝 취기가 가셨다) 와... 비행기 타는 건 이런 느낌이구나...
유스텐:음 - 온몸이 막 전율이 일어나는 느낌이랄까요? 찌릿하다? 짜릿하다? 그 사이 같아요.
유스텐:네. 릭스는 처음 비행기 탈 때 어떤 느낌이었어요?
릭사엘:글쎄. 신기했던 것도 같고 감흥이 없었던 것도 같고.
유스텐:그래요? (시무룩한 표정으로 어깨를 늘어뜨린다)
릭사엘:그래도 이렇게 신나 보이는 그대 모습을 보니 즐겁군. 내 몫까지 즐겨.
유스텐:알았어요. ... 사실, 지나가다 들은 건데 비행기 처음 탈 때가 첫키스 할 때의 느낌이래요.
릭스는 별 감흥이 없었구나...
릭사엘:...그게, 무슨 소리야. (황망함에 얼굴이 붉어진다) 아니야.
유스텐:(술을 마신 탓에 대담하게 얼굴을 불쑥 들이민다) 그럼 자기는 어떤 느낌이었는데요?
릭사엘:... (어땠...더라?) 부드럽고... 말캉하고...
유스텐:그래요? 음... (생각하는 듯 시선을 돌리다가 네 입술에 짧게 입을 맞추며) 지금은요?
유스텐:(실망한 듯 네 어깨에 머리를 푹 기대며) 흥...
릭사엘:(툴툴대는 네 정수리에 입술을 맞추며) 내 대답이 시원찮았나?
유스텐:네. 뭐가 어렵다는 건지...(툴툴) 더 해봐야 아나?
릭사엘:그런 것보단... (잠시 말을 고르다가) 누군가를 사랑하면 이런 기분이구나, 하는 생각.
(고개를 왼쪽 오른쪽으로 천천히 기울이며) 흐으으음 ...
릭사엘:그대는 나와 키스할 때 어떤 기분인데?
유스텐:(말없이 입술을 꿈지럭거리다가 네 시선을 피하며) ... '이걸 뭐라 표현하지?' 쥐가 난 것 같아요.
유스텐:귀랑 얼굴뿐 아니라... 온몸이 막 피가 쏠리는 느낌이에요.
유스텐:... (슬쩍) 키스 너무 많이 하면 큰일나겠다.
유스텐:둘 다 이런 느낌이면 한 쪽이 너무 좋아서 쓰러지면 어떡해요?
유스텐:(진지한 얼굴로) 많이 안 해봐서 아직 모르는 걸수도 있어요.
릭사엘:(잠시 고민하다가) ...그 논리면 섹스할 때 이미 쓰러지지 않았을까 싶은데.
물론 그대는 자주 기절했지.
유스텐:... 기절한 게 아니라 ! (무슨 핑계를 댈까 하다가) 명상했던 거거든요?!
유스텐:(인상을 팍 쓰고 뚱-한 표정으로 노려보다가 네 입을 막을 듯이 입을 맞추며) 아는 척 할 때마다 이렇게 입막음 할 거예요.
릭사엘:...너무 좋지. (네 입술을 헤집을 듯 깊게 키스하고 떨어진다)
유스텐:(홀린 듯 입맞춤을 받아들이다가 눈을 가늘게 뜨며 이상함을 느낀다) '? 좋으면 안되지 않나?'
... 아는 척 할 때마다 그날은 뽀뽀 안 해줄 거예요!
곤란한데...
릭사엘:겁 주지 말고 사랑해주면 되지. (네 뺨을 부드럽게 그러쥐고 짧게 입맞춘다)
유스텐:(키스 한 번에 마음이 확 누그러져버린다) 우응... '이걸 넘어갈까 말까...' 사랑하니까 내가 봐주는 줄 알아요!
릭사엘:응. 여보. (네 손을 끌어다 입가에 두고, 손등에 입술을 가지런히 찍어누른다)
유스텐:으으... (가슴이 간질거려 입술을 달싹이다가 네가 치운 잔에 손을 뻗으며) 저 술 마실래요.
아니, 안 취했거든요!
유스텐:... 조, 조금만 마실 거예요. 원샷 안 할 거예요.
게다가 아까는! 처음 마셔봐서 그런 거라고요!
릭사엘:입에 안 맞는다고 하더니, 잘만 마시고. 그대는 참 신기해.
샴페인 대신 칵테일을 내오라 해도 되는데, 그렇게 할까?
릭사엘:내가 말려도 마실 거라면, 이왕이면 그대 입에 맞는 걸 마시라는 뜻이야.
유스텐:'다 술인데 뭐가 맞는다는 거지?' 음... 그래요.
기체 아래로 유유히 떠가는 구름을 내려봅니다.
승무원이 곧 칵테일 두 잔을 내와 내려놓습니다.
유스텐:(향기를 한껏 들이키며 눈동자가 커진다) 이거 술 맞아요? 엄청 달달한 향이 나는데.
릭사엘:그대는 과일 음료를 좋아하니, 입에 맞을 거다. (잔을 들어 네 잔에 쨍 부딪히며) 마셔봐라.
유스텐:(아까처럼 잔을 빤히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이번에는 한 모금만 들이킨다)
새콤달콤한 복숭아의 향기와 크랜베리 주스의 산미가
유스텐:(생각보다 엄청 맛있어서 눈이 번쩍 떠진다. 자제하려는 듯 조금씩 마시다가 빠르게 잔을 비워버린다.) 어!
릭사엘:이 칵테일 생각보다 도수가 높을 텐데, 또 원샷을 해버렸군.
유스텐:너무 맛있어서 그만... 이렇게 맛있는 술도 있다니, 신기해요.
릭사엘:칵테일은 대체로 달콤하고 상큼해서 술에 취미가 없는 사람도 마시기 좋지.
취기가 금방 오를 수 있으니 잠시 쉬고, 더 마시고 싶으면 이따 한 잔 더 시켜.
유스텐:끄응... (아쉬운 마음이 들어 눈썹을 늘어뜨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요.
릭사엘:(시무룩해보이는 너를 슬쩍 바라보다가) 무알콜 칵테일은 마셔도 돼.
유스텐:흥, 저는 "어른" 이라서 그런 "어린애" 같은 것 안 마시거든요?
릭사엘:무알콜이 마시기 싫다면 취기가 내려갈 때까지 기다려야지, 하는 수 없이.
유스텐:(밑입술을 꾹 깨물고 노려보기도 하다가 네게 씨알도 안 먹히는 것 같아, 눈썹을 찌푸리고 불쌍한 표정으로 애원하듯 눈을 깜빡여보기도 한다)
유스텐:(검지손가락을 세우며) 따악 - ! 한 잔만 - ! 응? 한 잔만 -
릭사엘:...도수는 낮은 걸로. 더 타협은 안 돼.
유스텐:(툴툴) 이번 거 잔이 너무 쬐끄맣잖아요.
완전 한 모금이라고요!
릭사엘:한 모금처럼 마셔버린 거면서. (하여튼...) 알았다.
유스텐:(헤실거리며 뛸듯이 기뻐한다) 와 - 칵. 테. 일. 칵. 테. 일 - (흥얼거리며 또 뭐가 나올까 잔뜩 기대하며 발을 이리저리 굴린다)
릭사엘:(그런 너를 보며 한숨인지 웃음인지 모를 것을 잇새로 픽 흘리고는 승무원을 불러 칵테일 한 잔을 더 부탁한다)
당신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칵테일을 기다리고 있으면
이번에도 오래 지나지 않아 승무원이 칵테일을 들고 옵니다.
그 위에 얇은 멜론 슬라이스와 블루베리가 얹어져 있습니다.
멜론 사탕처럼 달콤하고도 풍부한 과일 향이 납니다.
유스텐:이번에도 엄청 음료수 같은 게 나왔네요? (의심스러운 눈으로 너를 보며) 몰래 무알콜로 주문한 거 아니죠?!
유스텐:먹어서 검사할 거예요! (그렇게 말하고는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다. 입술을 오물거리며 음미하듯 오른쪽 왼쪽 왔다갔다 하더니) 맛있다...
청량한 라임과 레몬 소다가 톡 쏘듯 상쾌하게 다가옵니다.
유스텐:(맛있어서 또 음료수처럼 벌컥벌컥 마시려다가 네 시선을 느끼곤 눈치보다 슬-쩍 한 모금만 마신다) 흠흠... 당신도 마셔볼래요?
릭사엘:난 단 걸 즐기지 않아서. 그대 마셔. 마시고 싶어했잖아.
유스텐:아, '그랬지, 참.' 알았어요. (조금씩 마시다가 어느새 절반까지 마셔버린 걸 뒤늦게 눈치채곤 아껴마시려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다) 릭스는 LA 를 잘 알아요?
릭사엘:몇 번 가봤지. 관광으로 갔던 건 아니라, 유명 명소는 잘 모른다.
유스텐:그럼 제대로 즐기는 건 이번이 처음이겠네요?
유스텐:정말요? 설마 ~ 저랑 같이 가는 거라서?
(귓가가 살짝 붉어진다)
유스텐:하하, 당신 귀 빨개졌어요. 귀여워라 -
릭사엘:...귀엽다는 말은 그대 같은 이에게나 쓰는 거야.
유스텐:자기도 꽤 잘 어울리는 단어 같은데...
유스텐:(대체 뭔 소리냐는 듯 얼굴을 잔뜩 찡그리다가 한숨을 푹 쉰다) 어휴 -
뻔뻔해요.
유스텐:그건 그렇긴 해요. ...분명 처음 봤을 때는 매사에 진지한 사람인줄 알았는데.
유스텐:(어이없어서 픽 - 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그런 걸로 해요, 그러면.
유스텐:으음 - (슬쩍 배를 바라본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물배 찬 것 같은데.' (고민하듯 고개를 뒤로 살짝 젖히며) 으음... '그치만 기내식 궁금한걸...'
배고프진 않은데, 기내식이 궁금해요.
릭사엘:그래? 그럼 일단 먹어보고 생각하지. 배부르면 남기면 되니. (승무원에게 기내식 준비를 이른다)
다른 승무원이 다가와 소파 앞의 테이블을 정돈합니다.
은빛 커틀러리와 크리스탈 글라스가 정갈하게 세팅됩니다.
뒤편으로 사라졌던 승무원이 트레이를 끌고 다시 나옵니다.
디저트로는 고급 리큐르를 적신 벨기에산 초콜릿 무스와
유스텐:와 - 이거 기내식 맞아요? 레스토랑에 온 것 같아요.
릭사엘:일반 기내식은 나도 잘 모른다. 나는 늘 이렇게 먹어서.
어서 먹어봐.
유스텐:'내가 아는 기내식은 도시락처럼 나오는 거였는데.' (네 말에 식기를 들어 스테이크부터 한 입 크기로 썰어서 먹어본다) 헉...
유스텐:너무... 맛있어요. 왜지? 비행기에서 먹는 거라 그런가?
어떻게 비행기 안에서 이런 음식이 나올 수 있지?
릭스 혹시... 주방장님도 같이 데려온 거예요?
...주방장을 데려왔을 리가. 그러면 교단의 사제들이 굶을 텐데.
신기하다... 여기서 살아도 될 것 같아요!
캠핑카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을 것 같아요.
릭사엘:그럼 다음엔 더 먼 곳도 가지. 그대가 원하는 곳이면 나도 같이 가겠다.
릭사엘:우주? 안 될 건 없다만 지상과 환경이 달라 적응 훈련만 반 년은 소요될 텐데.
거기 가면 우주복 입고 생활해야 하잖아요! 우주복 엄청 무겁다던데.
유스텐:수많은 문제 중 하나요.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조잘거린다) 또, 우주복 입고 있으면 당신이랑 뽀뽀도 못 하고, 물도 별로 없어서 생활하기도 불편할 것 같고, 음... 밥 먹을 때는 재밌을 것 같아요. 뭐든 둥둥 떠다닐 거니까! 또... 그 많은 사제분들을 데려갈 순 없으니까 사람이 없어서 심심할 것 같아요. ...(심각해진 얼굴로) 게다가 우주 갔다각 진짜 외계인 같은 거 있으면 어떡해요? 외계인이 저희랑 말이 통할지도 모르는 거고, 외계인이 우호적이지 않을 수도 있는 거고 (중얼중얼중얼)
릭사엘:다른 건 모르겠지만 외계인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텐데.
릭사엘:신께서 우리를 자신의 소유로 보전하실 테니까.
유스텐:크툴루 신화| 기준치: | 9/4/1 |
| 굴림: | 74 |
| 판정결과: | 실패 |
응당 알아야 할 것을 모르는 게 신기하다는 것처럼
유스텐:'내 남편이지만 신앙심이 엄청나단 말이야... 뭔 소린지 모르겠지만 죽어서 신의 품으로 돌아간다는 건가?'
릭사엘:...예배 때 이야기를 듣지 못했나? 기억이 안 나는 건가?
유스텐:(머리를 긁적이며 시선을 피한다) ...
유스텐:지능| 기준치: | 55/27/11 |
| 굴림: | 23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새벽 예배 당시... 머리가 어지러워 제대로 듣지는 못했지만
어렴풋이 이계의 신, 외항성의 주술 등을 들은 기억이 납니다.
유스텐:음... 그러니까, 외계인이 달려들어도 신께서 저희를 구해줄 거라고요?
릭사엘:교단에서 모시는 우리의 신이 외계의 신화생명체시지. 그분의 휘하에 있는 한 어떤 외계의 존재가 와도 우리를 해치진 못한다. 그랬다간 그분의 권능에 대항하는 꼴이 될 테니.
유스텐:오오... (분명 제대로 들었지만, 솔직히 현실감이 없어 멍-한 얼굴로 알아들은 척을 한다)
(삐질삐질) 아니이 - 일부러 안 믿는 게 아니라...
릭사엘:(문득 생각난 듯) 그러고보니 그대에게 내가 주술을 하나도 가르쳐주지 않았군. 그러면 믿지 못할 법도 하지.
유스텐:아, 그러고보니 저도 그런 걸 할 수 있다고 했죠. ...대가가 따른다고 들었는데.
릭사엘:그나마 대가가 적은 걸로 알려줄까 하는데. 어때.
릭사엘:그래. 그럼 간단하게 [지배] 주술을 알려주마.
유스텐:가, 간단한 거 맞아요? 이름부터가 무시무시한데.
릭사엘:타인을 조종하는 주술이긴 하지. 대신 반경이 10미터 이내여야 하고, 주술에 성공하려면 상대보다 정신력이 높아야 해. 유효 시간도 5분 가량으로 짧은 편이다.
유스텐:'쓸일이 있을까 싶긴 하지만 알아두면 좋을 것 같으니까.' 배울래요!
릭사엘이 승무원을 시켜 종이를 가져오게 시킨 다음
유스텐:SAN Roll| 기준치: | 45/22/9 |
| 굴림: | 81 |
| 판정결과: | 실패 |
지금껏 읽지 못했던 글자가 드문드문 해석되기 시작합니다.
유스텐:(내용보다 글자를 알아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며) 뭐지? 이런 언어는 배운 적이 없는데 무슨 뜻인지 보여요!
릭사엘:그대가 점점 나처럼 반신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겠지. 신기한가?
유스텐: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제가 외계인이 된 것 같아요.
릭사엘:주술을 알려줬더니 문자를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더 신난 것 같구나.
이왕 배웠으니 사용을 해보지 그래.
릭사엘:그래. 딱히 연습은 필요하지 않겠지만,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를 알아둬서 나쁠 건 없지.
유스텐:당신한테 이걸 쓸 순 없잖아요. 누구한테 이걸...
릭사엘:이 선체엔 그대와 나만 있는 게 아니지.
유스텐:(슬쩍 승무원을 바라보다가 혹시나 들릴까 귓속말로 속삭인다) 그치만, 저 분은 아무것도 안 하셨는데 이런 걸 막 써도 될까요?
릭사엘:이곳에 있는 승무원들은 모두 내 신도다. 설령 주술에 당하더라도 이의 제기를 하진 않지.
흠... 그래도 그대의 명령이면 주술이 아니어도 듣긴 하겠군. 효과를 확인하기 어렵긴 하겠어.
시험은 나중으로 미룰까.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
유스텐:좋아요. '으음... 이거 진짜 쓸 일이 있긴 할까?'
릭사엘:로스앤젤레스 여행을 위해 캘리포니아까지 가는 김에, 마지막 날에 라스베이거스에 가는 건 어때. 거기서 한 몫 챙겨오지.
유스텐:(남은 칵테일을 마시다가 픕 - 하고 사레들릴 뻔 한다) 켁, 켁켁... 자, 잠깐만... 그... 제가 잘못 알아들은 것 같은데요.
릭사엘:전달이 잘 안 됐나 보군. 카지노에서 지배의 주술로 딜러를 조종해 칩을 따와 보라는 얘기였다.
그, 그거 불법 아니에요???
라스베이거스에서 불법을 따지는 것만큼 소용없는 일도 없지.
유스텐:그건 그렇지만... 지배가 안 먹히면 어떡해요? 그, 그리고 도박으로 돈을 모을 생각은 없었단 말예요!
날리면 안 되잖아요!
릭사엘:그건 그대가 정할 몫이지. 나는 100만 달러 정도를 추천한다만, 그대는 그 정도 돈을 잘 운용하지 못할 것 같군.
아무리 그래도 도박은 좀...
유스텐:정당하게 벌은 돈이 아닌 것 같아서, 하면 안 되는 짓을 한 기분이랄까...
릭사엘:그 카지노에 있는 자들은 모두 정당하게 벌고 싶지 않아 방문한 자들이지. 그대만 고고하게 자리를 지키면 물어뜯길 뿐이야.
유스텐:끄응... 그럼 나쁜 사람을 찾아서 해볼게요.
릭사엘:그래. 그러면 여행 마지막 날 저녁에 라스베이거스에 들르는 것으로 하지. 이견 없지?
유스텐:네... '살다살다 내가 도박장에 발을 들이게 될 줄은 몰랐네.'
멀리 라스베이거스의 흔적처럼 반짝이는 불빛도 보이네요.
활주로의 조명이 규칙적인 간격으로 반짝이고 있습니다.
활주로를 따라 기체는 한참을 앞으로 이동하며 나아가고
이윽고 활주로의 끝이 머지 않은 곳에 정지합니다.
릭사엘:(네 손을 부드럽게 쥐고) 여행 즐길 준비 됐어?
유스텐:(벌써부터 설렘으로 가득 차 두근두근거리는 마음을 뒤로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네!
당신의 손을 붙잡고 천천히 좌석에서 일어납니다.
두 사람만의 아늑했던 전용기의 문이 열립니다.
전용기 실내에서 비친 빛으로 인해 두 사람의 인영이
고개를 들어보면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을 거니는 이는 승무원과 직원들뿐이네요.
릭사엘:(네 손을 부드럽게 잡고 계단을 내려오며) 시간이 늦었으니 호텔부터 체크인하러 가지.
유스텐:좋아요. (뒤에 있는 승무원에게 또 인사를 하려 뒤돌아서 짧게 고개를 숙인다)
릭사엘:(네 손을 잡고 이미 대기되어 있는 SUV로 향한다)
당신이 릭사엘의 손길에 이끌려 차량에 탑승하면
깔끔한 검은 가죽으로 된 시트가 몸을 감싸안습니다.
릭사엘은 승무원들을 시켜 수하물을 트렁크에 싣게 하고는
선글라스를 쓴 차량 기사가 뒷좌석의 유리창을 내려줍니다.
바다 내음이 배어있는 듯한 공기가 뺨을 스칩니다.
누가 보아도 열대의 기운이 물씬 풍기는 바람에서
야자수와 코코넛 향기가 나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유스텐:(바다 내음을 맡으며 창가에 가까이 다가가 계속해서 바뀌는 풍경들을 구경한다.) 와... 진짜 바다다...
차량은 매끄럽게 공항의 프라이빗 터미널을 빠져나갑니다.
각종 네온사인 간판과 고가도로 위의 LED 전광판이
도로 양 옆으로 야자수가 한 폭의 그림처럼 늘어서 있습니다.
릭사엘:시간이 늦었으니 바다는 내일 가고, 오늘은 푹 쉬지. 바다 전망 객실을 비워두라고 했으니 객실에만 있어도 파도 구경은 충분할 거야.
유스텐:아 - ( 아쉬운 듯한 탄식을 내뱉다가 "바다 전망"이라는 말에 얼굴이 다시 밝아진다.) 제가 당신 말고 파도 구경만 해도 불평하지 않기에요?
릭사엘:...신혼 여행 와서 정말 바다만 볼 건가?
명색이 신혼 여행인데.
유스텐:'"신혼 여행"이라는 단어를 두 번이나 꺼냈네... 릭스도 신났나 보다.' 음... 뭐하고 싶은데요?
릭사엘:딱히 하고 싶은 게 있는 건 아니지만 신부가 바다만 보고 있으면 섭섭하지.
유스텐:하하, 그건 그렇겠네요. 내 남편이 섭섭할만 하네요.
그럼 같이 바다 보면서 간식이라도 먹을까요?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영화 속 한 장면 같습니다.
잔잔한 파도는 달빛을 받아 유리처럼 반짝입니다.
아름다운 야자수들이 바람 따라 느긋하게 고개를 흔드네요.
그럼에도 차량은 꾸준하게 해안선을 미끄러져 나아갑니다.
순백의 건축미가 돋보이는 호텔이 유려하게 반짝입니다.
호텔의 익스테리어는 파도를 연상시키는 섬세한 곡선으로 감싸여 있고
바다를 향해 활짝 열린 발코니마다 유리가 별빛처럼 반짝입니다.
순백으로 빛나는 대리석 로비가 시야에 들어옵니다.
로비 중앙의 분수에서 향긋한 유칼립투스 향이 퍼지고 있고
천장에는 금빛 샹들리에가 로비 내부에 빛의 파문을 퍼뜨리고 있습니다.
호텔명은 'Hotel La Solar'인가 보네요.
유스텐:(예상했던 것보다 엄청나게 고급진 호텔이 보이자 눈이 휘둥그레진다. 릭스의 옆구리를 슬쩍 건드리며 말을 더듬는다.) 릭스, 분명 교단 소유 호텔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유스텐:생각보다 엄-청 평범한 호텔 같아요, 아니 시시하다는 그런 뜻이 아니라, 교단 소유라고는 생각이 안 될 것 같달까...
릭사엘:정확히는 교단의 소유보다는 내 소유라고 보는 게 맞겠지만, 그게 그거지. (차량 문을 닫고 네 손에 깍지를 끼며) 들어갈까. 체크인하지.
유스텐:네... 네??? (교단 소유가 아니라 "내 소유" 라는 말에 입이 떡 벌어진다.)
릭사엘:(그런 네 반응은 보지 못하고 오픈되어 있는 호텔 로비로 들어선다)
조용하고 정돈되고 고아한 분위기가 풍기는 로비 안쪽에
단정한 유니폼에 흰 장갑까지 갖춘 프론트 데스크 직원이 보입니다.
매니저의 저자세에 뒤에 있던 모든 직원이 고개를 숙입니다.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라샤토그 님. 환영합니다."
매니저가 이미 준비해 뒀다는 듯 객실 카드키를 건넵니다.
"펜트하우스 스위트에 준비를 마쳤습니다. 와인 온도와 침구 종류는 기존 선호대로 준비해두었습니다."
유스텐:(멍-한 얼굴로 이리저리 호텔 내부를 바라보다가 저를 바라보는 시선에 깜짝 놀라 저를 가리킨다) 에, 에? 저, 저요?
(고민하다가 주위를 둘러본다. 사람이 너무 많아 매니저에게 손짓하며) 잠시 귀를 좀...
(소곤소곤) 여기 혹시 방에서 소리 잘 안 새어나가죠?
당신의 질문에 매니저는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최고급 방음 시설을 갖추었다는 얘기도 빼먹지 않네요.
릭사엘:...체크인하면 필요한 정보는 모두 서류로 줄 거야.
일단 올라가지.
매니저가 우아한 몸짓으로 당신들을 안내합니다.
오른쪽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탑승하려나 생각하고 있으면,
그는 당신들을 복도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안내합니다.
엘리베이터는 버튼을 누르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 열리고
부드러운 진동과 함께 향긋한 내음을 풍깁니다.
엘리베이터 안에 탑승하고 나니 버튼은 하나뿐입니다.
매니저는 체크인 서류 대신 태블릿 하나를 들고 뒤에 조용히 대기합니다.
호텔의 가장 높은 층에 자리한 완벽한 고요가 당신들을 맞습니다.
벽은 아트월처럼 구성된 간접 조명으로 밝혀져 있습니다.
그 중심에 흑단색 도어 하나가 빛나고 있습니다.
유스텐:'응? 나, 나보고 열으라는 건가?' (슬쩍 눈치를 보다가 문을 열어본다)
문을 열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거대한 전면 유리창입니다.
태평양의 수평선이 밤하늘과 맞닿아 그림처럼 펼쳐지고
은은하게 밝혀진 조명에 바닥과 가구가 금빛에 물들어 있습니다.
유리창 앞에 고요히 놓은 그랜드 피아노가 반짝입니다.
불어오는 바람에 따라 커튼은 천천히 일렁이네요.
거실 중앙에는 아르데코풍 가죽 소파와 벽난로,
벽걸이에 거대한 플랫 스크린 TV가 있습니다.
"와인은 오너님께서 좋아하셨던 프랑스산 빈티지로 채워두었습니다. 피아노 조율도 오늘 오전에 마쳤으니 사용하셔도 됩니다."
유스텐:어? 여, 여기가 진짜 저희 방이라고요?
유스텐:네... 아까 로비에서부터 놀라서 무슨 정신으로 여기까지 온 건지도 모르겠어요.
당신의 놀란 모습에 매니저는 부드럽게 미소짓더니
다이닝룸과 베드룸, 욕실, 서재, 프라이빗 테라스도 있으니
둘러보시고 싶은 순서대로 설명을 드리겠다 이야기합니다.
유스텐:'이상하다... 내가 아는 호텔이랑 다른데, 침대랑 씻을 곳만 있는 게 호텔 아녔나?' 어...
베, 베드룸?
"네, 베드룸부터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따라오시죠."
당신은 매니저를 따라 거실의 오른쪽으로 이동합니다.
둘이서 누워도 한참이나 남을 듯한 킹사이즈 침대에
침대 옆엔 와인 한 병과 진주색 리본이 달린 환영 카드가 놓여 있습니다.
유스텐:헉 ! 진짜 바다가 보이네요? 우와 - (눈을 반짝이며 창가를 바라보다가) 프라이빗 테라스는 어떻게 생겼나요?
당신의 말에 매니저는 이곳의 루프탑이 절경이라며
방금 건너왔던 복도의 끝, 거실 뒤편의 다른 복도로
옆에 선베드와 파라솔, 소형 바비큐 존이 보입니다.
해변가에서 밀려오는 파도 소리가 시원하게 귓등을 때립니다.
유스텐:수영장까지 있다니... 수영하면서 바다도 볼 수 있다니... 심지어 바비큐까지 먹을 수 있다니... '여기가 바로 천국인가?!'
릭사엘:내가 좋은 곳으로 데려온다고 했잖아. 난 거짓말 안 해.
유스텐:조금만 있다 가기엔 너무 천국 같은 곳이네요....
평생 살고 싶다 -
릭사엘:이곳은 내 소유의 호텔이니 실거주를 해도 크게 상관은 없지만, 신전에서 이곳까지는 거리가 너무 멀어.
유스텐:그건 그렇죠... 당장 비행기로만 해도 6시간 정도 걸렸으니.
저 여기 두고 가실래요?
뭐?
눈 뜨면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일어나고 먹고 잘 수 있다니, 여기가 바로 천국이잖아요!
유스텐:... (말이 없어진 너를 슬쩍 눈치보듯 흘끔거리다가) 노, 농담이에요.
제가 자기 없이 여기서 혼자 놀아봤자 뭐해요...
릭사엘:농담 아닌 것 같던데. 나야, 이 호텔룸이야.
선택해.
유스텐:유, 유치하게 그런 걸 선택하라고 하시면 어떡해요!
릭사엘:방금 전에 여기 두고 나 혼자 가라며.
...(삐질) 저 혼자서 여기 남아서 뭐해요.
유스텐:'어쩌지... 귀엽다.' (슬그머니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것을 가리려 입을 막는다) 습 - 에이 , 나는 자기밖에 없는 거 알잖아요.
유스텐:안 믿으면 큰일나요, 저희 신혼 여행으로 온 건데!
릭사엘:...그러는 그대야말로 신혼 여행을 와서 남편을 버린다는 선택지를 장난으로 들먹였으면서.
버, 버린다고 하진 않았거든요!
릭사엘:여기서 평생 살고 싶다며. 그게 그거지.
나 혼자 신전으로 돌아가라고도 하고.
유스텐:그거야...! (밑입술을 빨아당겼다가 떼며) 음... 기왕이면 당신이랑 같이 사는 게 제일 좋죠! 근데, 당신은 바쁘니까... (입이 바싹바싹 마른다. 말할수록 점점 네 표정이 안 좋아지는 것을 보고는 입을 꾹 다문다.) ... ...
미안해요.
릭사엘:...알면 됐다. 나도 마음에 더 담아두진 않을 테니.
다른 곳도 더 봐.
유스텐:그러면... 욕실 보고 싶어요. (매니저가 뒤를 도는 사이 슬쩍 네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작게 속삭인다.) 봐줘요, 응?
릭사엘:(갑자기 입술이 닿았다 떨어지는 뺨을 가만 문지르며, 귀가 살짝 붉어진 채로) ...그래.
매니저가 테라스 옆에 딸린 욕실 문을 열어 보여줍니다.
마찬가지로 바다를 마주한 통유리 욕조가 놓여 있습니다.
옆쪽으로는 별도의 샤워부스와 어두운 대리석 이중 세면대가 놓여 있습니다.
그 옆에는 에르메스에서 제공하는 고급 어메니티도 정렬되어 있네요.
"욕조는 일몰 시간에 맞춰 자동으로 데워지도록 설정했습니다."
"다른 시간대를 원하신다면 언제든 프런트로 연락주십시오."
유스텐:헉 - '토, 통유리??? 이거 다 보이는 거 아니야??!'
씻는데 막 다 보이는 거 아니에요?!
릭사엘:여긴 최상층이라 다른 곳에서 보일 위험 없으니 안심해.
갑자기 궁금해서 그러는데, 릭스는 여기를 왜 산 거예요?
릭사엘:막 교단의 세력을 넓힐 때, 연예계나 정치계 거물과 인맥을 형성할 필요성을 느꼈지. 그래서 상류층을 위한 고급 접대 서비스를 고안했어. 그리고 이곳은 산 게 아니라 지었다.
유스텐:헉... 그럼 돈이 어마어마하게 들었을 것 같은데...
그럼 평범한 사람은 여기 예약 못해요?
아무래도 중산층 사람들은 예약조차 힘들지.
유스텐:그렇구나... 제가 아는 호텔이랑 많이 달라서 그랬어요.
(슬쩍) 아까 들어보니까 직원분들이 자기 취향을 다 아시던데, 여기 자주 묵었었어요?
릭사엘:마지막으로 온 게 3년 전이었지. 시간이 제법 지났는데도 기억하는군.
자주 오진 않았다. 그럴 필요성이 없어서.
필요 없어도 쉬러 올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이런 넓은 곳에 혼자 덩그러니 있는 것도 그다지 취향이 아니라서 말이지.
유스텐:음... 그럼 보통은 부자들 만날 때 미팅?용도로 왔던 거예요?
릭사엘:보통은. 서재에 미팅 테이블도 있다. 이곳은 원래 6인에서 10인이 적정 수용인원이라 대접을 하기에도 적절했지. 이제는 쓸일이 없지만.
유스텐:(순수하게 눈을 깜빡이며) 왜 쓸일이 없어요?
'대체 어떻게 했길래 다 끌여들인 거지? 릭스가 그렇게 말을 잘하는 사람인 건가? 그러면... 내가 TV에서 본 사람들도 대부분 릭스랑 아는 사이인 걸까?'
(미팅하며 일에 열중하는 모습을 상상하다가 이제는 그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아쉬워한다)
릭사엘:구경이 얼추 끝났으면, 저녁식사를 할까. 호텔 셰프를 불러 직접 룸 다이닝 서비스를 준비하도록 시키지.
먹고 싶은 건 있나?
유스텐:음 - (비장한 얼굴로) 이 호텔에서 제일! 자신있는 걸로!
놀리면 그냥 치킨 누들 수프 달라고 할 거예요. 통조림으로 된 걸로!
투닥거리는 당신들을 매니저는 즐겁다는 듯 바라보더니
더 궁금한 것이 있으면 프런트에 문의달라는 말과 함께
그는 손에 들린 태블릿을 당신에게 건네줍니다.
슬며시 화면을 켜보니 호텔의 전용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는 버튼들이 있습니다.
곧 매니저가 고개를 살짝 숙이고 펜트하우스를 나섭니다.
유스텐:'오 - 신기하다. 이런 건 처음 보는데.'
보통의 호텔에서는 방문 제한을 하는 문걸이 기능을
버튼으로 간단하게 구현해 놓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우스키핑 서비스를 받을지 말지도 선택할 수 있고
유스텐:'진짜 별 게 다 있네... 이거 태블릿인데, 버튼 말고 다른 기능은 없는 건가?' (태블릿을 요리조리 살펴본다)
객실 내부의 조명과 커튼을 움직일 수 있는 리모트 컨트롤 기능이 있는 앱과
거실의 TV와 연결할 수 있는 수많은 OTT 연결 목록이 있습니다.
유스텐:이거 하나만 있으면 다 할 수 있네요? 신기하다.
릭사엘:요즘 세상이 많이 좋긴 하더군. 적응이 안 돼.
유스텐:하하, 뭐에요, 그 할아버지 같은 발언은.
유스텐:그래도 익숙해져야죠. 나보단 자기가 갖고 있는 게 좋겠어요.
릭사엘:난 딱히 이걸로 하고 싶은 게 없는데 자기가 갖지 왜.
유스텐:(으쓱) 저는 이런 첨단 문물에 익숙해서 말이죠.
릭사엘:흐음... 알겠다. (태블릿을 받아 거실 테이블 위에 두고 손깍지를 끼며) 이제 뭐하고 싶어?
릭사엘:(지금쯤이면 다른 스태프들이 짐을 다 정리하고 나갔을 시간이니...) 그래. 그럼 좀 쉬지.
하얗고 보드라운 침구가 놓인 침실이 보입니다.
릭사엘은 먼저 침대 구석에 앉아 당신을 부릅니다.
닫아두지 않은 창에서 여전히 바다 내음이 납니다.
유스텐:(바다 내음을 맡으며 자연스럽게 네 옆에 털썩 걸터앉는다) 아 - 여기 오기만 했는데도 벌써 하루가 다 지나갔네요.
릭사엘:워낙 멀어서 말이지. 피로가 쌓이진 않았나? (네가 말하기도 전에 가볍게 네 어깨를 주무른다)
유스텐:(굳은 어깨가 점점 풀어지자 나직하게 기분 좋은 한숨을 내쉬며) 조금 피곤하긴 해요. 아침 일찍 일어나서 그런가...
그래도 잘 수는 없죠! 조금만 있다 가는 거니까, 그만큼 알차게 즐겨야 해요!
릭사엘:(굳은 결의를 다지는 너를 보고 픽 웃어버리며) 그래도 쉴 때는 쉬어야지. 지금은 좀 누워있을까. 나도 그대 보면서 쉬고 싶어.
유스텐:으응 - 그럴까요? (힐끔) 누워서 바다 봐야지.
(푹 침대 위로 상체를 기대고 고개만 돌린 채로 바다를 멍하니 바라본다) 좋다 -
릭사엘:(바다를 바라보는 네 머리카락 끝을 검지로 빙글 돌리며) 바다가 그렇게 좋아?
유스텐:바다 좋은데, 음 - 사람이 너무 많은 곳에서 보는 건 싫어요. 이상한가... 그냥 파도치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는 게 좋더라고요.
릭스는 바다 좋아해요?
릭사엘:좋아하긴 하는데, 그렇게 엄청 좋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야.
바다보다는 산이나 호수를 좋아하는 편이지.
아, 갈 수 있으려나?
으음... (큰 교단의 교주님이 숲에서 캠프파이어에서 마시멜로를 구우며 처량한 얼굴로 기다리는 모습을 상상하니 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릭사엘:(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 영문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또 엉뚱한 생각을 했구나.
유스텐:(키득거리며) 네. 당신이랑 캠핑하는 상상했더니 웃겨서요.
릭사엘:그게 웃겨? (정말로 이유를 모르겠다)
유스텐:너무 웃겨요. 아 - 알려주지 말아야지 -
릭사엘:정말이지. (네 옆구리를 콕콕 찌르며) 내가 그대 남편인데 왜 안 알려줘.
유스텐:(움찔거리며 허리를 슬쩍 옆으로 튼다) 아, 아하하, 그만 - 이건 반칙이잖아요!
릭사엘:또 나로 이상한 생각한 거잖아, 유스.
유스텐:그냥... 당신이 캠프파이어에서 나뭇가지에 마시멜로 꼽고 굽는 (말하면서 또 상상하니까 웃긴지 어깨를 들썩인다) 푸흐, 나뭇가지 낚싯대로 낚시하는 상상도 했고요.
릭사엘:어디가 귀엽다는 건지 모르겠구나. 그대는 참 특이해.
유스텐:(네 입술에 입을 맞췄다 떼며) 저만 알 수 있는 릭스만의 귀여움이 있으니까요.
릭사엘:(맞닿았다 떨어지는 입술이 아쉬워 자신도 입을 맞췄다 떼며) ...귀여운 게 누구인데.
유스텐:오늘은 딱히 귀여우려고 했던 적 없었던 것 같은데. (눈을 굴리며) 솔직히 어젯밤 말고는 없는데 당신이 저를 너무 귀여워하는 거예요.
색안경! 색눈!
릭사엘:...그럼 어떻게 하라는 건지. 사랑하는데.
유스텐:(사랑한단 돌직구에 입술을 움찔거린다.) 아, 진짜 - 이런 점이 귀여운 거라고요.
릭사엘:(의문이 계속되다 결국 미궁까지 닿아서) ?
유스텐:에휴 - 같이 바다나 봐요. 기껏 바닷가 놀러왔는데 질릴 때까지 눈에 담아놔야 아쉽지 않죠!
릭사엘:그래. 많이 봐. (바다를 구경하는 네 옆모습을 베개에 턱 괴고 가만 바라본다)
유스텐:(자꾸만 시선이 느껴져 살짝 달아오른 얼굴로 고개를 돌려 눈을 가늘게 뜨고 네 얼굴을 바라본다.) ... 바다 보라니까 왜 저를 보시는 거예요.
릭사엘:...몰라. 그대가 내 바다인가 보지. (귓등이 붉어진 채로 꿋꿋이 너를 바라본다)
유스텐:무, 뭐, 무슨... 뭐라고요? (네 입에서 전혀 나올 법하지 않은 말에 눈을 크게 뜬다. 솜털이 바짝 솟아오르고 얼굴이 화끈 - 귀까지 달아오른다)
릭사엘:...그렇게까지 놀라면 내가 민망하잖아.
유스텐:아니 그치만 당신이 방금 한 말을 보라고요!
릭사엘:읊어도 상관은 없다만,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해. 굳이 안 해도 된다.
유스텐:... (민망해져서 얼굴이 달아오른 채로 다시 바다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턱을 괴며) 소, 솔직히... 좋았...어요.
(네게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눈을 질끈 감으며 점점 웅얼거린다) 당신도 내 바ㄷ... 음... 바다보다 더 예뻐요. ... 여보.
릭사엘:(애를 쓰면서까지 말하는 네 모습에 가만 웃다가 뺨에 입 맞추며) 그대 거야.
유스텐:(네 입맞춤에 그대로 넉다운 당해버려 턱을 괴던 팔이 픽 쓰러지고 피하듯이 고개를 침대 시트 위에 묻는다.) ...후으...
당신 때문에 심장이 남아나질 않을 것 같아요...
릭사엘:(침대 위로 픽 누워버린 네 몸을 부드럽게 감싸안으며)
...사랑해.
용서해줘야지 어쩌겠어. 그대 건데.
유스텐:(여전히 침대 시트에 얼굴을 묻은 채로) 즈드 스릉흐요...
유스텐:... (말없이 있다가 고개를 확 들어올린다. 시트에 눌려서 그런 건지, 부끄러워서 그런 건지 얼굴이 엄청나게 달아오른 채로 눈을 질끈 감고 씩씩거린다) 사랑해요! 저도 사랑한다고요! (말이 끝나자마자 휙 돌아눕고 웅크린다)
릭사엘:(사랑한다고 외치자 마자 휙 돌아눕는 네 몸을 잡아다가 뒤집어 엎고는 위에 올라타며 드러난 입술에 키스한다. 순식간에 따뜻한 숨결이 얽히고 탁해진다)
유스텐:(네 행동에 놀라지만 그것도 잠시, 네 두 뺨 위에 손을 올린 채 혀를 뒤얽고 타액을 나눈다. 심장이 귓가에 울릴 정도로 심하게 쿵쾅거린다. 혹시나 네게도 들릴까. 아, 차라리 들어줘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아예 두 팔로 네 목을 감싸 제게로 지그시 더 당겨 몸을 밀착시킨다.)
릭사엘:(혀끝을 세워 부드럽게 벌어지는 살결을 헤치고 너를 탐한다. 밀착한 천 위로 천천히 배어나는 체온이 더워진다. 격렬해지는 심장 소리에 맞춰 온몸의 혈류가 빨라지는 듯 화끈거린다. 자신을 부딪히는대로 다 받아주는 네가 사랑스럽지 않다면 세상 그 무엇이 사랑스러울 수 있겠어. 인중을 맴도는 네 따뜻한 숨결마저 취하고 싶다.) 하... (식사부터 시킬 생각이었건만 이건 좀 곤란한데)
유스텐:응... (기분 좋은 비음을 내며 혀를 내밀어 네 혀끝을 문지르고 비빈다. 키스만 했는데도 네 숨결의 뜨거운 온도가 제게 그대로 전해져 온몸이 천천히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슬쩍 눈을 떠 네 눈빛을 확인한다. 그 눈에 온전히 저만 담겨있어, 그 사실이 만족스러워 네 뒷통수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열기에 취한 듯 뜨거운 키스가 얼마나 오갔을까.
곧 이어 문 두드리는 소리가 똑똑똑 울립니다.
릭사엘:(아쉬운 듯 네 입술 위 아래를 착실히 빨다가 떨어지며) ...식사가 벌써 온 모양이다. (쓸데없이 빠르군...)
유스텐:하아... 생각보다 빨리 왔네요. (숨을 고르다가 조금 아쉬운 듯 네 입술에 입을 맞췄다 떼며) ...어서 문 열어드릴까요.
릭사엘:(잠시 고민한다. 이대로 계속 밖에 세워두면... 안 되겠지. 그렇겠지. 귀찮은 것들 같으니라고... 한참을 아쉬워하다 침대에서 일어나며) ...그래. (내색하지 않고 네 위를 내려와 침대 옆에 바로 서고는, 일어나라는 듯 네게 손을 내민다)
유스텐:(상체를 일으켜 네 손을 잡고 일어난다. 어색하게 웃으며) ... 아쉽긴 하지만, 문밖에 직원분을 세워두는 것도 조금 그러니까요.
룸서비스 담당으로 보이는 금색 뱃지를 찬 직원이
가볍게 예를 차리곤 다이닝룸으로 트롤리를 밀고 갑니다.
"드라이에이징 와규와 버터 포칭 랍스터를 준비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음식 이름에 갸웃거리고 있으면
미야자키 와규 안심이 한쪽에 조용히 놓입니다.
직원이 말하기를 60일간 드라이에이징된 고기라고 합니다.
바깥은 캐러멜라이징된 갈색의 경계가 아름답습니다.
껍질을 벗긴 살에서 투명하고 탱탱한 윤기가 흐릅니다.
바닐라 인퓨즈 버터 소스가 한 방울씩 떨어져,
사이드로는 트러플 오일을 더한 셀러리 루트 퓌레와,
참나무로 구운 아스파라거스 샐러드가 따라옵니다.
테이블 세팅을 마친 직원이 이내 정중하게 자리를 떠납니다.
널찍한 10인용 테이블이 제법 호화로운 구색이 되었네요.
유스텐:우와아 - 뭔진 모르겠지만 그냥 봐도 엄청나게 맛있어보여요. 근데 어떻게 고기를 60일 동안이나 숙성시킨 거지? 엄청 비쌀 것 같아요.
릭사엘:(네 앞의 의자를 끌어주며) 가격은 생각하지 말고 일단 먹지. 이 호텔의 시그니처니 입에 맞을 거야.
유스텐:그치만... '너무 비싸보이는데 어떻게 가격 생각을 안 하지?' 으응.. (식기를 들며) 잘 먹겠습니다 -! (와규를 자르려다가 멈칫한다. 너를 바라보며) 릭스 먼저 먹어요. 높으신 분 먼저라는 말이 있잖아요.
릭사엘:...그런 걸 따질 필요가 있나? 그대와 나는 부부니 같은 위치인걸.
유스텐:아, 그런가? 으음... 내가 릭스랑 같은 위치라니... 낙하산 된 기분이에요. 몇몇 사제분들도 저를 낙하산 같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릭사엘:그런 놈들이 있다면 내가 친히 생각을 고쳐놓을 테니 그런 생각하지 말고 식사 들지. 이러다 식겠다.
유스텐:알았어요. (식기를 들어 와규를 한 입 크기로 썰어본다.) '이거 좀 두툼해보이는데.' (입을 크게 와앙 벌려서 볼이 부풀 정도로 우물우물거리다 꿀꺽 삼킨다.) 와! 고기가 솜사탕 같아요!
릭사엘:(신나 보이는 네 표정에 슬며시 입가를 당겨올리며) 고기와 해산물을 같이 먹는 게 정석이야. (네 앞에 와규를 먹기 좋게 썰어주고 버터 소스에 잠긴 랍스터 살을 발라 올려주며) 이대로 먹어봐.
유스텐:맛있는 거 위에 맛있는 거라니... 너무, 너무... 황송(?)해요...
(야무지게 네가 준 음식을 한입에 넣고 씹는다. 아니, 이걸 씹는다고 할 수 있을까. 씹을 틈도 없이 음식이 사르르 녹아서 없어지자 눈을 크게 뜬다.) 이, 이상해요. 음식이 입에 넣으니까 막 사라져요.
소스의 진한 여운이 입안에서 겹겹이 펼쳐지다가 녹아 사라집니다.
유스텐:음식점도 아닌 호텔에서 이런 엄청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니... 여기가 진짜 천국인가봐요. (중얼) 진짜 여기서 확 살까.
릭사엘:...여기가 그렇게 좋아? 그럼 필라델피아 해변가에 똑같은 호텔을 하나 더 지을까. (진지하게 고민한다) 소유주는 그대 앞으로 하고.
유스텐:(음식을 또 한 입 먹고 우물거리다가 네 말에 쿨럭거린다) 켁,켁... 뭐, 뭐라고요? 저한테 호텔을 주겠다고요??!
릭사엘:그대가 부담스러워 하지만 않는다면. 문제가 될까?
유스텐:전 호텔 경영도 해본 적 없단 말예요! 잘 운영할 자신도 없고...
릭사엘:경영주는 따로 고용하면 되지. 자산만 누려. 간단한 해결이지.
유스텐:그런 방법이... 너무 날로 먹는 거 아니에요??
유스텐:당신 이번엔 좀 재수없는 부르주아 같았어요.
릭사엘:그대는 그 부르주아의 하늘에서 떨어진 아내면서.
유스텐:... (뭐라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가만히 있다가) 하늘에서는 아니거든요?! 내가 뭐, 천사도 아니고. 흥...
유스텐:뭐라는 거야 진짜...(툴툴거리며 고개를 돌린 채 물을 한 잔 급하게 들이킨다) 밥이나 먹어요.
릭사엘:그래. 먹어야지. (메인 디쉬에 손을 대지 않고 사이드 디쉬로 나온 퓌레와 샐러드만 야금거린다)
유스텐:또 풀떼기만 먹어요? 교주님 전생에 토끼였나...
맨날 풀만 먹으면서 기운이 왜 이렇게 좋은 건지...(궁시렁)
릭사엘:(태연하게 눈을 감고 음식을 우아하게 씹으며) 그대도 먹잖아.
저는 영양가도 없거든요?!
릭사엘:그대 정액은 몇 번 먹었는데. 논리가 되나?
유스텐:(얼굴이 홧홧하게 달아오르고 황당해서 들고 있던 식기를 떨어뜨린다.) 미, 미쳤나봐!!
유스텐:(어이없어서 뭐라 받아칠까 하다가) 그럼, 그 논리면 저도 릭스 저, 정액 좀 먹어봐야겠는데요?! 당신이 기운이 좋아진다면서요!
릭사엘:(...뭔가 오기를 부리는 듯한 태도인데) 먹어도 되기야 한다만 맛이 좋진 않을 거다. 그래도 정 원한다면 마음대로 해.
유스텐:나중에 부끄럽다고 먹지 말라고 하지나 마요! (뭐에 버튼이 눌린 건지 귀까지 달아오른 얼굴로 씩씩거린다) 저 막! 다 먹어치울 거라고요!
릭사엘:그래. (마저 샐러드를 꼭꼭 씹다가 삼키며) 그런데 그대는 육류도 잘 먹으면서 이상한 영양가에 집착하는군. 잘 먹이려고 노력하는데, 그래도 기력이 허한 건가?
유스텐:(밑입술을 꾹 깨물다가) 허하죠! 누가 자꾸 하고 싶다고 조르잖아요! 다리가 후들거린다고요!
릭사엘:그대도 내 제안에 거절 안 하고 다리 벌리면서, 내 탓으로만 모는 거야?
유스텐:읏... 그, 그건... (입술이 바짝 말라 밑입술을 빨아당겼다 뗀다. 아씨 모르겠다. 눈을 질끈 감으며) 다, 당신 때문이잖아요. 그것도!!!
왜, 그렇게... 잘, 해서는... (눈을 반쯤 내리깔며) 씨이...
애초에 당신 진짜 처음 맞아요???!!!
릭사엘:(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만, 못 믿는 건가? 난 그저 그대 반응을 면밀히 관찰했을 뿐이야.
어떻게 애무하면 예민하게 구는지, 어디를 찔러주면 자지러지는지 다 보이니 어려울 게 없지.
유스텐:... ... (할 말이 뚝 끊겨서 급하게 말을 돌린다.) 밥이나 먹죠, 우리.
릭사엘:(네가 갑자기 대화를 회피하는 것에 잠시 의문을 가졌다가 이내 털어버리곤, 와규 스테이크와 랍스터를 곱게 썰어 네 접시에 담아주며) 많이 먹어, 여보.
유스텐:바보. 바보 남편. (툴툴거리며 네가 준 음식을 잘도 받아먹는다) ... 맛있다.
당신이 그의 손을 따라 어영부영 자리에서 일어나면
릭사엘이 허리를 숙여 당신의 손등에 입술을 찍어누릅니다.
릭사엘:(천천히 네 손등에서 입술을 떼고 허리를 바로 세우며) 그냥 자기엔 아쉬우니, 루프탑 풀에 가서 몸 좀 식히는 건 어때.
유스텐:(가슴이 간질거려 입술을 달싹거린다) 그럴까요? (슬쩍 눈을 굴리며) 혹시... 음... 같이 하자는 건가,요?
유스텐:(매번 같이 알몸으로 씻었음에도 왜인지 긴장감이 돋아 숨을 한껏 들이킨다. 나 진짜 신혼여행 온 거 맞구나. 얼굴을 붉히며) 으응...
릭사엘:(슬며시 웃으며 너를 안아들고 다이닝룸을 나서 루프탑으로 향하는 복도를 지나며) 무슨 생각을 하길래 얼굴이 빨개져, 여보.
유스텐:새삼 진짜 신혼여행 온 거 맞구나 싶어서요... (멋쩍게 볼을 긁적이며) 항상 같이 씻었으면서 이상하게 오늘따라 부끄럽네요.
릭사엘:...그대가 그렇게 행동하면 나까지 긴장되잖아.
유스텐:아, (안절부절)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미안해요. 음... 그냥! 같이 몸 식히는 것 뿐이니까. 그렇죠?!
릭사엘:(뭔가... 필사적으로 침착한 척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모른 척해야겠다. 고개를 끄덕이며) 잠깐 들어가서 쉬다가 욕실에서 같이 씻지. 내일은 해변에도 가고 관광지도 잠시 둘러볼 예정이니 너무 늦게 안 자는 게 좋을 것 같다.
유스텐:응...! (순순히 대답하면서도 머릿속에서는 다른 생각들로 가득 찬다) '신혼여행인데 역시... 그거, 하겠지??! "그거"... 첫날밤! 으으, 이미 처음 만났을 때 보내긴 했지만, 그치만 그건 그거고 이건 신혼여행이잖아. 하, 하지 않을까? 으으 - ' (눈을 질끈 감으며) '유스텐, 뭘 기대하는 거야. 이 바보야. 너 변태야? 어? 변태냐고. 남편은 아무 생각도 없어보이는데 혼자 무슨 이상한 생각을 하는 거야. 진정하자. 진정. 진정해!'
프라이빗 테라스로 이어지는 유리문 앞에 선 릭사엘이
당신을 안아든 채로 아무렇지 않게 문을 엽니다.
어디선다 들려오는 재즈 라디오 선율이 몸을 감쌉니다.
릭사엘은 당신을 천천히 루프탑 풀의 옆에 내려놓습니다.
달빛에 부서지는 파도가 잔잔히 숨을 죽이고 있네요.
릭사엘:(천천히 네 신을 벗겨주고 발등을 쓰다듬으며) 다 벗는 게 편하려나.
유스텐:(멍한 표정으로 머릿속에 온통 첫날밤에 대한 생각만 하다가 퍼뜩 정신이 든다.) 네, 네? 다 벗으라고요?
릭사엘:옷 입은 채로 물에 들어가면 몸이 무거울 텐데. 걱정 마라, 이곳은 인근의 최상층이라 다른 사람에게 보일 염려 없어.
마음에 걸리면 수영복 하의를 가져오마. 호텔 측이 준비해둔 게 있을 거다.
유스텐:수영복 입고 들어가요. 그게 조금... 미, 민망해서...
'지금 다 벗으면 수영에 집중 못 할 것 같다...'
'흥분한 거 다 티날 거라고. 안돼!!'
멀리 산타모니카 부두의 관람차가 서서히 돌아가며
로스앤젤레스 타운의 고층 빌딩들이 은빛 점처럼 빛납니다.
도로 위로 천천히 흐르는 차량 불빛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바다와 도시가 동시에 펼쳐지는 이중 야경이라니.
당신이 그렇게 마음을 추스리고 야경에 취해 있으면
릭사엘:(선베드에 앉아 있는 네게로 다가와 수영복을 옆에 내려두며) 가져왔어. 입혀주마.
유스텐:(다급하게 두 손을 저으며) 아, 아니, 아니아니아니, 괜찮아요!!! 제가 알아서 입을게요!
릭사엘:(질색하며 거절하는 너를 의아한 듯 바라보며) 왜 그러지? 평소에는 내가 입혀줘도 아무 말 안 했잖아.
유스텐:그, 그게... '지금 벗기면 흥분한 거 다 보일 거라고 어떻게 말해...' (말없이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뭐라 둘러댈지 생각하다가) 저, 저도 교주님의 신부의 위치에 걸맞게 행동해야죠! 이런 것쯤은 혼자 입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도 어른이기도 하고...!
(계속해서 덧붙인다) 항상 남편에게 도움만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릭사엘:(신부니까 괜히 고생스럽게 혼자 안 입어도 되는 것일 텐데... 묘하게 평소와 다른 네 반응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어차피 난 그대 것인데, 그럴 필요까진.
유스텐:그, 그래도- 이번엔 제가 입는 게... (삐질)
어, 어쨌든! 저는 괜찮으니까 당신 갈아입어요! 저는 (아주 구석진 곳을 가리키며) 저-기 저쪽에서 혼자 갈아입고 올게요!
릭사엘:...이유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알았다. 다녀와. (뭐지, 왜 갑자기 저러는 거지. 혹시 나한테 거리감을 느끼나.)
유스텐:네! (도망치듯 후다닥 구석진 곳으로 달려간다. 도착하고도 혹시나 네가 볼까 싶어 슬쩍 네 쪽으로 시선을 돌려 확인한다)
유스텐:휴... 이쪽 안 보네. 다행이다. ... (네가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멍하니 저도 모르게 바라본다. 번뜩 정신이 들어 도리질을 치며) '뭐하는 거람. 빨리 갈아입기나 해야지.' (탈의하려 옷을 벗으니 예상대로 흥분한 제 아래를 발견하고 한숨을 푹 내쉰다. 방금 본 장면 때문인지 가라앉기는 커녕... ... 애써 무시하며 어정쩡한 자세로 수영복으로 갈아입는다.)
유스텐:(혹시나 수영복 위로 드러날까봐 쭈뼛쭈뼛 허벅지를 살짝 모은 채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간다.)
릭사엘:(풀에 조심스럽게 발을 담그다가 돌아오는 너를 보고는) ...갈아입다가 어디 부딪히기라도 했나? 걸음걸이가 어색한데.
유스텐:미, 미끄러질까봐요! 큰 맘 먹고 온 여행인데 첫 날부터 다치기라도 하면 큰일이잖아요!
릭사엘:그대도 참. 걱정이 많아. (네게 다가가 살짝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곱게 빗어내리고, 뺨에 살짝 키스하며) 이리 와. 같이 들어가지.
유스텐:(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으응...
당신은 릭사엘의 손에 이끌려 천천히 수영장으로 들어갑니다.
시원한 물결이 몸을 감싸안으며 수면에 파동을 만듭니다.
평범한 수영장의 물과는 다르게 부드러운 향기가 납니다.
아무래도 이 또한 호텔의 맞춤 서비스인 모양이죠.
유스텐:(고개를 내밀어 킁킁거리며) 릭스, 수영장에서 향기가 나는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며 너를 바라보다가 멈칫한다.) ... 당신은 어린이풀장에 온 것 같네요.
릭사엘:... (네 말에 작게 헛기침하며 풀 모서리벽에 등을 기대고는) 내 의지가 아니야.
유스텐:... (고개를 숙여 제게는 명치까지 오는 물을 보다가 급 억울해져서 푹 잠수해버린다)
릭사엘:? (갑자기 푹 잠수한 네 머리통 위로 뽀글뽀글 올라오는 공기방울을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네 정수리 위를 톡톡 건든다)
유스텐:(네가 건들자 다시 일어선다. 뚝뚝 - 머리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며 물귀신 같은 꼴이 된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작게 중얼거린다) ... 역시 신은 불공평해.
릭사엘:내가 그대 편이니, 신도 그대 편이지. (물이 뚝뚝 떨어지는 네 머리카락을 넘기고, 물 젖은 네 얼굴을 꼼꼼히 손으로 쓸어 닦아준다. 문득 물에 젖은 얼굴이 예쁘다.)
유스텐:(밑입술을 꾹 깨문 채 볼을 부풀리며) ... 뭘 그렇게 봐요. 부끄럽게.
유스텐:머리카락 다 젖어서 물에 빠진 생쥐꼴인데도요?
유스텐:... (입술을 움찔거리더니 두 손으로 네 손을 잡으며) 당신도 같이 수영해요. 계속 서 있기만 하면 몸도 못 식힐 걸요?
릭사엘:(입술을 살짝 움찔거리다가) ... 물에 떠 있는 건 할 수 있지만, 수영은 배운 적이 없어서 못 한다.
유스텐:(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뜨며) 거짓말... 못하는 게 없을 줄 알았는데 수영을 못한다니.
릭사엘:못하는 게 많다고 전에 얘기 했었잖아. 진짜야.
유스텐:(물에 둥둥 뜬 채로 멍한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는 너를 상상하며 픽 - 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아, 귀여워.
릭사엘:... (뭐가 귀엽다는 거지? 고개를 갸웃한다)
유스텐:응. 학교다닐 때 조금 배운 적 있거든요.
릭사엘:요즘 국가에서는 그런 것도 가르치는군... 신기해.
좋아. 그럼 부탁해도 되나?
유스텐:(미소지으며) 맡겨만 주세요. (어깨를 으쓱이며) 자 , 그럼 1단계! 선생님이라고 불러보세요!
유스텐:(키득거리며 가슴을 쫙 핀 채로 두 손을 주먹쥐고 허리에 둔다.) 릭사엘 학생! 선생님 수업은 따라오기 쉽지 않아요. 긴장하셔야 할 거예요!
유스텐:... (헛기침을 하며) 흠흠. 그러면 제일 먼저 기초부터 시작해볼까요? 자, 손. (네게 손을 달라는 듯 두 손을 내민다)
릭사엘:(왜 손을 달라는지 모르지만 시키는 대로 가지런하게 손을 내민다)
유스텐:제 손을 잡고, 다리를 이용해서 열심히 헤엄치는 연습을 해보는 거예요.
릭사엘:(살짝 몸을 수면에 가까이 숙이고는) 다리로 물장구를 치면 되나?
유스텐:(고개를 끄덕이며) 응! 첨벙첨벙- 하면 돼요.
릭사엘:알았다. 한 번 해보지. (몸을 수면에 띄우고 다리를 움직여본다)
릭사엘:수영| 기준치: | 40/20/8 |
| 굴림: | 45 |
| 판정결과: | 실패 |
유스텐:(웃음을 참으려다 어깨가 자꾸 들썩인다. 입술을 말아보기도 하고 꾹 다물어서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으려다 결국 못 참고 얼굴이 찡그려지도록 크게 웃는다.) 푸, 푸흣, 아하하! 당신, 진짜 수영 못하네요.
릭사엘:... 너무 웃지 마라. 못할 수도 있지.
유스텐:그럼요, 그럼요~ 사람이 못할 수도 있지-
유스텐:(한참을 웃다가 겨우 진정시키고는 다시 네 손을 잡아준다.) 이번에는 잘할 수 있을 거예요.
릭사엘:(결의에 찬 표정으로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물장구를 쳐본다)
릭사엘:수영| 기준치: | 40/20/8 |
| 굴림: | 6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유스텐:오 - 이거예요, 이거. 생각보다 배우는 속도가 빠른데요?
(제법 능숙하게 물장구를 친다)
유스텐:(속으로 웃음을 참으며) '아, 귀여워. 물개같아.'
릭사엘:(열심히 다리를 움직여 수영장 끝에 다다르고서는) 다음은 뭘 해야 하지?
유스텐:이번엔 제가 손을 놓을테니까 한 번 팔도 같이 저어서 헤엄쳐볼래요?
유스텐:진도가 좀 빠르긴 한데, 당신이라면 할 수 있을 거예요.
릭사엘:수영| 기준치: | 40/20/8 |
| 굴림: | 89 |
| 판정결과: | 실패 |
유스텐:... 큽, 크흡... (애굣살이 지도록 웃음을 참으며 입술을 움찔거리다가 애써 좋게 말해준다) 괘, 괜찮아요! 오늘 처음 배운 거고... 그, 크흠, 자, 잠수함 같았어요.
릭사엘:(한참이나 수영을 하다가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두 발로 짚고 일어서며) ... 여보. 너무 재밌어하는 거 아냐?
유스텐:... 그치만, 당신이 너무 귀여운 걸 어떡해요.
릭사엘:... 그래도 너무 웃지 마. 민망해.
유스텐:아, 알았어요. 흠흠... 그래도 하루만에 여기까지 하는 것도 대단히 빠른 거라고요?
스스로 자신감을 가져도 돼요!
유스텐:나중에 릭스가 물에 빠지면 내가 구해줄게요!
릭사엘:물에 빠질 일이 있을 것 같진 않은데...
그리고 물에 빠진 사람은 섣불리 구하러 달려드는 게 아니라고 했다.
유스텐:으음... 그래도 당신이 물에 빠진 건데, 달려가지 않을 수 있을까요?
어쨌든! 수영 수업은 여기까지 하도록 해요. 생각보다 시간이 꽤 많이 지났어요.
릭사엘:하긴, 계속 수영 연습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좀 느긋하게 쉴까, 이젠.
릭사엘:그것도 좋지. 그럼 일어날까. (네 손을 조심스럽게 쥐고 밖으로 이끈다)
유스텐:(네 손을 잡아 수영장 밖으로 나오다가 멈칫한다.) '잠깐... 씻으면, 같이 씻어야 되는 거잖아.'
시원한 바닷바람이 순식간에 몸을 시원하게 말립니다.
유스텐:(한기가 돌아 몸을 살짝 떨며) 흐... 여름이라 해도 아직은 해가 지면 춥네요.
릭사엘:욕실에 따뜻하게 데운 물이 있으니, 어서 가지. 몸을 적시면 괜찮을 거다. (네 몸을 끌어안고 들어가자고 이끈다)
근처에 놓여 있던 바디 타올로 당신의 물기를 닦아내더니
내부로 들어가자 따뜻한 수증기가 맴돌고 있습니다.
릭사엘은 더운 공기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욕실 문을 금세 닫더니
천천히 당신의 허리를 끌어당겨 수영복 하의 윗단을 매만집니다.
유스텐:자, 잠깐만, 제가 벗을 수 있는데...!
릭사엘:어차피 같이 씻을 거잖아. (거리낌 없이 천천히 네 수영복 바지를 밀어내린다)
유스텐:그건 그런데, 앗...! (바지가 확 내려가자 눈을 질끈 감는다)
젖은 천이 허벅지와 종아리를 스치는 감각이 들더니
릭사엘은 허리를 숙여 당신의 발목에 걸린 천을 빼어내고
유스텐:...읏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짓다가 다급하게 네 눈을 손바닥으로 가린다) 보, 보지 마요.
릭사엘:왜 그런 반응이야. 이미 수도 없이 보여줬으면서.
유스텐:당신이 자꾸 그렇게 빤히 보면, (마른 입술을 빨아당겼다 떼며 침을 꿀꺽 삼킨다. 망설이듯 말없이 있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민망하고, 흐, 흥분된단 말예요!
릭사엘:흥분하면 좋은 거 아닌가? (상체를 바로 일으켜 네 귓가에 입술을 대고) 그대가 나 때문에 흥분하는 게 좋은데, 난.
유스텐:(말하면서 부끄러워 죽을 것 같아 떨리는 목소리가 점점 울먹이는 소리로 바뀐다. 고개를 푹 숙인 채로) 그러니까, 읏...내가 알아서 벗겠다고 했는데, (훌쩍) 벗으면, 다 들켜버리잖아요.
릭사엘:흥분한 거 보여주기 싫어서 혼자 입고 벗겠다고 한 거였어?
유스텐:... (말없이 고개만 느리게 끄덕인다)
(코를 먹는 소리를 내며) 당신은... 아무 생각도 없어보이는데, 혼자 흥분하면... (훌쩍) 변태 같잖아요.
릭사엘:...하는 짓마다 사랑스럽게 구니, 그대를 어떡할까. (네 뺨에 슬쩍 입을 맞추며) 변태 같기는.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이상한 것도 아닌데.
유스텐:그치만...! 당신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나 혼자만 이러기는 싫단 말예요.
유스텐:(살짝 물기 젖은 눈으로 너를 올려다본다) ...아니에요?
릭사엘:침대에서 하려다 말았었던 건 기억 안 나?
유스텐:그건, ... 나만 그렇게 생각한 줄 알았어요.
릭사엘:아닌데. (손을 뻗어 네 가슴팍을 애무하듯 문지르다가, 아래로 손을 뻗어 부드럽게 기둥을 그러쥔다)
유스텐:(코로 숨 쉬는 것도 잊은 채로, 입을 벌려 옅게 숨을 내쉰다.) ... 그러면요?
직접 말해줘요. 듣고 싶어요.
릭사엘:...하고 싶지. 그대랑 하는 거면 뭐든 하고 싶은데, 몸 겹치는 것이라고 아닐 리가. (몸을 바짝 맞붙이고 네 입술 언저리에 키스한다)
유스텐:(네 말에 대답 대신 한 손을 네 뺨 위에 올리고 깊게 입을 맞췄다 뗀다) ... 나도 그래요.
릭사엘:(다소 급하게 네 몸을 품에 안아들고, 속삭이듯 낮아진 목소리로) 씻기는 그른 것 같고... 어디로 갈까. (품에 안아든 네 귓가를 조심스럽게 핥는다)
유스텐:(어깨를 부르르 떨다가) 침대로 갈까요?
릭사엘:(대답도 하지 않고, 너를 안은 채 곧장 욕실 문을 박차고 나온다)
풀썩 몸이 쓰러지고 부드러운 침구가 닿습니다.
그의 팔 아래에서 짓눌린 머리카락 몇 올이 당기고
빈틈없이 붙은 가슴팍이 뜨거운 열기로 들썩입니다.
이미 부풀어 있던 성기의 포피를 밀어낸 손바닥이
곧 벌려진 허벅지 안쪽으로 가느다란 체온이 밀고 들어오고
애틋하다는 듯 안쪽을 꾹꾹 누르고 매만져옵니다.
가느다란 것에게 한참이나 헤집히다 다리를 넓게 벌리자
릭사엘이 당신을 열망한다는 듯 부드럽게 몸을 부딪혀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