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마을 축제의 날




 


19

마을 축제의 날


녹진하게 풀려 있던 몸이 조금 뻣뻣해지며
잠이 살짝 깹니다.
사방은 어두컴컴하고
창문 너머로도 빛 하나 새어들어오지 않습니다.
반사적으로 옆에 있는 몸을 안으려하자
주인을 잃은 온기만이 손에 닿습니다.
당신은 반사적으로 눈을 뜹니다.
릭사엘이 곁에 없습니다.
방 안 어디를 보아도 말이죠.
유스텐:(침대에 팔꿈치를 기대어 상체를 살짝 일으키며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릭스...?
어디 간 거지? (슬쩍 휴대폰에 손을 뻗어 시간을 확인하고는) 아직 새벽 예배 할 시간은 아닐텐데.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면
시간은 새벽 2시입니다.
확실히 새벽 예배를 갈 시간은 아니네요.
유스텐:일하러 간 건가...? 그치만 요즘 너무 무리하는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걱정돼서 침대 밑에 아무렇게나 흐트러져있는 가운을 주워입고 복도로 향하는 문으로 다가간다.)
문을 열고 복도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자
피곤한 눈으로 경비를 서고 있던 사제가
불현듯 몸을 바짝 굳히며 고개를 숙입니다.
사제2:...신부님, 시각이 아직 이릅니다. 주무시다 깨어나신 겁니까? 따뜻한 차라도 한 잔 올릴까요?
유스텐:(고개를 저으며) 괜찮아요. 릭ㅅ, 아니... 교주님은 어디가셨는지 아시나요?
사제2:아... 교주님께서는 현재 집무실에 계십니다. 안내해드릴까요?
유스텐:'갔다가 방해되진 않으려나... 그래도 걱정되는 걸.'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주시겠어요? ... 아, 혹시 그전에, 따뜻한 차를 내어서 제게 주시겠어요? 교주님께 대신 전달하고 싶어서요.
사제2:(잠시 고민하다가) 신부님의 곁을 비울 수는 없으니, 먼저 집무실로 안내해드리고 차를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괜찮으실까요?
유스텐:으음... 제가 차를 전달해주고 싶어서요. 둘만 있고 싶기도 하고. 그러면 집무실로 가기 전에, 같이 주방으로 가는 건요?
사제2:네, 괜찮습니다. 그럼 이쪽으로. (우아하게 상체를 숙이며 앞서 걷기 시작한다)
밤에 나온 신전의 복도는 불빛이 조금 밝혀져 있을 뿐
대체로 어둡습니다.
당신은 사제의 걸음을 따라가며 천천히 복도를 둘러봅니다.
고풍스러운 조각상과 장식들이 걸려 있는 공간 안에서
기괴하기 짝이 없는 유화 그림들이
액자 속에서 튀어나올 듯 생동감있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유스텐:
관찰력
기준치:55/27/11
굴림:98
판정결과:실패
음, 이제는 익숙해서 별다른 것은 없네요.
당신은 사제를 조용히 따라가 주방에 도착합니다.
신전의 전속 셰프가 식사를 만들어 올리는 이곳은
신전의 다른 공간과는 다르게 현대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벽면을 빈틈없이 꽉꽉 채운 냉장고들 하며,
공중에 걸려 달랑거리는 스테인리스 조리도구들,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는 조리용 카운터와
조리 시 음식 냄새가 빠르게 빠질 수 있도록 설치된 환풍구,
전기식 대형 오븐과 가스 버너까지
문명으로 돌아온 듯한 기분이 듭니다.
사제는 찻잎 진열장으로 보이는 찬장을 엽니다.
유리병에 든 찻잎들이 알록달록 놓여 있습니다.
사제2:원하시는 차 종류가 있으신지요? 보통 숙면에는 캐모마일 또는 페퍼민트 차를 추천드립니다.
유스텐:음... (슬쩍 눈치를 보며) 밀크티나 핫초코는 없나요?
사제2:만들어드릴 수 있습니다. 둘 모두 준비할까요?
유스텐:하나는 밀크티로 주시고, 하나는... '저번에 릭스가 마셨던 차가 뭐였더라?'
유스텐:
지능
기준치:55/27/11
굴림:75
판정결과:실패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당신이 차 이름을 말하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사제는 교주님께서 좋아하시는 것으로 올릴까 여쭤봅니다.
유스텐:'사제분도 아는 릭스의 취향조차도 모른다니...' (입술을 말아넣었다가) ... 네, 부탁드려요.
(사제가 어떤 찻잎을 고르는지 눈을 크게 뜨고 유심히 관찰한다)
사제는 능숙하게 찬장에서 자스민 꽃잎과 녹찻잎을 꺼내고,
잠시 고민하는 듯 머뭇거리더니 얼그레이 찻잎도 골라냅니다.
백자로 이루어진 티팟에 쪼르륵 물이 담기고
곧 버너 위에서 보글보글 끓기 시작합니다.
사제는 은으로 이루어진 티 스푼을 들어 왼쪽의 티팟에 자스민과 녹차를 한 스푼씩,
오른쪽의 티팟에 얼그레이 찻잎을 두 스푼을 가득 넣고는
가만히 냉장고에서 우유가 든 유리병을 꺼냅니다.
곧 수색이 선명하게 우러난 것을 확인한 사제가
얼그레이 찻잎을 끓인 티팟을 가져와 찻잎을 건져내고
금테가 둘러진 고풍스러운 찻잔에 담은 뒤
우유를 버너에 데우기 시작합니다.
잠시 후 고소한 우유향이 물씬 풍깁니다.
사제는 곧 그것을 가져와 찻잔에 마저 담고는
설탕과 연유를 가져와 부드럽게 섞어냅니다.
향긋한 밀크티 냄새가 납니다.
곧 릭사엘의 몫으로 보이는 티팟과 찻잔, 당신의 것임이 분명한 밀크티가
곱게 트레이 위에 놓입니다.
사제2:다 됐습니다. 가실까요?
유스텐:(기분 좋게 밀크티 향을 들이마시며 저도 모르게 어깨가 올라간다.) '좋은 냄새...' 그래요.
당신은 사제의 우아한 걸음을 따라
다시금 복도로 나섭니다.
사제가 품에 든 트레이에서 향긋하고 고소한 냄새가
한껏 솟아나 적막한 복도를 채웁니다.
그렇게 얼마나 계단을 오르고 걸음을 옮겼을까.
한 번도 본 적 없던 문이 나타납니다.
권위자를 상징하듯 검붉은 오크색과 금테가 둘러진 문은
지금껏 본 그 어느 문보다 위압감이 넘칩니다.
사제가 그 안으로 천천히 노크하자
방 너머로 들어오라고 전하는 릭사엘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무척이나 피곤함이 섞여 있네요.
당신은 조심스럽게 사제에게서 트레이를 받아들고
사제가 열어주는 문 안으로 들어갑니다.
벨벳으로 마감된 듯 소리 하나 없이 열린 문 안에는
빽빽하게 층을 이루고 쌓인 서류들과
그 사이에 파묻혀 있는 릭사엘이 보입니다.
밤까지 일을 하느라 실핏줄이 오른 눈에
짜증으로 머리를 헤집은 것인지 흐트러진 머리카락 속에서
초췌한 안색이 비칩니다.
유스텐:'엄청 피곤해보이잖아... 대체 잠을 얼마나 안 잔 거야??' (발소리가 울려 혹시나 네 집중을 깨트릴까 살금살금 걸어간다. 트레이를 근처에 있는 테이블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티팟을 들어올려 찻잔에 차를 따른다. 차를 따르며 네가 일하는 모습을 힐끔거린다.) '내가 온 것도 못 알아차리네... 일이 진짜 많이 밀렸나봐...'
(앉은 채로 엉금엉금 기어가 네 책상의 빈공간에 슬쩍 찻잔을 올려놓고 고개를 빼꼼 들어올려 너를 쳐다본다.)
릭사엘:(여전히 서류에만 집중하며 사각사각 유려하게 사인한다) 차를 들여온 건가? 고맙군, 이만 나가라.
유스텐:'오... 이 거리에서도 모르네.' (대답하지 않고 네가 일하는 모습을 숨죽여 구경한다. 빠아아안 - 히)
릭사엘:(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사인한 페이지를 넘기며, 다시 영문을 훑어 읽는다)
유스텐:'지금 안 마시면 금방 식을텐데.' (눈을 깜빡이다가 여전히 앉은 채로 손만 빼꼼 들어올려 찻잔을 네 쪽으로 느릿느릿 밀어본다.)
릭사엘:(가만히 서류를 읽다가 그제서야 느껴지는 인기척에 제 앞으로 놓아진 찻잔을 흘겨보며) ...나가 보라고 했... (까지 말하고 이상한 기분에 고개를 들어 앞을 본다) 여보?
왜 여기 있어?
유스텐:(너와 드디어 눈이 마주치자 방긋 웃으며 높은 목소리로) 안녕, 릭스.
릭사엘:(너를 보며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멍하니 내려놓는다) ...자다가 깼어?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너를 가만히 뒤에서 안는다)
유스텐:(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작게 키득키득 웃음 섞인 목소리로) 응.
릭사엘:...하아. 피곤해하는 모습 보여주기 싫었는데... 나중에 예레미야에게 한소리 해야겠군.
유스텐:예레미야요?
릭사엘:그대를 이곳까지 데려온 사제 말이다.
유스텐:너무 뭐라 하지 말아요. 내가 데려다달라고 했는걸요.
릭사엘:그래도. 이렇게 야심한 밤에 그대를 밖까지 나오게 했잖아.
유스텐:내 의지로 나온 건데요, 뭘. 자다 깼는데 옆이 텅텅 비어서 깜짝 놀랐다고요!
릭사엘:... (눈치를 슬금슬금 살피며) 미안하다, 놀라게 해서. 깰 줄 몰랐다.
유스텐:(고개를 저으며) 으응, 아니에요. 미안할 것 까지야... 당신이랑 하도 같이 자버릇 해서 그런가, 이제 곁에 없으면 금방 깨게 되는 것 같아요.
릭사엘:음... 그건 조금 걱정되는군. 일이 밀려서 한동안은 밤에도 일하려 했었던 터라.
유스텐:음... 다시 자라면 잘 수는 있겠지만... 당신이 없으니까 허전해요.
... 일이 많이 밀렸다고 듣기는 했는데, 이렇게 잠도 안 자면서까지 해야 할 정도로 밀렸을 줄은 몰랐어요.
미안해요, 괜히 나 때문에...
릭사엘:그대 때문이라니. 아니다. 내가 게을렀던 탓이지 그대 탓이 아니야.
유스텐:그래도... (안절부절) 제가 도와드릴 건 없어요?
릭사엘:... 그렇게 걱정되나?
유스텐:응... 당신 누가 봐도 엄-청 피곤한 사람 같아요.
과로로 죽지는 않겠지만... 가다가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아요.
릭사엘:원래 이렇게 생겼다고 말해도, 안 속아줄 테지?
유스텐:... 릭스, 저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거든요?
릭사엘:그대가 바보라는 뜻이 아니라... 둘러댈 말이 딱히 없어서.
보통 낮에 신전의 업무를 처리하고 저녁에 마을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데, 사실대로 얘기하면 그대가 저녁을 나와 보내주지 않을 것 같았다.
유스텐:... 내가 당신 배려할 거라 확신하고 일부러 말을 안 했다는 거예요?
릭사엘:... (눈치를 살피며 슬슬 시선을 피한다)
유스텐:(걱정스런 한숨을 일부러 푹푹 크게 내쉬며) 에휴 ----------
릭사엘:그렇게까지 한숨 쉴 필요는. 그대와 있는 게 좋아서 그랬어, 그저.
유스텐:나도 알아요. 그치만 당신이 이렇게까지 심하게 무리하잖아요.
아무리 죽지 않는 몸이라고는 해도, 이러면 하루를 사는 것 같지가 않을 거라고요.
릭사엘:그대 보면 살 맛 나니까 괜찮다. (네 품에 상냥하게 키스하고는, 테이블 옆 자리에 앉으며) 차 향이 부드럽군. 가져다 줘서 고맙다.
유스텐:(뻔뻔한 네 말에 픽 - 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못 살아, 진짜 -
릭사엘:거짓말 아닌데.
유스텐:제가 끓인 건 아니고, 아까 그... 예레...미야? 그분이 해주셨어요. 저는 가져다 드리기만 하고...
릭사엘:그대가 해준 거나 다름 없지. 예레미야는 성정이 천덕꾸러기인데다 단순하여 속뜻이 깊지는 못해.
유스텐:참 - 나, 자기 신도한테 너무 박한 평가 아니에요? 그리고... 거짓말 아닌 거 알아요. 그래도 난 당신 계속 이렇게 생활하면 걱정된단 말이에요.
릭사엘:...너무 걱정 마라. 난 일처리가 빠른 편이라, 일주일은 안 걸릴 테니.
그나저나 그대가 그를 감쌀 줄이야. 그가 어제 낮에 방에 멋대로 쳐들어온 것 때문에 감정이 안 좋을 줄 알았다만.
유스텐:(못 미더운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리며) 그렇게 일처리 다 하면, 또 저랑 저녁을 같이 보내고 또 일 밀려서 이렇게 잠도 안 자고 일하고요?
그건... 제가 납치당하고 돌아온지 얼마 안 됐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해요. 지금 다시 생각하면 부끄러워서 쥐구멍에 숨고 싶지만요.
릭사엘:...그렇다고 그대와 함께하는 시간을 빼기는 싫어서.
(네 쥐구멍 얘기에 잠시 고민하다가) 그대 몸집 만한 쥐구멍을 하나 만들어줄까?
유스텐:하하! 됐 - 거든요?!
바보...
릭사엘:바보가 아니라, 그대가 원하는 건 들어주고 싶어서 그래.
유스텐:쥐구멍은 그저 비유일 뿐이에요. 흠... (곰곰이 생각하다가) 그래도 큰 쥐구멍이 있으면 은신처 생긴 것 같아서 아늑한 느낌일지도.
릭사엘:알았다. 준비하지.
유스텐:어, 어디다 만들려고요... 벽이라도 뚫을 거예요?!
릭사엘:그럴까? 그대가 원한다면
유스텐:세상에 쥐구멍이 있는 신전이 어딨어요?!
릭사엘:우리 신전이 쥐구멍의 선도주자가 되는 것도 나쁘진 않지.
유스텐:...?
당신 이상한 농담이 늘은 것 같아요. (흐릿 - ) '나 때문인가...'
릭사엘:농담 아닌데. 농담으로 들렸나?
유스텐:그게 농담이 아니면 더... 무서운데요.
릭사엘:그래? (피식 웃으며 천천히 찻잔을 기울인다)
유스텐:'진짜로 신전 벽 여기저기 구멍 뚫어주면 어쩌지?' ... 쥐구멍은 역시 보류할래요.
릭사엘:흠... 그런가? 알겠다. (미끄럼틀도 연결하고 비밀 통로도 만들까 했는데 아쉽게 됐군)
유스텐:신전인지 굴인지 모를 정도가 되면 사제분들이 분명 당황해하실 거예요.
릭사엘: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군... 그럼 사용하지 않는 별채를 그렇게 만드는 건?
그곳은 원래 그대 몫으로 줄까 했다.
유스텐:그건... (슬쩍) 좀 솔깃할지도.
잠깐, 뭔가 묘 - 하게 제가 당신의 햄스터가 된 기분인데요?!
릭사엘:햄스터라니. 그대는 굳이 따지면 토끼지. 그것도 어린 개체.
유스텐:별채를 그렇게 만들면 완전히 햄스터 케이지잖아요!
...
어쨌든 케이지는 케이지 아닌가요?
... ... 토끼 같다고 티모시로 된 침대 놔주고 그러면 화낼 거예요.
릭사엘:... 상상했는데, 귀여울지도.
유스텐:릭스!
릭사엘:그대가 귀여운 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
유스텐:무, 무, ㅁ... 뭐라는 거야... (고장)
릭사엘:말 그대로의 뜻.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고 네 입술에 입맞춘다)
유스텐:(눈을 감고 입술을 잘게 떨다가 네 윗입술을 앙 하고 입술로 물었다 떼며 새침하게 고개를 돌린다.) 흥!
릭사엘:(슬쩍 웃으며) 왜 흥이야.
나 안 봐줄 거야, 여보?
유스텐:몰라요. 맨 - 날 귀엽게만 보고, (꿍시렁) 바보 같이 무리하기나 하고... (꿍시렁) 걱정되게... (꿍시렁꿍시렁)
릭사엘:(투덜거리는 너를 부드럽게 품에 안으며) 잘못했다.
유스텐:... 나랑 오래오래 있고 싶어요?
릭사엘: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유스텐:흠... (말없이 뭔가를 생각하는 듯 요리조리 고개를 기울이다가) 내가 당신 집무실에 같이 출근? 하는 건 어때요?
집중 안되려나...
릭사엘:집중은 어떻게 해보면 되겠지. 그대가 그렇게 해주면 나야 고맙지만 그대는 심심할 텐데, 괜찮고?
유스텐:응! 나한테 선물해준... (주머니를 뒤적거려 핸드폰을 짠 - 하고 꺼낸다) 이게 있으니까요!
릭사엘:? 이게 있으면 안 심심해?
유스텐:네! 할 수 있는 게 무지 많거든요.
세상 돌아가는 것도 금방 알 수 있고, 편지를 보내지 않아도 연락할 수 있고!
릭사엘:요즘 문물은 참 신기한 점이 많군... 나로써는 따라가기 힘들 정도야.
유스텐:조심해요~ 이러다 뒤쳐진다고요? 그러면 늙은이 소리 들을지도 몰라요!
릭사엘:...
늙은... 이...
유스텐:... 요, 요, 요즘 세상에는! 다들 이걸 갖고 다니니까...요...
... 이단 같다고 할 거죠.
릭사엘:딱히 그렇게는 생각 안 한다. 종교와 문명은 동일시되는 개념은 아니니.
그저 좀 생각이 많아지는군.
유스텐:(의외라는 듯 눈을 살짝 크게 뜨며) 오... 무슨 생각이요?
릭사엘:신전의 구성을 좀 바꿔볼까 해.
유스텐:응? 어떻게요?
릭사엘:그대가 말한 신식으로.
유스텐:가, 갑자기요?
릭사엘:갑자기까지는 아니고, 전부터 막연하게 생각은 했다. 신전에 전기는 들어오지만, 실제 조명이나 생활장치와 같은 것들은 모두 아날로그식을 채택하고 있어 사람 손이 많이 필요한 터라.
사실 들이고 싶지 않았던 이유에는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도 있기는 했지.
유스텐:으음... 미관 중요하죠...!
'그래도 편한 거 놔두고 굳이 힘든 길로 갈 필요는 없긴 하지...'
릭사엘:단순히 나 혼자만의 의견일 뿐이니, 조만간 사제들을 포함한 민간인들에게 설문조사를 시켜보지. 이대로 유지하자는 의견이 많으면 유지하고, 아니어도 그들이 더 고생할 뿐 나는 크게 달라지는 것 없으니 괜찮다.
유스텐:... 사제분들이 대부분 거의 다 하시니까요?
릭사엘:그렇지. 나는 손 놓고 일만 하면 되니까.
유스텐:'이거 맞나...'
그, 그래도 이 큰! 교단을 책임지는! 큰 마을도 책임지는 교주님인데 측은하게라도 바라봐줘요...
아기 쥐 분들이 기뻐할 걸 상상해봐요.
릭사엘:아기 쥐?
유스텐:응. 어, 아, 지금의 당신은 모르겠구나.
당신이 기억을 잃기 전에 나랑 신혼여행 갔을 때... 사제 분들을 아기 쥐라고 불렀었거든요.
까만 옷도 입고 있으니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저도 그렇게 부르고 있어요.
릭사엘:...어디에나 있는데다 자꾸 소리를 엿들어서 쥐새끼 같은 면이 있긴 하지.
유스텐:ㄴ , 네?
릭사엘:?
유스텐:당신... 하고 싶은 말이 꽤 있는 것 같네요.
불만이 있는 것 같아요.
릭사엘:딱히 별 생각은 없다. 나는 개의치 않는 사실로 여기저기서 쑥덕거리는 게 재미있다고 생각한 적은 있다만.
유스텐:(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해서 눈만 깜빡인다)
릭사엘:?
유스텐:?
릭사엘:전혀 모르고 있었나? 한 신도가 그대와 나의 이야기를 토대로 한 애정소설을 쓰고 있던데. 사제들이 그것을 돌려 읽더군.
유스텐:(<< 전혀 몰랐다. 눈을 크게 뜨며 저도 모르게 큰 소리로) 네???!!!!!
릭사엘:(조심스럽게 귀를 막았다 떼며) ...귀청 떨어지겠어, 유스. 표정을 보니 정말 몰랐나보군.
유스텐:ㅇ,왜... 아,아니... (생각지도 못한 사실에 충격받아 말을 더듬는다) 그, 그런 거 써도 되는 거예요?
릭사엘:쓰지 말라는 규율을 만들어놓은 것도 아니라 그렇게 됐다.
유스텐:왜...왜지?
릭사엘:즐거운가 보지.
유스텐:당신도 읽었어요...?
릭사엘:아니. 나는 개의치 않고 있었대도.
왜, 궁금한가? 구해다 줘?
유스텐: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다들 돌려읽는 건지 궁금하긴 해요...
다들 우릴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근데 구할 수 있겠어요? 당신이 소설에 나오는 사람인데, 오히려 더 숨기려고 하는 거 아닐까요?
릭사엘:다들 내 휘하의 사람들이다. 까라면 까겠지.
유스텐:(거침없는 네 말에 쿡쿡 웃으며) 저한테만 보여주시는 모습 때문에 잠시 잊고 있었어요. 당신이 신에게도 대들던 사람이었다는걸.
릭사엘:(슬며시 웃으며 뺨에 키스하고는) 이제라도 떠올려주니 고마운걸, 나의 유스.
유스텐:(고개를 비틀어 네 입술을 나긋하게 빨아당겼다 떼며 장단을 맞춰준다.) 별말씀을요, 나의 릭스.
릭사엘:...그대가 있으니, 일은 안 하고 그대만 보고 싶어.
유스텐:으음~ 그러면 곤란한데. 내가 당신을 방해하는 거나 다름없잖아요.
릭사엘:어쩔 수 없지. 신혼이잖아. (고개를 살짝 기울여 네 입술에 정중하게 키스한다)
유스텐:(검지로 네 입술을 톡 건드리며) 신혼이라서 맞아요? 몇 년이 더 지나도 신혼이라고 우길 것 같은데.
릭사엘:(입술을 건드린 네 손가락 끝에 짧게 키스하며) 영원을 기준으로 보면, 비율상 앞으로도 몇십 년은 신혼 이지.
유스텐:하하! 맞는 말이긴 하네요. (말없이 웃으며 널 빤히 바라보다가) ... 신혼 기간이 지나면, 지금보다 덜 사랑할 거예요?
릭사엘:글쎄, 나는 허황된 약속은 하지 않는 주의지만... 그러진 않을 것 같아. 내겐 언제나 그대뿐일 테니.
유스텐:내가 보기엔... 몇십 년이 지나도 당신은 여전히 이렇게... 나랑 있고 싶어하고, 사랑스럽고, 귀여울 것 같아요.
릭사엘:귀, 엽다니... (얼굴이 화르륵 달아오른다)
유스텐:(피식 웃으며 작게 숨을 들이키다가 네 두 뺨을 붙잡고 윗입술을 입에 머금었다 떼기를 반복하다가 혀를 살짝 내밀어 쓸어올린다. 코끝이 닿을 정도로만 고개를 뒤로 물리고 달콤하게 속삭인다) 이런 점이 귀엽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건... 나만 볼 수 있는 모습이고요.
릭사엘:(심장의 두근거림에 못 이겨 천천히 네 입술에 제 것을 포개어 맞물리곤, 아쉬움 가득 담긴 시선으로 겨우 입술을 뗀다) ...그대 것이니까, 나는.
유스텐:알아요. 그래서 너무 좋아. ...가끔은 진짠가 싶어요.
비현실적으로 모든 부분에서 잘났잖아요, 당신은.
나는 정말... 보잘 것 없는 사람인데도.
릭사엘:그렇진 않아. 나도 못하는 게 많은 사람인걸.
그저 내가 잘하는 부분들은 겉으로 보여지기 좋은 부분들이어서 그렇게 느껴질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대가 보잘 것 없다니. 그렇진 않아. 만약 정말로 그렇다 해도, 그대가 잘하는 부분들은 다른 이들이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영역에 있어서겠지.
내게는... 그대가 과분해.
유스텐:과분하다고요...?
릭사엘:그대가 주는 애정이, 사랑이, 마음이, 체온이, 피부가, 밝음이, 즐거움이, 행복이. 모두 다.
유스텐:그, 그렇게나 많을 줄은... 다 정말 어려운 것도 아닌데...
릭사엘:내게는 주어진 적 없던 것들이니까. 중요한 건, 나라고 해서 빈틈없지는 않다는 거다.
유스텐:음... 릭스가 생각하는 본인의 빈틈은 뭔데요?
릭사엘:감정적 교류에 약하고... 자기 객관화에 둔하고... 정리도 잘 못하고... 요즘 문물에 약하지.
유스텐:마지막은... 하하, 정말 그렇긴 하네요.
마지막 건 다행스럽게도 제가 해결해드릴 수 있겠어요. 이제 빈틈이 줄었죠?
감정적 교류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교주라는 자리를 오래도록 유지하려면요.
그런데 두 번째는... 그런가?
정리 못하는 건 (갑자기 서랍을 뒤적거리던 때가 떠올라 피식피식 웃으며) 너무 잘 알죠.
릭사엘:...? 어떻게 잘 안다는 거지?
유스텐:... (밑입술을 말아넣다가) 비밀이에요.
릭사엘:그대 앞에서는 정리를 했었는데 어설펐던가?
유스텐:음....
기억을 잃기 전의 당신이 말해준 적 있기도 하고...
사실, 당신이 자리 비운 사이에 심심해서 방을 여기저기 탐방했었거든요.
릭사엘:응.
유스텐:당신 서랍 보니까 완전...
재밌었어요.
귀엽고.
릭사엘:... 이곳 서랍은 열지 마라. 부끄러워질지도 모르니.
유스텐:아, 그때 서랍 보면서 제가 정리도 다 했어요! (으쓱)
열지 말라고 하니까 더 궁금한데 -
보여주면 안 돼요?
릭사엘:장난꾸러기. (볼을 살짝 잡아당긴다)
유스텐:므에에...
릭사엘:그대가 보고 싶다고 하면 보여주기야 하겠지. 그대에게 내가 어떻게 숨겨.
대신 나 없을 때.
유스텐:와~ (신이 나서 팔을 들어올리다가 이어진 말에 입술을 삐죽이며 어깨를 축 늘어뜨린다.) 힝...
당신 맨날 일만 하는데 언제 없어요!
릭사엘:...그건, 그렇지. 알았다. 아무 때나.
유스텐:지금!
릭사엘:지금?
유스텐:응!
릭사엘:...그래.
유스텐:와~ 교주님의 서랍 대 공 개~
어디 첫 번째 서랍부터 한 번 공개해주세요!
릭사엘:... 너무 신난 것 아닌가? 그런 점이 귀엽지만.
유스텐:그치만 우리 방에 있는 서랍 살펴봤을 때도 엄청 재밌었는걸요?
여기는 당신이 더 오래 있는 곳이니까 얼마나 대단할지(?) 궁금해요!
릭사엘:휴우... 알았다. 이리 와. (천천히 책상 앞으로 향한다)
유스텐:(흥얼거리며 네 뒤를 쫄래쫄래 따라간다)
당신이 책상 앞에 신난 기색으로 서자
릭사엘이 귀를 붉히며 머뭇거리듯 첫 번째 서랍을 엽니다.
유스텐:
관찰력
기준치:55/27/11
굴림:44
판정결과:보통 성공
녹슨 클립 조각들과 다 닳은 몽당연필 몇 자루,
언제적 것인지도 모를, 개봉도 안 한 민트맛 껌,
반달가슴곰 모양을 한 작은 나뭇조각,
뚜껑이 열린 채 방치당했던 듯 다 말라 붙은 잉크병과
모서리가 여기저기 구겨진 종이학이 들어 있습니다.
릭사엘:...
유스텐:...
저, ... 정말!
다, 다양하고! 마치! 어... 배치가 참! 현대미술 같네요!
릭사엘:...
유스텐:...
이거 안 치운지 얼마나 됐어요.
릭사엘:서랍은 사제들이 치워주지 않아서... 꽤 됐지.
그래도 쓸 만한 것은 섞여 있다.
유스텐:찾을 수는 있고요?
릭사엘:(안에서 멀쩡하고 깨끗한 스테이플러와 심을 꺼낸다)
유스텐:...
릭사엘:...
두 번째는 서랍은 보지 마.
유스텐:보여주세요.
릭사엘:왜...
유스텐:빨리.
릭사엘:...
꼭 봐야겠나?
유스텐:첫 번째부터 대단한 게 나와서... 두 번째랑 세 번째도 봐야겠어요.
릭사엘:...그대를 누가 말려.
유스텐:어서.
릭사엘:(한숨을 쉬며 두 번째 서랍을 연다)
릭사엘이 두 번째 서랍을 열자
서랍이 열림과 동시에 무언가가 도르르 굴러다닙니다.
정체불명의 알약들이 든 유리병 세 개가 있습니다.
소리가 난 건 이것 때문인가 보네요.
그밖에는 종이 뭉치가 가득합니다.
쓰다가 버린 듯한 메모도 있고, 낙서도 있고,
부적 같은 것도 있네요.
유스텐:(두 번째 서랍의 내용물을 둘러보다가 저도 모르게 탄식한다) 와...
중간 중간 원석인지 보석인지 모를 것들도 빛납니다.
릭사엘:...
유스텐:약은 왜 여기 들어있는 거예요? 대체 이 정체불명의 약은 뭐길래.
릭사엘:흑련 가루가 든 것과, 최면제가 든 것... 진통제가 든 것.
유스텐:...?
일하는 데 그런 게 필요해요?
릭사엘:난 평범한 일만 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유스텐:아...
흠. 그러고보니 기억을 잃기 전의 당신이 취한 모습 보여주겠다며, 흑련 가루를 먹어서라도 보여주겠다 했었는데.
릭사엘:내가?
유스텐:응.
릭사엘:보고 싶다는 마음은 아직도 유효하고?
유스텐:응.
릭사엘:...지금 먹으라는 뜻으로 하는 얘기인가?
유스텐:에이 - 지금은 일하는 중이잖아요. 저도 때와 장소는 가릴 줄 안다고요?
릭사엘:(겨우 안도하며) 휴우...
유스텐:다음에.
릭사엘:...그래 다음에.
유스텐:(종이뭉치를 한 움큼 들어올리며) 이 종이뭉치들은 대체 ...
릭사엘:대부분은 업무용이다.
유스텐:서랍에 완충역할이 필요한가 잠깐 고민했어요.
펼쳐서 봐도 돼요?
릭사엘:... (조금 찔리지만) 그래.
유스텐:(한 움큼 들어올린 종이뭉치를 몇 개 펼쳐본다)
구깃구깃한 종이뭉치를 펼쳐보자
릭사엘의 말대로 대부분은 업무용입니다.
그런데... 잠깐 이건?
당신의 이름이 빼곡하게 적힌 메모지입니다.
릭사엘:...
유스텐:...?
릭사엘:... (귀가 붉어진다)
유스텐:(네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전혀 다른 생각을 한다.) '뭐, 뭐지? 이 빼곡하게 내 이름으로 채워진 건...? 저, 저주라도 하고 싶었나?' ...
릭사엘:(볼까지 붉어진 채 조용히 메모를 뺏어든다) ...그만 봐라.
유스텐:... 왜 쓴 거예요?
대체 언제?
릭사엘:...일하다 그대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적었다.
그냥... 계속.
내가 기억을 잃기 전 것들도 섞여 있더군. 버릇은 똑같아서는.
유스텐:... (뒤늦게 메모지에 적힌 이름의 의미를 이해하고 덩달아 얼굴을 붉힌다.)
릭사엘:(조용히 종이를 다시 꾸깃꾸깃 접어 서랍에 넣는다)
유스텐:이름 쓴 종이... 이거 한 장만이 아니죠, 당신.
릭사엘:...
알면서 왜 묻지.
유스텐:설마 해서 물어본 거였는데... (입술을 움찔거리다가 빠르게 네 뺨에 입을 맞추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서랍을 뒤적거린다.) 아 - ㄸ, 또 뭐가 있었더라 - ?
(쓰다가 버린 듯한 메모를 들어올린다.) 이건 뭐예요?
무슨 알 수 없는 글씨? 아니, 낙서인가...?
릭사엘:그건... 업무용. (라틴어로 된 메모를 집어다 다시 구겨 넣는다)
유스텐:왜, 왜 이렇게 다급하게 구겨 넣어요.
릭사엘:...민망하군.
유스텐:이미 늦었어요.
릭사엘:말이라도 안 늦었다고 해주지.
유스텐:(낙서가 그려진 걸 들어올리며) 이건... 낙서인가? 당신 낙서도 해요?
'뭘 그린 거지?'
릭사엘:...예지에 관한 꿈을 꿔서 그렸다. 그럴 땐 그림이 직관적이고 오래 기억되지.
(복숭아와 포도가 그려진 낙서를 뺏어든다)
유스텐:뭐야, 그건 왜 뺏어요! 이리 줘요.
릭사엘:(다시 구겨서 넣으려다가, 달라는 말에 우물쭈물 다시 건네준다)
유스텐:이건 뭔 뜻이에요?
릭사엘:...그런 게 있다.
유스텐:안 알려줄 거예요?
릭사엘:그대 미래에 관한 것이라 알려주면 무언가 바뀌어.
유스텐:그렇구나... 아쉽다.
릭사엘:...나중에 그대도 이 두 가지가 나오는 꿈을 꿀 거야.
유스텐:'무슨 뜻이지?' 먹는 꿈이라도 꾸는 건가...
릭사엘:(조심스럽게 종이를 뺏어다 다시 서랍에 넣고는, 네 눈가를 문지르며) 피곤하진 않나? 새벽에 일어났잖아.
유스텐:(눈을 꿈뻑거리며 마른 침을 삼킨다) 조금 졸리긴 해요. 그래도... (하암 - ) 서랍 다 보고 싶은데...
릭사엘:다음에 마저 보여줄 테니 가서 자자. 이젠 나도 피곤해서 돌아가야겠어.
(상냥하게 네 머리를 쓸다 정수리에 뽀뽀한다)
유스텐:(살짝 긁는 목소리로) 응...
결국 일은 내가 오고나서 하나도 안 했네요.
방해해서 미안해요, 릭스.
릭사엘:뭘 그런 걸로. 미안하다는 말 하지 마라. 나도 그대와 즐거웠으니.
이리 와, 유스. (그렇게 말하고는 네가 거부할 새 없이 너를 번쩍 품에 안아든다)
유스텐:ㅇ, 응? 으앗! 리, 릭스! (갑자기 다리가 들리자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네 가슴팍을 붙잡고 힘을 준다.) 이, 이렇게까지 안 해도 돼요. 혼자 걸을 수 있기도 하고, 당신 무리했잖아요.
릭사엘:괜찮다. 그대는 가벼워서.
(걱정하지 말라는 듯 너를 단단히 안고 이마에 키스한다)
유스텐:(부드러운 입술이 닿자 나른한 숨을 작게 내쉬며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진다.) 당신 품... (하암 - ) 엄청 따뜻하고... 포근하고... 잠이 올 것 같아요.
릭사엘:...침대까지 모셔줄게, 내 사랑. 먼저 자. (입술에 달콤하게 키스한다)
유스텐:우웅...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데... 너무...졸...ㄹ...' (눈을 감고 일정하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기 시작한다.)
릭사엘:(고운 이마에 살포시 입술을 누르고는 천천히 방을 나선다) 잘 자, 유스.
.
.
.
당신은 어제 못 간 축제를 오늘 가기로 했습니다.
주말 내내 축제여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하마터면 약속도 다 깨고 섹스만 한 인간이 될 뻔했는데....
흠흠! 그게 중요한 건 아니죠.
릭사엘에게 일할 때 함께 있자고 했지만
오늘은 그에게 다닐 곳이 많은지라 미뤄졌고
당신은 그저 아늑하고 고요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해가 기울어지며 산등성이에 가까워지는 시각.
릭사엘은 업무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오더니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당신을 보고 기분 좋게 웃습니다.
...내내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일하고 온 사람 앞에서 누워있는 걸 들키니
뭔가 민망해지네요.
릭사엘:(천천히 경전을 책상 위에 내려두고 네 곁으로 와 이마에 키스하며) 푹 쉬었어?
유스텐:(입술을 말아넣으며 옆으로 슬쩍 휴대폰을 내려놓는다.) '내내 놀아서 뭔가 찔리네.' 응... 당신은 오늘 일 잘하고 왔어요?
릭사엘:...응. (조용히 이후의 말을 삼킨다)
유스텐:(작게 숨을 내쉬며 두 팔을 벌린 채) 이리 와요. 안아줄게요.
릭사엘:(한 달음에 네 품에 들어가 마주 안으며) ...보고 싶었다.
유스텐:(스르르 눈을 감고 두 팔로 너를 꼭 안아준다. 손바닥으로 네 등을 느리게 쓸어내려주며)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어요, 릭스.
릭사엘:... (말없이 네 품에 얼굴을 묻고 숨을 들이킨다) ...좋은 냄새.
유스텐:당신이랑 같은 냄새 아니에요?
릭사엘:...그거 말고, 그대 냄새가 따로 있다. 포근하고 따뜻하고 아기 같고...
유스텐:그래요? (고개를 돌려 킁킁 제 냄새를 맡으며 어리둥절해한다) 저는 무슨 냄새인지 모르겠어요.
매번 당신이랑 같은 탕에 들어가니까, 당신처럼 허브향이 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릭사엘:굳이 따지면 비누향이려나. 좋은 향기가 나. (네 품에서 꾸물꾸물 움직여 잠옷 상의를 살짝 들추고 들어간다)
유스텐:으앗...! 리, 릭스... 부끄러워요. (갑작스런 네 행동에 헛숨을 들이키며 팔을 들어올려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가린다)
릭사엘:(가만히 네 맨 살갗에 코끝을 비비며) ...너무 귀여워. (가슴팍에 쪽 입을 맞춘다)
유스텐:(칭얼거리듯 웅얼거리며) 으응... 간지러워요, 그, 그만... 흐...
릭사엘:간지러워? (가슴팍에 장난스럽게 쪽쪽 입을 맞추다가, 네 유두 한 쪽에 고개를 옮겨 짧게 쪽 입맞춘다)
유스텐:(상체를 조금씩 비비적거리며) 간지러운 것보다, 부끄러워ㅇ... 힉...!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새빨갛게 익은 얼굴을 하고) 릭스...!
릭사엘:(작게 쿡쿡거리는 웃음 소리를 내며 네 옷 안쪽에서 기어나온다) 응, 불렀나?
유스텐:(씩씩 노려보며) 이익... 당신 진짜 -
릭사엘:(가만히 올라가 네 입술에 짧게 키스했다가) 응, 여보.
유스텐:... (무어라 잔소리하려다 사랑스럽게 구는 네 모습에 마음이 금방 약해진다. 눈을 돌리며) 사, 사랑한다고요...
릭사엘:나도 사랑해. (즐거운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네 머리통을 가득 끌어안고 정수리에 입술을 맞춘다)
유스텐:(입술을 꾹 다물고 눈을 가늘게 뜬 채 가만히 네 입맞춤을 받는다.) ... 당신 어째 오늘따라 능글맞은 것 같아요.
릭사엘:보고 싶었으니까 좀 봐줘.
유스텐:(장난스런 투로) 또 종이에다 내 이름 썼어요?
릭사엘:...
유스텐:... 진짜?
릭사엘:...
조용히.
유스텐:(괜히 더 놀리고 싶어져서 키득거리며) 오늘은 얼마나 썼는데요?
릭사엘:...모른다.
유스텐:일하는 시간보다 내 이름 쓰는 시간이 더 긴 거 아닌가 몰라 ~
릭사엘:그러진 않았어.
(귓가가 뜨끈하게 달아오른다)
유스텐:농담이에요. 진짜 그러면 매일매일 일이 쌓였을테니까.
릭사엘:...그렇지. (살짝 찔릴 뻔했다)
유스텐:(다른 한 손으로 네 뒷통수를 어루만져주며) 솔직히 의외예요. 당신, 일할 때만큼은 내 생각 안 하고 온통 일에만 집중할 줄 알았는데.
릭사엘:...
누구... 때문인데.
유스텐:음... (슬쩍) 글쎄요. 모르겠는데 -
릭사엘:...바보.
유스텐:당신은 그럼 슈퍼 바보예요. 바보한테 푹 빠졌잖아요.
릭사엘:...슈퍼 바보라니. 아니다.
유스텐:그러면?
릭사엘:... 그냥 바보, 정도로 하지.
유스텐:좋아요. 바 - 보 - 릭 - 스
릭사엘:... 바 - 보 - 유 - 스 .
유스텐:(얼굴이 찡그려질 정도로 웃으며) 하하! 따라하기는 - !
릭사엘:...
유스텐:(네 양 뺨에 번갈아 입술을 대었다 떼며) 삐질 거예요?
릭사엘:...아니. 삐진 척만 해봤다.
(네 입술에 제 것을 붙였다 떼며) 그대와 함께 있으면 생전 안 하던 짓을 하게 되는군.
유스텐:좋은데요? 나만 볼 수 있는, 나만 아는 당신의 모습이잖아요.
릭사엘:좋아?
유스텐:응. 너무 좋아요.
릭사엘:... (문득 부끄러워져 네 품을 가득 끌어안아 얼굴을 숨긴다)
유스텐:'귀여워. 강아지 같아...' 내 얼굴 안 볼 거예요?
릭사엘:... (그 말에 슬그머니 품에서 네 얼굴을 놓아준다. 얼굴이 제법 붉다)
내가 참... 이상하지. 그대 얼굴만 봐도 좋으니.
유스텐:(코끝을 다정하게 부비며) 제 매력에 머리끝까지 잠긴 것 같은데요?
릭사엘:익사하는 일만 남았지.
유스텐:익사는...! 안 돼요!
릭사엘:안 되기는. 이미 숨막혀.
유스텐:좋은 거예요, 나쁜 거예요?
릭사엘:좋은 쪽 아닐까.
유스텐:숨막히고 익사하는 중인데요?!
릭사엘:그게 그대 품이면 좋지.
유스텐:으음 - 그래도 당신이 죽는 건 싫은데.
아 , 안되겠다. 죽으면 곤란하니까 이제 놔줄래요. (안고 있던 팔을 품으며 어깨를 톡톡 두드려준다.)
릭사엘(네가 떨어지려 하자 재차 엉겨붙는다)
유스텐:(웃음을 참으려 어깨를 들썩이며) 뭐하는 거예요- 내가 지금 당신 살리려고 애쓰잖아요.
릭사엘:그대에게 잠겨 죽을까 해서.
유스텐:(결국 웃음을 터뜨리며) 못 살아, 진짜...
릭사엘:(네 정수리에 다시금 키스했다가 떼며) ...이러다가 외출 못할 것 같군.
유스텐:오늘이 축제 마지막 날인데, 좀 참아줘요, 응? (달래듯 네 얼굴 여기저기에 연신 입을 맞추며) 돌아오면 당신 하고 싶은대로 하게 해줄테니까.
릭사엘:...알았다. 일어나지.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먼저 일어나고 너를 부드럽게 일으켜세운다)
유스텐:(풀죽은 듯한 네 표정을 보고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팔을 뻗어 네 정수리를 쓰다듬어준다) 착한 남편이네요.
릭사엘:(네 쓰다듬을 받다가 너를 드레스룸에 데려가며) 뭘 입고 갈지는 정했어?
유스텐:어... 그냥 여기 있을 때처럼 입고 가는 줄 알고, 생각 안 해봤어요.
릭사엘:마을에 외출할 때 신전의 사람처럼 하고 가면 우리를 알아보는 이들이 있을 거다.
유스텐:알아보면 안돼요?
릭사엘:...축제를 즐기기는 커녕, 마을 주민들에게 축복만 걸어주고 끝날 수도 있지.
유스텐:축복도 걸어줘요?!
릭사엘:말이 그렇다는 거다. 실제 축복 같은 건 없어.
유스텐:전 또 릭스한테 그런 능력도 있나 했어요. ... 흠, 진짜 축복할 수 있었으면 요정님 같았을지도.
릭사엘:...요정?
유스텐:(중얼거리며 자동적으로 릭사엘이 요정 날개(...)를 달고 요정 지팡이(...)를 들고 샤랄라 축복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풉 -
릭사엘: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유스.
유스텐:(헛기침을 하며) 흠흠,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릭사엘:(무언가 상상한 것 같은데... 찜찜함을 느끼며) ...편안한 옷으로 골라봐. 평범한 옷을 입고 존재감이 흐려지는 주술을 걸면, 웬만해서는 우리를 알아보지 못할 거다.
유스텐:음 - 어디 눈에 잘 안 띌만한 옷이... (드레스룸을 뒤적거려본다)
유스텐:
기준치:60/30/12
굴림:18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흠, 여느 때와 같이 온갖 옷이 걸려있네요.
로스앤젤레스 여행을 갔을 때 입었던 옷도 있고
페어마운트 공원 나들이를 갔을 때 입었던 옷도 있고
이건... 음? 뭐죠? 귀엽습니다.
로리타 스타일의 반팔 반바지 룩이네요.
유스텐:우와... '과해... 이런 건 대체 어디서 갖고 오시는 거지?'
어디 귀족 가문 어린 도련님에게나 입힐 것 같은 디자인입니다.
편한 걸 고르기로 했으니 이건 제외하고...
이건 또 뭐죠.
보이스카우트 디자인의 귀여운 옷이 또 걸려 있네요.
이쯤 되니 사제들은 당신을 귀여운 교단의 마스코트 쯤으로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유스텐:... 당신이나 사제분들이나 저를 뭘로 보는 건지.
릭사엘:잘 어울리기만 하겠는데, 뭘.
유스텐:이런... 스타일의 옷은 한 번도 안 입어봐서, 우스꽝스러울까봐 걱정돼요.
릭사엘:안 입어봤으면 입어보면 되지.
유스텐:너무... 음... 어린이처럼 보이면 어떡하죠?
많이 귀여운 스타일의 옷 같아서...
릭사엘:(가만히 네 잠옷을 툭툭 벗겨내며) 어울릴 것 같다. 입어보지.
유스텐:제 의사는요?! (눈을 크게 뜨고 물어보면서도 네 손길에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져서 저도 모르게 팔을 벌린다.)
릭사엘:(옷가지를 완전히 벗겨내고 네게 착실하게 옷을 입힌다. 귀여운 옷을 입히는데도 반항 없이 순순한 너를 보자 귀여워서 입가에 미소가 맺힌다)
유스텐:릭스? 릭스! 내 의사는?! (쫑알쫑알거리면서도 네 손길을 거부하지 않고 잠자코 저도 모르게 입히기 편하도록 팔과 다리까지 하나씩 들어올려준다)
릭사엘:(네게 옷을 다 입히고 찬찬히 살펴보며, 뺨이 살짝 붉어진다) ...예상은 했지만, 무척 귀엽군.
유스텐:... (고개만 쭉 내려 제 차림을 확인한다.) 너, 너무... 어린애 거 뺏어입은 거 같지 않아요?
릭사엘:괜찮다. (너무 귀여워서 벗기고 싶어지는 것만 빼면)
유스텐:(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모른 채 얼빠진 얼굴로 눈을 빠르게 깜빡인다.) 이게요?! 막... 유치해보이고 그러진 않아요?
릭사엘:귀여워. (같은 말만 반복하며 네 머리 위에 귀여운 모자까지 눌러 씌운다)
유스텐:(윗머리가 푹 눌리는 느낌이 들어 반사적으로 눈을 꾹 감았다 뜬다.) 뭘 씌운 거예요?
릭사엘:모자. (네 머리를 가지런히 정돈시켜주고는, 입술에 쪽 입맞춘다) ...너무 귀여워서 나만 보고 싶을 지경이군.
유스텐:모자인 건 대충 알겠는데 뭘 씌웠길래.... (눈동자를 위로 굴려 두 손으로 모자를 더듬어 형태를 확인한다)
손을 더듬어 확인하자
봉긋하게 올라온 것이, 마치 빵모자 같습니다.
유스텐:(어색해서 계속 모자를 더듬거리며) 캡모자 외에 이런 건 처음 써봐요...
릭사엘:거울도 보겠어? (너를 거울 앞으로 데려가고, 상냥하게 옷 매무새를 가다듬어준다)
유스텐:(거울을 한 번 보다가 두 손을 다리에 딱 붙인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쭈뼛거린다) 제, 제가 아닌 것 같아요. 으음... 이런 스타일은 진짜 살면서 처음 입어봐서...
릭사엘:(네 뒤에 서서 네 목덜미에 입술을 누르고 눈을 감으며) 귀엽다.
유스텐:(민감한 부위에 입술이 닿자 반사적으로 어깨를 뒤로 하고 몸을 잘게 떨며) 읏... 간지러워요...
릭사엘:(네 허리에 손을 넣고 가득 끌어안으며) ...이대로 하면 안 되겠지.
유스텐:무, 뭘요?
릭사엘:섹스.
유스텐:아, 안 돼요! 지금 하면 또 어제처럼 못 나간다고요!
릭사엘:...그럼 다녀와서는?
유스텐:그건..., ... (입술을 움찔거리다가) 당신 마음대로 하라고 아까 그랬으니까, 원하는 대로 하게 해줄게요.
릭사엘:...알았다. (아쉽다는 듯 네 몸에서 떨어지며) 입어보니 어때. 다른 걸 입고 싶나? 디자인도 괜찮고 활동성도 괜찮아 보인다만.
유스텐:생각했던 것보다 편하긴 하지만... 우리, 사람들 눈에 안 띄려고 한 거 아니었어요? 이건... 너무 튀는 것 같은데.
릭사엘:주술을 걸면 그렇게 눈에 띄지는 않을 거야.
유스텐:그래요? ... (여전히 어색한 듯 옷깃을 손끝으로 만지작거리며 너를 올려다본다.) 나 진짜 안 이상해요?
릭사엘:(고개를 끄덕이며) 귀여워.
유스텐:... 당신은요? (마른 입술을 빨아당겼다가) 마음에... 들어요?
릭사엘:무척이나.
유스텐:그럼 이거 입고 다닐래요. 어색하긴 하지만... 당신이 좋아하니까. (제 차림이 낯설고, 너무 과하게 귀여운 옷을 입은 건 아닌지 걱정돼서 주먹을 바짝 쥐고 가슴 위에 둔 채 몸이 경직된다.)
릭사엘:(그런 너를 안심시키듯 부드럽게 안아 입술에 쪽 뽀뽀하고는) 이제 내 옷도 좀 골라주겠나? 난 외출복은 잘 입지 않아서 센스가 부족하니, 그대가 적당히 골라주면 좋겠군.
유스텐:... (슬쩍) 주술을 걸면 무슨 옷을 입어도 효과가 나타나요?
릭사엘:그렇지. 의상이 눈에 띄지 않는다면 효과는 더 좋고.
유스텐:그러면... (머뭇거리다가 첫 데이트 때 네가 입었던 옷을 찾아 건네주며) 이거요.
릭사엘:
지능
기준치:80/40/16
굴림:93
판정결과:실패
(가만히 네가 내밀어준 옷을 꿰어입으며) 이런 옷도 있었군.
유스텐:어때요...? 마음에 들어요?
릭사엘:(옷을 입은 뒤 매무새를 만지며) 깔끔해서 마음에 드는군. 고맙다. (부드럽게 웃으며 네 뺨에 쪽 뽀뽀한다)
유스텐:음...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젓는다) 역시, 제 옷은 다음에 입을래요. 당신이랑 색 맞춰서 입고 나가고 싶어요.
릭사엘:그래. 그렇다면 지금 건 다음에 입지. (가만히 네 옷을 다시 벗긴다) 어떤 걸로 입을 생각이지?
유스텐:(망설이지도 않고 익숙하게 첫 데이트 때 자신이 입던 옷을 찾아낸다.) 이렇게 입고 싶어요.
릭사엘:(네가 꺼낸 옷을 가만 바라본다)
릭사엘:
지능
기준치:80/40/16
굴림:92
판정결과:실패
...이것도 귀엽군. 그런데 어디선가 많이 본 코디 같은데.
유스텐:... 당신이 기억을 잃기 전에 우리의 첫 데이트 때 입었던 옷이에요.
(혹여 또 과거의 너를 그리워한 것처럼 보일까 떨리는 목소리로) 당신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억을 잃은 후의 ... 당신과 나의 첫 번째라면 첫 번째인 데이트니까...
릭사엘:(네 떨리는 목소리에 안쓰러움을 느끼며 너를 가만히 끌어안는다) ...잊어버려서 미안하다. 그대만 혼자 기억하게 해서. 그래도 그대는 혼자가 아니야. 알지?
(천천히 네 몸을 품에서 떨어뜨리며) 이 옷, 마음에 든다. 이대로 입고 가지.
유스텐:(여전히 눈치보여서 불안한 눈을 하며) 무슨 생각해요...?
릭사엘:...앞으로 더 많이 행복하게 해줘야겠다는 생각.
유스텐:난... 당신이 혹시나 오해할까봐 걱정했어요.
내가 과거의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느낄까봐...
릭사엘:그래도 결국 나지. 게다가 과거의 내가 그대를 내게 보내줬는데 섭섭해할 리가.
(살며시 미소 지으며) 이제 이거 입고 데이트 잘 하고 오면 되나?
유스텐:(네가 웃어주자 그제서야 안심하고 마주 웃으며) 응...
릭사엘:(네 입술에 쪽 뽀뽀하고는, 천천히 네게 다시 옷을 입혀준다) 그래도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대를 탐한 과거의 내가 질투나기는 하는군.
유스텐:(팔을 들어올리며) 방금 과거의 당신이나 지금의 당신이나 결국 당신이라고 했잖아요.
릭사엘:나는 맞지만, 내가 지금은 모르는 그대의 모습들을 더 많이 안다는 점은 좀 질투가 나지. (장난스럽게 말하며 네게 착실히 옷을 입힌다)
유스텐:(네 말에 피식 웃으며) 그러면 어떻게 하면 질투가 안 날 것 같은데요?
릭사엘:나랑도 다 해주면, 그때는 질투가 안 나겠지.
유스텐:그 말뜻은... 혹시 전에 갔던 데이트 코스도 다시 가보고 싶어요?
릭사엘:그대만 괜찮으면 그러고 싶다.
혼자만 아는 추억은 쓸쓸한 법이니.
유스텐:(젖은 눈을 하고 미간을 찌푸린 채 애써 입꼬리를 끌어당긴다.) ... 내가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어요.
릭사엘:(네 옷을 다 입혀주고 부드럽게 끌어안으며) ...좋아. 약속한 거다.
유스텐:응... 약속. (눈가에 눈물이 맺히려는 걸 조절하며 새끼손가락을 내민다)
릭사엘:(네가 내미는 새끼손가락을 가만 보다가 제 것을 내밀어, 엮는다)
유스텐:(작게 웃음소리를 내며) 그럼 나는 신혼여행을 두 번 다녀오는 사람이 되겠네요.
릭사엘:...백 번도 가자.
.
.
.
석양이 골목 사이사이에 고요히 스며들 무렵.
낮고 단정한 건물들이 살구빛 햇살에 물들어 있습니다.
붉은 기와와 유려한 곡선을 가진 처마,
회백색 벽면에 걸린 철제 꽃바구니들이 고요한 정취를 풍깁니다.
야시장을 준비하는 거리에는 벌써 긴 줄이 늘어서 있고
광장의 석조 분수대에서는 졸졸 물소리가 납니다.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그 주변을 거닐며 몸을 식히고 있습니다.
주변으로 질서 있게 늘어선 노점상에서
향긋한 구운 치즈와 허브, 시원한 과일 음료를 팔고 있네요.
몇몇 아이들이 시나몬 가루 뿌려진 도너츠를 들고 뛰어다닙니다.
유스텐:
듣기
기준치:60/30/12
굴림:66
판정결과:실패
음, 어디선가에서 귀여운 노래가 들려오는군요.
아이들이 동요를 부르고 있는 모양입니다.
릭사엘:(주변을 조용히 둘러보다가 너를 꼭 끌어안고는 계속 주위를 살핀다)
유스텐:(유난히 바짝 주변을 경계하는 너를 바라보며) 릭스? 왜 그래요?
릭사엘:사람이 너무 많다. 이러다 그대를 잃어버리면 큰일이 나겠군.
유스텐:응?? 손 잡고 있으면 되잖아요.
릭사엘:(너를 조금 더 꼭 끌어안고는 네 정수리 위에 고개를 살짝 얹고 비비며) 먹고 싶은 건?
유스텐:(눈을 도르륵 위로 굴리며) ...? '왜 이러지? 내가 진짜 미아가 될까봐 걱정되는 건가?'
이렇게 바짝 붙어있으면 같이 다니기 불편하지 않아요?
릭사엘:...그, 렇지. (민망한 듯 네 품을 놓아주고 손깍지를 낀다. 여전히 무언가 초조한 듯한 얼굴이다)
유스텐:(네 표정을 확인하고 걱정스러운 듯 네 안색을 살핀다. 손을 뻗어 네 앞머리를 사락 넘겨주며) 당신, 무슨 일 있어요? 표정이 안 좋아요. 새벽까지 무리해서 그런가...?
릭사엘:그건 아니다. (언제 오는 거지)
유스텐:정말 괜찮은 거 맞아요...? 걱정돼요.
릭사엘:...걱정할 것 없다. 야시장이 들어서고 있으니 저녁부터 먹을까.
유스텐:'아무리 봐도 어딘가 이상한데 자꾸만 괜찮다고 하네...' (입술을 삐죽 내밀다가) 응...
그런데, 당신 이런 야시장에서 파는 음식도 먹어요?
릭사엘:먹어본 적 없긴 하다만... 전에는 그대와 잘만 먹었던 것 같아서.
유스텐:생각해보니 잘 먹긴 했, 죠...? '흠, 왜 그때 안 물어봤더라. 너무 자연스럽게 잘 먹어서 그랬나?'
릭사엘:음, 그래. 먹고 싶은 건?
유스텐:(야시장 내를 두리번거리며) 음... 뭐가 좋으려나...
주변을 둘러보니 갖가지 음식이 매대 가득 놓여 있습니다.
가장 먼저 눈낄을 끄는 것은 갓 쪄낸 게살 롤이네요.
황금빛으로 구운 롤빵 사이에 살이 가득 들어차 있고
허브와 셀러리가 섞인 마요네즈가 고소하게 섞인 듯
향긋한 냄새가 풍겨옵니다.
한쪽에서는 클램 차우더를 작은 빵 그릇에 담아 팔고,
한쪽에는 메이플 시럽을 발라 구운 페이스트리가 종이에 감싸여 팔리고 있습니다.
몇몇 아이들이 시나몬 설탕을 입힌 애플 사이다 도넛 앞에서
줄지어 서 있습니다.
그밖에도 구운 옥수수, 상큼한 레몬에이드 등이
가득 놓여 있네요.
유스텐:... (눈치 - )
릭사엘:(가만히 주변을 둘러보다가 네 시선에 손을 들어올려, 네 손등에 쪽 입맞추며) 골랐어?
유스텐:저녁을 간식으로 떼워도 돼요?
릭사엘:...
유스텐:헤헤... 헤...
릭사엘:(식사는 먹어야 한다고 한 소리 하려다가 귀엽게 웃는 네 얼굴에 그만) ...그래.
유스텐:어차피 먹으면 다 공평하게 소화되는 건데, 먹는 순서가 중요할까요??!
릭사엘:...중요하지만, 오늘만 봐줄게.
뭐가 먹고 싶어, 유스?
유스텐:(노점을 손으로 가리키며) 저 - 기서 파는 페이스트리를 먹어보고 싶어요!
릭사엘:(아이 같기는...) 그래. 그대가 먹고 싶다면야.
유스텐:(네가 불안한 표정을 지었던 걸 떠올리고, 손을 놓치지 않게 꽉 붙잡고 노점으로 이끈다.) 어서 가요!
당신은 릭사엘을 잡아끌며 페이스트리를 파는 매대로 이동합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구운 설탕과 고소한 버터, 그 위에 얹힌 메이플 시럽 향기가 납니다.
더운 여름밤의 공기가 녹진하게 답니다.
등불 하나가 달려 있는 나무 간판 아래에 도착하자
작은 손수레가 주인과 함께 당신들을 반깁니다.
진열대 위에 갓 구운 페이스트리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
금빛 시럽이 가장자리로 뚝뚝 흘러내리고 있네요.
바삭하게 구워진 빵이 결결이 반짝거립니다.
"하나 드릴까요?"
손수건을 목에 맨 중년의 노점상이 웃으며 묻습니다.
유스텐:네! 아니, 두 개 주세요!
당신의 주문에 노점상은 싱긋 웃더니
기다란 나무 젓가락 끝으로 페이스트리를 집어
얇은 종이 포장에 담아 건넵니다.
건네받는 순간 손바닥이 따끈해집니다.
가만히 옆에 서 있던 릭사엘도 노점상이 내미는 것을
얼떨결에 받아들고는 신기한 표정을 짓네요.
릭사엘:이렇게 파는군.
유스텐:응. 어떻게 먹는지는 알죠?
릭사엘:음... (종이 포장을 살짝 들어 안에 있는 페이스트리를 살짝 손으로 뜯어본다)
유스텐:(네가 잘 먹는지 유심히 지켜본다. 두근두근! 부잣집 도련님의 첫 군것질!)
릭사엘:(살짝 뜯어서 입으로 가져가 먹으며) ...달아.
유스텐:앗, 많이 달아요? 못 먹을 정도로?
먹기 힘들면 저한테 넘겨줘도 돼요.
릭사엘:조금. 못 먹을 정도는 아니다.
(근처에 있는 테이블 딸린 벤치를 가리키며) 저기 앉아서 먹을까.
유스텐:좋아요. 사람들 지나다니는데 서서 먹기도 좀 그렇고...
당신은 릭사엘과 함께 벤치에 다가가 자리를 잡습니다.
내내 풍겨오는 향긋한 빵 냄새에
홀린 듯 입을 벌리자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촉감이 입안을 가득 채웁니다.
설탕보다 깊고 꿀보다 담백한 풍미가 혀끝에 번지네요.
바삭한 결이 무너지고 나서야 은은하게 퍼지는 단맛에
말도 없이 입술이 자꾸 움직입니다.
릭사엘:(마저 페이스트리를 먹으려다 말고 네가 말 없이 신나서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만 있는다)
유스텐:(네 시선을 느끼지 못하고 볼이 부풀 정도로 와구와구 먹고 스르르 눈을 감은 채 음미한다.) 하...
릭사엘:(귀여워...) 그렇게 맛있어? (가만히 네 앞에 제 페이스트리를 내민다)
유스텐:네. (몇 입 더 먹고 또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며 우물거린다.) 행복해지는 맛이에요... 갓 구운 거라 그런가?
릭사엘:(피식 웃는다) 그러다 체하겠군. 마실 거라도 사올까.
유스텐:웅... (입에 남은 것을 꿀떡 삼키고는) 단 거 먹으니까... 신 거 먹고 싶어요!
(네 허락을 구하는 듯 눈을 반짝이며) 릭스, 시원-한 레몬에이드 땡기지 않아요??
릭사엘:(하릴 없이 웃어버리며) 알았다. 기다리고 있어. 어디 가지 말고.
유스텐:응! 여기 꼼짝 말고 있을게요! (남은 한 손 흔들흔들)
릭사엘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조금 더 많아진 인파 속으로 사라집니다.
...사라졌다고 보기엔 조금 무리려나요?
워낙 키가 큰 탓에 인파에서도 머리가 둥둥 떠다닙니다.
하여튼 그는 그렇게 멀어지다가, 이윽고 인파 속으로 잠겨버리네요.
유스텐:(인파들 사이에서 누가 봐도 릭사엘의 것인 머리통이 둥둥 떠다니다가 사라지는 것을 보며 키득거린다) 저렇게 눈에 띄는데 대체 뭘 걱정한 건지...
(릭사엘이 제게 넘긴 페이스트리를 두 손으로 잡고 또 냐금냐금 먹으며 여기저기 두리번거린다) '항상 신전에만 있었지, 마을로 내려온 건 이번이 처음이네...'
떠들썩한 상인들의 목소리와 바이올린과 만돌린의 현악 연주가 들려옵니다.
소리죽인 웃음소리가 어울려 축제가 자연스레 숨쉬는 것 같네요.
해가 지며 곳곳에 배달린 등불이
골목과 벽면을 은은히 비춥니다.
근처에 위치한 분수에서 아이들이 물방울을 피해 뛰어다니고
연인으로 보이는 이들이 작은 토끼 인형을 든 채 거닙니다.
사이비 마을의 축제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로
평범하고 소박하고 단란한 풍경이네요.
그렇게 얼마나 가만히 릭사엘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사제복을 입은 이들이 주변을 통제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당신과 문득 눈이 마주치네요.
사제3:신부님?!
왜 여기 혼자 계십니까??
교주님은 어디로 가시고요??
유스텐:(페이스트리를 먹다가 반갑게 웃으며 고개를 살짝 숙인다.) 어! 안녕하세요! 사제님?도 축제 즐기러 오신 거예요?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주변 시선이 집중됩니다.
유스텐:아, 릭스는 저기 레몬에이드를 사러...
"신부님이라고?!"
"뭐? 신부님?"
"정말 저기 계셔?"
...이런.
사제3:(당황스러운 사태에 놀라 당신을 끌어당기며) 일, 일단 자리 피하죠. 이리 오십시오! (급하게 인파를 뚫고 자리를 벗어나려 애쓴다)
유스텐:(안 가고 버티며) 어, 아 , 안 돼요! 여기서 교주님 기다리기로 했단 말예요.
사제3:...! (교주님이라는 말에 몸이 뻣뻣이 굳으며) 그... 네! 네! (급하게 인근의 사제들까지 불러와 주변을 물리기 시작한다)
유스텐:근데 왜 여기까지 오신 거예요? 축제 마지막 날이라서 놀러 오신 거예요?
"성배시여...! 제발 자비를 베푸십사 악수 한 번만...!"
"아! 밀지 마세요!!"
...
주변은 삽시간에 난장판이 됩니다.
사제3:(뒤늦게 사람들을 통제하다가 식은땀을 흘리며 뒤늦게) ...네, 이런 날에는 인파가 몰려 사고가 나기 쉬워서요. 더군다나 교주님께서 따로 부탁하신 것도 있으셨... 헙.
유스텐:놀러오신 게 아니에요? 뭘 부탁하셨는데요?
사제3:그, 그건... 라샤토그 님께 드린 맹세에 반하여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유스텐:
매혹
기준치:63/31/12
굴림:63
판정결과:보통 성공
사정이 궁금했던 당신은
눈을 동글게 뜨며 사제를 구슬립니다.
유스텐:(섭섭한 표정을 지으며) 저랑 릭스는 동등한 위치 아니었어요? 저는 남편이 한 부탁이 뭔지 알지도 못하는 거예요?
사제3:앗... 그... 그렇긴 합니다만...
릭사엘:(레몬에이드를 들고 돌아오다가 멈춰서며) 샤를롯. 거기까지.
사제3:...! 이,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유스텐:당신, 사제분들께 뭘 부탁한 거예요? 분위기가 심상치 않던데.
릭사엘:...벌써 그런 것까지 들었어?
하여튼 저 놈은 입단속을 못한다니까.
유스텐:나랑 비밀 만들지 않기로 약속했으면서... (밑입술이 뚱 - 하고 튀어나온다)
유스텐:(섭섭한 표정을 지으며) 저랑 릭스는 동등한 위치 아니었어요? 저는 남편이 한 부탁이 뭔지 알지도 못하는 거예요?
릭사엘:(네 앞에 얼음이 동동 뜬 레몬에이드를 놓아주며) ...그대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릭사엘은 한숨을 푹 쉬더니
짧게 무언가를 읊조리고 손짓하는 것만으로
몰려 있던 인파를 와해시킵니다.
주술이란 참으로 편리한 것이군요.
유스텐:그럼 왜 안 알려주려 하는 거예요?
릭사엘:미리 알려주면 안 되니까.
유스텐:...?
릭사엘:...
유스텐:말하고 싶지 않으면 어쩔 수 없죠. 부부라 해도 다 알아야 하는 건 아니니까.
릭사엘:...삐졌나?
유스텐:(무표정으로) 아뇨? 안 삐졌는데. (그리고는 레몬에이드를 벌컥벌컥 한번에 들이키고 탁! 내려놓는다.)
릭사엘:그대가 걱정하는 그런 게 전혀 아니다.
유스텐:그렇겠죠. (말을 마치고는 입술이 댓발 나온다.) ...
릭사엘:(너를 달래려는 듯 허리를 숙여 네 입술에 짧게 키스했다가 떼며) 그러지 말고.
유스텐:(작게 한숨을 내쉬며) 더 안 물어볼게요. 당신이 이상한 짓 꾸밀 사람 아닌 거 아니까.
릭사엘:...아직도 섭섭해?
유스텐:(눈을 반쯤 내리깔며) ...조금요.
'좋은 날인데, 괜히 망치지 말자.'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서 네 손을 잡으며) 아직 축제가 한창인데, 여기서 계속 있을 거예요?
릭사엘:(대화 주제를 바꾸는 네 행동에 그대로 따르기로 하며) 아니. 마저 둘러보러 가야지.
(가만히 네 손에 깍지를 끼며) ...더 먹고 싶은 건 있나? 겨우 페이스트리로 배를 채울 순 없잖아.
유스텐:(게살롤을 파는 노점을 가리키며) 그럼... 저깄는 거 먹어볼래요.
릭사엘:(순순히 먹겠다고 하는 네 모습을 보고서야 안도하며) 그래. 가자.
게살 롤을 파는 매대는 광장 끝자락,
분수에서 살짝 비켜난 돌길 모퉁이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얀 천막 위로 걸린 손글씨 간판에
'싱싱한 게살만 사용합니다!'
라는 문구가 적혀 있고,
바닥엔 얼음 위에 놓인 게딱지가 몇 마리
장식처럼 얹혀 있습니다.
당신들이 주문을 하자 노점 주인은 곧장 장갑 낀 손으로
통통한 롤빵을 집어 올립니다.
따뜻하게 데운 빵 안에는 레몬즙을 살짝 뿌린 게살과
마요네즈에 버무린 바질 조각들이 섞여 있네요.
바삭하게 구운 빵 가장자리가 손끝에서 삐걱거리고
표면 위에 미세하게 녹은 버터가 반짝거립니다.
곧 종이 트레이에 담긴 게살 롤이 두 개 나오자
당신과 릭사엘은 그것을 하나씩 받아들고
이번에는 분수대가 놓인 광장으로 향합니다.
물줄기 소리와 바이올린 선율이 겹쳐집니다.
분수대 옆 벤치에 엉덩이를 대고 앉자
시원한 바람이 탁 트인 광장을 스칩니다.
릭사엘:(어서 먹어보라는 듯 가만히 너를 바라본다)
유스텐:(속으로 꿍시렁거리며) ... ' 언제는 나한테 숨김없이 다 말해달라고 했으면서... 자기는 말도 안 해주고... 바보 릭스. 해삼. 멍게! 말미잘 릭스! '
(또 한숨을 작게 내쉬며 게살 롤을 작게 한입 베어문다) ... (아, 계속 삐진 거 티내려했는데, 게살롤이 맛있어서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가려한다)
첫 입은 부드럽고, 끝 맛은 짭조름합니다.
결이 살아 있는 게살과 촉촉한 마요네즈가 입 안을 감아돌고
셀러리가 조금 섞였는지 아삭한 식감이 가볍게 튑니다.
바삭한 롤빵과의 조화가 기가 막히네요.
꽁해져 있던 기분이 자꾸 풀려버릴 정돕니다.
유스텐:(음식을 우물거리며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려하면 의식해서 삐쭉 내리기를 반복한다.) ...
릭사엘:(네 입가에 묻은 빵가루를 가만히 닦아주며) 근처에서 즉석 공연도 하고, 장신구와 소품을 파는 매대도 섰던데. 다 먹고 그쪽도 가보지.
유스텐:... 나 사실 아직 삐졌어요.
(속으로 생각했던 것을 내뱉으며) 언제는... 나보고 숨김없이 다 말하라고 했으면서...(투덜 1) 릭스는 나한테 숨기기나 하고... (투덜 2) 내로남불, 제멋대로...
릭사엘:(...내로남불은 또 어디서 나온 단어지?) ...그게 그렇게 섭섭해?
유스텐:그래요! (불쌍한 눈빛으로 너를 똑바로 바라보며 설득하기 시작한다.)
유스텐:
설득
기준치:50/25/10
굴림:29
판정결과:보통 성공
당신은 릭사엘을 향해 섭섭함을 가득 담아 외칩니다.
바보 릭스! 해삼 멍게 말미잘 릭스!
그리고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잘 먹고 있던 게살 롤마저 안 먹겠다고 하자
릭사엘이 안절부절 못하며 한숨을 푹 쉬더니
품에서 무언가를 스윽 꺼내듭니다.
벨벳으로 고급스럽게 마감된 케이스입니다.
릭사엘:... 그대 거다. (네 손에 툭 올려놓는다)
유스텐:(숨을 한 번 들이키며 손 위의 벨벳 케이스를 빤히 쳐다본다. ) 이게 뭐예요?
릭사엘:전에 그대에게 줬던 반지는 결국 못 찾아서, 새로 맞췄다. 그대 기분이 좋을 때 사과하면서 주려고 타이밍을 보고 있었지. (샤를롯 이 녀석 때문에 이게 뭐람)
유스텐:(눈을 몇 번 깜빡이며 멍하니 입을 벌린 채 케이스를 바라보다가) ... 언제부터 이걸 준비한 거예요?
릭사엘:...며칠 됐지. (손을 뻗어 케이스를 달칵 연다. 섬세하게 세공된 다이아몬드 반지가 반짝 모습을 드러낸다)
유스텐:(눈을 크게 뜨며 말없이 반지를 응시한다) ...
릭사엘:사실은 그대에게 주려고 꽃다발도 부탁했고, 그대는 등불을 하늘에 띄우는 행사보다 불꽃놀이를 좋아할까 하여 주민들을 통제하라고 사제들을 불러왔다. 그런데 일이 이렇게 됐군.
(샤를롯 이 녀석 걸리기만 해봐라)
유스텐:... ...
릭사엘:...아직도 화났어?
유스텐:... 언제부터 계획했던 거예요?
릭사엘:그대와 축제에 가자고 할 때부터.
유스텐:반지도 그때부터 준비한 거예요?
릭사엘:(고개를 작게 끄덕인다)
이전에 있던 반지를 그대가 제법 아꼈던 것 같기에 못 찾았다고 하면... 실망할 것 같아서. 내가 생각해낸 최선이었어.
유스텐:... 무척 소중한 거였어요. 당신이 준 결혼반지였으니까.
릭사엘:...미안하다.
유스텐:당신은... 그 반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아직도 그래봤자 반지예요?
릭사엘:...그때는 그대가 찾는 반지가 결혼반지인 줄 몰랐어. 알았다면 그런 얘기는 안 했을 거다.
그 말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나 보군, 그렇지?
유스텐:조금은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
릭사엘:무엇을?
유스텐:당신에게 있어 반지의 의미가... 지금은 바뀌었나요?
릭사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며) ...그냥 반지를 고르는 게 아니라 소중한 사람에게 줄 반지를 고르는 건,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드는 일이더군. 나는 그대와의 결혼식이 기억나지 않지만 그대가 반지를 받고 무척 기뻐했을 것이라는 건 짐작이 간다. 그리고 나도 분명, 그런 그대를 보고 기뻐했겠지.
...그대 마음도 모르고 그런 소리를 해서 미안하다. 
유스텐:... 아니에요, 그때는 당신도 잘 몰라서 그랬던 거잖아요. 이젠... 괜찮아요.
(반지를 보는 눈이 서서히 떨리기 시작한다. 고개를 푹 숙이며) 이런... 이런 걸 준비했을 줄은 몰랐어요....
내가 당신 계획을 다 망쳐버린 것 같아서... 미안해요.
릭사엘:(가만히 너를 끌어당겨 콧잔등에 입맞추며) ...미안하기는. 나야말로 그대가 실망할까 무서워 좀처럼 입을 못 연 것인데. 그런 생각하지 마라. 기왕 축제에 왔으니 즐기다 가야지.
유스텐:응... ... 음... 이 반지는 어떡할까요? 아무것도 모르는 척 다시 축제를 즐길...까요...?
릭사엘:(가만히 반지 케이스에서 꺼낸 반지를 네 왼손 약지에 끼워주며, 가볍게 웃듯) ...그게 되어야 말이지
유스텐:(입을 살짝 벌린 채 반지가 끼워진 손을 눈앞에 들어올려 멍하니 바라본다. ) ...
릭사엘:(네 왼손을 살짝 끌어당기고, 살짝 눈을 감은 채 손가락 끝에 입맞춘다) ...나와 결혼해줘서 고마워, 유스.
유스텐:(눈의 깜빡임이 점점 잦아지더니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리고 시야가 점점 뿌얘진다. 코끝이 달아오르고 눈이 시린 느낌이 든다.) ...
릭사엘:(네 왼 손바닥에 제 뺨을 비비며 웃으려다가,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네 표정에 가만 손을 내려놓고 너를 끌어안는다) 착하지. 왜 울려고 해. (다정하게 등을 토닥인다)
유스텐:(점점 코를 훌쩍이더니 눈두덩이에서 눈물이 방울방울 뺨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밑입술을 꾹 깨문 채 훌쩍거리며 어깨를 들썩이다가) ... 너무, 고마워요.
릭사엘:(어린 아이처럼 울어버리는 너를 무릎 위까지 끌어당겨 안고, 상냥하게 등을 쓸어내린다. 어깨에 고개를 기대게 하자 옷깃이 푹 젖어드는 감촉이 전해진다) ...내가 더 고맙지. 그만 울거라. 뚝.
유스텐:그게, 내 마음대로, 잘, 흑..., 안 돼,요.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흐르더니 결국 입을 벌리고 엉엉 울기 시작한다)
릭사엘:(펑펑 눈물을 흘리는 네 등을 감싸안다가, 눈물 범벅이 된 네 고개를 들어올려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고 눈두덩이와 뺨 여기저기 입을 맞춰준다)
유스텐:(네가 눈물을 닦아도 언제 그랬냐는 듯 계속해서 눈물이 차오른다. 어린 아이처럼 한참을 마음껏 울다가 점차 울음이 잦아들더니 네 품에 얼굴을 푹 묻고 훌쩍이기만 한다.)
릭사엘:(어린 아이를 어르고 달래듯 계속 등을 쓸어주고, 붉게 달아오른 뺨에 연신 입맞추며) ...옳지. 착하지. 뚝 그칠까.
유스텐:(고개를 들어올리지 못한 채로) ... 이제 그쳤어요.
릭사엘:(너를 품에 가득 끌어안은 채 부스스 웃으며) ...그래? 다행이군. 더 울면 신도들 사이에서 그대는 울보 신부로 소문이 나고 말 거야.
유스텐:... 그럼, 안 되는데. 창피해요.
릭사엘:(한참이나 울어 눈이 잔뜩 부은 네 얼굴을 살피며, 깃털처럼 가볍게 입맞춘다) 이제 그칠 거지?
유스텐:응...
(제 얼굴이 지금 눈물콧물로 엉망이라는 걸 뒤늦게 의식하고 황급히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릭사엘:(뒤늦게 부끄러워하는 네 얼굴을 돌려 눈물이며 콧물을 손수건으로 섬세하게 닦아주고는, 은은하게 웃으며) 누구 신부가 이리 울보인지. 다음부터는 손수건을 두 개 챙겨야겠어.
유스텐:(눈을 반쯤 구기며) ... 조용히 해요.
릭사엘:내가 싫다고 하면?
유스텐:바보...
릭사엘:(물기를 꼼꼼하게 닦아낸 네 얼굴을 감싸쥐고 입술에 키스하며) ...눈물콧물 범벅인 채로 울어도 예쁘지만, 그대는 웃는 게 제일 예쁘다. 많이 웃어줘.
유스텐:(천천히 끄덕끄덕) 응...
손... 내밀어줘요.
릭사엘:(가만 웃으며 네 앞에 왼손을 내민다) 여기.
유스텐:(네게서 다시 벨벳 케이스를 받아열어 제 것보다 조금 더 큰 사이즈의 반지를 빼낸다. 그리고는 네 왼손을 조심스럽게 잡아당겨 다른 한 손으로 반지를 네 약지에 끼워주며) 나도 ...나와 결혼해줘서 고마워요, 릭스.
릭사엘:(반지가 끼워진 손을 들어올린다. 그리고는 그대로 네 손과 깍지껴 잡으며) ...나야말로. (네 눈에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네 손등에 정중하게 입맞춘다)
유스텐:... 삐져서 미안해요.
릭사엘:(가벼운 투로) 그대가 삐졌었나? 기억이 안 나는군.
유스텐:(작게 웃으며 네 장난을 맞받아쳐준다) 아직 살 날이 창창한데 벌써 기억이 안 나면 어떡해요.
릭사엘:살 만큼 살았더니 건망증이라도 생긴 모양이지. 나중에 가면 뭘 까먹을지도 모르니 내 신부만 믿어야겠어.
유스텐:(미간이 찌푸려질 정도로 활짝 웃으며) 그러다 내가 당신한테 사기쳐도 몰라요 - ?
릭사엘:내 신부가 치는 사기라면, 알아도 당해줘야지. 당연한 거 아닌가?
유스텐:하하, 당신 기억 잃은 거 믿고, 당신이 사실은 저한테 애교도 잘 부리는 사람이었다고 하면... 애교 부려줄 거예요?
릭사엘:...해야지. 내 사랑스러운 신부가 보고 싶다는데.
유스텐:... 다 해준다고 하면 어떡해요. 내가 나쁜 마음 먹으면 어쩌려고.
릭사엘:(피식 웃으며) 그대는 나쁜 마음 먹는 데 재능이 없으니까. 연습이라도 하라는 의미지.
유스텐:(어이없다는 듯 높은 목소리로) 뭐라고요 - ?
참-나, 당신 가지고 나쁜 마음 먹을 생각도 없거든요?
... 장난은 좀 칠수도 있겠지만.
릭사엘:무슨 장난?
유스텐:비밀이에요.
릭사엘:나한테도 비밀이 있나?
유스텐:지금 막 생겼어요.
릭사엘:이럴 수가.
유스텐:비밀이 많은 사람일수록 매력적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런 거죠. (으쓱)
릭사엘:이미 너무 매력적이라 침대에서 살고 싶을 지경인데. 여기서 더?
유스텐:응. (네 입술을 엄지로 쓸며) 아주 나 없이는 살 수도 없게 만들려고요.
릭사엘:...정말이지. (입가에 닿는 네 엄지를 슬쩍 입에 물고 혀끝으로 핥는다)
유스텐:(숨을 들이키다가 엄지를 네 입안으로 아주 살짝 밀어넣으며) ...여기 밖인데, 교주님이 밖에서 이래도 돼요?
릭사엘:...너무 늦게 알아챘구나. (네 엄지 끝을 골고루 핥으며 빤다)
유스텐:기분...이상해요. 밖에서 이러니까 변태 같잖아요. 누가 보면 어떡하려고... (그러면서도 손가락을 물리지 않는다)
릭사엘:(부드럽게 네 손바닥 아래를 받치고 더욱 깊게 네 손가락을 물어당기었다 빼며, 침 젖은 네 손가락 끝에 뺨을 비빈다) ...보더라도 금슬이 좋으니 후계도 일찍 생기고 교단도 날로 번창하겠구나 여기겠지.
유스텐:(홀린 듯 네 모습을 입을 벌린 채 바라보다가 바싹 말라버린 입술을 말아넣고 빨아당겼다 뗀다.) ...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네요.
릭사엘:(촘촘한 속눈썹을 들어올려 네 눈을 마주보며) 내가 이러는 게 하루이틀인가?
유스텐:(젖은 손가락 끝이 가느다랗게 떨린다. ... 축제는 아무래도 좋고 자꾸만 다른 게 떠오른다.) 그건 그렇긴 한데 , 밖에서는 신경쓸 줄 알았어요. 뭐랄까... 체통 같은 걸 중요시 여길 것 같아서?
릭사엘:(천천히 입을 열어 이번엔 네 검지를 핥짝이며) 그런가? 우리 교단은 성을 죄악시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 곳이라. 내가 그대의 시선을 간과했군.
유스텐:... (입을 꾹 다물었다가 다시 열며) 자꾸 여기서 이러면 곤란해요.
릭사엘:(그 말에 천천히 네 손가락을 입에서 떼어내며) 곤란해?
유스텐:(말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당신 지금 모습이 야해서... 흥분된단 말예요.
릭사엘:(슬쩍 웃으며) ...축제 끝나고 돌아가면, 뭐든 할까.
유스텐:응...
밤은 기니까요.
당신은 울음을 멈추고 릭사엘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주변에 무지갯빛 비눗방울이 두둥실 떠다니고 있습니다.
릭사엘은 당신의 손에 부드럽게 깍지를 끼고
노점상 한가운데를 지나갑니다.
그의 손에 끼워진 다이아몬드 반지가 반짝거리며 빛납니다.
수많은 인파를 헤치는 와중 릭사엘은 혹여 당신이
사람들 틈에 휩쓸려 가기라도 할까 반쯤 안으며
골목 안쪽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갑니다.
악세사리와 인형, 공예품을 파는 노점상들이 즐비해 있고
군데군데 페이스페인팅, 캔들 만들기 등의 체험 부스와
어린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모여 있는 인형극도 있습니다.
다트 게임 부스와 사격 게임 부스도 있네요.
명중하면 상품을 따갈 수 있는 간단한 룰인 것 같습니다.
릭사엘:(너를 부드럽게 뒤에서 끌어안으며) 어디부터 가고 싶어?
유스텐:(눈을 반짝이며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들뜬 목소리로) 어디부터 가야할지 고민중이에요. 이런 제대로 된 축제를... 아르바이트 할 때 외에 제대로 즐기러 온 건 처음이라...
릭사엘:축제는 밤 늦게까지 진행되니까, 가고 싶은 곳부터 가지.
유스텐:(노점상들을 가리키며) 그럼... 저기, 악세서리랑 공예품 파는 곳부터 구경하고 싶어요. 어쩌면 저희 신혼방에 인테리어로 쓸만한 게 있을지도 몰라요!
릭사엘:(부드럽게 웃으며) 그럴까. (함께 공예품 매대가 늘어선 골목으로 들어선다)
당신들은 광장의 환한 불빛을 살짝 비껴나
소란스러움이 작아진 골목으로 들어섭니다.
음식들을 팔던 거리와 달리 조금 더 느긋하고,
조금 더 섬세한 손길들이 모인 곳입니다.
가로등은 없지만, 어둡지 않도록 상점마다 작은 등불이 걸려 있네요.
유리병 안에 담긴 촛불, 구리줄에 꿰인 스트링라이트, 종이등을 본뜬 램프까지.
온갖 불빛들이 차분하게 골목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습니다.
노점은 여러군데이지만, 종류는 제각각이네요.
귀걸이와 목걸이, 팔찌를 판매하는 노점도 있고
손뜨개 인형들을 귀엽게 진열한 노점도 있고,
세공된 유리 장식과 향주머니, 도자기 등을 진열한 노점도 있습니다.
쿠키 모양 비누, 마카롱 모양 향초, 귀여운 조약돌 세트를 파는 곳도 있네요.
유스텐:(여길 둘러봐도 저길 둘러봐도 온통 작고 아기자기한 것들뿐이라 눈이 휘둥그레진다.) 와... 이 마을 사람들은 손재주가 엄청 좋은가봐요. 전부 다 너무 귀여워요... 쪼끄만 보물 같아요.
릭사엘:(귀엽긴...) 가지고 싶은 건 다 사줄 테니 골라봐.
유스텐:으응... 전부 다 사면 집에 둘 공간이 부족할 것 같은데...
릭사엘:창고 하나를 두고, 계절마다 다르게 두어도 되지. 원하는 만큼 골라.
유스텐:그, 그건 너무 과해요. 꼭 쓸 것만 살 거예요! 열심히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줄이고 줄여서, 엄선한 것 한 두개만! 아니... 두 세 개? 음... 네...개? 정도?
릭사엘:(욕심꾸러기처럼 갯수가 계속 늘어나는 네 뺨을 자상하게 문지르며) 열 개는 어때?
유스텐:열 개는...! ... 많아요!
5 개!
릭사엘:(피식 웃으며) 그래. 다섯 개. 어서 골라봐, 내 신부의 안목을 좀 보고 싶군.
유스텐:깜짝 놀랄걸요? 이래 보여도 아르바이트 하면서 이달의 직원으로도 몇 번 뽑힌 적이 있는 몸이라고요. (으쓱)
(음식 모양 비누와 향초를 파는 곳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노점으로 다가가 무릎을 두 손으로 잡고 상체를 살짝 숙여 구경한다. ) 와... 이거 진짜 먹을 수 있을 것 같이 생겼다.
... 신전에 비누... 넘쳐나겠죠?
향초 같은 것도... 넘쳐나겠죠...?
릭사엘:(거짓말) ...별로 없다.
유스텐:(네 말에 밝게 웃으며) 그래요?! 그럼 마침 필요한 거네요?!
찬찬히 둘러보자 더 많은 비누들이 눈에 띕니다.
쿠키, 마카롱, 컵케이크 모양을 한 비누들과
고양이, 토끼, 곰 얼굴을 한 비누들,
반투명한 젤 비누 속에 장미, 라벤더, 카모마일 꽃잎이 들어간 비누들도 있네요.
유스텐:(슬 - 쩍 너를 올려다보며) ... 여기서 산 비누는 "한 개"로 쳐도 되지 않을까요?
릭사엘:(뻔뻔하게) 당연히 한 개로 쳐야지.
유스텐:그렇죠? 헤헤... 마침 신전에 비누도 별로 없다니까, 사제분들도 나눠드릴 겸... 간식 모양 비누 다 사도 돼요?
릭사엘:(슬쩍 웃으며) 그래. 다 사자.
유스텐:응! (가게 주인을 바라보며 간식 모양 비누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다 주세요! (말하고선 네게만 들릴 정도로 속닥거린다) 저 이 말 꼭 해보고 싶었어요. 아 - 짜릿해.
릭사엘:(그런 네가 사랑스러워 웃어버리며) 잘했다. 향초는?
향초는 마카롱, 컵케이크, 와플 모양 등을 한 것도 있고
미니 유리병 안에 든 테라리움 처럼 생긴 것도 있습니다.
글리터를 넣은, 달과 별 모양을 한 것들도 제법 눈에 띕니다.
유스텐:으음... 음식 모양 향초가 진짜 귀엽긴 한데, 실용성은 떨어질 것 같고... 아, 이거 귀엽다. (유리병 안에 든 테라리움 향초를 가리키며) 릭스, 이거 어떻게 생각해요? 방안에 두면 되게 은은해서 무드등 느낌 날 것 같지 않아요?
릭사엘:예쁘군. 그것도 하지.
유스텐:응! (다시 가게 주인을 향해) 이것도 하나 담아주세요!
당신의 요청에 가게 주인은 급하게 이것저것 포장을 하기 시작합니다.
한 개, 두 개, 세 개, 네 개, 다섯 개,
여섯 개, 일곱 개, 여덟 개, 아홉 개, ...
...너무 많이 샀나요?
들고 가기에 무리일 것 같네요.
유스텐:... '너무 많이 샀나?'
릭사엘:(노점 주인을 향해) 이것들 전부 내일 중으로 신전으로 배송시켜라.
운송할 사제들을 보내주지.
릭사엘의 그 말에 주인은 화들짝 놀라더니 뒤늦게서야 당신들의 얼굴을 확인합니다.
유스텐:(눈을 크게 뜨며 다급하게 네게 귓속말로) 그, 그렇게 막 명령해도 돼요? 우리 여기 온 거 비밀 아니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주술까지 걸은 거잖아요.
주인은, 깜짝 놀란 얼굴입니다.
"교...! 교주님이셨군요...! 몰라 뵈었습니다!"
당신이 걱정하든 말든 릭사엘은 가볍게 입술 가운데 검지를 올려놓고
주인을 조용히 하게 시킨 뒤 당신의 손을 잡습니다.
릭사엘:소란 피우지 마라. 우리는 이만 가보지.
주인이 붙잡기라도 할 세라 릭사엘은 대충 돈을 놓고
자리를 떠납니다.
힐끔 뒤를 돌아보면,
주인은 제법 황홀한 표정으로 당신들을 바라보다가
마저 포장을 하기 시작합니다.
릭사엘:비누와 향초는 샀고, 다른 사고 싶은 거 있나?
유스텐:음 - 아직 인테리어로 쓸만한 걸 안 봤으니까 이번엔 저기 구경하러 가볼까요? (유리 장식과 도자기가 진열된 곳을 가리킨다)
릭사엘:그래.
마찬가지로 손을 꼭 잡고 이동하는 사이
청량한 유리 종들이 바람 따라 가볍게 울립니다.
조금은 외진 돌길 끝, 작은 유리 공예품과 도자기를 파는 상점이 놓여 있습니다.
매대를 확인하면 초승달 모양의 유리 장식이 가장 앞줄에 걸려 있고
그 옆에는 손바닥보다 작은 유리 오리 가족들이 가지런히 앉아 있습니다.
한쪽에는 유리로 만든 튤립 꽃다발과 장미 꽃다발도 놓여 있네요.
노점 천막을 바라보자 무언가 빛이 반짝거립니다.
투명한 빛깔로 빛나는 유리 종들과
영롱하게 빛나는 선캐쳐들이 늘어서 있네요.
옆 칸을 바라보자, 조금씩 다른 음영을 품은 찻잔과 접시,
작은 꽃병과 향로들이 줄지어 앉아 있습니다.
한쪽 선반에는 새 모양의 종지와 나뭇잎 형태의 수저 받침,
복숭아처럼 둥글게 빚은 항아리도 있네요.
어라...? 근데 저건?
유스텐:
관찰력
기준치:55/27/11
굴림:71
판정결과:실패
키가 크고 검은 사제복을 입은 도자기 인형과
상대적으로 키가 작고 하얀 제례복을 입은 도자기 인형이 놓여 있습니다.
어쩐지... 익숙해보이네요.
유스텐:우와 - 하나하나 엄청 섬세하네요. 이걸 어떻게 손으로 다 만든 거ㅈ ... 어?
...
'혹시... 설마... 에이 아니겠지... 착각이겠지? 기, 기분탓이겠지.' (도자기 인형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가게 주인을 향해) 저... 이건 뭔가요?
당신이 나란히 선 채 서로를 오붓하게 바라보는 도자기 인형을 가리키자
노점 주인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합니다.
"저희 교단의 마스코트이신 교주님과 신부님을 본따 만들었답니다!"
"인기가 너무 많아서 한 세트밖에 안 남았지요!"
"사시려면 지금이 기회랍니다!"
유스텐:(주인의 말에 삐그덕삐그덕 고개가 너를 향해 돌아간다) ...
릭사엘:... 이런 일은 많다. 익숙해져.
유스텐:기분이 되게 이상해요. 내가 마스코트라니...
릭사엘:... 그대는 귀여우니 마스코트인 게 잘 어울린다만, 내 쪽이 더 문제 아닐까 하는데.
유스텐:제 얼굴은 대체 언제, ... 어떻게 알려진 건지도 모르겠어요. 여기 처음 왔는데... 항상 신전에만 거의 박혀있다시피 했고.
왜요? 되게 귀엽게 잘 나온 것 같은데.
릭사엘:... (슬금슬금 눈을 피한다)
유스텐:왜 피해요? 왜요 ~
릭사엘:(절대로 마을 입구에 유스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는 얘기는 하지 말아야지) 아무것도 아니다.
유스텐:(눈을 두어 번 깜빡이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널 빤히 바라본다) 또 비밀 만드는 거예요?
릭사엘:...그대 얼굴은 이 마을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
유스텐:...? 어떻게요? 제 사진이 찍힌 적도 없는 것 같은데.
릭사엘:이제 그대는 이 교단에서 두 번째로 유명한 인물이니, 모르는 게 이상하지.
유스텐:제가 그렇게 유명하다고요??!!
릭사엘:신의 선택을 받아 점지된 신부가 유명하지 않으면 누가 유명하겠어.
유스텐:그치만... 저는 외부인이면서 이단 출신이라 다들 별로 달갑게 여기지 않을 줄 알았어요.
릭사엘:이곳에 와서 의식을 다 치렀잖아. 그러면 이곳 사람이지.
그대도 여기가 그대 집이라며.
유스텐:응... 의외랄까. 다들 절 받아들이기로 한 것 같아서...
이렇게 금방 다들 긍정적으로 봐주실 줄 몰랐어요.
저는 당신이랑 다르게 공식 석상에서 뭔가를 한 적도 없고...
아, 의식 말고 이 마을에서 말예요.
릭사엘:의식을 치를 때 어린 아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그대를 봤으니, 이상할 것도 없지.
유스텐:... 네?
사제분들만 있었던 게 아니에요?
릭사엘:왜 그러지? 문제라도?
이 마을의 사람들은 모두 우리 교단의 신자들이다. 모르고 있었나?
유스텐:ㅈ, 전혀요!
그, 그, 그러면... 그걸 ... 모두가 다 봤다는...?
릭사엘:그렇지.
사실 그대의 신성을 신자들에게 증명하려 의식을 거행한 것이니.
유스텐:(고개를 푹 숙이고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쥐어뜯는다) !@#@!#!@!!!! 으으...
릭사엘:괜찮다, 대부분은 멀어서 안 보였을 테니.
유스텐:(울 것 같은 얼굴을 하며 수치스러움과 허망함이 담긴 목소리로) 릭스... 다들 그 의식 잊어버리라고 하면 안 돼요? 의식을 거행하게 한 당신을 용서하기로 하긴 했지만, 저 너무 수치스럽단 말예요.
릭사엘:...음. (가능은 하다만 리스크가 큰데) ...신경 쓰여? (사실 신경을 쓰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유스텐:모두가.... 내가 으... 그런, 그런...걸 했다는 걸 아는 거잖아요!
릭사엘:(신경 쓰이나보군...) 알겠다. 알아서 처리하마.
유스텐:응... ... 설마 기억을 지우면, 이런 호의적인 대우도 바뀌는 걸까요?
릭사엘:내게 믿고 맡겨.
유스텐:알았어요...
릭사엘:(네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며) 사고 싶은 건?
유스텐:(힐끔 도자기 인형을 바라보며) 좀 민망하긴 해도, 이 인형 귀엽다고 생각해요.
저 말고 당신처럼 생긴 저게 갖고 싶어요.
릭사엘:...저게?
유스텐:응. 귀엽게 생기지 않았어요?
릭사엘:옆에 그대 닮은 게 더 귀엽지.
유스텐:그럼 둘 다 사야겠네요. 좋은 생각이죠?
신혼방에 두면 작고 귀여워서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릭사엘:음... 확실히 그렇지. 다른 건?
유스텐:... 우리, 유리 종 달을 곳 있어요?
릭사엘:없으면 만들면 되지. (주인을 보며) 이것도 다오.
유스텐:아, 아, 아니... 달을 곳 있는지 물어본 것 뿐인데 (삐질삐질)
릭사엘:(가볍게 네 말을 넘기며) 갖고 싶은 거 또 있어?
유스텐:저희 신혼방... 채광이 엄청 좋아보여서 썬 캐쳐 두면 예쁠 것 같은데... (힐끔)
릭사엘:(주인을 보며) 선 캐쳐도.
유스텐:리, 릭스... (안절부절) 주술의 의미가 없잖아요.
릭사엘:어서 더 고르기나 해봐. (매대에 놓인 오리 가족 공예품을 가리키며) 여기 올 때 보니 이것도 유심히 보던데, 사갈까.
유스텐:내가 유심히 보는 건 어떻게 알아챈 거예요?! ... (시선을 피하며 볼을 붉힌 채) 나중에 태어날 아기가 왠지 좋아할 것 같아서... 귀엽고... 작고... 가족이잖아요.
릭사엘:(네 말에 잠시 덜그럭거리다가, 뺨이 붉어진 채 조심스럽게 손을 뻗는다. 그리고는 주인을 향해) ...이것도.
유스텐:음 - 이제 살 거는 다 산 것 같은데, (조금 더 둘러보다가 도자기 접시를 가리키며) 이런 건 어떻게 생각해요, 릭스?
여기다 음식 올려 먹으면, 색다르지 않을까요? 음... 아니면, 저 찻잔도 괜찮은 것 같고...
릭사엘:(주인을 향해 명령하듯) 지금 말한 거 전부 다.
유스텐:아, 아니 나는 ... 그냥 물어본 것 뿐인데 (당황)
이거 둘 데가 있어요?
릭사엘:없으면 만들면 되지.
주인은 릭사엘의 말에 신나게 포장을 시작합니다.
얼굴에 이게 웬 횡재냐, 라고 적혀 있는 것 같지만
음... 무시하죠.
오래된 크라프트지 안쪽으로 당신이 고른 물건들이
꼼꼼하게 싸여 포장됩니다.
음... 이번에도 제법 많이 사버렸군요.
유스텐:... '다섯 개만 고른다 해놓고 신나서 전혀 생각 안하고 있었다...'
'아니, 아니지... 소, 솔직히! 몇 개는 내가 산다고 말도 안 했는데 릭스가 막 고른 거잖아. 그럼 내가 고른 게 아니라 릭스가 고른 거 아닐까?'
릭사엘:(주인을 향해) 내일 사람을 보내 옮기도록 지시할 테니, 오전 11시까지 이곳에 준비해둬라.
릭사엘은 그렇게 말하며 후하게 값을 치릅니다.
주인은 연신 감사하다고 굽신거리며 돈을 받아 챙기고
마저 포장을 이어가네요.
되게... 뭐랄까. 얼떨떨한 기분입니다.
릭사엘:이제 어디 갈까, 여보?
유스텐:... '이 사람... 내가 노점에서 파는 물건 다 사달라고 하면 진짜 다 사줄 것 같다.'
노점은 다 둘러본 것 같으니까... 우리 체험존으로 가볼래요?
저 체험존에 있는 것들 살면서 한 번도 안 해봤거든요.
릭사엘:그래? 나도 안 해봤다. 그대와 가면 처음이 되겠군.
유스텐:어, 그러면 우리 둘 다 처음인 거네요? 재밌겠다. 의미있는 추억이 될 것 같아요.
근데 당신이 처음이라는 건 좀 의외예요. 이 축제를 처음 와보는 것도 아닐텐데.
릭사엘:광장은 왔지만 축제는 처음이지.
유스텐:왜 그동안 한 번도 안 즐겼던 거예요? 당신이 관리하는 지역에서 열리는 거잖아요.
릭사엘:그 전까지 내게 이러한 축제는 그저 새로운 일감일 뿐이어서.
같이 올 이도 없어, 굳이 나들이할 필요를 못 느꼈다.
유스텐:당신이 같이 갈 사람 구한다고 하면 손 들 사제분들 많은 것 같은데...
릭사엘:그들과 가서 뭐해.
유스텐:어... '그러게...' 쇼, 쇼핑?
릭사엘:(가만히 네 손에 손깍지를 끼며) ...전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그런 건 그대와만 할 거야.
유스텐:... (무슨 말을 할지 고민하다가 고개를 홱 돌리며) 다, 당연하죠! 예전이야 내가 없었다지만 지금은 내가 당신 배우자잖아요!
릭사엘:그렇지. 그대가 많이 데리고 가줘.
유스텐:(피식 웃으며) 먼저 지치지나 마요.
릭사엘:나보다는 그대가 먼저 지치지 않을까 싶은데.
유스텐:...
빠, 빨리 체험존이나 가요!
릭사엘:(슬며시 웃으며) 그래.
당신들은 좁은 길목을 빠져나와 반대편 골목으로 들어갑니다.
발을 들이자마자 웃음소리와 작은 함성이 교차하는 구역이 나타나네요.
공예품을 팔던 골목과 다르게 제법 활기를 띄고 있습니다.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섞여서 즐기고 있네요.
긴 천막 아래 놓인 페이스페인팅 부스도 있고
조용히 향기가 퍼지는 캔들 제작 부스도 있고
그 반대편에는 시끌벅적하기 짝이 없는
각종 게임 부스가 놓여 있습니다.
종류는 사격 게임, 다트 게임, 힘 게임 등등 다양하네요.
릭사엘:(살짝 네 손을 들어올려 손등에 입술을 찍고는) 어디부터?
유스텐:(전체를 둘러보다가 급 재밌는 생각이 떠올라서 페이스페인팅 부스를 가리키며) 우리 저거 해볼래요?
릭사엘:저게 뭐길래?
유스텐:얼굴에 예쁜 그림을 그려주는 곳이에요.
이마에 그려주기도 하고... 보통은 뺨에 그려주죠?
릭사엘:그렇군... 세례식 때 그리는 문양 같은 건가? 좋다.
유스텐:어... '아닐...것 같은데...' 그, 비슷하죠?
릭사엘:(고개를 끄덕이며) 가자.
천막에 가까이 다가가자
긴 나무 테이블에 앉은 아이들이 하나 둘 씩 얼굴을 들이밀고 있습니다.
브러시 끝에서 고양이 코, 나비날개, 별 무늬, 작은 포도송이 같은 것들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양쪽 볼에 하트가 움푹 패일 정도로 웃으며 꺄르륵거리네요.
몇몇은 거울을 들여다보고는 "나 요정님이야!"하고 폴짝거립니다.
릭사엘:뭔가... 생각한 것과 분위기가 다르군.
유스텐:당신이 하면 되게 귀엽고 잘 어울릴 것 같아서 하자고 했어요.
릭사엘:...나, 한테...?
유스텐:응!
하기 싫어요...?
릭사엘:(저렇게 기대하는데 하기 싫다고 할 수도 없고...) ...아니다. 괜찮아.
유스텐:(웃으며) 그러면 같이 해요! ...사실 이런 거 어린이들이 하는 거라, 다 큰 성인이 받긴 좀 부끄럽지만... 궁금했거든요. 어떤 느낌일까... 하고.
릭사엘:... (네 웃는 얼굴이 안타까워 조심스럽게 천막 안으로 들어선다)
릭사엘:
크기
기준치:75/37/15
굴림:45
판정결과:보통 성공
콩-!
어린이들만 가득한 천막이 너무 낮았던 걸까요.
천막 안으로 들어서려던 릭사엘이 천막 프레임에
이마를 콩 부딪힙니다.
릭사엘:... (민망하게 고개를 숙여 들어가며, 이마를 매만진다)
유스텐:푸흣, 아하하! 키가 너무 커서 이런 일도 생기네요.
릭사엘:...놀리기는.
(너를 데리고 테이블 앞에 앉는다)
릭사엘의 손길을 따라 긴 의자에 앉자
낮게 걸린 조명 아래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벽면을 채우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테이블 너머에 앉은 화가는 옆에 있는 꼬마 남자 아이의 얼굴 위에
열심히 붓을 얹고 있네요.
솜씨가 좋은 것인지 속도가 빠릅니다.
곧 붓을 가볍게 물에 헹군 화가가 당신들을 바라보더니
아이와 함께 동행하셨냐고 묻습니다.
릭사엘:...
유스텐:... (눈치)
릭사엘:(너를 콕콕 가리키며) 여기. 아이.
유스텐:뭐라고요?! (발끈)
릭사엘:장난이야.
유스텐:흥...
릭사엘:(화가를 바라보며) 나와 내 신부가 받을 거다.
릭사엘의 말에 화가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능숙하게 붓을 정돈하기 시작합니다.
"원하시는 도안이 있으신가요?"
유스텐:음... 릭스, 우리 서로 도안 골라주기 하는 거 어때요?
릭사엘:난 잘 모르는데, 괜찮나?
유스텐:응. 우리 둘 다 처음이니까 이러는 편이 재밌을 것 같은데, 어때요?
릭사엘:(유스가 골라주면 좋겠는데) ... 그래.
유스텐:그럼 저부터 고를까요?
저는... 당신이 이거 아니면 이 도안으로 하면 귀여울 것 같아요. ( 구름 사이로 무지개가 끼고 주변에 작게 하트가 그려진 도안과 여러 색의 꽃송이가 그려진 도안을 가리킨다)
릭사엘:...그래. 해보지 뭐. 그럼 나는... 음. 이걸로. (체리와 딸기, 토끼가 그려진 도안을 고른다)
유스텐:너무 과하게 깜찍한 거 아니에요?
릭사엘:그대 같잖아.
유스텐:나를 무슨... 귀엽고 달달한 디저트로 보는 것 같아요.
릭사엘:달콤하긴 하지. 그대가.
유스텐:(한 방 먹은 듯한 얼빠진 얼굴을 하고 말없이 있다가) ... (네 말에 대답하지 않고 피하듯이 화가를 향해) 이대로 그려주세요.
당신들의 염장질을 퀭한 눈으로 보고 있던 화가가
심기일전해 붓을 쥐어듭니다.
당신이 먼저 릭사엘의 도안을 골라준 것 때문인지
릭사엘의 얼굴부터 손을 대네요.
가벼운 붓 터치 끝에서 귀여운 그림이 솔솔 피어납니다.
중간중간 교주님인 걸 알아챌락 말락하는지 의심쩍은 표정이지만
그래도 알아채기 전에 붓은 빠르게 얼굴에서 떨어집니다.
아기자기한 구름과 무지개, 하트가 뺨에
귀엽게 그려져 있습니다.
릭사엘:... (거울 보기 싫다...)
유스텐:(결과물이 궁금해 네 얼굴을 요리조리 바라본다. 슬금슬금 입꼬리가 올라간다.) '아, 어떡해... 웃길 줄 알았는데 너무 귀여워...' 릭스...
릭사엘:(제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시선에 뺨에 조금 달아오르며) ...이상하진 않아, 여보?
유스텐:(도리도리) 전혀. 하나도 안 이상해요. 너무... 너무 귀여워요... (어쩔 줄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너를 바라보며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웃는다) 아... 내 남편 너무 귀엽다 진짜...
릭사엘:...귀엽기는. (속눈썹을 반쯤 내리깔고 수줍게 테이블 위만 본다)
유스텐:하아 - 너무 귀여워서 일주일 동안은 유지됐음 좋겠어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근데 안되겠죠? 당신 예배할 때 이런 거 그려져있으면 위엄이 없어보일테니까...
릭사엘:...그렇게... 좋아?
유스텐:응... '솔직히 너무 안 어울려서 웃길 줄 알았는데...' 진짜 사랑스러워요, 릭스...
릭사엘:(부끄러움과 네 얼굴을 보고 싶은 욕망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퉁명스럽게) ...색안경은.
유스텐:당신도 거울 볼래요? 진짜 귀여운데.
릭사엘:...아니. 그대가 대신 많이 봐.
유스텐:... '너무 귀여워서 뽀뽀하고 싶다... 어떡하지. 안 돼. 여기 애들도 있고...밖이고... 뽀뽀하면 저거 지워질 거란 말이지...'
알았어요.
"이제 동행 분 작업해드릴게요..."
당신들의 염장질을 두 번째 지켜보다 퀭해진 화가가
조심스럽게 다시 붓을 집어듭니다.
슥슥, 부드러운 붓이 당신의 뺨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살짝은 촉촉한 듯도, 간지러운 듯한 감촉이
뺨에 돋은 솜털 사이를 스치는 것이 느껴집니다.
프로는 프로라는 걸까요.
퀭해 있던 화가는 금세 일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릭사엘은 당신의 뺨에 그림이 그려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조금 웃음을 삼킵니다.
"다 됐습니다."
곧 화가가 붓을 얼굴에서 떨어뜨리자
피부 위에 무언가가 엷게 덮인 느낌이 듭니다.
거울을 들어 확인하면, 당신의 뺨에 귀여운 토끼와 체리, 딸기가
상큼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릭사엘:(귀여워...) ...귀여워.
유스텐:(피부에 무언가가 덮힌 느낌이 너무 낯설어서 눈을 꿈뻑거린다. 너를 힐끔거리며) ... 나 , 너무 유치하고 그러진 않아요?
릭사엘:...전혀. (뺨이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손을 뻗어, 네 입술을 엄지로 매만진다)
유스텐:릭스...? '뭐하려는 거지?'
"큼! 큼!"
"손님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릭사엘:...
(천천히 손을 뗀다)
유스텐:(헛기침하는 소리에 흠칫하며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릭사엘:(조심스럽게 네 손에 손깍지를 끼고 일어나며, 후하게 돈을 치른다) ...고맙다. 가보지.
유스텐:(일어서서 조용히 너를 따라 도망치듯 나간다)
급히 천막을 나오며
릭사엘:
크기
기준치:75/37/15
굴림:70
판정결과:보통 성공
콩-!
하고 릭사엘의 이마가 다시금 천막 프레임에 부딪힙니다.
릭사엘:(살짝 아릿한 이마를 매만지며 간신히 천막에서 빠져나온다) ...
너무 좁았어.
유스텐:... 아까 뭐하려고 했던 거예요?
릭사엘:키스.
유스텐:(화들짝 놀라며 솜방망이 주먹으로 네 어깨를 콩콩 쳐대며) 애들도 있는데 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
릭사엘:안 했잖아.
유스텐:하려고 했잖아요!
릭사엘:안 했잖아.
유스텐:고집은... 진짜...
릭사엘:(주변을 빠르게 훑어보고 네 입술에 제 것을 대었다 뗀다)
유스텐:(깜짝 놀라 입을 살짝 벌리고 헛숨을 들이킨다) 헉...
릭사엘:(태연하게 네 손에 다시금 깍지를 잡아 끼며) ...이제 어디 갈까.
유스텐:(밑입술을 깨물며 뒤늦게 얼굴이 달아오른 채 부들거린다) 릭스...!
릭사엘:응, 여보.
유스텐:... 씨이... ... '이걸 미워할 수도 없고, 진짜...'
우리 저기 가보는 건 어때요? (게임 부스 내 사격하는 곳을 가리킨다)
릭사엘:(네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며) 저건... 사격인가? 그래.
당신은 릭사엘의 손을 잡아끌고
시끌벅적한 게임 부스 쪽으로 이동합니다.
사격 게임 부스에는 소리를 죽이고 과녁을 응시하는 이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총구를 겨누고 있습니다.
작은 공기총을 쥔 손이 은근히 떨리다가
탁-! 소리와 함께 병이 쓰러집니다.
"명중!"
부스 주인의 외침이 들려오며
주변에서 박수와 탄성이 터집니다.
릭사엘:(가만히 부스에 다가가, 주인을 향해) 해봐도 되나?
병만 맞추면 되는 거겠지?
릭사엘의 말에 부스 주인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곧 릭사엘에게 공기총 한 자루를 쥐여줍니다.
유스텐:당신 사격도 할 줄 알아요?
릭사엘은 그것을 받아들고 능숙한 듯 툭툭 무게를 재어보다가
이윽고 능숙하게 자세를 잡습니다.
릭사엘:너무 예전이긴 해.
유스텐:얼마나 예전이길래...
릭사엘:...
그대는 안 해?
유스텐:당신이 해봤다니까 당신 실력이 궁금해졌어요. 전 구경할래요.
릭사엘:...별로 기대 안 하는 게 좋을 텐데. 녹슬었을 거다.
유스텐:(미소지으며) 빵 점이어도 안 웃을게요, 여보.
릭사엘:음... (가볍게 총신을 매만지며) 그래. 약속이야, 여보.
"탄환은 세 발입니다. 조준 잘하세요!"
그 말과 함께 릭사엘은 가볍게 손을 앞으로 뻗어 가운데 과녁인 병을 향합니다.
릭사엘:
사격(권총)
기준치:60/30/12
굴림:36
판정결과:보통 성공
탁-!
경쾌한 소리와 함께 병이 옆으로 쓰러집니다.
유스텐:오! 녹슬었다더니 첫 발부터 맞췄잖아요!
릭사엘:그래도 이 정도는 해야지. 배웠었는데.
(어쩐지 총구와 총신이 일렬이 아닌 것 같은데... 뭐, 재미로 하는 것이니 실패해도...)
릭사엘:(자세를 다시 잡고 이번에는 왼쪽의 병을 향해 총구를 당긴다)
릭사엘:
사격(권총)
기준치:60/30/12
굴림:15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탁-!
경쾌한 소리와 함께 이번에도 병이 옆으로 쓰러집니다.
유스텐:헉! 또 맞췄어요!
당신 진짜 오랜만에 하는 거 맞아요?!
릭사엘:그러게. 아직 쓸만한가 보군.
유스텐:저 기대해봐도 돼요?
릭사엘:(피식 웃으며) 해볼게.
(다시금 자세를 잡고 이번에는 가장 오른쪽 병을 향해 총구를 당긴다)
릭사엘:
사격(권총)
기준치:60/30/12
굴림:17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탁-!
경쾌한 소리와 함께 병이 뒹그르르 구릅니다.
유스텐:(자기가 맞춘 것처럼 방방 뛰며 박수를 친다) 와! 다 맞췄다!!
릭사엘:(기분 좋게 웃으며 총을 내려놓고, 신나 보이는 네 이마에 슬쩍 키스한다)
유스텐:(이번엔 널 말리지 않고 두 팔로 꼬옥 안는다) 너무 멋져요, 릭스!
릭사엘:(신난 네 모습이 사랑스러워 너를 마주 껴안고 정수리에 쪽쪽 입맞추며) 고마워, 여보.
"축하드립니다, 손님. 여기 1등 상품입니다!"
부스 주인이 빙긋 웃으며 무언가를 품에 가득 안고 나옵니다.
당신의 키 만한 대형 곰인형입니다.
릭사엘:...오.
유스텐:지, 진짜 크다...
릭사엘:이렇게 큰 곰인형도 다 있군.
당신들이 놀라서 머뭇거리자
주인은 자연스럽게 당신의 품에 곰인형을 안깁니다.
폭신폭신하고 말랑말랑합니다.
껴안고 자면 잠이 잘 올 것 같네요.
유스텐:와 - 저 이렇게 큰 인형 처음 받아봐요. 엄청 보들보들하다...
릭사엘:(귀여워...) 너무 크지. 내가 들어주마.
유스텐:저거 안고 자도 돼요?
릭사엘:나 대신?
유스텐:... (슬쩍) 당신 없을 때만 안을까요?
릭사엘:(고개를 조용히 끄덕이며) 나 대신 안는 건 양보 못해.
유스텐:아하하! 곰인형한테까지 질투하는 거예요, 당신?
릭사엘:...그렇게 말하니 내가 상당히 좀생이 같군. 난 그저 그대가 좋은 건데.
유스텐:(키득거리다가 곰인형을 반대방향으로 들어 곰인형의 코와 네 코가 닿도록 누르며) 좀생이 같지 않아요. 남편이 질투할 수도 있죠. 귀여워요.
릭사엘:... (조용히 있다가 네가 든 곰인형을 대신 들어 안으며) 슬슬 가지. 이제 축제 마무리 할 시간이야.
유스텐:벌써요? (아쉬운 듯 탄식하며) 아 - 더 놀고 싶었는데,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갔네요.
릭사엘:(곰인형을 옆구리에 끼우고 네 손에 깍지를 끼며) 재밌었어?
유스텐:(크게 고개를 끄덕끄덕거리며) 네! 엄-청 재밌었어요.
릭사엘:(가만히 네 손을 들어 손등에 입맞추고는) ...나도. 내년에 또 올까.
유스텐:내년에도 나랑 같이 참여해줄 거예요?
릭사엘:(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당연히.
유스텐:(활짝 웃으며 곰인형을 사이에 두고 폭 끌어안는다) 약속한 거예요!
릭사엘:(사랑스럽게 웃는 네 얼굴에 너를 마주 끌어안으며) ...응, 내 사랑.
.
.
.
당신은 릭사엘을 따라 축제의 마지막이라는
인근의 강가로 향합니다.
어느덧 깊어진 축제의 소란을 따라
강가로 움직이는 사람들은 점차 늘어나네요.
마을 외곽을 따라 흐르는 강은 무척이나 조용합니다.
곳곳에 매달린 등불과 강물 위에 비친 불빛이 어우러져
마치 별이 강바닥에 깔린 것 같습니다.
물가에 놓인 작은 상자들에서 사람들은 하나둘씩
각기 다른 색과 크기의 종이배를 꺼내들고
안에 무언가를 적기 시작합니다.
릭사엘은 잠시 고민하다가 당신을 바라보며
자신도 그 안에서 종이배를 두 개 꺼내옵니다.
릭사엘:(네게 하나를 내밀며) 소원을 적는 것인데, 그대도 적을 건가?
유스텐:(신기하다는 듯 종이배를 받아들며) 이런 문화도 있을 줄은 몰랐어요.
릭사엘:이건 내가 지시한 게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만든 문화다. 제법 낭만적이지.
유스텐:네... (장난스럽게 웃으며) 당신이 생각해낸 거라기엔 지나치게 낭만적이네요.
릭사엘:하하, 그렇지.
유스텐:소원... (나지막히 중얼거리며 종이배 끝을 만지작거리며 속눈썹을 내리깐다.) ... '당신을 만난 이후로 나한테는 더이상 소원이랄 게 없는데.'
릭사엘:(네 손에 펜을 하나 쥐여주고 제 종이배에 사각사각 무언가를 적는다)
유스텐:당신 같이 가질 거 다 가지고, 오래 산 사람도 소원이 있어요?
릭사엘:...있지.
유스텐:그렇구나... (입술을 달싹이다가 네게서 받은 펜을 들고 저도 소원을 적기 시작한다.) '릭스와 앞으로도 평생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해피엔딩처럼...'
릭사엘:(펜 뚜껑을 탁- 닫으며) 다 적었어?
유스텐:(끄적끄적거리다가 종이에서 펜을 뒤로 물리며) 응. (종이배를 옆으로 숨기며) 가르쳐달라고 해도 안 가르쳐줄 거예요!?
릭사엘:괜찮다, 나도 안 가르쳐줄 테니까.
(천천히 네 손에 들린 펜을 받아들어 뚜껑을 닫고 상자 위에 다시 올려둔다)
유스텐:이걸 이제 어떻게 하면 돼요?
릭사엘:잠시 후 등불이 하늘로 올라가면, 강에 띄워 보내면 된다.
곧 시작하겠군.
유스텐:... 릭스는 이런 거 믿어요?
릭사엘:믿지는 않지만, 믿는대도 손해볼 건 없지.
유스텐:하하, 그건 맞는말이네요.
릭사엘:(살며시 네 고개를 들어올려 웃음짓는 네 입술에 입술을 대었다 뗀다)
유스텐:(네가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자 자연스럽게 눈꺼풀이 내려간다. 따뜻한 것이 입술을 훑고 지나가자 천천히 눈을 뜨며) ... 그래도, 기왕이면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릭사엘:...나도.
(너를 부드럽게 품에 끌어안는다)
그렇게 릭사엘과 한참이나 품을 나누고 있으면
인근의 사람들이 말없이 같은 방향을 바라봅니다.
빛나는 물결 위로 흐트러지는 불빛들이 보입니다.
잠시 후, 맞은 편 둑에서 사람들이 일제히 등불 앞에 섭니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등에 달린 끈을 풀어내기 시작하네요.
작고 가벼운 등 하나가 따뜻한 숨결을 머금고 떠오르더니
곧 하나둘 씩 줄지어 풀리며 둥실 떠오릅니다.
누군가의 손에서, 또 누군가의 손에서
불빛이 일제히 날아오릅니다.
빼곡히 하늘이 불빛으로 차오르기 시작할 때쯤
사람들이 하나둘 씩 강가로 다가가 손끝으로 물살을 느끼고
종이배를 하나씩 띄웁니다.
그것들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떠내려 가며
폭이 그리 크지 않은 강을 빼곡히 채웁니다.
당신은 릭사엘이 이끄는 손길을 따라 천천히 강물에 다가가고
그를 따라 강 위에 종이배를 띄웁니다.
하늘에서 반짝거리는 별처럼 흩어지는 불빛의 아지랑이 너머로
툭, 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불꽃이 어둠을 깨고 터집니다.
팍-! 팍-!
그리 크지도, 요란하지도 않은 불꽃놀이는
마을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해치지 않은 채
그 위에 덧칠을 하듯 퍼져나갑니다.
노랗고, 하얗고, 분홍빛 가루처럼 흩어지는 작은 섬광들.
그 사이사이로, 등불은 여전히 천천히 오릅니다.
릭사엘:(너를 가만히 끌어안으며) 어때? 예뻐?
유스텐:(눈앞의 반짝이는 풍경들을 감상에 젖은 채 바라보며) ... 너무 예뻐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릭사엘:(너를 조금 더 폭 끌어안고 정수리에 입을 맞춘다) 그대가 좋아해줘서 기뻐.
유스텐:(너를 옆으로 마주 끌어안으며) ... 고마워요, 릭스. 이 모든 걸, 내가 잊을 수 없을 추억들을 선물해줘서.
릭사엘:...나야말로 영광이지. 그대 덕에 여길 처음 와보니까.
유스텐:앞으로도 나랑 여기저기 어울려줘요.
릭사엘:(고개를 조금 더 숙여 네 입술을 훔치며) ...기꺼이.
어떤 이들은 연인의 손을 잡고,
어떤 이들은 등을 가볍게 기댄 밤.
누구도 소리내지 않지만
이 순간이 오래토록 기억될 것임은
모두가 공유하는 밤입니다.
불꽃이 점차 뜸해지고 등불이 별빛 속으로 흩어지는 끝자락.
강물 위에 떠가는 종이배들의 글자는 이제 흐려지고 있겠지만
마음만은 분명 어딘가에 닿았을 것입니다.
.
.
.
축제가 끝난 시각.
당신은 릭사엘과 함께 조용히 신전으로 돌아왔습니다.
가만히 당신의 외출복을 벗겨주는 그의 손길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자상하고 상냥해서
지난 축제의 여운으로 가슴에 물밀이 밀려올 것 같습니다.
릭사엘:(옷을 착실하게 벗겨주며 드러난 피부 곳곳에 입을 맞추며) 바로 잘 건가?
유스텐:피곤하긴 한데, 뭔가... 바로 자긴 아쉬워요.
릭사엘:(네 옷을 툭툭 떨어뜨리며) ...하고 싶은 거라도 있어?
유스텐:(입을 벌리다가 머뭇거리듯 다시 다물며) ... 당신은요?
바로 자고 싶어요? ...당신은 일까지 하고 왔으니까 많이 피곤하겠죠.
릭사엘:그거야 그렇다만... 바로 자기 아쉬운 건 내 쪽도 마찬가지라.
유스텐:그러면 - (두 팔을 네 목에 두르며) 우리 자는 건 뒤로 미루고, 음... (입술을 움찔거리며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살짝 숙인다.) 대, 대화... 할래요?
릭사엘:...좋아. (드러난 네 나신 위로 잠옷을 입혀주고는, 조심스럽게 제 옷을 벗는다)
유스텐:(네가 옷을 벗으려고 하자 다급한 투로) 저, 저도! 갈아입혀드리고 싶어요...
릭사엘:...그래, 그대가 원한다면야. (네 앞에 가만히 선다)
유스텐:(네 옷을 하나하나 천천히 벗기며 가느다란 손끝이 잔잔하게 떨린다. 옷을 벗기고 잠옷으로 갈아입히며 손끝이 네 피부를 길을 내듯 부드럽게 스쳐지나간다. 왠지 모를 긴장감이 든다. 적막한 공기 속에서 제 숨소리만 들리는 것 같아 귀가 붉어진다.) ...
릭사엘:... (옷을 갈아입히는 너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무슨 생각해.
유스텐:(흠칫) 아, 아무것도...
릭사엘:정말?
유스텐:... 저 무슨 생각하는지 읽는 주술이라도 쓰는 거예요?
릭사엘:그런 거 안 써도 그대 표정은 읽혀.
유스텐:(입으로 숨을 들이키다가 코로 내쉬며) ... 제가 변태가 된 것 같아요. 별생각이 다 들어요.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릭사엘:...들면 어때. 그대 것인데.
유스텐:당신도 그런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야한, 생각, ... 이요.
릭사엘:...조금. (검지 끝으로 네 잠옷 상의를 여민 단추열을 주르륵 훑어내린다.)
유스텐:가장 최근이 언젠지 물어봐도 돼요...?
릭사엘:지금.
유스텐:... 무슨 생각을 했는데요?
릭사엘:...공예품 상점에서 그대가 했던 얘기, 같은 거.
유스텐:... (네 말 뜻을 단번에 이해하고 슬쩍 네 상의 위로 살짝 드러난 피부를 손끝으로 어루만진다. ) 나와 같은 생각을 했네요.
... 오늘 대화 주제는 그 "얘기"로 할까요.
릭사엘:(잠옷을 입다 말아 헐벗은 차림으로 너를 부드럽게 안아든다. 조급하지 않은 걸음이 침대로 향한다. 곧 너를 그 위에 눕히고 자신도 그 위로 올라가자, 심장이 작게 덜컥 뛴다) ...어디서부터 얘기할까.
유스텐:글쎄요... 아이를 가지는 과정부터 얘기하기엔, 대화가 너무 길어질까요.
릭사엘:...아무래도. (잠시 숨을 멈추었다가 입술을 떼며) 사실 난 그대가 아이...를 가지는 일에 회의적일 줄 알았다. 이곳에 오기 전엔 분명 임신을 상상해본 적 없었을 테니까.
유스텐:(피식 웃으며) 그랬었죠. 최근까지도 내가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몸이 된다는 사실도, 가져야한다는 사실도 믿기지 않았어요.
... 솔직히 무섭지 않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죠.
알지 못하는 것일수록 상상력이 멋대로 가미돼서 공포감이 커지니까요.
그래도 ... 당신이 곁에 있어주면 버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당신과 제대로 된 가족을 꾸리고 싶어지기도 했고요. 당신 닮은 아이가 , 우리를 닮은 아이가 있다면 기쁠 것 같아서.
릭사엘:...전부터 오래 생각했던 모양이군, 맞지?
유스텐:(홀가분하게 털어놓듯) 응. 꽤 오랫동안 생각했죠 - 오랫동안 고민하고...
릭사엘:나랑도 얘기를 많이 했었나?
유스텐:하기는 했지만, 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았어요. 나 혼자 고민한 적이 더 많았죠.
릭사엘:(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우리 아이는 기대되지만, 그대에게 짐을 지운 것 같아서 마음이 안 좋아.
유스텐:(고개를 저으며) 난 괜찮아요. 사실, 과거의 당신에게 아이 얘기를 자주 꺼내지 않았던 건... 이렇게 나를 걱정하고 미안해할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요. 내가 직접 고민하고 선택해서 내린 결정이니까.
릭사엘:(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한참이나 입을 다물고 있다가 손을 뻗어 네 판판한 아랫배를 가만 쓸어내린다. 어쩐지 눈꺼풀이 떨린다) ... 나중에 그대가 임신하면, 이곳이 불러오려나.
유스텐:아마도... 그렇겠죠.
하하, 상상하니까 벌써부터 기분이 이상해요...
릭사엘:(고개를 아래로 옮겨 네 아랫배 위에 입 맞추며) ...난 그대 임신 소식을 듣게 되면 마음이 복잡할 것 같다.
기쁘지 않을 거라는 의미가 아니라... 가족 같은 개념은, 나와는 너무 멀던 것이어서.
유스텐:(네 뒷통수를 쓰다듬으며 미소짓는다.) 하긴, 당신은 느닷없이 신께서 나라는 신부를 내려줬을 때도 그랬었죠.
솔직히... 나도 당신과 다르지 않아요. 가족을 꾸리는 게 꿈이라 했지만, 가져본 적이 없어서 멀고도 아득하게 느꼈거든요.
릭사엘:(천천히 네 잠옷 바지를 벗겨내리고, 앙증맞은 네 것에 정중하게 키스하며) 그래도 그대는 꿈을 오래 꿨던 만큼 잘 할 거야.
유스텐:으앗...! (급하게 허벅지를 오므리며) 그런 말을 왜 거기에 뽀뽀하면서 하는 거예요...!
릭사엘:그냥. 그러고 싶어서.
유스텐:진짜...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당신은. (얼굴이 홧홧하게 달아올라 눈을 꾹 감은 채 밑입술을 깨문다)
릭사엘:(천천히 네 몸 위를 덮고 가볍게 입술을 겹쳤다 떼며) ...하지만 그대 몸은 안 귀여운 구석이 없는걸.
(눈을 내리감은 채 몇 번 더 가볍게 입술을 머금는다) ...귀여워서 소중하고, 소중해서 내 것 같고.
유스텐:(부스스 한 쪽 눈을 감았다 뜨며) ...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네요. 평소라면 그런 당연한 말은 내가 했을텐데.
릭사엘:(귓불이 살짝 붉어지며) ...내가 점점 그대를 닮아가나 보지.
유스텐:(풋 - 하고 작게 웃으며) 안 좋은 거 아니에요? 언제는 내가 바보 같다고 했잖아요. 곤란한데 - 교주님이 바보가 되면 사제분들은 누가 책임져주나~
릭사엘:(피식 웃으며) 일이 그렇게 된다면, 그대가 나를 닮아서 똑똑해지는 수밖에 없지.
유스텐:아하하! 내가 어떻게 당신만큼 똑똑해져요! ... (말하고나서 어딘가 이상함을 감지하고는) 당신, 나 또 놀린 거죠.
릭사엘:(계속 웃으며) 응.
유스텐:너무해...
릭사엘:(쪽쪽) 귀여워.
유스텐:바보라고 계속 놀리다가 큰코 다치는 수가 있어요?!
릭사엘:(피식 웃으며) 어떻게 큰코 다치게 하려고?
유스텐:음... '그러게... 릭스는 웬만한 상황에선 잘 놀라지 않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 자꾸 바보라고 하면...! 이제 뽀뽀 안 해줄 거예요!
릭사엘:(가벼운 투로) 내가 먼저 하면 되지.
유스텐:이익...! 그러면!! (눈을 반쯤 구기며 씩씩거리다가 네 어깨를 힘껏 밀어 너를 눕히려한다.) ... '안 넘어가잖아.' (나름 힘까지 준 건데 네가 전혀 밀리지 않자 시선을 피하며) ... 뭐, 뭐해요, 빨리 밀려나지않고.
릭사엘:(어깨를 밀어내는 힘에도 잠시 멈춰있다가, 네 요청에 가만히 밀려나 누우며) 뭐... 하려고?
유스텐:(호기롭게 네 허리 위에 올라타서 앉고는 한쪽 입꼬리를 끌어당기며 우쭐한 표정을 짓는다.) 확 잡아먹을 거예요.
릭사엘:그대가?
유스텐:네! 저도 한다면 하는 사람이거든요!
릭사엘:(잠시 고민하다가 네 잠옷 단추를 툭툭 풀어내며) 할 수 있겠어?
유스텐:다, 당연하죠! (네 손목을 붙잡으며) 자, 잠깐만 근데 ... 내가 잡아먹기로 한 건데 당신이 벗기는 거예요?
릭사엘:도와줄까 싶어서. (네 어깨에서 옷가지를 벗겨내고, 가만히 눈을 깜빡인다) ...내 옷은 그대가 벗기면 되지.
유스텐:그으 - 런가? (잡아먹는 게 이게 맞나 싶어 눈을 도르륵 굴리다가 납득한다.) 좋아요! (네 잠옷 상의를 두 손으로 툭 툭 풀기 시작한다.)
릭사엘:(네가 제 옷을 벗기는 모습을 가만 바라보며 네 뺨을 가만 쓸어내린다)
유스텐:(점점 벗기는 속도를 높이더니 홧김에 네 상의를 양 옆으로 확 열어젖히며) 이익...! 왜 이렇게 태연해요? 내가 지금 잡아먹겠다는데...!
릭사엘:...잡아먹어줘. 나야 그대 것이잖아.
유스텐:바보... 잡아먹어달라고 하면 어떡해요.
릭사엘:어서.
유스텐:'어떻게 해야 이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 수 있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각오하는 게 좋을 거예요, 릭스. 날 줄곧 토끼로만 봤죠?! 오늘부터 달라질 걸요? (천천히 제 잠옷바지를 벗어서 침대 옆에 툭 던지고 네 가랑이 사이에 앉다가) ... '마주보고 하긴 좀 부끄러운데.' (뒤로 돌아 앉고 고개를 네쪽으로 돌리며 당당하게 외친다) 원래 맹수들은 먹잇감을 바로 먹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릭사엘:(네가 뭘 하려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 가만히 바라보며) ...그래서?
유스텐:갖고 놀다가 재미없어지면 잡아먹을 거예요! 맹수처럼. (낑낑거리며 네 가랑이 사이에 자리를 잡고는 ... ) '아, 씨... 막상 하려니까 부끄러워서 죽을 것 같은데. 괜히 잡아먹는다 그랬나?' (가라앉은 네 것에 슬쩍 엉덩이골을 천천히, 허리를 움직여 비비기 시작한다.) ... (입술을 깍 깨물며 급 후회하기 시작한다.) '괘, 괜히 한다고 했다. 이거 진짜... 진짜... 부끄럽잖아.'
릭사엘:(네 동그란 엉덩이가 이리저리 움직이며 제 것에 둔부를 비비는 모습을 가만 내려다보다가, 손을 뻗어 네 주름진 입구를 건드린다) 난 가만히 있어?
유스텐:(갑자기 입구를 건드리는 손길에 등골에 소름이 끼쳐 허리를 움직이다 말고 허벅지 안쪽 근육에 바짝 힘을 준다.) 힉...!
(차마 네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여전히 등을 돌린 상태로) 지, 지금 내가 잡아먹는 중이잖아요! 가만히 있어야죠!
릭사엘:(네 동그란 주름 사이를 꾹꾹 누르며) 그대 이곳도 내 것인데 만지면 안 되는 건가?
유스텐:읏... (입술을 질근 깨물며 비음섞인 목소리로) 그, 그러면 잡아먹히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릭사엘:(자신을 잡아먹겠다는 의지가 투철해보이는 네 모습에 아쉽다는 티를 팍팍 내며 손을 뗀다) ...그대 뜻대로 해줘, 그럼.
유스텐:각오하는 게 좋을 거예요...! (이제는 부끄러움보다 기필코 저 남자를 꼭 자신과 같은 부끄러운 감정을 느끼게 하고 싶단 마음이 든다. 어색하게 다시 네 가랑이 사이에 자리를 잡고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며 뭉근하게 짓누른다.) 하아... '비비기만 했는데도 따뜻하고... 기분, 좋아...'
릭사엘:(살랑살랑 움직이는 네 엉덩이와 부드러운 감촉에 가만히 눈을 깜빡이며 낮은 숨을 토한다. 너무 귀여워...)
유스텐:(허릿짓을 반복하며 천 위로 네 것이 점점 형태가 굳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제 행위로 네가 흥분에 달아올라 곤란해하는 모습을 상상하고는 씩 웃으며 뒤를 슥 돌아본다.) 후으.. 어때요, 나한테 큰코 다쳤죠? 지금이라도 잘못했다고 하면... ...? '뭐, 뭐야. 전혀 당황한 표정이 아니잖아.'
릭사엘:... (다시금 손을 뻗어 네 오밀조밀한 입구를 매만지며, 더운 숨을 토한다) 후우 ... 끝난 건가?
유스텐:아, 아니이... 왜... 왜 여전히 태연한 거예요? 흐, 흥분했잖아요. 내가 막! 괴롭혔는데 왜...
릭사엘:(네 입구를 매만지던 손을 거둬들여 급하게 손가락을 입에 넣고 침을 적신 뒤 빼낸다. 그리고는 다시금 네 볼기짝 사이로 끼워넣으며) ...뭘 기대했길래 그래. (손가락으로 네 주름 위를 유영하며 틈새를 적신다)
유스텐:(제 예상과는 전혀 다른 상황에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스친다. 그렇게 멍하니 네 모습을 지켜보다가 입구에 손가락이 닿자 반사적으로 입구를 움찔거린다. 단숨에 차갑게 식어버린 타액이 피부에 닿는 순간 숨이 걸려든다. 정신이 번쩍 들고 뇌가 현실로 돌아오도록 붙잡는다. ) 흣... 자, 잠깐만... 응... 나는...! 당신이 엄청 당황할 줄 알았는데...!
릭사엘:그래? 나는 그대가 나를 유혹하려는 줄로만 알았는데. (손가락의 심지를 세워 주름진 네 입구를 얕게 파고들었다가 나온다. 따뜻하면서 쫀득한 감촉에 부풀어오른 성기가 한 차례 요동친다)
유스텐:전혀 아니었는...! 으응... (발가락 끝을 오므리며 고개를 뒤로 젖힌 채 몸을 잘게 떤다. 손가락이 감질나도록 안쪽을 조금만 깔짝이는 탓에 저도 모르게 뒤로 조금씩 허리를 움직인다)
릭사엘:(허리가 조금 더 내밀어져 도톰하게 도드라진 엉덩이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손가락 하나를 깊숙이 밀어넣는다. 따뜻하고 말랑한 점막이 손가락에 감긴다. 가만히 네 등을 바라보자 긴장으로 빳빳해진 허리와 옅게 비치는 날개뼈, 움츠러든 어깨선이 아름다워, 다른 손을 뻗어 척추뼈 하나하나를 매만지며) ... 말도 안 되지. 이렇게 귀엽고 예쁜데, 어떻게 그대가 내 것인지.
유스텐:(조심스레 들어오는 손가락에 허리를 움찔이며 꼭 다물려 있던 내벽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한다. 마디 굵은 손가락이 안으로 들어올수록, 익숙한 듯 낯선 압박감에 숨이 걸려들고, 상체가 반사적으로 앞으로 기울어진다. 눈을 꾹 감고 입술도 꾹 다문 채 참는 듯한 신음이 새어 나간다.) 흣... '뭐지? 분명 내가 잡아먹겠다고 하지 않았나?' (뭔가 이상하게 뒤집힌 상황에 속으로 중얼거리며, 부끄러운 듯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입을 연다.) 가, 갑자기 무슨 소릴 하는 거예요...
릭사엘:(내벽 안쪽 깊숙이 손가락을 밀어넣고, 찌걱찌걱 소리가 날 정도로 네 안을 헤집고 휘저으며) ...글쎄. 내 사랑스러운 신부에 대한 감상이랄까. (부풀어오른 점막을 부드럽게 꾹꾹 누르다가, 슬며시 손가락을 하나 더 밀어넣는다. 엉겨붙는 속살에 조금씩 더운 숨이 새고, 힘을 받은 성기가 단단하게 꺼떡거린다)
유스텐:웃, 흐... 으, 으응... 진, 짜아 - 침대에서 그런, 말... 하는 거, ... 반, 칙, 이에요... 앗 (칭얼거리는 음성이 네 손가락이 입구 끝에 걸릴 때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툭툭 끊긴다. 흣, 읏, 하고 참는 신음을 흘려대며 허벅지를 점점 안쪽으로 오므려 단단하게 도드라진 네 것을 짓누른다.)
릭사엘:(부드럽게 네 구멍 안쪽을 헤집고 전립선을 꾹꾹 누르다가 손가락을 빼낸다. 침입자가 물러나자 슬쩍 붉은 안쪽을 내보였다가 부드럽게 오그라드는 주름이 보인다. 순간적으로 참을 수 없는 충동이 든다. 주저없는 손이 네 골반을 끌어당긴다. 영문 모르면서도 가만히 끌려오는 몸을 끝내 얼굴 위에 반쯤 앉히고 나자, 옅은 식욕이 오른다. 결국은 앙증맞게 개폐하는 입구에 곧장 입술과 혀를 대고 핥으며) ...가만히.
유스텐:(내벽이 흐물거릴 정도로 익숙하고도 깊숙한 손길에 온몸이 완전히 녹아들 무렵, 갑작스레 손가락이 빠져나가자, 반쯤 떠 있던 정신이 정신이 순식간에 현실로 끌려 내려온다..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하려 뒤를 돌아보려는 순간 허리가 붙잡혀 맥없이 뒤로 밀린다. 다급한 투로 ) 무, 뭐, 뭐하는... 히읏...! 자, ...ㅁ 깐, 그거 기분, 이상ㅎ... 흐윽 (쾌감보다는 충격이 제일 먼저 덮쳐와 눈을 부릅 뜬 채 입을 벌린다.) 아...아... 그, 그만... (포식자에게 붙잡힌 사냥감처럼 바들바들 떨다가 귓가에 내려앉는 나직한 명령에 심장이 탁 내려앉는다. 고개를 푹 숙인 채 가느다란 숨소리만 흘러나온다.) ...
릭사엘:(촘촘하게 다물린 입구와 회음부를 크게 쓸다가, 혀를 꼿꼿이 세워 네 구멍 안쪽으로 밀어넣고 내벽을 이곳저곳 남김없이 빤다. 안쪽을 건드리고 혀를 왕복시킬 때마다 히끅거리는 네 목소리와 움찔거리는 점막이 사랑스러워, 탁한 한숨을 쉬면서도 멈추지를 못한다. 그렇게 한참을 빨다가 네 엉덩이 사이를 침으로 흠뻑 적신 뒤에야 타액으로 범벅된 얼굴을 떼며) 하아... (다시금 네 안에 손가락을 밀어넣고 휘젓자, 이전보다 축축하게 벌어지는 내벽에 만족감이 오른다) 계속 내 위에 있을 거야, 아니면 내려갈래.
유스텐:(충격의 물결이 지나간 자리에, 아찔한 쾌감이 밀려오고 그 다음에 부끄러움이 뒤늦게 밀려온다. 네게 아무런 저항도 못 한 채, 주먹을 꽉 쥐고 엎드려 몸을 흠칫흠칫 떤다. ) '너무 야하고, 이상해. 이건...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음탕하다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어 말문이 턱 막힌다. 그럼에도 싫지 않고, 저를 완전히 집어삼킬 듯 몰아붙이듯 구는 네가 좋아서, 내내 건드리지 않고 있던 제 것이 선단에 점도있는 액이 맺힌 채 조금씩 움찔거린다. ) 흑... 흐응... ( 억누르려 해도 자꾸 새어 나오는 흐느낌 섞인 신음을 토해내며 네게 몸을 맡기다 네 물음에 젖은 목소리로) 이 상태로 어떻게 계속 위에 있어요... 흑...
릭사엘:...아무래도 그렇긴 하겠지. (천천히 너를 안아들어 침대에 눕히고, 할딱거리는 네 몸 위로 올라간다. 눈가와 뺨이 불그스름해진 채로 선단에 액을 방울방울 맺은 네 아련한 모습에, 이미 발기한 성기에 더욱 피가 몰린다. 조금 조급해진 손으로 네 허벅지 뒤쪽을 밀어올린다. 동그랗게 부푼 음낭 아래로 빠끔거리는 입구가 바로 보인다. 야하기 짝이 없는 자극에 곧추선 선단이 네 입구를 참을성없이 꾹꾹 누른다) 후... 당장 넣어도 될 것 같긴 한데, 더 풀어줄까?
유스텐:하아, 하아 ... 언제는, 어서 잡아먹어달라고 했으면서. (약간의 반항심이라도 내비치고 싶어 툴툴거리다가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며 작은 목소리로) ...어 주세요.
릭사엘:(무슨 말을 하려 하는지는 뻔히 알겠지만, 네 입으로 제대로 듣고 싶어 네 발긋한 입구에 마저 성기를 누르며) 안 들려, 여보.
유스텐:흐으... (민망함에 얼굴이 바싹 달아오르는 것 같다. 입술을 달싹이며 씩씩거리다가 눈을 질끈 감다 천천히 네 시선을 마주한다.) 자, 잡아먹어, 주세요. ... 읏...
릭사엘:...잘만 말할 거면서. (네 허벅다리를 넓게 벌리고 귀두로 네 입구를 부드럽게 문지른 다음, 천천히 허리를 밀기 시작한다. 입구는 조금 빠듯한 듯 하지만 귀두를 다 먹이자 나머지 기둥 부분은 손쉽게 빨려들어간다. 안온하기 짝이 없는 네 몸속에 취할 것 같다. 결국은 좆을 죄다 밀어넣고 치골이 네 밭은 샅에 꽉 맞물린 뒤 멈춰 선다. 가슴 뻐근한 만족감이 인다. 삽입이 벅찬지 끙끙 앓는 네 모습이 보이지만, 그조차도 사랑스러워 미칠 것 같다) 후... 긴장 풀어. 다 들어갔으니. (너를 이완시킬 목적으로 허리를 움직여, 네 내벽 이곳저곳을 찔러본다)
유스텐:(아직 넣지도 않았는데, 귀두 끝만 닿았는데도,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킨다.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됐건만, 이 순간만큼은 언제나 낯설어 긴장감이 솟구친다. 붙잡고 늘어질 것을 찾아 시트를 더듬거리다가, 베갯잎을 단단히 움켜쥔다. 이내 두꺼운 선단이 느릿느릿 꾸준하게 삽입되자 심장이 덜컥 하고 떨어질 만큼의 묵직한 감각이 들어 나직한 숨이 절로 새어 나온다.) 하윽... ( 귀두만큼이나 묵직하고 굵직한 기둥이, 단단하게 조여든 좁은 내벽을 제 모양대로 벌리며 파고든다. 이물감과 쾌감이 한꺼번에 덮쳐오고, 익숙한 떨림이 등골을 타고 올라온다. 눈을 질끈 감으며 발가락을 바짝 구부린다.) 아, 흐으... 너무, 흑... 너무 커요.
릭사엘:...금방 좋아질 거야. (제 것을 머금느라 주름 하나 없이 팽팽해진 네 입구를 부드럽게 더듬고는, 협탁에 있던 윤활제를 꺼내 네 아래에 가볍게 바른다. 그리고는 체중이 실리지 않을 정도로 뭉근하게 네 안을 짓눌렀다가 빼낸다. 네 내벽 감촉 하나하나를 느끼듯 몸을 느릿하게 밀고 뺄 때마다 네 내벽이 촉촉해지고 삽입이 부드러워지는 것이 실시간으로 느껴진다. 들어갈 때는 환영하듯 흐물흐물했다가, 나가려 하면 바짝 달라붙어 보채는 네 몸에 그저 사랑스러움이 벅차오른다. 천천히 고개가 기울어지며 네 뺨에 부드럽게 입술을 맞춘다) ...그대 안이 너무 좋아, 유스.
유스텐:(네 말에 의심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몇 번이고 몸을 섞었으니 이 옅은 통증 뒤에 어떤 쾌감이 올지, 제 몸도 너무나도 잘 알았다. 히끅거리며 어린 아이처럼 두 팔로 네 목덜미를 꼭 끌어안는다. 한 두 마디로는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든다. 좋으면서도 두렵고, 아찔하면서도 정신을 잃을 것만 같다. 안은 팔에 힘을 조금 풀어 제게 속삭이는 너를 반쯤 풀린 눈을 하고 올려다본다. ) 나도, 흣... 좋아요, 릭스. '평생 이렇게 연결되고 싶을 만큼' (뒷말은 삼켜두고 턱을 조금 내밀어 너와 입을 맞추고 타액을 나눈다.)
릭사엘:(네 떨리는 살갗 하나하나를 다독이듯 쓸어주고, 느릿하게 추삽질을 이어간다. 따뜻하고 물컹하게 섞이는 입술과 혀, 살아있음이 느껴지는 따뜻한 피부, 네 안쪽을 뒤집고 헤치면서 번지는 쾌감. 그 모든 것이 제게 네 존재를 증명해주는 것만 같아 별안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사랑해. (너와 몸 깊숙이까지 박자를 맞추며 차오르는 감정을 조용히 삼킨다. 느릿하던 허릿짓이 조금씩 빠르고 거칠어진다.)
유스텐:(네 다정한 손길에 눈송이가 바닥에 천천히 내려앉듯, 몸과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눈물 젖은 얼굴을 하고 , 제 세상에는 오직 너 하나뿐이라는 것처럼 애틋한 눈을 하고 올려다본다. 조심스레 팔을 들어올려, 네 뺨에 살포시 올려두고 살풋 미소지으며) 나도..., 사랑해요, 릭스... ( 말을 마치자마자 두꺼운 네 것이 봉긋하게 부푼 내벽을 압박하고 비비는 느낌에 목을 빳빳하게 세운 채 고개를 뒤로 젖힌다. 어쩔 줄 몰라 자연히 입구를 조여대면 나직한 신음이 귓가를 간질인다. 네 움직임에 따라 온몸이 흔들리고 점점 빨라지는 속도에 온몸을 뒤틀며 베갯잎을 붙잡던 손이 천천히 미끄러져 시트를 비틀어 쥔다. 압도적인 쾌감에 눈앞에서 폭죽이 튀는 것처럼 형용할 수 없는 짜릿함이 온몸을 가득 채운다.) 흣, 아, 아아...
릭사엘:(추삽질이 이어질수록 애정과 쾌감이 섞이다가, 결국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탁해진다. 흐느낌이 강해진 네 목소리를 들으며 허리를 튕기듯 추켜올리자 성기 끝에서부터 번지는 열감에 입술이 점차 떨린다. 곧 내벽을 푹푹 쑤시는 소리를 따라 이마에 옅게 땀방울이 배어나고, 숨이 짜릿하게 가빠오른다. 버티기 힘들다는 듯 구겨진 네 얼굴마저, 파르르 떠는 팔다리마저 애틋하고 귀하게 느껴진다) 윽... 하아... (열중해 안을 쑤시는 와중에 붉어진 눈시울 너머로 할딱이는 네 갈비뼈와 복부가 보인다. 언젠가 너와의 행위 끝에, 이곳에 맺힐 미래를 생각하니 가슴 저린 기분이 들어서, 아랫배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여기 사정하고 싶어.
유스텐:(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한동안 말이 없다가, 조심스레 두 다리를 네 허리에 감아올린다.) 응... 응... 안에 전부, 흣... 내보내줘요. 나도, 하아... 갈 것, 같ㅇ... 아...! (거침없이 파고든 네 성기가 예민한 곳을 사정없이 짓뭉개자 반사적으로 내벽을 조여든다. 그럼에도 억지로 벌리고 뿌리까지 밀고 들어오는 탓에 비명처럼 신음을 터뜨린다. 어떻게 할 틈도 없이 단번에 사정감이 밀려와 네 허리를 휘감은 다리에 힘을 줘 더욱 더 밀착시킨다. 곧, 네게 박히면서 백탁액을 줄줄 흘리듯이 사정한다.)
릭사엘:(코앞에 닥친 절정을 예감하며 정신없이 네 안을 뒤집어대다가, 허리를 가득 끌어안는 네 다리에 이끌려 기둥 뿌리까지 밀어넣는다. 곧 뱃가죽 위로 미지근하게 데워진 액체가 쏟아지는 감각에 허리에 옅은 소름이 오르고, 박두하는 허릿짓 끝에 좆끝에서 정액이 울컥울컥 터진다. 오늘만큼은 한 방울도 네 밖에 흘리기 싫어서 엉덩이가 움푹 패일 정도로 붙는다) ... 읏... 하아... 유스. (눈 풀린 얼굴로 가만히 네 얼굴에 입을 맞춘다. 바짝 솟은 것이 네 안에서 힘없이 늘어져, 덜 맞물린 틈으로 체액이 새어나온다)
유스텐:릭스, 릭ㅅ...흐윽...! (절정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몸이 미세하게 떨리고, 숨이 가슴께까지 차오른다. 체액과 젤이 뒤섞여 아래에서 철퍽척퍽 살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귀를 울려댄다. 계속되는 자극에 허리가 제멋대로 떨리고 네가 움직이는대로 몸이 같이 흔들린다. 낮게 신음하는 소리에 눈물에 가려져 흐릿해진 시야를 재치고 너를 멍하니 올려다본다.) 릭스... ( 네 입맞춤을 받으며 스르르 눈을 감는다. 뜨겁게 달아오른 숨과 땀에 젖은 열기가 천천히 식어갈 때쯤, 엉덩이 골을 타고 무언가 흐르는 느낌에 무의식적으로 입구를 빠끔거린다.) 아... (뒤늦게 부끄러움이 밀려와 얼굴이 상기된 채 네 허리에 감던 다리를 풀어 무릎을 굽힌 채 가지런히 놓는다.)
릭사엘:... (네 안에서 제 것을 뽑아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나가기 싫어, 힘 풀린 것으로 내벽 여기저기를 밀어보다가 무릎을 가지런히 내려놓는 네 행동에 미련 가득한 얼굴로 제 것을 뽑아낸다. 체액과 젤로 어지럽게 젖어 있는 성기가 네 다리 사이에서 기어나오자, 네 입구가 분홍빛 속살을 보이며 빠끔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깊숙이 사정한 탓에 정액은 많이 새어나오지 않지만, 상기된 네 얼굴을 보니 그저 귀여워서 입꼬리에 웃음이 번진다) 또 부끄럼 타? (가볍게 네 입술에 입을 맞춘다)
유스텐:(시침 뚝 - ) ... 아, 아닌데요. 추워서 그런 거예요.
릭사엘:...춥다고? (예상 외의 발언에 급하게 몸을 일으켜 근처의 이불을 끌어와 덮어주고 네 몸을 부드럽게 끌어안는다) 여름인데 춥다니, 감기 기운이라도 있는 건가?
유스텐:... '더워............' 그으 - 건 아닌,데.....
릭사엘:(네 땀 젖은 이마를 섬세하게 닦아주고, 이불을 턱끝까지 덮어주며) 아니기는. 이 날씨에 춥다니, 그럴 리가. 잠시 기다려라. 의원을 불러올 테니.
유스텐:아, 아니 아니, 그, 그게... (아 씨, 모르겠다. 다급하게 네 팔을 붙잡으며) 거, 거짓말이었어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부끄러워서 그랬던 거... 맞다고요....
릭사엘:...거짓말이라고?
유스텐:응...
릭사엘:...난 또, 걱정했잖아. (네 몸을 가득 덮은 이불을 다시 끌어내리다가, 네 몸이 정액 범벅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떠올리며) ...침구를 갈라고 시켜야겠군.
유스텐:아... (무슨 뜻인지 알아듣고 얼굴이 화 - 끈 달아오른다. )
릭사엘:(정액이 묻은 이불을 치우고, 티슈를 가져와 아직 어지럽게 물든 네 배 위를 섬세하게 닦아준다. 그리고는 네 다리까지 벌려 안쪽에 손을 대며) ...아직도 부끄러워?
유스텐:(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처음보다는 이제 덜 부끄럽긴 해요...
릭사엘:(민망한 듯 꼼지락거리는 네 허벅지 안쪽에 상냥하게 입을 맞추며) ...부끄럼쟁이기는. (가만히 손을 옮겨 네 흐물흐물한 입구에 손가락을 밀어넣고, 조심스럽게 더듬으며 정액을 긁어낸다)
유스텐:(나른하게 숨을 토해내며) ... 당신이 너무 부끄럼이 없는 거예요. (잊고 있었다가 갑자기 떠올라서 발끈하며) 가만... 그러고보니, 제-발 잡아먹어달라 해놓고! 가만있지도 않고!
어떻게 읏... 내가 귀엽고 예쁘다면서...! 부끄러워하지도 않는 거예요!
릭사엘:그대 생각만큼 내가 참을성이 좋은 편은 아닌가보지.
그리고 뒤에 건... 부부 사이에 부끄러울 일인가?
유스텐:꼭 그런 건 아니긴 하지만... 당신이 당황하는 게 보고 싶었어요. 내가 평소에 안 하던 행동을 했으니까...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했고.
릭사엘:순순히 당황하기에는 그대가 너무 귀여워서 말이지. (안에 덕지덕지 고인 정액을 긁어 밖으로 부드럽게 빼내고, 티슈로 훔쳐낸다.)
유스텐:...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그저 말없이 있다가 두 팔을 살짝 벌린 채 고개를 돌린다.)
릭사엘:(가만히 네 위에 몸을 겹치고, 붉어진 뺨에 입술을 맞추며) 또 부끄러운 거야?
유스텐:(놀리지 말라고 무어라 하려다가) ... 응.
뭔가... 전부 발가벗겨진 것 같아서... 그, 그게 싫다는 뜻은 아니에요.
릭사엘:(이게 무슨 소리지? 잠시 생각하다가) 발가벗겨진 것 같은 게 아니라 발가벗겨졌고, (네 아랫배를 매만지며) 내 씨도 품었지 않나?
유스텐:(눈썹을 잔뜩 찌푸리며 입술을 움찔거리다가) 무, 무, 무슨... 그런 뜻이 아니거든요?!!
릭사엘:그러면?
유스텐:마음이 그렇다구요!
그리고 품었다기엔 방금 당신이 다 뺐잖아요.
릭사엘:정액의 구성 성분은 대부분 물과 분비물이고, 정자는 그와 별개로 5분 이내에 생식기관 안쪽까지 들어간다는 사실을 고려해봤을 때, 이렇게 빼냈어도 실질적인 건 다 들어갔다고 봐야지.
유스텐:...
릭사엘:?
유스텐:'뭔 소릴 하는 거야...?'
그... 그래요... 어... '뭐라 대답하지?' (무슨 소린지 전혀 이해 못 했다) 그래요. 제가 당신의 씨를 품고 있어요. 네...
릭사엘:이해 못했나 보군. 괜찮다.
유스텐:... '어떻게 알았지.'
릭사엘:(가만히 네 옆에 누워 입술에 입맞추고는) ...그대는 얼굴에 감정이 다 보여.
유스텐:좋은 거예요?
릭사엘: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고. 나한테는 좋지.
유스텐:엄청 좋은 건 아닌 것 같은데...
당신한테 뭘 숨기지도 못하잖아요.
릭사엘:(상냥하게 뺨에 입 맞추며) ...그게 좋은 거야.
유스텐:'나중에 선물 준비할 때, 주기도 전에 다 들키는 거 아닌가... 그럼 안되는데.' ...릭스는 알쏭달쏭해요.
릭사엘:이왕이면 처세술에 능하다고 해주지.
유스텐:(눈을 돌리며 밑입술을 삐죽 내민다) 이거 어째 저만 손해인 것 같은데... 억울해요.
릭사엘:(네가 삐죽 내민 아랫입술을 부드럽게 베어물며) 난 그대가 솔직한 사람이라 좋은데도?
유스텐:그런가요... 솔직하다기엔 제 입으로 솔직한 말을 들은 게 아니라 얼굴에 쓰인 걸로 안 게 대다수인 것 같은데.
릭사엘:(픽 웃으며) 그대는 말보다 얼굴이 솔직하긴 하지. 그래도 귀여워.
내가 알아볼 정도는 되니까 괜찮다.
유스텐:... 나도 당신이 무슨 생각하는지 알고 싶은데.
하나도 빠짐없이.
다.
릭사엘:그래도 그대가 물어보면 답해줄 텐데?
유스텐:그래도... 엄 - 청 가까운 사이는, 물어보지 않아도 다 아는 그런 사이라잖아요.
난 아직도 한번씩 당신이 무슨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쭈글)
릭사엘:(시무룩해보이는 네 양뺨을 집게로 누르며, 놀리듯) 그럼 연습은 어때. 지금은 무슨 생각하는지 맞춰봐라.
유스텐:(웅얼거리며) 므으으 - 구글 누그 우뜨크 으르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릭사엘:(픽 웃으며) 해보지도 않고 포기?
유스텐:...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다시 너를 마주보며) 졸리다는 생각?
릭사엘:(계속 웃으며) 그거 말고.
유스텐:음... ... '이거 혹시 나 관련된 건가?'
힌트는 없어요?!
릭사엘:내가 계속 웃고 있는 게 힌트겠지.
유스텐:으으... 당신은 나만 보면 맨날 웃잖아요. 그게 뭐가 힌트예요....
릭사엘:그대만 보면 늘 같은 생각을 한다는 생각은 안 들고?
유스텐:... 알 것도 같은데, 내 입으로 말하기 좀 부끄러워요. 틀리면 그건 그거대로 부끄럽고...
릭사엘:(픽 웃으며) 그런 것도 부끄러우면 어떡하려고.
유스텐:... '아, 이걸 내 입으로 말하는 건, 기분이 이상한데.' 제가 사랑, 스럽다거나... 귀엽다는 생각...?
릭사엘:(싱긋 웃으며 네 이마에 입술을 맞춘다) 이렇게 잘만 맞추면서, 뭘 부끄러워해.
유스텐:그게... 스스로를 이렇게 평가하는 게 처음이라...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요.
릭사엘:(너를 잔잔한 눈으로 내려다보며) 그럼 조금 다르게,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쪽은?
유스텐:그건... 응, 그렇게 생각해볼게요. 아직 어색하긴 하지만.
그럼 당신도 지금 읽어볼래요?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릭사엘:흠... '날 왜 이렇게까지 사랑해주나',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둘 중 하나?
유스텐:예리한 대답이긴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릭사엘:그런가? 그러면 나도 힌트.
유스텐:힌트? 매일매일 빠짐없이 하는 생각 중 하나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아요.
릭사엘:음, 어려운데. '지금처럼 계속 행복하면 좋겠다'?
유스텐:이번에는 못 맞출 거라고 생각했는데! (황급히 이마를 가리며) 진짜 뭐 보이는 주술 쓴 거 아니에요?
릭사엘:안 썼다.
유스텐:너무 정확하게 맞춰서 수상한데...
릭사엘:(피식 웃으며 네 입술을 부드럽게 덮는다) ...그야 나도 같은 생각을 하니까.
유스텐:음... 말 나온 김에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릭스는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해요?
내가 있을 때는 사랑스럽다거나, 귀엽다거나... 그런 생각할 것 같고, 내가 없을 때는 무슨 생각을 주로 해요?
릭사엘:그대가 없을 때면 보통 일할 때이니 일 생각을 하긴 해. 업무 외엔... 이 일을 언제까지 해야 하나 권태감이 들 때도 있고, 허무함이 들 때도 있고, 그래도 그대와 나를 따르는 이들을 지켜야한다고 마음을 다시 굳힐 때도 있고. 여러모로 다양하지.
그렇다고 그런 깊은 생각만 하는 건 아니고. 그대를 만난 후로는 다음에 어디를 갈까, 뭘 선물해주면 기뻐할까 하는 생각도 하지.
유스텐:(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릭스는... 표정은 별로 없는데 생각보다 엄청 다양한 생각들을 하고 있구나...
릭사엘:...너무 의외라는 것 같은데. 실례야, 유스.
유스텐:미, 미안해요. 나쁜 뜻이 아니라... 권태감을 안 느낄 것 같은 이미지라... 표정에서 티가 안 나서.
릭사엘:...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어도 금세 체념하여 그렇겠지. 그렇게 너무 오래 살았거든.
유스텐:'체념...' ...
(말없이 너를 품에 가두듯 꼭 안아주며 정수리에 부드럽게 입을 맞춘다.) ... 너무 힘들면, 나한테 기대러 와줘요.
... 물어보길 잘한 것 같아요. 당신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 기분이랄까.
혼자서 얼마나 그 오랜 시간을 묵묵히, 어떤 마음으로 버텨왔을지... (미소지으며) 내 남편이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싶어요.
릭사엘:(슬며시 웃으며 네 품에 고개를 묻고) ...그래도 요즘은 낫지. 소중한 게 명확해서, 지켜야 할 것도 명확하니.
유스텐:그렇다면 다행이지만... 그래도 그런, 권태감 비스무리한 감정이 너무 오래도록 들면 나한테 와요. 내가 다 해결을 해주........지는 못하지만! (주먹을 꼭 쥐며) 이렇게 안아주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요.
릭사엘:이미 그러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 그대 얼굴을 보면, 권태감도 오려다 마니.
유스텐:내가 그정도예요?
릭사엘:(입술에 짧게 키스하며) 그 정도지.
유스텐:... '가, 감동이긴 한데 왜지?'
릭사엘:왜 그렇게 얼떨떨한 얼굴이지.
유스텐:릭스가 날 엄청... 무지무지 사랑하는 건 알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의미가 큰 것 같아서요. 왜인지 잘 모르겠고...
아, 그렇다고 당신의 감정이 의심스럽다는 건 아니라...! (횡설수설)
릭사엘:(네 말을 가만 듣다가 가라앉은 표정으로 입꼬리만 올린 채) 무슨 뜻인지 알지. 그렇게 당황할 필요 없다.
...그대가 알아듣기 쉽게 간단한 비유를 해볼까.
모든 인류가 멸종하고 그대가 혼자 죽지도 못한 채 100년을 넘게 살며 헤메다가 마침내 생존자를 한 명 찾는다면, 그 사람이 정말 기적적으로, 그대가 인생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된다면... 그대는 어떨 것 같지?
유스텐:음... 너무너무 소중해서, 지키고 싶을 것 같아요.
릭사엘:나한텐 그대가 그래.
유스텐:(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고민하다가) ... 그래도 일방적으로 품에만 있는 건 싫어요.
나도 당신을 지킬 수 있을 때 지키고 싶고,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주고 싶어요.
릭사엘:...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 받고 지킴 받는 게 익숙하지 않다.
그대가 못미더워서가 아니라, 그걸 받아본 적이 없어.
유스텐:뭐 어때요. (작게 웃음소릴 흘리며 네 등을 쓸어내리며 속삭인다.) 천천히 익숙해지면 돼요. 당신이 내게 다정함을 알려줬던 것처럼.
릭사엘:... (그래도 되는 걸까. 넌 아직 내 눈에 이리도 연약한데.)
...고마워. 그렇게 말해줘서.
유스텐:내가 당신만큼 유능하고 똑똑하진 않지만! ... '진짜 도울 수 있을만한 게 뭐가 있지?' 어, 어쨌든 도움이 될만한 구석이 있을 거예요. 잘 찾다 보면.
그리고... 나도 양심이 있어요. 맨날 받기만 하면 미안하고... 게다가 나도 릭스가 엄청 소중하고, 지키고 싶단 말예요.
릭사엘:(실질적으로 네가 날 어떻게 지켜주겠다는 것인지, 이해는 가지 않지만) 알고 있다. 그대가 날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건.
유스텐:알고 있으면 됐어요. 에휴 - (한숨을 푹 내쉬며 네 등을 북북북북 세게 쓰다듬고 정수리에 얼굴을 푹 기댄다) 이러면서 또 혼자서 다 짊어질 것 같긴 하지만.
릭사엘:...속상해하진 말고, 그냥 버릇 들었다고 생각해줘.
유스텐:알았어요. 휴 - 사랑하는 남편 버릇을 어쩌면 좋나 -
릭사엘:(네 입술에 정중하게 키스하며) 그래도 그대 것이니 끼고 살아야지.
유스텐:(픽 - 하고 웃으며) 당신이 사랑스러운 사람인 걸 다행으로 여겨요!
릭사엘:(살짝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나한테 사랑스럽다 뭐다 하는 건 세상에 그대뿐일 텐데.
유스텐:흠 - 이상하다 - 내 남편 진짜 귀엽고 사랑스럽고 장난기도 엄청 많은데... 왜 아무도 모르지?
릭사엘:(네 뺨에 간지럽게 연신 쪽쪽거리며) 그대 것이라 그대 눈에만 보이는 거겠지.
유스텐:(답하듯 네 뺨에도 쪽쪽 입을 맞추며) 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나밖에 못 본다니 아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만 볼 수 있어서 우월감이 든다고 하면 이상하다고 할 거예요?
릭사엘:아니. 이상하긴. (너를 품에 가득 끌어안고 눈을 감는다)
유스텐:(네 품에 볼을 부비고 품안의 온기를 느끼며) 평생 당신 거예요.
... 슬슬 시간이 많이 늦은 것 같네요. (네 머리카락을 쓸어주며) 당신 내일 일정도 있으니, 이만 잘까요?
릭사엘:...그래. 그만 자자. (피곤한 듯 작게 숨을 들이쉰다)